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1일 화요일

조선 [사설] 재벌 총수들, 회사 돈에 손대는 순간 '犯罪' 인식 가져야

조선 [사설] 재벌 총수들, 회사 돈에 손대는 순간 '犯罪' 인식 가져야


서울고등법원은 11일 한화그룹 김승연(62) 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김 회장이 부실 계열사의 빚을 갚기 위해 우량 계열사 돈을 지원해 우량 회사에 1585억원 손실을 끼쳤다며 김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벌금 50억원과 300시간 사회봉사명령도 함께 선고했다. 1심에서 징역 4년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던 김 회장은 작년 2심에서 징역 3년으로 감형(減刑)됐다. 대법원이 2심에서 인정된 배임 액수 1797억원 가운데 일부가 잘못 계산됐다는 취지로 파기함에 따라 다시 네 번째 재판이 진행됐다.

김 회장에 대한 재판은 재벌 그룹이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계열사끼리 자금을 불법적으로 이동(移動)한 것을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가 쟁점이었다. 김 회장 측은 "김 회장 개인이 횡령한 것도 없고, 실제로 계열사에 손해를 끼친 것도 없으므로 배임(背任)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 회장의 행위는 과거의 잘못된 뿌리 깊은 관행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우량 계열사의 자금을 가져다 다른 곳에 지원한 행위는 그 회사에 손실을 입힌 범죄"라고 했다. 부실 계열사 회생을 위해 자금을 지원해 나중에 돌려받았더라도 법률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식회사는 법률이 상거래의 주체로 인정한 법인(法人)이다. 회사가 번 돈은 법인 돈이지 오너 대주주나 경영진 개인 돈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도 우리 기업인들은 회사 돈과 대주주 개인 돈을 구별하지 않고 손을 대고, 회사 돈을 마치 호주머니 돈처럼 이곳저곳으로 옮기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기업인들은 1·2심과 대법원에 이어 파기환송심 재판부까지 네 번 연속 김 회장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뜻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회사에 손해를 끼치든 도움이 되든 상관없이 이사회 결의도 없이 법인 돈을 빼내는 순간 범죄가 된다는 사실을 자각(自覺)해야 한다.

서울고법은 이날 기업어음(CP)을 사기 발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 실형이 선고된 구자원(79) LIG 회장에게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벌 오너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된 것은 2012년 1월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 이후 2년 만이다. 줄줄이 법정 문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다른 재벌 총수들이 이번 판결의 의미를 잘못 받아들이지 않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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