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3일 목요일

중앙 [사설] 국민 얕잡아 본 청와대의 '천해성 파동' 해명

중앙 [사설] 국민 얕잡아 본 청와대의 '천해성 파동' 해명


청와대는 최근 국가안보회의(NSC) 사무처를 부활하면서 국가안보실 내에 안보전략비서관을 신설했다. 이 자리에 통일부 엘리트 관료로 분류되는 천해성 통일정책실장을 앉혔다. 그런데 근무 1주일 만에 그를 남북회담본부 상근대표로 보내고 전성훈 통일연구원장을 새로 골랐다. 인사대상을 바꾸는 일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청와대가 보여준 태도는 신중하지 못한 소통과 인사의 문제를 다시 드러냈다.

 청와대의 설명은 너무 엉성한 것이다. 민경욱 대변인은 천 내정자는 통일부 핵심 요원으로 통일부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하기 때문에 돌려보내 달라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다고 했다. 청와대 대변인으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수준 낮고, 황당한 변명이다. 부처 핵심 관리를 국가안보 요직에 차출하면서 사전에 장관의 양해를 얻지 않는 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로서는 밝히기 곤란하다고 판단한 사정이 있는 모양인데 국민에게 좀 더 성의 있게 설명하는 방법을 고민했어야 했다. 국민이 이런 엉터리 설명을 납득하리라고 생각했다면 국민을 얕잡아 본 것이다.

 철회를 놓고 여러 분석이 나온다. 천 내정자가 과거 정권에서 보여준 언행에 대해 정부 내 안보나 검증 부서에서 문제를 제기했다거나 아니면 그가 기존의 국가안보실 인사들과 마찰을 빚었다는 것 등이다. 외교안보 관련 요직에서 미스터리 인사 파동은 처음이 아니다. 정권 출범 직전엔 대통령직 인수위 외교·안보 분야에서 활동하던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돌연 사퇴한 적이 있다.

 김정은 정권의 대남 도발과 장성택 처형 등 불투명한 사태로 한반도 상황은 유동적이다. 이럴수록 외교안보팀은 허점이 없이 잘 짜여져야 하며 그런 구성과 업무자세가 국민의 신뢰를 받는다.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비밀스러운 사안이 아니라면 정부는 최대한의 투명성으로 국민에게 성의껏 설명해야 할 것이다. 설명하기 어려운 일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치밀한 인사시스템으로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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