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14일 일요일

미생 땅콩 회항

땅콩 회항과 미생

한 사람의 인격은 태어날 때부터 생물학적으로 결정된 '기질'과 자라는 과정에서 경험해 축적된 '성격'으로 구성된다. 타고난 특징인 기질은 바꾸기 어렵다. 타고난 기질도 중요하지만 이후 성장과 발달의 과정에서 어떻게 양육되고 어떤 관계를 형성하며 자랐는가도 매우 중요한 인격 형성의 과정이다. 

욕구에 대한 충분한 충족
사리 분별을 할 수 업속 그저 자신에 대한 분화되지 않은 존재감을 어렴풋이 느끼는 신생아
울면 먹이고, 달래고, 빨리 기저귀를 갈아줘야 한다.
바깥 세상으로부터 제공되는 자신의 욕구에 대한 충족으로 인해 아이는 세상은 믿을 수 있는 곳이고 또한 세상은 나를 위해 돌아갈 수 있다는 신뢰감을 몸 전체로 느낀다.

세상에 대한 긍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경험은 자신에 대한 존재감을 더욱 확고히 한다. 계속 욕구 충족만을 경험할 수는 없다. 아이가 커감에 따라 아이는 자신의 욕구 충족과 더불어 적절한 좌절을 경험한다.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적절한 좌절을 경험해야 아이는 세상은 쉽지 않은 곳이며 남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고 현실의 벽은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과도한 좌절 경험 역시 좋지 않다. 좌절이 많으면 자신감을 잃고 세상과 담을 쌓거나 세상을 중오하게 된다. 반대로 욕구 충족이 과도해도 문제가 된다. 즉각적인 충족 경험만을 한 사람은 미성숙한 자신감으로 인해 안하무인이 되거나 모든 것을 부모에게 의지하는 마마보이나 마마걸이 될 수 있다.

좌절 없이 계속 욕구 충족이 된다면 자신에 대한 부풀려진 존재감은 극대화되고, 그래서 세상을 얕잡아 보게 된다. 그 결과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나 존중이 무뎌진다. 다른 사람은 그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하수인이자 소모품일 뿐이다. 그래서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결여된다.

남들이 보기에 그의 행동은 건방지고 미성숙하지만 자신은 자신이 대단하고 특별하다고 느낀다. 자신의 말이 먹히지 않거나 비난을 들으면 과도하게 분노한다. 이런 인격 성향을 정신분석학적으로 '자기애적 인격'이라고 한다.

땅콩 회항과 인기 연속극 미생이 대비적으로 보이면서 더욱 자기애적 성향이 자꾸만 떠오른다. 유복한 집에서 태어난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발달 과정에서 적절한 좌절의 경험이 없고 '우리는 특별한 사람들'이라는 과도한 자신감이 부풀려졌다면 비극이다. 돌고 돌아 자신에게 가장 큰 비극이며 돌고 도는 동안 상처받았을 수많은 미생들의 그 자괴감은 또 어쩌란 말인가?

'이번 일이 재수 없이 걸린 일이고, 신이 나서 떠들어 댄 언론 탓이며, 나의 지적과 비판은 본질적으로 잘못된 것이 없다'라고 만에 하나라도 생각하고 있다면 단언컨대 더 큰 비극이 온다. 부디 이번 사건이 계기가 되어 당사자에게 큰 성찰과 발전이 있기를 바란다. 

진정으로 위로하고 싶은 이들은 현재 이 땅의 수많은 미생들이다. 세상이 험난할지라도 한 순간 자괴감과 치밀어 오르는 분노가 있을지라도 결코 증오를 키워서는 안 된다. 아무리 힘든 순간에도 그 과정을 나의 큰 도전으로 인식하고 해결 과제로 삼아 돌파하든 우회하든 피하던 간에 소중한 인생 공부를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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