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사설]남북, 의견 차이보다 대화 부족이 문제다
남북은 어제 새벽까지 고위급 접촉을 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남북 최고 지도자를 대리해서 남북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장이라는 점에서 기대할 만했는데 아쉽게 됐다. 그러나 오늘 다시 만난다니 다행한 일이다. 남북은 상호 비방·중상 중지, 이산가족 상봉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계 두 쟁점에서 대립했다. 비방·중상 중지 문제는 한마디로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흉보는 남한 언론보도를 남측 당국이 막아달라는 것이다. 이건 불가능한 일이다. 북측이 남북화해 분위기를 적극 조성하고, 김정은 제1비서의 행태를 바꾼다면 개선의 여지는 생기겠지만, 남북 당국이 논할 문제는 아니다.
따라서 실제 쟁점은 이산 상봉과 훈련 연계 문제였다고 할 수 있다. 북측은 군사훈련 기간에 상봉을 할 수 없다며 20~25일 상봉 기간과 겹치는 24, 25일 훈련의 연기를 요청했고, 남측은 훈련과 상봉은 별개라며 거부했다. 사실 단 이틀이 문제라면 대립할 일도 아니다. 북측에 그게 그렇게 절실한 일이라면 남측이 훈련을 미루지 못할 이유도 없다. 남측이 이산 상봉 무산을 각오하면서까지 꼭 그날 훈련을 강행해야 할 불가피한 사정은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훈련 기간에 상봉을 못할 이유 역시 없다. 한·미 훈련에 맞대응하느라 북한이 번거롭게 되었다 해도 그게 상봉을 포기해야 할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양측은 각자의 명분 지키기를 우선하고 상대를 이해하거나 양보하는 자세를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만에 하나 남북이 대화하고 협력해온 관계였다고 해보자. ‘이틀의 차이’는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 그러나 남북은 자기 원칙만 내세웠다. 나의 선의를 상대가 악용할 것이라고 의심하는 관계에서는 그런 실랑이밖에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북한이 원했던 비밀 접촉이 아닌 공식 회담이었다. 서먹서먹한 당사자 간에 그런 자리에서 마주 앉으면 허심탄회한 협상, 실질적 토의가 쉽지는 않다. 남북은 막힌 문제를 실질적으로 다루는 경험을 축적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고위급 접촉을 지속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공개 회담만 고집할 이유가 없다. 비밀 접촉을 포함한 다양한 대화를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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