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3일 월요일

조선 [사설] 롯데마트, 누구를 위해 '영업시간 단축' 동의했나

롯데그룹과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지난 28일 롯데마트의 영업 종료 시각을 밤 12시에서 11시로 1시간 앞당기기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엔 '대형마트 3사가 합의 후에 동시에 시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어 다른 대형마트를 압박하는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을지로위원회는 작년 5월 남양유업 영업 사원의 대리점주에 대한 폭언 사태 이후 갑(甲)의 횡포에 맞서 을(乙)을 보호하겠다며 만든 민주당 당내 기구다.

롯데와 민주당은 이번 합의가 중소 상인과 전통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통시장은 심야(深夜) 영업을 하는 곳이 거의 없다. 롯데마트가 1시간 빨리 문을 닫는다고 시장 상인들에게 추가 이득이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밤 11시 이후 대형마트를 찾는 소비자 중엔 밤늦게까지 근무하는 취약 업종의 맞벌이 부부가 많다. 이들은 재벌 마트가 일찍 문을 닫고 나면 값이 비싼 편의점에서 장을 볼 수밖에 없어 피해를 보게 된다. 그러지 않아도 2012년 4월부터 대형마트들이 월 2회 의무적으로 휴업하고 있지만 그 후 골목 상권 형편이 좋아졌는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오히려 일자리가 줄고 마트에 납품하는 농어민과 중소 협력업체들이 고통받게 됐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작년 국정감사 때 롯데가 민주당과 '갑을(甲乙) 관계 개선을 위한 상생협력위원회'를 출범시킨 후 신동빈 롯데 회장의 국회 증인 출석이 취소됐다. 반면 위원회에 동참하지 않았던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국회에 불려가 몇 시간 동안 시달렸다. 롯데가 민주당과 영업시간 단축에 합의한 건 신 회장의 국회 호출 방어용 아니겠냐는 시각이 많다. 롯데는 누구를 위해 이런 합의를 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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