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에서 벌어진 '폭탄테러'는 의미심장하다. 마침내 대한민국에 진정한 의미의 파시스트가 등장했음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군사쿠데타를 통해 헌정을 파괴하고 집권한 박정희가 다스린 18년 동안(특히 유신시대) 민주주의와 의회주의에 대한 부정, 사회 전 부면에 대한 전체주의적 재편, 통치의 주요기제로서 폭력의 채택 등의 파시즘적 요소가 짙게 드리운 건 분명하다. 그렇다고해서 박정희 정권을 파시스트 정권이었다고 규정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박정희 정권에는 동원된 대중이 있었을 뿐 자발적 파시스트들의 결사와 운동은 없었다.
이제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대한민국에는 자발적 파시스트들이 득시글거린다. 호기심의 대상이던 '일베'에는 어느덧 반합리주의, 불평등에 대한 옹호, 민주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 사회적 약자(여성, 전라도, 동성애자, 외국인 노동자, 장애인 등)에 대한 멸시와 차별과 적대와 배제의 정당화 등의 파시즘의 기본적 특징이 넘쳐난다. '일베'는 사이버상의 말과 글로 자신들의 파시스트적 정체성을 폭로하는데 멈추지 않는다. 이들은 광화문 폭식투쟁을 비롯한 집단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일베에 심취한 고등학생에 의해 자행된 익산 폭탄테러는 자발적 파시스트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관철시키기 위해 타인의 목숨을 빼앗을 수도 있는 폭력마저 서슴치 않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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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미-황선 토크콘서트 폭발 당시 영상 갈무리 | ||
점입가경인 것은 온갖 극우인사들이 익산 고등학생 테러범을 한국판 호르스트 베셀(호르스트 베셀은 나찌가 발호할 당시 베를린 프리드리히스하인 지구 담당 돌격대 사령관이었는데 공산당원들에게 살해당했다. 나찌는 호르스트 베셀을 순교자로 만들었고 공산당 탄압에 그의 죽음을 이용했다)로 만들려고 광분중이라는 사실이다. 이건 범죄에 가까운 행동일 뿐더러 비겁하기 이를데 없는 짓이기도 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일베'를 비롯한 자발적 파시스트들이 박근혜 정부와 비대(肥大)언론의 정치적 자객(刺客)으로 사실상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사이의 편가르기와 분열과 적대를 통치의 기본으로 삼는 박근혜 정부와 메인스트림의 이익에만 복무하는 비대언론은 '일베'를 비롯한 자발적 파시스트들이 창궐하는 부화장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일베'를 비롯한 자발적 파시스트들은 돌격대(SA)가 히틀러에게 했던 기능, 홍위병이 모택동에게 했던 역할을 방불케하는 지경으로 무섭게 나아가는 중이다.
일찍이 영국의 보수주의자 에드먼드 버크는 "선의 방관이 악을 꽃피운다"고 갈파한 바 있다. 칸트와 헤겔과 괴테의 나라 독일은 이 격언을 무시했다가 너무나 혹독한 댓가를 치렀다. 대한민국의 지식인들과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자발적 파시스트들의 궐기를 방관한다면 죽창의 난무와 화약냄새의 진동이 머지 않았다.
일찍이 영국의 보수주의자 에드먼드 버크는 "선의 방관이 악을 꽃피운다"고 갈파한 바 있다. 칸트와 헤겔과 괴테의 나라 독일은 이 격언을 무시했다가 너무나 혹독한 댓가를 치렀다. 대한민국의 지식인들과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자발적 파시스트들의 궐기를 방관한다면 죽창의 난무와 화약냄새의 진동이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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