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2일 수요일

경향 [사설]남북, 대결과 갈등 시대 벗어날 돌파구 열어야

경향 [사설]남북, 대결과 갈등 시대 벗어날 돌파구 열어야

남북은 어제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원동연 노동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을 수석대표로 한 고위급 접촉을 했다. 북측이 먼저 이런 대화 방식을 요청했고 내용도 비공개를 원했다고 한다.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닌 성과를 내는 실질적 대화를 위한 의지의 표현이기를 바란다. 협의 내용은 이날 오후 늦게까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남북 수석 대표 모두 각각 최고 지도자를 대리하는 위치에 있는 점을 고려하면 남북 간 주요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남북 경색과 교착 국면은 이명박 정부 때 시작된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그걸 물려받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출범 1년간 북한은 수시로 대남 위협을 하거나 대화 의지 없는 대화 공세로 갈등을 유발했고, 남측 역시 경직된 태도로 대화의 문을 열지 못했다. 장관급 회담으로 국면을 전환할 계기가 있었지만, 회담 대표의 격을 따지는 실랑이로 좋은 기회를 차버린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열린 7년 만의 고위급 접촉이기에 기대감이 고개를 들 수밖에 없다. 현재 남북 경색의 주요인은 5·24 대북 제재 조치이다. 천안함 침몰사건, 연평도 포격 도발이 초래한 이 대북 조치를 어떻게 해서든 남북이 풀지 않으면 남북 관계 회복의 장을 펼칠 수 없다. 물론 기존의 견해차를 고려하면 쉬운 일은 아니다. 천안함 침몰 책임을 부정하고, 연평도 포격을 남한의 군사적 도발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북한이 얼마나 입장을 바꿀 수 있을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일정한 수준에서 입장을 표명하는 절충안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남북이 5·24 조치를 푼 이후 어떤 남북 관계를 맞을지에 대한 전망만 공유한다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최근 중대 제안에서 밝힌 바와 같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지를 주요 의제로 삼을 가능성도 있다. 좀 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한 사안이지만 그렇다고 피할 필요가 없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초래한 문제이므로 북한 핵협상을 재개하는 고리로 삼을 수도 있고,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물론 다른 현안들과 마찬가지로 하루 이틀에 해결될 성질의 것은 아니다. 이게 바로 지속적인 남북대화가 필요한 이유이다.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한 채널의 대화가 상시적으로 열려야 한다. 이번 고위급 접촉이 그런 대전환의 결실을 낳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남북 교류·협력이 활성화되고, 이산가족이 정례적으로 만나고, 다시 금강산 관광을 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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