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0일 월요일

경향 [사설]여당 사무총장 박물관의 아프리카 노동자 착취

경향 [사설]여당 사무총장 박물관의 아프리카 노동자 착취

시급 3000원에도 못 미치는 월 60여만원의 임금을 받았다. 비행기 삯을 빌미로 매월 10여만원을 공제해 실제 손에 쥐는 수령액은 50여만원에 머물렀다. 2013년 최저임금의 절반 수준이다. 마음대로 못 떠나게 여권까지 압수했고, 해괴한 명목으로 임금을 체불해 노동자들이 다른 직장을 구하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았다. 근로계약에 없는 일을 수시로 강요했고, 산업재해보험도 들지 않았다. 이들이 묵는 기숙사는 곰팡이 가득한 벽에 쥐구멍들이 뚫려 있고, 제대로 난방도 되지 않았다. 한두 명이 몸을 누일 정도인 작은 방에 4명이 자는 건 기본이다. 그러다 보니 자리가 부족해 남자들은 아예 건물 밖 현관 앞에 돗자리로 간신히 외풍을 막아 방을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 이들에게 지급된 하루 식비는 4000원이다. 노컷뉴스의 르포에 따르면 “유통기한이 지난 쌀포대, 3분 인스턴트 요리, 라면봉지만 뒹굴 뿐 야채나 과일 등 변변한 음식은 찾기 어려웠다”. 영화 <설국열차>의 꼬리칸을 연상시킨다는 진단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모습이다.

이곳은 “근로기준법 준수하라”며 전태일 열사가 몸을 불사른 유신독재 시절 청계천 봉제공장이 아니다. 아프리카 어느 후진국의 노동 실상이 아니다. 2014년 대한민국에서 자행되고 있는 현실이다. 경기 포천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이 채용한 아프리카 이주노동자들이 2년 가까이 겪어온 것이다. 짐바브웨에서 온 조각가 4명과 부르키나파소 출신 무용수·연주자 8명 등 12명이 2012년부터 2년 가까이 노동착취를 당한 사실이 폭로됐다. 이들을 옭아맨 근로계약서에는 놀랍게도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의 도장이 찍혀 있다.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은 홍 사무총장이 2010년 매입해 현재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최소한의 노동기본권조차 유린한 ‘노예 노동’이 한국 사회에서 태연히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더욱이 집권여당의 사무총장이 운영하는 곳에서 벌어졌다니 충격적이다. 그래놓고 소위 ‘국격’을 운위하며, 법치와 노동자 인권을 입에 올릴 텐가. 당장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위반이 명백하다. 관련 당국은 엄정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홍 사무총장은 당직에서 사퇴하고, 사과해야 할 것이다. 노동관계법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함은 물론이다. 그게 행복한 삶을 꿈꾸며 한국을 찾아온 아프리카 노동자들의 ‘꺾인 희망’을 조금이라도 위무하는 길이 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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