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회장이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과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의 핵심 참고인으로 검찰 조사에 출석했다. 보수언론들은 제각기 검찰 수사를 통해 규명돼야 할 쟁점들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행간을 살펴보면 특정 방향으로 사건이 해석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추측하기로 보수언론들의 이런 스탠스는 검찰 수사의 진행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도 읽힌다.
정윤회, 박지만 미행했다, 하지 않았다?
16일 보수언론이 가장 크게 다룬 쟁점은 정윤회 씨가 박지만 회장에 대한 미행을 사주했는지 여부였다. 소위 ‘박지만 미행사건’은 지난 3월 <시사저널>의 보도를 통해 세간에 알려지게 됐는데 이 보도에 의하면 박지만 회장은 오토바이를 타고 자신을 미행하는 사람을 붙잡아 ‘정윤회 씨가 사주했다’는 내용의 자술서를 작성하게 했다. 하지만 보수언론은 일제히 박지만 회장이 미행했다는 자술서를 갖고 있지 않다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을 1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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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16일자 1면. |
그러나 이들의 보도 태도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중앙일보>는 <“미행당한 건 사실, 자술서는 없다”>는 제목으로 박지만 회장의 발언을 1면 보도하고 있다. 이 기사에서 검찰 관계자는 “박 회장이 조사과정에서 ‘시사저널 보도에 나온 자술서는 없다’고 진술했다”면서 박지만 회장이 “나와 가족들이 미행을 당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중앙일보>는 이날 3면에 <검찰 ‘박지만 미행설’ 첫 언급한 여권 인사 추적>이란 제목의 기사를 배치했다. 박지만 회장의 주장대로 미행이 실제 진행됐는지, 실체가 없는 것이라면 미행설이 어디서 비롯됐는지가 의문인데, 이를 풀기 위해 애초 미행설은 언급한 인사를 수사하는 것으로 검찰이 방향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전하는 박지만 회장 발언의 톤은 <중앙일보>가 전하는 것과는 미묘하게 다르다. <조선일보> 1면 보도에서 박지만 회장은 “당시 여러 사람이 나에게 ‘미행당하고 있다’고 말해줘서 기분이 나빴고, (정윤회 씨를) 의심한 적이 있다”고 말한다. 이는 그간 정윤회 씨가 “박지만 회장의 주변 인물들이 잘못된 정보를 입력해 오해를 사게 됐다”고 주장해온 것과 일치하는 내용이어서 정윤회 씨 주장에 무게가 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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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16일자 3면. |
박지만 청와대에 개입했나, 권력 암투에 이용당했나?
소위 비선 실세 의혹에 박지만 회장이 등장하게 된 계기는 미행설 말고도 또 있다.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등의 주선으로 자신에 대한 잡음이 기록돼있는 다량의 문건을 세계일보 기자를 통해 박지만 회장이 접하고 청와대에 ‘문건 유출’을 경고했다는 얘기가 나온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조선일보>는 이러한 사실을 전하면서 “일부에서는 당시 문건이 박 회장에게 전달된 것을 두고 ‘조응천 전 비서관과 박관천 행정관 등이 박 회장을 움직이게 하려고 자극을 준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라고 덧붙였다. 즉, <조선일보>는 이 사건을 조응천 전 비서관 등의 ‘자작극’으로 본다는 얘기다.
이 부분에서는 소위 ‘7인 모임’이 주로 문제가 된다. 7인모임은 청와대 내외에서 박지만 회장을 고리로 정윤회 씨 관련 문건을 생산하고 유출한 것으로 지목된 단위다. 일부 언론에서는 ‘조응천 그룹’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기도 하다. 박지만 회장은 이들 7명중 4명과는 모르는 사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에 대해 “검찰은 이 ‘7인 모임’ 멤버들이 박 회장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등 청와대 3인방과 ‘궁중다툼’을 벌이면서 박 회장을 ‘이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썼다. 결국 여기서도 조응천 전 비서관 등이 문제인 셈이다.
이 부분에서는 소위 ‘7인 모임’이 주로 문제가 된다. 7인모임은 청와대 내외에서 박지만 회장을 고리로 정윤회 씨 관련 문건을 생산하고 유출한 것으로 지목된 단위다. 일부 언론에서는 ‘조응천 그룹’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기도 하다. 박지만 회장은 이들 7명중 4명과는 모르는 사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에 대해 “검찰은 이 ‘7인 모임’ 멤버들이 박 회장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등 청와대 3인방과 ‘궁중다툼’을 벌이면서 박 회장을 ‘이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썼다. 결국 여기서도 조응천 전 비서관 등이 문제인 셈이다.
정윤회가 말한 '불장난'을 조응천 전 비서관 등이 했다?
문건의 유출 경위에 대해서는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이 공개한 ‘문건유출 경위서’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이 경위서에는 청와대의 민감한 문건이 대량으로 유출됐다는 사실과 함께 이의 회수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적시돼있다. 또, 문건의 유출 경로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하던 인사들이 지목돼있다. 박범계 의원은 이 경위서가 ‘3인방’ 중 한 명인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에게 전달됐지만 묵살됐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박범계 의원의 이러한 주장을 충실하게 지면에 반영하고 있다.
박범계 의원은 이 경위서의 작성자를 공개하지 않았는데,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이 경위서의 작성자를 박관천 경정으로 보고있다. 특히 <중앙일보>는 4면 기사에서 “검찰에선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측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건의 신빙성을 의심한다”면서 이에 대해 청와대가 “정 비서관이 묵살했다고 주장하는데 정 비서관은 계통을 밟으라고 했다. 민정수석실을 통해 감찰이 이뤄졌다”고 반론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보도의 맥락을 보면 역시 조응천 전 비서관 등이 ‘불장난’을 했다는 얘기로도 해석할 수 있다.
보수언론들은 서울지방경찰청 정보2분실 최모 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에 대해서도 합리적(?) 해석을 내놓고 있다. <조선일보>는 4면에 이들과 관련한 소식을 전하면서 “검찰은 이들 가운데 세계일보 기자에게 복사본을 제공한 혐의를 최 경위에게 두는 쪽이었다”면서 세계일보가 지난 4월 청와대에서 유출된 문건을 토대로 한 내용의 기사를 내자 한모 경위가 깜짝 놀라서 복사본을 파쇄했고 이후 세계일보 기자와 친한 최모 경위를 원망했다는 경찰 관계자의 발언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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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16일자 5면. |
최 모 경위가 한 모 경위 살리려다 발생한 비극?
숨진 최모 경위와 함께 문건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모 경위가 15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의 외압을 인정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에 대한 보도도 있다. 한모 경위의 변호사와 청와대가 인터뷰 내용을 전면 부인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데, <동아일보>는 5면에 해당 논란을 전하면서 “일각에서는 한 경위가 검찰의 추궁이 두려워 최 경위를 설득하기 위해 ‘청와대 측의 선처 약속’ 얘기를 지어냈는데 최 경위가 이를 그대로 믿었다는 시각도 있다”고 해설했다. 이를 앞의 <조선일보> 보도 맥락과 연결해보면 한모 경위는 애초에 스스로 최모 경위보다 죄가 중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최모 경위는 한모 경위를 살리기(?) 위해 혐의를 인정하려 했는데 둘 다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등 어려움을 겪자 결국 비극이 일어난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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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16일자 4면. |
정윤회에 대한 박지만의 개인적 '악감정'이 문제다?
한편, 일부 언론들은 박지만 회장이 정윤회 씨에 대해 오랜 부정적 감정을 갖고 있었을 가능성을 전하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최태민이 큰누나를 욕먹게 하고 있다” 박지만 분노, 최씨 사위 정윤회에게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1990년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씨와 박지만 회장이 노태우 당시 대통령에게 ‘언니를 최태민 목사로부터 구해달라’는 취지의 탄원서를 보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정윤회 씨가 최태민 목사의 다섯번째 딸인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와 결혼한 1995년부터 박지만 회장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졌을 가능성에 대해 보도했다. 반면 <동아일보>는 4면 보도에서 같은 사실을 두고 박지만 회장이 2000년도에 정윤회 씨와 골프를 치기도 할 만큼 사이가 좋았지만 조응천 전 비서관이 소위 정윤회 씨와 가까운 이른바 ‘3인방’과 충돌하기 시작하면서 다시 멀어졌다고 전하고 있다. 결국 또 조응천 전 비서관이 문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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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16일자 5면. |
<중앙일보>는 문제가 된 정윤회 씨 관련 문건의 출처에 대한 기사를 지면에 배치하기도 했다. 이날 <중앙일보>는 5면에 <최순실 “이혼할 것 같다”…이 말이 정윤회 문건 제보의 시작>이라는 기사에서 최순실 씨가 자신이 소유한 빌딩 5층에서 모피 의류점을 운영하는 김모씨에게 이혼 등 개인사를 털어놓았는데 이 김모씨와 친분이 있던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이 이런 이야기를 듣고 박관천 경정에게 내용을 전달한 게 소위 ‘정윤회 문건’의 기초가 된 것으로 검찰이 보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정윤회 씨가 오토바이로 홍천에서 상경한다는 문건의 내용은 ‘오토 정’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만큼 오토바이를 즐겨 타는 취미를 갖고 있다는 점이 부풀려진 것이며, 소위 ‘십상시 모임’이 진행됐다는 중식당도 정윤회 씨 가족이 모임을 하던 장소라는 점이 와전된 것이다.
결국, '두 경위 사건'의 '비극적 해프닝'으로 몰아가나
위와 같은 보도 등을 종합해보면 보수언론들은 세부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인식의 차이를 보이기도 하나 대체적으로는 전체적인 상황에 대해 유사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태가 박지만-정윤회 양자의 암투로 확대된 것은 조응천 전 비서관 등의 ‘불장난’이 원인이 된 측면이 크고 박지만 회장의 최태민 목사 일가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이 불장난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는 게 핵심이다. 이들의 보도를 끼워맞춰보면 최모 경위의 자살과 청와대의 수사 외압 논란도 일종의 ‘비극적 해프닝’에 가까운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아마 청와대와 검찰이 원하는 그림이 바로 그런 것일 게다. 정윤회 씨의 국정 개입 의혹은 실체가 없고, 박지만 회장은 약간의 감정을 갖긴 했으나 적극적으로 정윤회 씨 등에 대항한 게 아니라 조응천 전 비서관 등에 휘둘린 것이며, 조응천 전 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은 청와대에서 소위 문고리 권력 3인방과 충돌하며 ‘개인적 의도’로 문건을 생산하고 유출시켰다.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크게 잘못된 건 없다. 세상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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