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사설] 임금피크·통상임금·근로단축, 한 테이블에 놓고 풀어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2일 정년(停年) 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2016년 대기업부터 60세 정년이 의무화되면서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을 기업이 60%를 떠안고, 나머지는 근로자와 정부 지원으로 메운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기업에 1인당 연간 최대 840만원을 지원한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60세로 정년이 늘어난 것은 임금도 60세까지 제대로 주라는 것"이라며 경총의 제안에 반발하고 있다. 여기다 통상임금 범위 확대와 근로시간 단축을 둘러싼 갈등까지 겹쳐 올해 임단협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경총이 주요 회원 기업 232개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76%가 올해 노사 관계가 작년보다 불안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임단협에는 정년 연장, 통상임금 확대, 근로시간 단축 문제가 한꺼번에 떠올랐다. 핵심 쟁점은 노사가 그 비용을 어떻게 나누고 부담하느냐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대로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경우 기업들이 추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연 6조~9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막대한 비용을 기업들이 모두 부담하기는 어렵다. 기업들은 정기 상여금을 줄이는 등 임금 체계를 개편하고 초과근로수당 지급을 최소화하는 식으로 대응하려 하고 있다. 노조는 현행 틀 안에서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임금 총액을 높이려 한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최대 법정(法定) 근로시간이 현행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 경우 기업들은 그만큼 임금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근로자들은 근로시간이 줄어들더라도 기존 임금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사안별로 따로따로 다투다 보면 합의를 이끌어 내기가 어렵고 노사 갈등만 더 증폭될 위험이 있다. 정년 연장, 통상임금, 근로시간 문제를 하나로 묶어 전체 비용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놓고 노사가 서로 주고받는 협상을 벌여야 한다. 초과근로 시간을 줄여 임금이 줄면 통상임금 범위를 재산정하면서 일부 보전하고, 정년을 연장하되 임금피크제를 앞당겨 도입하는 식의 타협을 이뤄내야 한다.
이런 패키지 딜을 하려면 모든 이슈를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협의할 창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역할을 할 노사정위원회는 작년 12월 철도 파업 사태 때 한국노총이 불참(不參)을 선언하면서 유명무실하게 됐다. 정부와 노동계는 우선 노사정위원회를 정상화할 방안부터 서둘러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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