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29일 월요일

<기계는 죄가 없다>

[지하철] <기계는 죄가 없다>
 
지하철 신분당선이 연장 개통했다. 수원 광교에서 강남까지 45분이면 간다. 광역버스를 1시간 10분가량 걸렸다. 버스보다 소요시간이 20분 이상 줄었다. 신분당선 전동차엔 운전실이 없다. 기관사 역시 필요하지 않다. 전동차는 종합관제실에서 원격으로 조종한다. 컴퓨터가 전동차의 운행, 출입문 개폐를 비롯해 모든 것을 주관한다. 다만, 기관사 면허를 가진 안전요원이 승객들과 함께 탄다. 안전요원의 역할은 말 그대로 안전 점검이다. 부지런히 객차를 오간다. 안전요원이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직접 전동차를 제어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과학기술문명은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했다. 그러나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처칠은 민주주의를 최악의 정부형태라고 했다. 지금까지 존재한 다른 모든 정부 형태를 제외한다면 그렇다고 덧붙이면서 말이다. 과학기술문명도 그렇다. 과학기술은 예전에 없었던 편리함을 선사했다. 그러나 인류에게 새로운 위협 역시 선사했다. 능동·피동적인 죽음이 지하철에서 벌어졌다. 사람들이 전동차 앞에 몸을 내던져 목숨을 끊었다. 자살자들이 늘어나자 역마다 스크린도어가 설치됐다. 스크린도어도 말썽이다. 자살을 막으려고 만든 자동문에 끼여 사람이 죽었다.
 
교통사고로 사람이 많이 죽는다. 그러나 자동차를 괜히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지하철 역시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런데 사람이 아니라 로봇 또는 컴퓨터가 기계를 작동시키게 된다면 조금 달라진다. 바야흐로 로봇이 체스 대결에서 사람을 이기는 시대다. 지성을 활용하는 작업도 로봇이 인간을 앞선다. 그러나 기계는 딜레마를 겪지 않는다. 경우의 수를 벗어나는 돌발 상황엔 결과 값 오류라는 답을 내놓을 뿐이다. 선로에 사람이 있어도, 부주의로 스크린도어에 사람이 끼여도 동요하지 않는다.
 
지하철은 죄가 없다. 인간이 조작한대로 움직였을 뿐이다. 신분당선엔 인간의 조작 없이 달리는 전동차가 있다.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잊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가치가 있다. 인간의 감성과 상황판단 능력이다. 이 능력은 무엇도 대신할 수 없다. 신분당선 기관사는 결코 실수하지 않는다. 그러나 감정이 없다. 휴식도, 임금도 필요 없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책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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