2014년 3월 4일 화요일

경향 [사설]아베노믹스가 한국 경제에 주는 교훈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성공적인 것처럼 여겨졌던 초기 통계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회의적, 부정적 수치들로 변하고 있다. 물론 현 단계에서 아베노믹스의 실패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정책은 진행 중이고, 경제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변수도 많다. 아베노믹스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재도약이다. ‘잃어버린 20년’으로 설명되는 과거를 털고 체질 개선을 통해 1970~1980년대의 영광을 재현하자는 것이다. 2년 내 인플레이션 2% 등 구체 목표와 함께 무제한 돈을 풀면서 엔저를 유도했다. 2013년 1분기 성장률이 4.8%로 급등하고 주가가 50% 이상 오르면서 효험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약발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1%에 그쳤다. 2013년 무역적자는 전년보다 65%나 늘어난 11조4700억엔으로 사상 최악이었다. 여기에 현재 5%인 소비세가 4월부터 8%로 늘게 된다. 일본은 1997년 소비세율을 3%에서 5%로 올린 뒤 가계 구매력이 줄면서 분기 성장률이 3%에서 마이너스 3.7%로 추락한 경험이 있다. 

휘청거리는 아베노믹스의 현실은 한국 경제에 여러 교훈을 던진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혁신 구상은 본질적으로 아베 정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베 총리나 박 대통령 모두 현재의 경제 상태를 침체와 도약의 갈림길로 규정하며, 저성장 구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의 양적완화를 제외하고는 기업의 성장 동력과 내수 확충을 강조하는 정책 방향도 흡사하다. 일본과 한국의 GDP 대비 내수 비중은 각각 60%, 53%이다.

아베노믹스에서 재삼 확인된 것은 수출대기업 활성화→내수 자극→경기확장 시도는 큰 성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엔화 가치는 달러 대비 17% 하락했다. 몇몇 기업이 수혜를 입었지만 기대치보다 약했다. 고용 확충 등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물가는 1.6% 올라 목표치에 근접했지만 공급 측면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진정한 소비 증가와는 거리가 멀다. 일본의 이런 상황은 대기업 주도 성장론의 한계를 의미한다. 

일본 경제의 장기 정체는 사회양극화, 저출산·고령화, 취업난과 비정규직 등 구조적 요인이 크다. 미래 불안감과 늘지 않는 임금으로는 내수가 살아날 수 없다. 일본의 경제사회적 현상은 한국에 그대로 대입된다. 소비가 늘기 위해서는 개인들의 소득이 커져야 한다. 아베 총리도 임금인상에 목을 매지만 기업들은 비용 증가로 경쟁력이 떨어질까 우려해 소극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소득불평등을 낮추려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베노믹스에서 배워야 할 것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참고: 블로그의 회원만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