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보조금을 주거나 부담금을 부과하는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탄소세)를 놓고 부처 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이 제도가 수입차에 유리하고 국산차에 불리하다는 국내 자동차 업계의 볼멘소리가 잇따르면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대놓고 정책을 비판하는 발언까지 나왔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뚜렷한 해명 없이 그저 “검토 중”이란 말만 되풀이하니 답답할 뿐이다.
윤 장관은 엊그제 언론 인터뷰에서 “이 제도는 형평성에 문제가 있어 애초 환경부가 생각한 시행방안보다 완화하는 방향으로 새로 짜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지난해 말 내놓은 초안을 정면으로 부정한 셈이다. 얼핏 보면 부처 간 대립 양상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환경부도 국내 자동차 업계의 반발에 밀려 당초 안을 이미 포기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문제는 환경부의 애매한 태도다. 당초 방안을 고수할 필요가 있다면 있는 대로, 방향을 바꿨으면 바꾼 대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할 텐데, 이도 저도 아닌 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만 하니 공연히 논란만 확대되는 형국이다.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보조금-중립-부담금 구간으로 구분해 저배출 차량을 사면 보조금을 주고, 고배출 차량을 사면 부담금을 물리는 제도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차는 소비자 가격이 올라가고, 적게 배출하는 차는 내려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가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고, 자동차업체의 친환경 기술경쟁력은 배가될 공산이 크다. 친환경차·소형차의 구매력이 높아지면서 중·대형차를 선호하는 자동차 문화도 바꿔나갈 수 있다. 부담금과 보조금이 재정 균형을 이룬다면 큰 예산 없이도 정책 목표를 이룰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녹색성장위원회에서 방침을 정하고 박근혜 정부 출범 후인 지난해 4월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 통과로 확정되기까지 큰 이견이 없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이 나올 수는 있지만 국무위원이 나서서 정부 정책의 혼선을 부채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 나라다. 온실가스의 13%가 자동차에서 나온다. 정부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협조해 정착시켜야 하는 게 탄소세인 것이다. 환경부가 마련한 당초 시행방안이 현실에 맞지 않다면 기준을 조정해서 시행하면 될 일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참고: 블로그의 회원만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