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어: 핵
<북핵보다 위험한 핵발전소>
대통령은 취임 첫 해에 에너지계획을 세운다. 대통령 임기와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기간이 5년으로 같기 때문에 에너지계획은 임기 중에 딱 한번 발표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에너지계획이 발표된 뒤, 두산중공업과 한국전력기술의 주가가 폭락했다. 핵발전 비중이 현재 34%에서 2035년엔 27%로 줄어든다는 소식이 알려진 탓이었다. 그런데 주가가 폭락한 다음 날, 두 회사의 주식은 다시 급등했다. 증권가에서 에너지기본계획 보고서를 잘못 해석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는 사실 핵발전소를 더 짓기로 했다. 핵발전 비중이 지금보다 낮아진다는 건 눈속임이었다.
현재 대한민국의 핵발전소는 24기가 있다. 박근혜정부는 2035년까지 핵발전소 16개를 더 짓겠다고 발표했다. 보고서엔 2035년이 되면 지금보다 전력 소비량이 80% 가까이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 적혀 있었다. 전력수급은 현재의 화력·수력·핵발전 외에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키워 지속가능한 에너지 획득을 하겠다고 했다. 전력 소비량을 과다 책정하고 에너지 안보를 위해 모든 발전 수단을 증설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계획은 모호하다. 대신 핵발전소를 짓겠다는 계획은 구체적이고 확실하다. 현재 노후 핵발전소 연료봉을 봉인할 장소도 찾지 못해 골칫덩이로 전락할 우려가 되는 마당에 16곳이나 더 짓겠다고 한다.
집을 지을 때는 꼭 화장실을 고려해야 한다. 집 안에 화장실을 설계하지 않을 작정이라면 바깥에라도 독채로 지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이 산다. 배설을 못하거나 이곳저곳에 하면 좋지 않다. 핵발전소 증설은 화장실을 고려하지 않고 집을 짓는 것과 똑같다. 인분은 비료로라도 쓴다. 그러나 핵연료봉은 어디 쓸 데도 없다. 아무도 손대지 못하는 곳에 오랜 시간을 묵혀둬야 한다. 핵발전소 증설은 세계적인 흐름에도 역행하는 에너지정책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파괴됐다. 이 사고를 기점으로 전세계는 핵발전소를 안전하게 해체하는 방법을 찾으려 고심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핵발전소를 증설할 계획만 세우고 있다.
한국은 ‘원자력 발전’이라는 말로 ‘핵발전’을 미화한다. 그 무시무시한 핵발전의 위험성을 ‘원자’라는 이름 뒤에 숨겼다. 한국에선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규모의 사고가 발생하면 전국토의 절반을 포기해야 한다. 일례로 부산 고리원전 반경 30km 안에는 320만 명이 산다. 만에 하나 사고가 나면, 320만 명 이상이 위험하다. 북한이 언제 쏠지 모르는 핵미사일보다 한국의 핵발전이 더 무섭다. 체르노빌로 가보자. 체르노빌은 폭발한지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죽은 땅이다. 이 사고에서 벨로루시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사고 이전 벨로루시 국민의 10만 명당 암 발병률은 80명에 그쳤다. 그러나 사고 이후 6천 명으로 늘었다.
핵발전소를 짓는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건설회사들이 돈이 필요하다면, 증설할 게 아니라 안전하게 해체하는 기술을 고안해 해체하면서 돈을 벌었으면 좋겠다. 독일의 지멘스는 대표적인 핵발전소 건설회사였다. 메르켈 총리가 후쿠시마 사고 이후 탈핵을 천명하자 핵발전소 해체하는 회사, 신재생에너지 개발 회사로 탈바꿈했다. 해체 비용은 최대 9천 억원가량이라고 한다. 이제 그만 지었으면 좋겠다. 핵발전소는 수명이 있다. 수명이 다하면 해체한 뒤 연료봉을 봉인해서 10만 년 동안 안전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 10만 년은 우리의 세월이 아니다. 미래는 불확실하고 핵의 위험성에 비해 인간의 도덕성은 한없이 작다. 이제 우리도 탈핵해야 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참고: 블로그의 회원만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