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0일 월요일

조선 [사설]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보는 시선

조선 [사설]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보는 시선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와 김황식 전 총리의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競選)이 6·4 지방선거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두 사람은 아직 공식 출마 선언을 하진 않았지만 경선 참여 뜻은 굳힌 듯하다. 김 전 총리는 9일 본지 인터뷰에서 "기존 풍토와 다른 방향으로 사회 틀을 바꾸고 싶다"며 "사람들 기대에 부응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정 전 대표도 이날 지역구민들과 함께 산에 오르면서 "이 산행이 시장 출마 양해를 구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이번 경선에는이혜훈 전 의원도 참여한다.

지금까지 다섯 차례 서울시장 선거를 치렀지만 여야를 통틀어 총리와 여당 당대표를 지낸 중량급 인사가 당 후보를 놓고 제대로 경선을 치른 전례가 없다. 두 사람이 승리 가능성이 불투명한 경선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우리 정치의 변화를 실감케 하는 '사건(事件)'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런 만큼 국민은 두 거물 정치인이 경선을 어떤 모습으로 그려낼지 주시하고 있기도 하다. 지금까지 여당의 후보 경선은 아름답게 치러지고 끝난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2007년 이명박·박근혜 진영이 맞붙은 대선 후보 경선은 공천권을 무기 삼아 지역구 위원장들 줄세우기, 야당보다도 더한 상대방 흠집 내기, 돈 선거 논란처럼 '부작용 백화점'이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2008년, 2010년, 2011년 각각 치러진 여당 당대표 경선은 모두 '돈 봉투' 의혹으로 얼룩져 관련자들이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 이 대표 경선에서 맞붙었던 두 사람은 지금도 원수가 돼 으르렁거리고 있다.

이러다 보니 벌써부터 정 전 대표와 김 전 총리 간의 경선이 투표까지 갈 수나 있겠느냐, 후유증이 어느 정도 될 것이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김·정 두 사람은 지금 여론 지지도에서 막상막하이고 당내 지지세도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이다. 여당 안에선 이미 심상찮은 조짐이 보이고 있다. 주류는 김 전 총리, 비주류는 정 전 대표를 중심으로 각각 뭉쳐 계파 다툼 양상으로 번질 기미가 있다고 한다. 경선 과열(過熱)을 예고하는 징후다.

정 전 대표와 김 전 총리는 우리 정치판의 이런 경선 악습을 끊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한 사람은 국회 최다선인 7선으로 각종 경선을 경험했고, 또 한 사람은 여야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도 총리직을 무난하게 수행했다. 두 사람이 자신의 이름과 정치적 무게에 부끄럽지 않은 제대로 된 경선을 치러낸다면 승패(勝敗)와 관계없이 그 자체가 정치적 자산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참고: 블로그의 회원만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