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4일 화요일
한겨레 [사설] 의사들, 명분 있더라도 파업만은 피해야
대한의사협회가 구체적인 파업 일정을 결정했다. 10일 하루 파업을 한 뒤 11~23일은 정상 근무를 하고 이어 24~29일 전면 파업을 한다는 것이다.
의사 파업을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14년 전 거의 모든 병원이 문을 닫았을 때 온 나라가 열병을 앓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파업하는 진짜 이유가 결국은 건강보험 수가 인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래도 이번 파업은 ‘의료 민영화 저지’라는 분명한 명분이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영리 자회사는 돈벌이가 주목적인 영리병원의 변종에 불과하다. 정부는 영리 자회사가 돈을 벌어 경영난에 시달리는 병원의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 돈은 결국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원격진료는 기존의 의사-환자 간의 대면진료를 돈벌이 정보통신기술로 대체하려는 의료산업화 정책으로 일차 의료를 훼손한다. 동네 병원들의 숨통을 조이고, 대형병원 쏠림현상만 심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의사들이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원하는 데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물론 파업은 ‘민주공화국’의 구성원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다. 세계의사회가 2012년 10월 제시한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관한 가이드라인에서도 “의사들은 개별 환자에 대한 의무뿐만 아니라, (의료의) 접근성과 질에 대한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시스템 개선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노동자들의 파업은 그 피해가 회사 쪽과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반면, 의사들의 파업으로 피해를 보는 쪽은 애꿎은 환자들이다. 게다가 그 피해는 생명, 건강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회복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의과대학생들이 의학도로서 전문교육을 받은 뒤 졸업 때 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정신도 파업과는 거리가 있다. 이 선서는 “나의 양심과 위엄으로써 의술을 베풀겠노라.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는 맹세를 담고 있다. 그러니 의료인들은 파업을 자제하고, 우선 정부의 의료 정책이 어떻게 잘못돼 있는지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의사들의 투쟁이 단순히 의사들의 밥그릇을 지키려는 게 아니라 국민들의 건강권과도 직결돼 있다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
파업으로 당장 비난을 받는 쪽이 의사들이라고 정부가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특히 이번처럼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파업을 불러온 경우는 정부가 최종적인 책임을 지게 마련이다. 정부가 나서서 대한의사협회 쪽과 중단된 대화를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한겨레 [사설] ‘생사람 잡는’ 군 사법제도, 전면 개혁해야
군대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를 다루는 군 사법 체계가 엉망진창이다. 신상필벌이 아니라 조작과 보복이 난무한다. 국방장관 직속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 수사와 같은 정치 사건에만 한정된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일반 사건이 더욱 심하다. 군 사법의 자의적이고 편파적인 처리에 피해를 입은 억울한 피해자들의 비명이 끊이지 않는다.
<한겨레>가 3일부터 연재하고 있는 ‘기울어진 군 사법의 저울’이란 제목의 기획기사는 충격 그 자체다. 분노에 앞서 가슴부터 먹먹해진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군대에 간 귀한 아들딸의 인권이 이렇게 무참하게 짓밟힐 수 있다는 생각에 치가 떨릴 뿐이다.
기사를 보면, 최근 자살한 사병의 조의금까지 떼어먹은 지휘관의 파렴치한 행위에 초점을 맞춰 보도된 사건의 실체는 그게 아니었다. 그 밑에는 사건의 조작·은폐라는 엄청난 반인륜적 범죄가 숨어 있었다. 요지는 상급자의 가혹행위로 자살을 꾀한 김 일병을 발견하고도 구급차가 늦게 오는 바람에 인명구조에 실패하자, 지휘관들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짜고 사망 시각과 진술서 등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당시 지휘관의 강요로 허위 증언을 했던 병사가 제대해 양심선언을 한 것이니 신빙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사건 하나만으로도 김관진 국방장관을 비롯한 군 지휘부는 석고대죄하고 엄중한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문제는 군의 횡포가 이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상관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고소를 한 김아무개(26)씨는 갖은 회유에도 고소를 취하하지 않자, 제대를 닷새 앞두고 무고죄로 보복 기소되어 수년간 생고생을 해야 했다. 반면, 일반 사회에서는 마땅히 중형을 받아야 할 성범죄 군인들이 지휘관의 감경권 행사로 특사에 버금가는 혜택을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군에서 이런 엉터리 사법 행위가 횡행하는 것은 지휘관이 입건부터 판결까지, 심지어 판결 이후까지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전근대적 군 사법제도 때문이다. 이런 제도 아래서는 구조적으로 억울한 사병이 양산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전투력이 약화하고, 군에 대한 신뢰가 저하될 게 뻔하다.
박근혜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전근대적인 군 사법제도의 전면 개혁에 나서기 바란다. 지금 사단급에 설치하도록 되어 있는 군사법원을 지역별로 광역화해 지휘관의 자의적인 개입을 줄이고, 지휘관이 형 감경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일부 유럽 국가들처럼 군사법원과 일반법원을 일체화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2014년 3월 3일 월요일
중앙 [사설] 의협 집단휴진, 명분도 실익도 없어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며 10일부터 불법 집단휴진에 들어가기로 한 것은 국민의 건강권을 무시한 처사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국민 건강을 담보로 집단의 이익을 챙기겠다는 이기주의적 판단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의협은 정부와 함께 의료발전협의회를 구성해 이끌어낸 협의 결과를 공동 발표까지 했다. 이를 뒤집고 집단휴진을 감행한다면 정부와 의료계 간 신뢰를 무너뜨리는 비이성적인 행동이며, 결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정부는 집단휴진을 해도 환자에게 돌아갈 피해를 최소화시키겠다고 했다. 그러려면 보건소·병원·대학병원의 가동체계를 미리 점검해야 한다. 몸이 불편한 국민이 문닫은 의료기관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없도록 비상진료 대책도 철저히 세워둘 필요가 있다.
정부는 불법 집단휴진을 지켜보는 국민의 차가운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 앞으로 의협의 요구에 일절 응하지 말고 지금까지의 논의 결과도 무효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는 이기적인 집단행동은 불이익만 볼 뿐이라는 사실을 각인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또한 정부는 휴진이 실행되면 구성사업자의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한 의협을 공정위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휴진에 참여한 병·의원도 의료법에 따라 행정처분(업무정지) 또는 형사처벌을 받게 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의협은 집단행동 시도를 접고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사회적 존경을 받는 전문직인 의사의 명예를 감안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건강과 환자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면 의협과 정부가 조속히 협상을 재개하는 게 마땅하다.
의협은 정부와 함께 의료발전협의회를 구성해 이끌어낸 협의 결과를 공동 발표까지 했다. 이를 뒤집고 집단휴진을 감행한다면 정부와 의료계 간 신뢰를 무너뜨리는 비이성적인 행동이며, 결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정부는 집단휴진을 해도 환자에게 돌아갈 피해를 최소화시키겠다고 했다. 그러려면 보건소·병원·대학병원의 가동체계를 미리 점검해야 한다. 몸이 불편한 국민이 문닫은 의료기관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없도록 비상진료 대책도 철저히 세워둘 필요가 있다.
정부는 불법 집단휴진을 지켜보는 국민의 차가운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 앞으로 의협의 요구에 일절 응하지 말고 지금까지의 논의 결과도 무효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는 이기적인 집단행동은 불이익만 볼 뿐이라는 사실을 각인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또한 정부는 휴진이 실행되면 구성사업자의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한 의협을 공정위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휴진에 참여한 병·의원도 의료법에 따라 행정처분(업무정지) 또는 형사처벌을 받게 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의협은 집단행동 시도를 접고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사회적 존경을 받는 전문직인 의사의 명예를 감안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건강과 환자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면 의협과 정부가 조속히 협상을 재개하는 게 마땅하다.
중앙 [사설] 푸틴의 냉정과 자제를 촉구한다
우크라이나 동남부의 크림 자치공화국으로 러시아가 병력을 대거 이동시킨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크라이나에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 상원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요청한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력 사용 승인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군사개입은 푸틴의 결심만 남겨놓은 상태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의 반대와 경고를 무릅쓰고 러시아가 무력 사용에 나선다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은 불가피하다. 우크라이나 내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세력과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내전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의 러시아계 주민과 교민·군인 등 자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신변에 대한 물리적 위협의 증거는 아직까지 없는 상태다. 시민혁명으로 탄생한 우크라이나 임시정부도 이들에 대한 보호를 약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크림반도 지역으로 병력을 이동시킨 것은 다른 의도 때문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만일 우크라이나의 혼란을 틈타 크림 자치공화국을 병합하려는 의도라면 우크라이나의 주권 존중과 영토 보전을 약속한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스스로 깨는 것이다. 리비아와 시리아 사태에 대한 외부의 군사개입에 반대하며 내세웠던 내정 불간섭 원칙과도 어긋난다.

러시아계 주민의 안전이 우려된다면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임시정부와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유엔 안보리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를 통해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 이런 절차를 무시한 채 군사개입부터 하는 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푸틴 대통령의 냉정과 자제를 촉구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의 러시아계 주민과 교민·군인 등 자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신변에 대한 물리적 위협의 증거는 아직까지 없는 상태다. 시민혁명으로 탄생한 우크라이나 임시정부도 이들에 대한 보호를 약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크림반도 지역으로 병력을 이동시킨 것은 다른 의도 때문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만일 우크라이나의 혼란을 틈타 크림 자치공화국을 병합하려는 의도라면 우크라이나의 주권 존중과 영토 보전을 약속한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스스로 깨는 것이다. 리비아와 시리아 사태에 대한 외부의 군사개입에 반대하며 내세웠던 내정 불간섭 원칙과도 어긋난다.
러시아계 주민의 안전이 우려된다면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임시정부와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유엔 안보리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를 통해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 이런 절차를 무시한 채 군사개입부터 하는 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푸틴 대통령의 냉정과 자제를 촉구한다.
중앙 [사설] 민주-안 통합, 개혁 못하면 '구 정치 합병'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이 통합해 새 정당을 만들기로 했다. 민주당은 60년의 역사와 국회의원 126명을 가진 정당이다. 반면에 새정치연합은 미처 창당이 되지 않은 신진 정치세력이다. 본질적으로 보면 사실상 안철수 세력이 기존 민주당에 흡수되는 것이다.
2012년 정치에 뛰어든 이래 안철수는 ‘새 정치’ 기치를 내걸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기득권에 묶인 구 정치세력으로 몰아붙였다. 지난 1월 21일엔 창당 추진을 선언하면서 그는 “우리 정치에서 기본이 흔들리고 있어 낡은 틀로는 더 아무 것도 담아낼 수 없고, 새 정치 세력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당 세력 지지자는 대부분 안 의원이 여러 차례 강조한 ‘독자적인 새 정당’ 공약을 믿었을 것이다.

안 의원이 노선을 바꿔 민주당과 합치려면 ‘민주당이 바뀌었다’는 명분이 똑바로 서야 한다. 안 의원은 민주당이 ‘기초공천제 폐지’라는 대선 공약을 지켰고, 이것이 변화의 출발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기득권 고수와 당내 분쟁 등 민주당이 보여준 구 정치의 각종 양태를 보면 이 부분은 안철수의 변신을 설명하기엔 너무 가볍다. 민주당은 여전히 구태의 무게는 크고 변화의 실체는 작은 상태다.
명분이 불충분함에도 변신을 택한 건 안 의원이 여러 현실적인 한계를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한때 민주당의 2배를 넘었으나 최근엔 비슷한 수준으로 추락했다. 새정치연합은 지역 기반이나 인물·정책의 차별화에서도 빈약함을 드러냈다. 새 인물의 영입이 여의치 않아 구 정치와 관련된 인물들이 주류를 이뤘다. 이런 점 때문에 안 의원이 서둘러 새 정치의 텐트를 걷고 민주당이라는 구 건물로 도피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이런 어려움을 고려해도 안 의원은 독자적인 실험을 너무 빨리 포기했다. 한국 정치사에서 많은 제3의 정치세력이 ‘조기 기권’을 거부하고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선거 실험’을 완주했다. 정주영의 국민당, 이인제의 국민신당, 이회창의 자유선진당, 문국현의 창조한국당이 그들이다. 일정 기간 후에 결국 사라졌지만 그래도 이들은 선거에서 새 정치 목소리를 냈다. 반면에 안철수는 대선 때처럼 이번에도 ‘독자적인 완주’ 약속을 저버렸다.
민주당과 안철수의 통합은 공익에 이바지하는 측면도 있다. 안 의원 측은 부인했지만 6월 지방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이 민주당과 야권연대(후보 단일화)를 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했다. 후보 단일화는 현실적으로 일어나기는 하지만 원칙적으로 유권자의 선택을 왜곡하는 편법이다. 만약 새정치연합이 일부 지역에서라도 후보 단일화를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그것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면 이는 정치에 혼란을 주는 일이 될 것이었다.
안철수 신당 세력이 인물이나 정책에서 별 차이가 없으니 차제에 민주당과 합치는 게 정도(正道)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양 세력은 통합을 선언하면서 신당의 노선으로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민생중심주의, 튼튼한 안보, 평화 구축, 통일 지향 등을 밝혔다. 이는 기존 민주당의 지향점과 같은 것이다. 그렇게 보면 ‘합칠 것이 합쳐진 것’이며 오히려 정도로 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은 2011년 12월 문재인·이해찬·문성근 등이 주축인 시민통합당과의 합당으로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 1990년대 이래 민주당은 여러 차례 통폐합을 거쳤는데 3년여 만에 다시 당명을 바꾸는 부담을 안게 됐다.
민주당과 안철수는 통합하면서 다시 ‘새 정치’라는 깃발을 내걸었다. 아마도 새 정치의 진실성에 대한 심판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다. 새 당은 구태를 확 뒤집는 정치개혁을 이뤄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통합은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사정과 이해관계에 따라 결합한 세력 합병의 수준에 그칠 것이다.
2012년 정치에 뛰어든 이래 안철수는 ‘새 정치’ 기치를 내걸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기득권에 묶인 구 정치세력으로 몰아붙였다. 지난 1월 21일엔 창당 추진을 선언하면서 그는 “우리 정치에서 기본이 흔들리고 있어 낡은 틀로는 더 아무 것도 담아낼 수 없고, 새 정치 세력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당 세력 지지자는 대부분 안 의원이 여러 차례 강조한 ‘독자적인 새 정당’ 공약을 믿었을 것이다.
안 의원이 노선을 바꿔 민주당과 합치려면 ‘민주당이 바뀌었다’는 명분이 똑바로 서야 한다. 안 의원은 민주당이 ‘기초공천제 폐지’라는 대선 공약을 지켰고, 이것이 변화의 출발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기득권 고수와 당내 분쟁 등 민주당이 보여준 구 정치의 각종 양태를 보면 이 부분은 안철수의 변신을 설명하기엔 너무 가볍다. 민주당은 여전히 구태의 무게는 크고 변화의 실체는 작은 상태다.
명분이 불충분함에도 변신을 택한 건 안 의원이 여러 현실적인 한계를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한때 민주당의 2배를 넘었으나 최근엔 비슷한 수준으로 추락했다. 새정치연합은 지역 기반이나 인물·정책의 차별화에서도 빈약함을 드러냈다. 새 인물의 영입이 여의치 않아 구 정치와 관련된 인물들이 주류를 이뤘다. 이런 점 때문에 안 의원이 서둘러 새 정치의 텐트를 걷고 민주당이라는 구 건물로 도피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이런 어려움을 고려해도 안 의원은 독자적인 실험을 너무 빨리 포기했다. 한국 정치사에서 많은 제3의 정치세력이 ‘조기 기권’을 거부하고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선거 실험’을 완주했다. 정주영의 국민당, 이인제의 국민신당, 이회창의 자유선진당, 문국현의 창조한국당이 그들이다. 일정 기간 후에 결국 사라졌지만 그래도 이들은 선거에서 새 정치 목소리를 냈다. 반면에 안철수는 대선 때처럼 이번에도 ‘독자적인 완주’ 약속을 저버렸다.
민주당과 안철수의 통합은 공익에 이바지하는 측면도 있다. 안 의원 측은 부인했지만 6월 지방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이 민주당과 야권연대(후보 단일화)를 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했다. 후보 단일화는 현실적으로 일어나기는 하지만 원칙적으로 유권자의 선택을 왜곡하는 편법이다. 만약 새정치연합이 일부 지역에서라도 후보 단일화를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그것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면 이는 정치에 혼란을 주는 일이 될 것이었다.
안철수 신당 세력이 인물이나 정책에서 별 차이가 없으니 차제에 민주당과 합치는 게 정도(正道)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양 세력은 통합을 선언하면서 신당의 노선으로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민생중심주의, 튼튼한 안보, 평화 구축, 통일 지향 등을 밝혔다. 이는 기존 민주당의 지향점과 같은 것이다. 그렇게 보면 ‘합칠 것이 합쳐진 것’이며 오히려 정도로 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은 2011년 12월 문재인·이해찬·문성근 등이 주축인 시민통합당과의 합당으로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 1990년대 이래 민주당은 여러 차례 통폐합을 거쳤는데 3년여 만에 다시 당명을 바꾸는 부담을 안게 됐다.
민주당과 안철수는 통합하면서 다시 ‘새 정치’라는 깃발을 내걸었다. 아마도 새 정치의 진실성에 대한 심판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다. 새 당은 구태를 확 뒤집는 정치개혁을 이뤄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통합은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사정과 이해관계에 따라 결합한 세력 합병의 수준에 그칠 것이다.
조선 [사설] 민주당과 합당하는 '안철수 새정치', 백기투항 아닌가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 안철수 의원이 2일 신당 창당을 통한 합당(合黨)을 선언했다. 양측은 바로 창당 준비단을 5대5로 구성, 신당 이름으로 6월 4일 지방선거에 임하겠다고 했다. 이번 합당으로 야권은 분열을 극복하게 됐고 6월 지방선거는 여야 1대1 대결로 진행되게 됐다.
야권은 선거에서 장애물을 걷어냈지만 2011년 가을 이후 우리 정치에 영향을 미쳐온 '안철수 현상'과 안 의원이 해온 말과 약속을 기억하는 유권자들에겐 이번 결정에 의아한 점이 적지 않다. 작년 4월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를 통해 현실 정치에 뛰어든 안 의원은 줄곧 '기득권 정치 타파'를 앞세워왔다. 기존 양당제가 증오와 분노를 키우고 민생(民生) 정치를 외면한다면서 '합리적 보수와 성찰적 진보'가 참여하는 신당을 만들겠다고 말해왔다. 안 의원은 지난 1월 21일 제주에서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하는 자리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함께 묶어 '기득권 세력'이라고 했다.
안 의원은 새누리당보다 민주당을 더 비판해왔다. 작년 말에는 광주에서 민주당을 향해 "지역주의에 안주하고 혁신을 거부하는 세력"이라고 비판했고, 합당 선언 불과 이틀 전인 지난 28일에도 광주를 찾아 "광주의 뜨거운 열기로 낡은 정치를 날려달라"고 했다. 안 신당 창당을 총괄해온 윤여준 전 장관도 지난 26일 "피투성이가 되어 (구정치와) 싸울 것"이라고 했다. 안 의원 측은 민주당과 선거 연대할 가능성을 일관되게 부인하며 17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 모두 후보를 낼 것이라고도 해왔다. 안 의원은 지난 2월 7일 "정치공학적 연대(連帶)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랬던 사람이 연대를 넘어 아예 합당을 결정한 것이다.
김 대표와 안 의원은 통합 발표문에서 "거짓의 정치를 심판하고 약속의 정치를 정초(定礎)하기 위해" 합당키로 했다고 했다. 기초자치단체 불(不)공천 공약을 번복한 새누리당을 겨냥한 것이다. 공약 번복은 강하게 비판할 수 있는 것이지만, 기초단체 공천 문제 하나와 안 의원의 모든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새 정치' 전체를 맞바꾼다는 것은 잘 납득되지 않는다.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사람도 모이지 않는 절박한 상황에서 자신이 기득권이라고 비난했던 쪽이 내민 손을 잡은 것이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안 의원은 민주당 안에서 다음 대통령 선거를 노려보겠다고 방향을 바꾼 듯하다. 만약 그렇다면 '구(舊)정치에 대한 새 정치의 백기 투항'이라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안 의원 측이 신당을 창당하려는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에 직면했으리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그랬다 해도 이렇게 하루아침에 정반대로 발길을 바꾸는 것은 낡은 정치와는 조금이라도 다른 정치를 추구하던 사람이 취할 태도는 아니다.
지금의 민주당은 2012년 총선 불과 4개월 전 여러 세력이 모여 창당된 민주통합당이 대선 패배 후 이름만 바꾼 것이다. 야권은 그동안 선거가 끝나면 분열했다가 선거가 임박하면 신당을 급조해 합치는 이합집산을 거듭해왔다. 2000년 이후만 쳐도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 대통합민주신당, 통합민주당, 민주당, 민주통합당, 민주당 등 현기증이 날 정도로 당을 바꿨다. 이번에도 선거 3개월 전에 또 신당을 만들게 된다. 민주당과 안 의원 측은 합당을 선언하면서 "약속을 지키는 새 정치를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어느덧 안 의원 입에서 나오는 '약속'이란 말이 어색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간의 경험으로 보면 이 정당이 선거용 급조 정당인지 여부가 드러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야권은 선거에서 장애물을 걷어냈지만 2011년 가을 이후 우리 정치에 영향을 미쳐온 '안철수 현상'과 안 의원이 해온 말과 약속을 기억하는 유권자들에겐 이번 결정에 의아한 점이 적지 않다. 작년 4월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를 통해 현실 정치에 뛰어든 안 의원은 줄곧 '기득권 정치 타파'를 앞세워왔다. 기존 양당제가 증오와 분노를 키우고 민생(民生) 정치를 외면한다면서 '합리적 보수와 성찰적 진보'가 참여하는 신당을 만들겠다고 말해왔다. 안 의원은 지난 1월 21일 제주에서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하는 자리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함께 묶어 '기득권 세력'이라고 했다.
안 의원은 새누리당보다 민주당을 더 비판해왔다. 작년 말에는 광주에서 민주당을 향해 "지역주의에 안주하고 혁신을 거부하는 세력"이라고 비판했고, 합당 선언 불과 이틀 전인 지난 28일에도 광주를 찾아 "광주의 뜨거운 열기로 낡은 정치를 날려달라"고 했다. 안 신당 창당을 총괄해온 윤여준 전 장관도 지난 26일 "피투성이가 되어 (구정치와) 싸울 것"이라고 했다. 안 의원 측은 민주당과 선거 연대할 가능성을 일관되게 부인하며 17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 모두 후보를 낼 것이라고도 해왔다. 안 의원은 지난 2월 7일 "정치공학적 연대(連帶)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랬던 사람이 연대를 넘어 아예 합당을 결정한 것이다.
김 대표와 안 의원은 통합 발표문에서 "거짓의 정치를 심판하고 약속의 정치를 정초(定礎)하기 위해" 합당키로 했다고 했다. 기초자치단체 불(不)공천 공약을 번복한 새누리당을 겨냥한 것이다. 공약 번복은 강하게 비판할 수 있는 것이지만, 기초단체 공천 문제 하나와 안 의원의 모든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새 정치' 전체를 맞바꾼다는 것은 잘 납득되지 않는다.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사람도 모이지 않는 절박한 상황에서 자신이 기득권이라고 비난했던 쪽이 내민 손을 잡은 것이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안 의원은 민주당 안에서 다음 대통령 선거를 노려보겠다고 방향을 바꾼 듯하다. 만약 그렇다면 '구(舊)정치에 대한 새 정치의 백기 투항'이라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안 의원 측이 신당을 창당하려는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에 직면했으리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그랬다 해도 이렇게 하루아침에 정반대로 발길을 바꾸는 것은 낡은 정치와는 조금이라도 다른 정치를 추구하던 사람이 취할 태도는 아니다.
지금의 민주당은 2012년 총선 불과 4개월 전 여러 세력이 모여 창당된 민주통합당이 대선 패배 후 이름만 바꾼 것이다. 야권은 그동안 선거가 끝나면 분열했다가 선거가 임박하면 신당을 급조해 합치는 이합집산을 거듭해왔다. 2000년 이후만 쳐도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 대통합민주신당, 통합민주당, 민주당, 민주통합당, 민주당 등 현기증이 날 정도로 당을 바꿨다. 이번에도 선거 3개월 전에 또 신당을 만들게 된다. 민주당과 안 의원 측은 합당을 선언하면서 "약속을 지키는 새 정치를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어느덧 안 의원 입에서 나오는 '약속'이란 말이 어색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간의 경험으로 보면 이 정당이 선거용 급조 정당인지 여부가 드러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조선 [사설] 롯데마트, 누구를 위해 '영업시간 단축' 동의했나
롯데그룹과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지난 28일 롯데마트의 영업 종료 시각을 밤 12시에서 11시로 1시간 앞당기기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엔 '대형마트 3사가 합의 후에 동시에 시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어 다른 대형마트를 압박하는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을지로위원회는 작년 5월 남양유업 영업 사원의 대리점주에 대한 폭언 사태 이후 갑(甲)의 횡포에 맞서 을(乙)을 보호하겠다며 만든 민주당 당내 기구다.
롯데와 민주당은 이번 합의가 중소 상인과 전통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통시장은 심야(深夜) 영업을 하는 곳이 거의 없다. 롯데마트가 1시간 빨리 문을 닫는다고 시장 상인들에게 추가 이득이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밤 11시 이후 대형마트를 찾는 소비자 중엔 밤늦게까지 근무하는 취약 업종의 맞벌이 부부가 많다. 이들은 재벌 마트가 일찍 문을 닫고 나면 값이 비싼 편의점에서 장을 볼 수밖에 없어 피해를 보게 된다. 그러지 않아도 2012년 4월부터 대형마트들이 월 2회 의무적으로 휴업하고 있지만 그 후 골목 상권 형편이 좋아졌는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오히려 일자리가 줄고 마트에 납품하는 농어민과 중소 협력업체들이 고통받게 됐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작년 국정감사 때 롯데가 민주당과 '갑을(甲乙) 관계 개선을 위한 상생협력위원회'를 출범시킨 후 신동빈 롯데 회장의 국회 증인 출석이 취소됐다. 반면 위원회에 동참하지 않았던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국회에 불려가 몇 시간 동안 시달렸다. 롯데가 민주당과 영업시간 단축에 합의한 건 신 회장의 국회 호출 방어용 아니겠냐는 시각이 많다. 롯데는 누구를 위해 이런 합의를 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롯데와 민주당은 이번 합의가 중소 상인과 전통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통시장은 심야(深夜) 영업을 하는 곳이 거의 없다. 롯데마트가 1시간 빨리 문을 닫는다고 시장 상인들에게 추가 이득이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밤 11시 이후 대형마트를 찾는 소비자 중엔 밤늦게까지 근무하는 취약 업종의 맞벌이 부부가 많다. 이들은 재벌 마트가 일찍 문을 닫고 나면 값이 비싼 편의점에서 장을 볼 수밖에 없어 피해를 보게 된다. 그러지 않아도 2012년 4월부터 대형마트들이 월 2회 의무적으로 휴업하고 있지만 그 후 골목 상권 형편이 좋아졌는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오히려 일자리가 줄고 마트에 납품하는 농어민과 중소 협력업체들이 고통받게 됐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작년 국정감사 때 롯데가 민주당과 '갑을(甲乙) 관계 개선을 위한 상생협력위원회'를 출범시킨 후 신동빈 롯데 회장의 국회 증인 출석이 취소됐다. 반면 위원회에 동참하지 않았던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국회에 불려가 몇 시간 동안 시달렸다. 롯데가 민주당과 영업시간 단축에 합의한 건 신 회장의 국회 호출 방어용 아니겠냐는 시각이 많다. 롯데는 누구를 위해 이런 합의를 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조선 [사설] '의사 파업'의 피해는 '아픈 환자'들에게 돌아간다
의사협회가 오는 10일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지난 21~28일의 파업 찬반 투표에서 76.7%인 3만7472명이 파업에 찬성했다고 발표했다.
의협의 총파업 결의는 좀 느닷없다. 의협은 1월 17일 복지부와 의료발전협의회를 구성해 5차례 협의 끝에 2월 18일 '원격(遠隔) 의료와 의료 법인 자회사 설립 허용은 제한적으로 시행하고 건보 수가(酬價) 문제는 복지부가 의료계 의견을 수렴해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데 합의했다. 당시 의협 협상단은 합의 내용을 의협 비상대책위원회에 보고해 추인(追認)까지 받았다. 그랬던 것을 의협 지도부가 합의를 뒤집고 나와 총파업 투표를 강행한 것이다.
의협 지도부는 합의를 뒤집은 이유로 '합의 내용이 애매한 데다 구체적 실행 일정이 없다'는 것을 들었다. 정부와 의협 간 합의는 국회를 통과해야 하거나 다른 이해 관계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세부 실행 일정을 정해두기가 어렵다.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의사들이 병·의원의 문을 닫겠다는 것은 과잉(過剩)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의사들 파업은 정부를 상대로 투쟁하겠다는 것이지만 피해를 보는 쪽은 애꿎은 환자들이다. 국민이 환자에게 고통을 주는 의사 파업을 지지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의사 가운데 76%가 총파업에 찬성했다면 거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제약 회사와 병원 사이의 리베이트 거래에 대해 의사까지 형사처벌을 받는 쌍벌제(雙罰制)가 시행되고 있다. 선택진료비 같은 비급여 진료 항목을 축소하겠다는 정책도 의사들 수입을 줄어들게 만들 것이기 때문에 의사들이 위기의식을 느낄 수 있다. 정부는 의사들의 합리적 요구는 적극 받아들인다는 자세로 의협과 더 진지하게 대화를 해야 한다.
의협의 총파업 결의는 좀 느닷없다. 의협은 1월 17일 복지부와 의료발전협의회를 구성해 5차례 협의 끝에 2월 18일 '원격(遠隔) 의료와 의료 법인 자회사 설립 허용은 제한적으로 시행하고 건보 수가(酬價) 문제는 복지부가 의료계 의견을 수렴해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데 합의했다. 당시 의협 협상단은 합의 내용을 의협 비상대책위원회에 보고해 추인(追認)까지 받았다. 그랬던 것을 의협 지도부가 합의를 뒤집고 나와 총파업 투표를 강행한 것이다.
의협 지도부는 합의를 뒤집은 이유로 '합의 내용이 애매한 데다 구체적 실행 일정이 없다'는 것을 들었다. 정부와 의협 간 합의는 국회를 통과해야 하거나 다른 이해 관계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세부 실행 일정을 정해두기가 어렵다.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의사들이 병·의원의 문을 닫겠다는 것은 과잉(過剩)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의사들 파업은 정부를 상대로 투쟁하겠다는 것이지만 피해를 보는 쪽은 애꿎은 환자들이다. 국민이 환자에게 고통을 주는 의사 파업을 지지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의사 가운데 76%가 총파업에 찬성했다면 거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제약 회사와 병원 사이의 리베이트 거래에 대해 의사까지 형사처벌을 받는 쌍벌제(雙罰制)가 시행되고 있다. 선택진료비 같은 비급여 진료 항목을 축소하겠다는 정책도 의사들 수입을 줄어들게 만들 것이기 때문에 의사들이 위기의식을 느낄 수 있다. 정부는 의사들의 합리적 요구는 적극 받아들인다는 자세로 의협과 더 진지하게 대화를 해야 한다.
한겨레 [사설]의사들의 휴진 결의에 대해 정부가 해야 할 일
대한의사협회가 오는 10일부터 집단휴진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했다. 지난 주말 회원 의사들을 대상으로 집단휴진에 대한 찬반투표를 한 결과 76.69%의 찬성률로 가결되었다는 것이다.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지는 더 두고 보아야겠지만, 14년 만에 의사 휴·폐업이 재현될 수 있어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의사들의 결의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높은 투표 참가율과 찬성률이다. 현재 활동 중인 의사의 53.8%인 4만8861명이 투표에 참가해 압도적 다수가 찬성표를 던졌다. 얼마 전 의·정 논의기구인 의료발전협의회에서 모종의 합의문을 발표한 사실을 떠올리면 예상 밖의 결과다. 더구나 의사 파업은 국민 건강을 볼모로 한다는 비난을 무릅쓸 각오가 없으면 선뜻 내릴 수 없는 극단적 선택이다. 집행부 내의 혼란스러운 견해와는 별개로 전국의 보통 의사들이 현재의 정부 정책과 의료체제에 깊은 반감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파업의 쟁점은 원격진료와 의료영리화, 건강보험제도 개혁 등 세 가지로 모두 정부 정책 사항이다. 이 중 의료영리화는 그동안 협회 차원에서 줄곧 찬성해온 정책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의협은 2002년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의사의 진료권을 제한한다며 헌법소원을 냈고, 헌재에서 합헌 판정이 난 뒤에도 2012년 9월 다시 한번 추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랬던 의협이 의료영리화에 반대해 파업한다고 하니 진정성을 의심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다수 의사들이 집단휴진에 찬성표를 던진 만큼 이번 결의가 의료영리화에 대한 일선 의사들의 반대여론을 확인하는 유의미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의협이 말하는 의료영리화는 지난해 말 발표된 정부 정책을 가리킨다. 국내 병원이 자회사를 통해 수익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의료정책이다. 이 정책이 시행되면 비영리법인인 병원이 사실상 영리화되어 환자를 돈벌이의 대상으로 보게 되고 의료의 공공성은 순식간에 파괴될 우려가 크다.
거듭 지적하지만 의사들의 파업은 법적인 문제를 떠나 국민의 건강권 침해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어떤 명분과 이유로도 국민 다수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같은 결의에 이르게 된 데는 의료계의 반발을 무시하고 영리화를 밀어붙인 정부도 책임을 느껴야 한다. 정부는 영리화 정책의 강행을 중단하고 집단휴진과 같은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의료계와의 대화 등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의사들의 결의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높은 투표 참가율과 찬성률이다. 현재 활동 중인 의사의 53.8%인 4만8861명이 투표에 참가해 압도적 다수가 찬성표를 던졌다. 얼마 전 의·정 논의기구인 의료발전협의회에서 모종의 합의문을 발표한 사실을 떠올리면 예상 밖의 결과다. 더구나 의사 파업은 국민 건강을 볼모로 한다는 비난을 무릅쓸 각오가 없으면 선뜻 내릴 수 없는 극단적 선택이다. 집행부 내의 혼란스러운 견해와는 별개로 전국의 보통 의사들이 현재의 정부 정책과 의료체제에 깊은 반감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파업의 쟁점은 원격진료와 의료영리화, 건강보험제도 개혁 등 세 가지로 모두 정부 정책 사항이다. 이 중 의료영리화는 그동안 협회 차원에서 줄곧 찬성해온 정책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의협은 2002년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의사의 진료권을 제한한다며 헌법소원을 냈고, 헌재에서 합헌 판정이 난 뒤에도 2012년 9월 다시 한번 추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랬던 의협이 의료영리화에 반대해 파업한다고 하니 진정성을 의심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다수 의사들이 집단휴진에 찬성표를 던진 만큼 이번 결의가 의료영리화에 대한 일선 의사들의 반대여론을 확인하는 유의미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의협이 말하는 의료영리화는 지난해 말 발표된 정부 정책을 가리킨다. 국내 병원이 자회사를 통해 수익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의료정책이다. 이 정책이 시행되면 비영리법인인 병원이 사실상 영리화되어 환자를 돈벌이의 대상으로 보게 되고 의료의 공공성은 순식간에 파괴될 우려가 크다.
거듭 지적하지만 의사들의 파업은 법적인 문제를 떠나 국민의 건강권 침해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어떤 명분과 이유로도 국민 다수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같은 결의에 이르게 된 데는 의료계의 반발을 무시하고 영리화를 밀어붙인 정부도 책임을 느껴야 한다. 정부는 영리화 정책의 강행을 중단하고 집단휴진과 같은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의료계와의 대화 등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경향 [사설]김한길·안철수의 신당, 대안정당으로 발전해야
민주당의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의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이 어제 전격 합당을 선언했다. 두 사람은 2017년 정권교체와 새정치를 위해 고심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양측은 3월 중 통합신당을 출범시키고 6·4 지방선거를 통합신당의 이름으로 치를 예정이라고 한다. 합당 선언은 야당이 무기력증을 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민주당은 126석을 차지하면서도 그 숫자에 어울리는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제1야당이면서 박근혜 정부의 폭주를 제어하지도, 실정을 견제하지도 못했다. 당 내부도 사분오열된 채 제각각 다른 생각들이 모인 오합지졸 같은 모습을 보였다. 10년 실권으로 모자라 다음 집권의 길도 포기한 듯한 행태였다.
안 위원장의 신당 추진 역시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서둘러 신당 창당을 하면서 불안한 행진을 해왔다. 새정치를 내세웠지만 그에 합당한 노선과 인물, 조직을 갖추지는 못했던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는 각각 자기 몫을 하는 정당으로 발전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런데 민주당과 안 위원장의 신당은 박근혜 정부를 반대하는 야당이라는 정치적 지위를 공유하고 있었다. 지향하는 방향도 다르지 않았다. 야당 지지자 사이에서 통합 요구가 높았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두 세력이 통합하면 각자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확장할 여지가 많았고, 견제도 협력도 못하는 박근혜 정부와의 관계도 견제할 것은 견제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는 관계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사실 거대 집권세력과 무기력한 야당 간의 기우뚱한 병립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야가 어느 정도라도 힘의 균형을 유지해야 상대를 의식하며 타협하고 대화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합당 선언은 야당 지지자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국정의 정상화와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도 정치적으로 현명한 결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두 세력의 합당 그 자체가 장밋빛 미래를 저절로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파벌 다툼으로 통합신당을 껍데기로 만들 수도 있고, 지분 싸움으로 헌 정치의 수렁에 빠질 수도 있으며, 정체성을 상실한 채 잡탕정당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새정치를 반정치로 오인해 정치개혁을 통한 ‘정치 살리기’가 아닌 ‘정치 죽이기’의 길로 갈 수도 있다. 만일 그렇게 한다면 그건 이 나라의 주권을 기득권세력·재벌·관료에게 넘겨주는 행위나 다름없다. 기회를 잃고 절망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기회가 왔다고 자만에 빠지는 것도 위험한 일이다.
안 위원장의 신당 추진 역시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서둘러 신당 창당을 하면서 불안한 행진을 해왔다. 새정치를 내세웠지만 그에 합당한 노선과 인물, 조직을 갖추지는 못했던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는 각각 자기 몫을 하는 정당으로 발전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런데 민주당과 안 위원장의 신당은 박근혜 정부를 반대하는 야당이라는 정치적 지위를 공유하고 있었다. 지향하는 방향도 다르지 않았다. 야당 지지자 사이에서 통합 요구가 높았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두 세력이 통합하면 각자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확장할 여지가 많았고, 견제도 협력도 못하는 박근혜 정부와의 관계도 견제할 것은 견제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는 관계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사실 거대 집권세력과 무기력한 야당 간의 기우뚱한 병립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야가 어느 정도라도 힘의 균형을 유지해야 상대를 의식하며 타협하고 대화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합당 선언은 야당 지지자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국정의 정상화와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도 정치적으로 현명한 결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두 세력의 합당 그 자체가 장밋빛 미래를 저절로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파벌 다툼으로 통합신당을 껍데기로 만들 수도 있고, 지분 싸움으로 헌 정치의 수렁에 빠질 수도 있으며, 정체성을 상실한 채 잡탕정당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새정치를 반정치로 오인해 정치개혁을 통한 ‘정치 살리기’가 아닌 ‘정치 죽이기’의 길로 갈 수도 있다. 만일 그렇게 한다면 그건 이 나라의 주권을 기득권세력·재벌·관료에게 넘겨주는 행위나 다름없다. 기회를 잃고 절망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기회가 왔다고 자만에 빠지는 것도 위험한 일이다.
2014년 3월 2일 일요일
경향 [사설]뻔뻔한 종편, 편성권 말할 자격 있나
2월 임시국회에서 방송법 개정안 처리가 결국 물 건너갔다. 종편의 집단 반발에 놀란 새누리당이 뒤늦게 법안 심사를 보이콧했기 때문이다. 여야 합의를 무시한 채 종편의 겁박에 놀아난 새누리당의 행태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 무엇보다 조·중·동 종편의 자사이기주의는 도를 넘었다. 이들 종편 3사는 방송법 개정을 가로막기 위해 억지논리를 동원한 채 지면과 방송전파를 철저히 사유화했다. 방송 공정성을 위한 최소한의 감시마저 받지 않겠다는 안하무인격 태도에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논란이 된 규정은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 구성이다. 방송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선언적 의미일 뿐 강제력도 없는 조항이다. 그러나 조·중·동은 서로 짠 듯 지난달 28일자 신문에 이를 비난하는 사설을 일제히 실었다. 조선일보는 “공영방송도 아닌 민간방송 편성권까지 법으로 간섭하고 규제하는 것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도 법 조항의 위헌성을 제기하며 거들었다. 동아일보는 “세계 방송사에서 드문 언론자유 침해”라며 법안 개정을 추진 중인 여야 의원들의 세비가 아깝다고 썼다.
방송법 개정안은 전혀 새로운 내용도 아니다. 현행법에도 프로그램 제작의 자율성을 위해 취재 및 제작 종사자들의 의견을 들어 편성규약을 제정·공포하도록 돼 있다. 이 조항을 일정 부분 명문화한 것뿐이다. 같은 민영방송인 SBS도 지금 이 규제를 받고 있다. 종편은 사업 인허가 당시 공정방송을 위한 편성위 구성을 약속한 바 있다. 종편의 지배구조를 감안하면 설사 편성위를 구성하더라도 노조의 입김이 방송에 영향을 미칠 구조도 아니다. 이는 결국 방송이 갖는 최소한의 공적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뜻이나 다를 게 없다.
편향성뿐 아니라 부실 콘텐츠 문제 역시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방송통신위가 지난해 종편의 사업계획 이행실적을 점검한 결과 보도 프로그램 의존도나 재탕 비율이 절반에 달했다. 차마 방송이라고 말하기조차 부끄러울 지경이다. 제대로 된 방송 편성위 구성이 더 절실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방송전파는 국민의 자산이다. 민간방송을 앞세워 자기 맘대로 하겠다는 뜻이라면 방송 사업권을 반납하면 될 일이다. 종편의 조폭식 행태를 바로잡으려면 법 개정을 통한 국민 감시와 함께 철저한 재승인 심사로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이달 중으로 예정된 방통위의 종편 심사 결과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논란이 된 규정은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 구성이다. 방송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선언적 의미일 뿐 강제력도 없는 조항이다. 그러나 조·중·동은 서로 짠 듯 지난달 28일자 신문에 이를 비난하는 사설을 일제히 실었다. 조선일보는 “공영방송도 아닌 민간방송 편성권까지 법으로 간섭하고 규제하는 것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도 법 조항의 위헌성을 제기하며 거들었다. 동아일보는 “세계 방송사에서 드문 언론자유 침해”라며 법안 개정을 추진 중인 여야 의원들의 세비가 아깝다고 썼다.
방송법 개정안은 전혀 새로운 내용도 아니다. 현행법에도 프로그램 제작의 자율성을 위해 취재 및 제작 종사자들의 의견을 들어 편성규약을 제정·공포하도록 돼 있다. 이 조항을 일정 부분 명문화한 것뿐이다. 같은 민영방송인 SBS도 지금 이 규제를 받고 있다. 종편은 사업 인허가 당시 공정방송을 위한 편성위 구성을 약속한 바 있다. 종편의 지배구조를 감안하면 설사 편성위를 구성하더라도 노조의 입김이 방송에 영향을 미칠 구조도 아니다. 이는 결국 방송이 갖는 최소한의 공적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뜻이나 다를 게 없다.
편향성뿐 아니라 부실 콘텐츠 문제 역시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방송통신위가 지난해 종편의 사업계획 이행실적을 점검한 결과 보도 프로그램 의존도나 재탕 비율이 절반에 달했다. 차마 방송이라고 말하기조차 부끄러울 지경이다. 제대로 된 방송 편성위 구성이 더 절실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방송전파는 국민의 자산이다. 민간방송을 앞세워 자기 맘대로 하겠다는 뜻이라면 방송 사업권을 반납하면 될 일이다. 종편의 조폭식 행태를 바로잡으려면 법 개정을 통한 국민 감시와 함께 철저한 재승인 심사로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이달 중으로 예정된 방통위의 종편 심사 결과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한겨레 [사설] 통합신당, 정치개혁의 큰길로 나아가야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이 2일 신당 창당 방식을 통한 통합을 전격 선언했다. 양쪽은 이달 말까지 창당 절차를 마친다는 방침이어서 6·4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지형의 대변화가 현실화했다. 양쪽의 통합은 불과 사흘 정도의 짧은 기간에 속전속결로 이뤄진 것이어서 내실있는 후속작업의 필요성도 커 보인다.
두 세력의 통합은 무엇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이 힘을 모음으로써 야권 분열 우려를 씻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그간 정치권에선 두 세력이 대립을 거듭해 야권이 지방선거에서 실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진보정당과의 연대 문제 등이 있지만 야권이 단일대오를 형성함으로써 정국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기초선거 정당공천을 하지 않기로 한 것도 정당사의 한 페이지로 기록할 만하다. 야권은 당장 지방선거에서 후보 난립 등의 혼선을 겪을 수 있지만 대선 공약 이행을 통해 ‘약속의 정치’를 실천한 셈이다. 이는 사실상 기초선거 공천 방침을 세운 새누리당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사실 두 세력의 통합은 어느 한쪽도 압도적 우위를 확보하지 못한 채 양쪽 모두 지리멸렬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이 때문에 이번 통합은 현실의 어려움을 미봉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앞으로 창당 과정에서 정치개혁을 제대로 추진하는 것만이 이런 비판을 불식하는 길이다.
이번 통합은 대선 당시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의 연장선상에 있다.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두 세력의 통합 및 기초선거 무공천 등을 약속한 바 있다. 실제 통합 과정에서 이런저런 불협화음이 생기더라도 대선 때부터 국민에게 약속한 정치개혁의 대의를 실천한다는 차원에서 양쪽 모두 겸허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안철수 의원의 경우 이번 통합으로 그간의 새정치 실험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보기에 따라서는 그의 실험이 현실의 벽에 막혀 좌절했다고 할 수 있고, 더 큰 틀의 실험으로 이어진다고도 할 수 있다. 그간 안 의원 행보가 의미 있었던 것은 기존 정치권에 정치개혁이란 화두를 던졌기 때문이다. 국민은 이른바 안철수 현상을 통해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안 의원은 비록 독자신당의 꿈은 접었지만 통합신당에서 정치개혁에 매진하는 것만이 국민의 이런 기대에 보답하는 길이다. 민주당은 통합으로 몸집을 불렸다고 안도할 일은 아니다. 통합신당 창당을 계기로 뼈를 깎는 환골탈태를 하지 않을 경우 언제든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겨레 [사설] 간첩사건 증거 조작, 국정원과 검찰이 공모했나
‘탈북 화교 출신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된 국가정보원의 문서가 위조된 것으로 사실상 확인됐는데도 국정원과 검찰 쪽은 이치에 닿지 않는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검찰 진상조사팀이 국정원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통해 빨리 진실을 밝혀내지 못한다면 특검 도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이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3건의 문서가 모두 위조된 것이라는 확인 공문을 2월 중순 우리 정부에 보내온 바 있다. 피고인 유우성씨가 북한 보위부에 포섭됐다는 시기에 중국에서 북한으로 갔다는 내용의 ‘출입경기록’, 중국 화룡시 공안국이 이를 발급해준 사실이 있다는 ‘사실조회서’, 유씨 변호인 쪽이 이 두 문서가 왜 잘못됐는지를 설명한 ‘정황설명서’에 맞서 국정원·검찰이 나중에 제출한 ‘정황설명에 대한 답변서’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 정황설명서와 답변서는 모두 중국 삼합변방검사참(세관)이 발급한 것으로 돼 있는데, 대검 디지털포렌식센터의 조사 결과 두 문서의 도장이 다른 것으로 28일 드러났다. 사실상 답변서가 위조됐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국정원은 ‘도장이 다른 것과 문건의 진위 여부는 별개 문제’라든가 ‘같은 기관이라도 도장이 여러 개 있을 수 있다’ ‘도장을 찍을 때 힘의 강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등의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이 답변서가 우리 정부의 공식 협조요청 공문이 중국 정부에 도착하기도 전에 발급된 것으로 날짜가 적힌 점도 조작 의혹을 높인다. 검찰은 그동안 이 문건 등에 대해 ‘공문을 통해 정식으로 발급받은 것’이라고 말해왔다. 게다가 답변서는 출입경기록 및 사실조회서와 맥락상 연결돼 있어 답변서가 위조된 것이라면 다른 두 문서도 위조됐다고 볼 수 있다.
문서가 위조됐다면 국정원이 주도했을 것이지만 국정원과 손잡고 유씨를 기소한 검찰도 공범일 수밖에 없다. 사실상 피의자라고 할 수 있는 수사·공판 관여 검사들은 일상 업무를 계속하고 있으며 나아가 증거조작 의혹 재판에도 참여하고 있다. 검찰의 탈법적인 제 식구 감싸기 행태다. 또한 검찰은 중국 정부로부터 받은 확인 공문의 내용이 분명하지 않다는 등 자신의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간첩을 잡아야 할 국정원이 문서 조작 등을 통해 간첩을 만들어내고 정의를 모토로 삼는 검찰이 이에 동참하는 것은 있어선 안 될 일이다. 검찰이 이제라도 불명예를 덜 길은 국정원과 검찰 내부를 막론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신속하게 진실을 밝혀내는 것뿐이다. 검찰은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한겨레 [사설] 한-일 관계 개선, 일본의 태도에 달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1일 3·1절 기념사에서 비교적 길게 일본 문제를 언급했다. 분량으로 따지면, 모두 125줄로 된 기념사 중 3분의 1가량을 일본 문제에 할애했다. 지난해 기념사에서 113줄 가운데 19줄만 일본 문제를 다뤘던 것에 견줘 크게 양이 늘어났다. 반면, 일본에 대한 비판 강도는 다소 약화했다. 한-일 관계 개선을 바라는 동맹국 미국의 요구를 배려하고, 일본의 호응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집권 첫 기념사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는 것”이라는 강한 표현을 사용했다. 취임식 특사로 온 아소 다로 부총리가 남북전쟁 운운하며 침략은 보는 쪽에 따라 다르다는 궤변을 늘어놓은 데 대한 반격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박 대통령은 이번에 자극적 표현을 피했지만 역사인식과 일본군 위안부, 교과서 기술, 집단자위권 행사 움직임 등 역사인식과 관련한 한-일 관계의 현안을 두루 망라해 짚었다. 표현은 완화했지만 아베 신조 정권에 대한 요구는 더욱 구체화·다양화했다. 이는 극우 성향의 아베 신조 정권이 박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동안 일본군 위안부, 교과서, 독도,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 여러 방면에서 역사 퇴행적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는 데 대한 불가피한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지난 시대의 아픈 역사에도 불구하고 양국이 이러한 관계를 발전시켜올 수 있었던 것은 평화헌법을 토대로 주변국과 선린우호 관계를 증진하고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 등을 통해 식민 지배와 침략을 반성하면서 미래로 나아가고자 했던 역사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아베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과거 반성을 담은 각종 정부 담화의 수정 움직임을 견제했다. 또한 “쉰다섯 분밖에 남지 않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을 촉구했다.
과거사 인식 문제 말고도 한-일 간에는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할 사안이 많다. 하지만 아베 정권의 퇴행적 역사인식이 이런 진전을 막고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그 대표적인 게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침략에 대해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 일본군 군대위안부와 관련한 일본 정부의 관여를 인정하고 사과한 고노 담화, 교과서 검정에서 주변국을 배려하도록 한 미야자와 담화(근린제국 조항)의 수정 움직임이다.
이제 공은 일본에 넘어갔다. 일본은 말로만 과거의 담화를 계승한다고 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그 첫걸음이 고노 담화 등의 수정 움직임을 중단하는 것이다.
2014년 2월 27일 목요일
중앙 [사설] '편성위' 법제화는 민간방송에 대한 자율권 침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의 법안심사소위가 방송사들이 의무적으로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를 구성·운영하도록 하는 방송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이 조항은 KBS 같은 공영방송뿐 아니라 민간방송(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보도채널)에도 적용된다. 이는 방송의 자율권을 구속하고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악법이다.
법에 따르면 편성위는 방송사의 편성규약을 제정해 공표하는 권한을 갖게 된다. 편성규약은 방송 편성권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으로, 회사에 비유하면 경영지침과 비슷하다. 이처럼 이는 핵심적인 부분이어서 당연히 현재는 경영진이 편성규약을 만드는 권한을 지닌다. 이런 권한을 편성위로 넘기고 편성위를 노사 동수로 구성하도록 하는 건 민간기업에 노사 동수로 경영위원회를 만들라고 하는 것과 같다.

민주당은 당초 KBS·MBC 등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이를 추진했다. 하지만 공정성 확보를 위해선 가장 효율적이고 부작용이 적은 방안이 채택돼야 한다. 정권은 공정성 의식이 투철한 인사를 경영진으로 임명하고, 경영진은 노조 등 종사자와 시청자 대표의 합리적인 의견을 수렴하며, 언론과 시민사회는 공정성을 감시하는 삼각체제가 잘 형성되면 공정성은 바로 설 것이다. 이런 순리적인 접근을 놔두고 노사 동수 편성위라는 장치를 만들면 혼란이 우려된다. 이를 무대로 강성노조의 의지, 정치세력을 포함한 외부의 입김, 방송 프로를 둘러싼 사회의 갈등이 마구 엉킬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를 민간방송에까지 확대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민간방송은 민간이 자본을 투자하는 것이며, 따라서 방송의 지향성도 공영방송과 차이가 있다. 민간방송은 사학(私學)처럼 고유한 설립 취지가 중요하다. 방송 내용에서도 민간방송은 공익성과 함께 상업성도 자유롭게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경영권을 보호해야 민간기업이 생존하듯이 편성권을 보장해야 민간방송도 산다. 방송법 개정안은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 자유에 어긋나는 것으로 위헌 소지가 크다. 이런 악법이 탄생해서는 안 된다.
법에 따르면 편성위는 방송사의 편성규약을 제정해 공표하는 권한을 갖게 된다. 편성규약은 방송 편성권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으로, 회사에 비유하면 경영지침과 비슷하다. 이처럼 이는 핵심적인 부분이어서 당연히 현재는 경영진이 편성규약을 만드는 권한을 지닌다. 이런 권한을 편성위로 넘기고 편성위를 노사 동수로 구성하도록 하는 건 민간기업에 노사 동수로 경영위원회를 만들라고 하는 것과 같다.
민주당은 당초 KBS·MBC 등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이를 추진했다. 하지만 공정성 확보를 위해선 가장 효율적이고 부작용이 적은 방안이 채택돼야 한다. 정권은 공정성 의식이 투철한 인사를 경영진으로 임명하고, 경영진은 노조 등 종사자와 시청자 대표의 합리적인 의견을 수렴하며, 언론과 시민사회는 공정성을 감시하는 삼각체제가 잘 형성되면 공정성은 바로 설 것이다. 이런 순리적인 접근을 놔두고 노사 동수 편성위라는 장치를 만들면 혼란이 우려된다. 이를 무대로 강성노조의 의지, 정치세력을 포함한 외부의 입김, 방송 프로를 둘러싼 사회의 갈등이 마구 엉킬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를 민간방송에까지 확대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민간방송은 민간이 자본을 투자하는 것이며, 따라서 방송의 지향성도 공영방송과 차이가 있다. 민간방송은 사학(私學)처럼 고유한 설립 취지가 중요하다. 방송 내용에서도 민간방송은 공익성과 함께 상업성도 자유롭게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경영권을 보호해야 민간기업이 생존하듯이 편성권을 보장해야 민간방송도 산다. 방송법 개정안은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 자유에 어긋나는 것으로 위헌 소지가 크다. 이런 악법이 탄생해서는 안 된다.
중앙 [사설] 문화 갈증 입증한 '문화누리카드' 소동
박근혜 대통령은 그제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뮤지컬을 관람하며 온 국민이 문화를 즐기시라고 독려했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다양한 문화시설이 무료나 할인 혜택을 펴 누구나 문화활동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국가 캠페인이다. 정부가 나서서 문화가 ‘있는’ 날을 굳이 정한 까닭은 문화야말로 있는 자와 없는 자의 향유 격차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같은 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이 격차를 줄이려고 문화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문화누리카드’ 발급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은 가족당 연간 10만원에 청소년 1인당 5만원씩 세대 내 5명까지 발급해 최대 35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신청 대상자는 324만 명이지만 예산 탓에 144만 명에게 520억원의 현금카드 혜택을 줄 계획이었다. 국정기조에 문화융성을 꼽은 정부가 문화를 ‘누리라’며 국민에게 돈을 푼 것이다.
물론 전달 방식의 문제는 있었다. ‘문화 바우처’란 이름으로 세대당 5만원이었던 지난해는 연말까지 신청자가 92%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해부터 지원 금액이 대폭 오르고 인터넷 검색어 상위에 오르는 등 홍보가 널리 되면서 신청이 폭발했다. 여기에다 ‘선착순’이라는 무리수를 두다 보니 재원이 한정된 만큼 첫날부터 주민자치센터 전산시스템이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신청자들은 문화누리카드 홈페이지가 종일 먹통이 되자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이 소동을 뒤집어 보면 저소득층의 문화 갈증이 그만큼 심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과감하게 문화누리카드 예산을 늘려 단지 가난하다는 이유로 문화에서 소외된 이웃들에게는 문화를 향유할 기회를 넓혀줘야 한다. 또한 받는 사람의 입장을 헤아린다면 보다 세심한 전달 체계가 필요하다.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선착순이 아니라 공평하고 합리적인 분배 원칙을 세워야 할 것이다. ‘문화가 없는 날’이 태반인 소외 계층에 ‘문화가 있는 날’을 마련해 주는 것은 우리 공동체의 의무이자 예의다. 그렇게 속 깊게 우리 이웃을 보듬는 마음이야말로 바로 진정한 문화다.
같은 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이 격차를 줄이려고 문화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문화누리카드’ 발급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은 가족당 연간 10만원에 청소년 1인당 5만원씩 세대 내 5명까지 발급해 최대 35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신청 대상자는 324만 명이지만 예산 탓에 144만 명에게 520억원의 현금카드 혜택을 줄 계획이었다. 국정기조에 문화융성을 꼽은 정부가 문화를 ‘누리라’며 국민에게 돈을 푼 것이다.
물론 전달 방식의 문제는 있었다. ‘문화 바우처’란 이름으로 세대당 5만원이었던 지난해는 연말까지 신청자가 92%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해부터 지원 금액이 대폭 오르고 인터넷 검색어 상위에 오르는 등 홍보가 널리 되면서 신청이 폭발했다. 여기에다 ‘선착순’이라는 무리수를 두다 보니 재원이 한정된 만큼 첫날부터 주민자치센터 전산시스템이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신청자들은 문화누리카드 홈페이지가 종일 먹통이 되자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이 소동을 뒤집어 보면 저소득층의 문화 갈증이 그만큼 심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과감하게 문화누리카드 예산을 늘려 단지 가난하다는 이유로 문화에서 소외된 이웃들에게는 문화를 향유할 기회를 넓혀줘야 한다. 또한 받는 사람의 입장을 헤아린다면 보다 세심한 전달 체계가 필요하다.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선착순이 아니라 공평하고 합리적인 분배 원칙을 세워야 할 것이다. ‘문화가 없는 날’이 태반인 소외 계층에 ‘문화가 있는 날’을 마련해 주는 것은 우리 공동체의 의무이자 예의다. 그렇게 속 깊게 우리 이웃을 보듬는 마음이야말로 바로 진정한 문화다.
중앙 [사설] 공무원·군인·사학연금, 이번엔 '셀프 개혁' 안 된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27일 공무원·군인·사학 등 3대 공적연금 개혁기구를 새누리당 경제혁신위원회 산하에 만들어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사흘 전 박근혜 대통령이 담화에서 “3대 공적 연금에 대해 내년에 재정재계산을 실시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법도 개정하겠다”고 의지를 보이자 이에 상응한 것이다. 대통령과 집권당이 나서 강한 의지를 피력하니 이번에는 뭔가 이뤄질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든다. 그동안 국민과 전문가 집단, 언론이 나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개혁을 주문했지만 소리 없는 아우성에 지나지 않았다. 이번에도 기획재정부 등의 관료들이 ‘경제혁신 3개년 개혁’에 넣지 않으려 미적거렸는데 이를 뛰어넘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임을 감안하면 대단한 용기임에 틀림없다.
3대 연금은 시한폭탄이다. 공무원·군인연금은 이미 기금이 고갈돼 국고로 막고 있고 사학연금은 20년 후에 그리 될 소지가 크다. 이 정부에서만 두 연금 적자 보전에 22조원이 필요하다. 2년치 기초연금을 지급할 수 있는 돈이다. 이대로 두면 적자보전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후세대들에게 두고두고 짐을 안기게 된다.

공무원들은 “2009년 개혁했는데 또 무슨 개혁이냐”고 반발한다. 그러나 당시 조치는 개혁이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울 정도다. 국민연금은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노후연금의 비율)을 43% 깎았지만 공무원연금은 25%만 깎았다. 2009년 공무원연금 개혁 때 연금수령 연령을 65세로 늦추고 유족연금 비율을 10%포인트 낮췄지만 2010년 이후 가입자만 적용함으로써 반쪽도 안 되는 개혁으로 그쳤다. 기존 공무원은 별 영향이 없고, 아직 들어오지도 않은 미래의 공무원에게만 희생을 전가한 어이없는 꼼수였다.
실패 원인은 ‘셀프 개혁’이었기 때문이다. 2007년 공무원연금발전위원회는 공무원과 공무원 노조, 대학교수 등 이해당사자가 주도했다. 3대 연금과 무관한 사람은 4분의 1도 안 됐다. 거기서 다수결로 밀어붙였다. 특히 대학교수가 문제다. 중립적 전문가인 것처럼 보이지만 국립대 교수는 공무원연금, 사립대교수는 사학연금 당사자다.
이번엔 국회가 주도해야 한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국회에 개혁기구를 만들고, 그 밑에 3개의 실행위원회(재정재계산위원회)를 둬 공무원들이 실무적인 뒷받침을 해야 한다. 위원 구성부터 국회가 감시해야 한다. 이번에도 공무원에게 맡겨뒀다가는 2009년의 꼼수가 되풀이될 게 뻔하다. 중장기적으로 3대 공적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하는 게 바람직하다. 일본은 지난해 그렇게 했다. 1990년대 스웨덴은 국회가 여야를 초월해 연금개혁을 완수했다.
3대 공적연금 개혁은 공공 분야 개혁의 제1 과제가 돼야 한다. 공기업 방만경영을 바로잡으려면 먼저 정부부터 뼈를 깎는 자기 쇄신의 모범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개혁의 성패는 여기에 달려 있다.
3대 연금은 시한폭탄이다. 공무원·군인연금은 이미 기금이 고갈돼 국고로 막고 있고 사학연금은 20년 후에 그리 될 소지가 크다. 이 정부에서만 두 연금 적자 보전에 22조원이 필요하다. 2년치 기초연금을 지급할 수 있는 돈이다. 이대로 두면 적자보전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후세대들에게 두고두고 짐을 안기게 된다.
공무원들은 “2009년 개혁했는데 또 무슨 개혁이냐”고 반발한다. 그러나 당시 조치는 개혁이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울 정도다. 국민연금은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노후연금의 비율)을 43% 깎았지만 공무원연금은 25%만 깎았다. 2009년 공무원연금 개혁 때 연금수령 연령을 65세로 늦추고 유족연금 비율을 10%포인트 낮췄지만 2010년 이후 가입자만 적용함으로써 반쪽도 안 되는 개혁으로 그쳤다. 기존 공무원은 별 영향이 없고, 아직 들어오지도 않은 미래의 공무원에게만 희생을 전가한 어이없는 꼼수였다.
실패 원인은 ‘셀프 개혁’이었기 때문이다. 2007년 공무원연금발전위원회는 공무원과 공무원 노조, 대학교수 등 이해당사자가 주도했다. 3대 연금과 무관한 사람은 4분의 1도 안 됐다. 거기서 다수결로 밀어붙였다. 특히 대학교수가 문제다. 중립적 전문가인 것처럼 보이지만 국립대 교수는 공무원연금, 사립대교수는 사학연금 당사자다.
이번엔 국회가 주도해야 한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국회에 개혁기구를 만들고, 그 밑에 3개의 실행위원회(재정재계산위원회)를 둬 공무원들이 실무적인 뒷받침을 해야 한다. 위원 구성부터 국회가 감시해야 한다. 이번에도 공무원에게 맡겨뒀다가는 2009년의 꼼수가 되풀이될 게 뻔하다. 중장기적으로 3대 공적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하는 게 바람직하다. 일본은 지난해 그렇게 했다. 1990년대 스웨덴은 국회가 여야를 초월해 연금개혁을 완수했다.
3대 공적연금 개혁은 공공 분야 개혁의 제1 과제가 돼야 한다. 공기업 방만경영을 바로잡으려면 먼저 정부부터 뼈를 깎는 자기 쇄신의 모범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개혁의 성패는 여기에 달려 있다.
조선 [사설] SK 판결이 재벌 총수와 임직원 모두에게 던지는 경고
대법원은 27일 SK 계열사 자금 450억원을 개인 투자금 명목으로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한 상고심 재판에서 원심대로 징역 4년을 확정했다. 최 회장과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도 원심과 같은 징역 3년 6개월이 확정됐다. 최 회장 형제는 2003년부터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에게 자금을 맡겨 선물(先物)·옵션 투자를 하던 중 2008년 추가 투자금이 필요하자 SK텔레콤, SK C&C 등 계열사 자금 450억원을 불법으로 빼돌려 김씨에게 송금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SK그룹은 2013년 현재 계열사 81개, 자산 규모 140조6000억원으로 국내 재벌 그룹 가운데 삼성·현대자동차에 이어 제3위의 대기업 집단이다. 종업원 수도 7만8600명에 이른다. 이런 재벌 그룹의 총수 형제가 동시에 감옥에 갇히게 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대법원은 "재계 3위인 SK그룹의 회장과 부회장이 그룹 계열사 자금을 사적(私的)인 이익을 위해 유용한 행위 등에 대해 엄정한 책임을 물었다"고 판결 의미를 강조했다. 법원이 경제계에 전하고 싶은 경고(警告)가 여기에 담겨 있다.
무거운 실형을 선고받은 최 회장 형제의 과오(過誤)를 새삼 따질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번 판결을 계기로 최 회장 형제를 둘러싼 SK 임직원들이 과연 제 역할을 다했는지에 대해서는 한 번쯤 생각해보고 가야 한다.
최 회장 형제가 계열사 자금을 빼내 투자금으로 맡긴 최종 종착지는 SK해운 고문 직함을 갖고 있던 김원홍씨였다. 김씨는 그룹 내부에서 공식적인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 최 회장은 김씨에게 개인 자금 관리를 맡기고 그를 웃어른처럼 받들었다고 한다. 총수가 친근감을 표시하자 SK 임원·간부들은 김씨가 지시하면 무조건 실행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그를 '묻지 마 회장님'으로 불렀다는 말도 있다. 임직원들이 회장의 비공식(非公式) 라인에 있는 사람의 지시를 더 중시했다는 것이다.
회사에는 최종 의사 결정 기구로 주주총회가 있고, 일상적으로는 이사회가 중요한 자금 이동이나 신규 투자를 결정한다. 회사마다 비정상적인 자금 흐름을 감시하는 감사(監事)도 있고, 사외 이사들도 불법행위에 얼마든지 제동을 걸 수 있다. 그러나 SK그룹 내부에서 이런 공식적인 기구들은 일절 가동되지 않았다. 임원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총수와 총수의 비공식 라인에 있는 인물 사이에 오가는 거액의 자금 흐름에 대해 "나중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경고를 하지 않았다.
재벌 그룹에서 총수의 권한은 절대적이어서 때로는 사퇴를 각오하지 않고서는 지시를 함부로 거역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 상장 회사에 투자한 외국인들의 지분(持分)은 34.9%이다. SK텔레콤만 봐도 48.5%가 외국인 주주(株主)일 만큼 국제화된 기업이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총수 1인 지배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말이다. 우선 총수들부터 이번 대법원 판결의 뜻을 새겨봐야겠지만, 대기업 임직원들도 총수 지시에 복종하는 것만이 회사를 위하는 길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을 때가 됐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SK그룹은 2013년 현재 계열사 81개, 자산 규모 140조6000억원으로 국내 재벌 그룹 가운데 삼성·현대자동차에 이어 제3위의 대기업 집단이다. 종업원 수도 7만8600명에 이른다. 이런 재벌 그룹의 총수 형제가 동시에 감옥에 갇히게 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대법원은 "재계 3위인 SK그룹의 회장과 부회장이 그룹 계열사 자금을 사적(私的)인 이익을 위해 유용한 행위 등에 대해 엄정한 책임을 물었다"고 판결 의미를 강조했다. 법원이 경제계에 전하고 싶은 경고(警告)가 여기에 담겨 있다.
무거운 실형을 선고받은 최 회장 형제의 과오(過誤)를 새삼 따질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번 판결을 계기로 최 회장 형제를 둘러싼 SK 임직원들이 과연 제 역할을 다했는지에 대해서는 한 번쯤 생각해보고 가야 한다.
최 회장 형제가 계열사 자금을 빼내 투자금으로 맡긴 최종 종착지는 SK해운 고문 직함을 갖고 있던 김원홍씨였다. 김씨는 그룹 내부에서 공식적인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 최 회장은 김씨에게 개인 자금 관리를 맡기고 그를 웃어른처럼 받들었다고 한다. 총수가 친근감을 표시하자 SK 임원·간부들은 김씨가 지시하면 무조건 실행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그를 '묻지 마 회장님'으로 불렀다는 말도 있다. 임직원들이 회장의 비공식(非公式) 라인에 있는 사람의 지시를 더 중시했다는 것이다.
회사에는 최종 의사 결정 기구로 주주총회가 있고, 일상적으로는 이사회가 중요한 자금 이동이나 신규 투자를 결정한다. 회사마다 비정상적인 자금 흐름을 감시하는 감사(監事)도 있고, 사외 이사들도 불법행위에 얼마든지 제동을 걸 수 있다. 그러나 SK그룹 내부에서 이런 공식적인 기구들은 일절 가동되지 않았다. 임원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총수와 총수의 비공식 라인에 있는 인물 사이에 오가는 거액의 자금 흐름에 대해 "나중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경고를 하지 않았다.
재벌 그룹에서 총수의 권한은 절대적이어서 때로는 사퇴를 각오하지 않고서는 지시를 함부로 거역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 상장 회사에 투자한 외국인들의 지분(持分)은 34.9%이다. SK텔레콤만 봐도 48.5%가 외국인 주주(株主)일 만큼 국제화된 기업이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총수 1인 지배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말이다. 우선 총수들부터 이번 대법원 판결의 뜻을 새겨봐야겠지만, 대기업 임직원들도 총수 지시에 복종하는 것만이 회사를 위하는 길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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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사설] 국회의원·IOC 위원 문대성 '표절' 책임져야
국민대가 27일 새누리당 문대성 의원의 박사 학위논문이 "심각한 표절에 해당한다"고 최종 판정하고 "학위 취소 등 징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문 의원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태권도 금메달을 딴 스포츠맨이다. 2008년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선출돼 아직도 그 직(職)을 유지하고 있다. 국회에 들어오기 전 한 대학 스포츠과학대 교수로 일하기도 했다. 문 의원이 후배 선수들이나 제자들에게 가장 강조했던 게 아마 '페어플레이 정신'일 것이다. 그런 그가 다른 학자의 연구 성과를 '도둑질'해 박사가 되고 대학교수직에 올랐다. 2012년 총선 때 TV 토론회에 나와 "절대 표절하지 않았다"고 우겼던 것도 결국 거짓말로 드러났다.
문 의원은 이제 스포츠맨의 명예, 교수의 도덕성, 정치인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모두 잃었다. 장미란, 김연아처럼 다른 한국 선수들의 IOC 선수위원 도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문 의원은 국회의원직을 내놓음으로써 늦게나마 국민에게 정치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IOC가 조치를 내리기에 앞서 자진해 선수위원직도 사퇴해야 한다. 그게 그나마 '올림픽 영웅'으로서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고 자신을 롤모델로 여겼을 후배 선수들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길이다.
새누리당은 야당 시절 '논문 표절'을 이유 삼아 교육부 장관 두 명을 취임 2~4주 만에 쫓아냈다. 2년 전 총선을 전후해 문 의원의 표절 의혹이 제기됐을 때는 "개혁 의지를 훼손한다"며 갓 당선된 문 의원을 밀어냈다. 그랬던 사람들이 지난 20일 "문 의원은 IOC 위원으로서 체육계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논문 표절의) 과(過)가 3이라면 공(功)은 7"이라며 문 의원을 복당시켰다. 1주일 뒤면 밝혀질 조사 결과조차 확인하지 않고 제 발등을 찍은 모양이다. 이러니 새누리당이 아무리 개혁을 외치고 변화를 다짐해도 국민은 코웃음을 치는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문 의원은 이제 스포츠맨의 명예, 교수의 도덕성, 정치인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모두 잃었다. 장미란, 김연아처럼 다른 한국 선수들의 IOC 선수위원 도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문 의원은 국회의원직을 내놓음으로써 늦게나마 국민에게 정치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IOC가 조치를 내리기에 앞서 자진해 선수위원직도 사퇴해야 한다. 그게 그나마 '올림픽 영웅'으로서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고 자신을 롤모델로 여겼을 후배 선수들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길이다.
새누리당은 야당 시절 '논문 표절'을 이유 삼아 교육부 장관 두 명을 취임 2~4주 만에 쫓아냈다. 2년 전 총선을 전후해 문 의원의 표절 의혹이 제기됐을 때는 "개혁 의지를 훼손한다"며 갓 당선된 문 의원을 밀어냈다. 그랬던 사람들이 지난 20일 "문 의원은 IOC 위원으로서 체육계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논문 표절의) 과(過)가 3이라면 공(功)은 7"이라며 문 의원을 복당시켰다. 1주일 뒤면 밝혀질 조사 결과조차 확인하지 않고 제 발등을 찍은 모양이다. 이러니 새누리당이 아무리 개혁을 외치고 변화를 다짐해도 국민은 코웃음을 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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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사설] 민간방송까지 모두 '勞營 방송' 만들겠다는 건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는 26일 법안 심사 소위를 열어 지상파 방송사, 종합편성 채널, 보도 전문 채널에 편성위원회를 두도록 하는 방송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개정안은 공영방송 민영방송 가리지 않고 '사(使) 측과 종사자 측이 동수(同數)로 참여하는 편성위원회'를 구성해 편성 규약을 만들게 했다.
편성(編成)은 어떤 프로그램을 어떤 내용과 분량으로 어떻게 배열할 것인지 결정하는 방송사 운영의 핵심이다. 신문의 편집권처럼 방송 사업자의 편성권이 보장돼야 방송의 자율성도 이룰 수 있다. 방송법 4조가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 보장'을 명시한 것도 그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가 노조 주장을 받아들여 개정한 4조 4항조차 편성권이 사업자에게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업자가 취재·제작 종사자 의견을 들어 편성 규약을 제정'하게 하면서도 방법과 절차는 사업자에게 맡겼다.
그러나 국회 방송법 개정안은 편성위원회라는 기구의 설치부터 구성 방식, 규약 내용까지 일일이 강제하고 있다. 공영방송도 아닌 민간방송 편성권까지 법으로 간섭하고 규제하는 것은 세계에 유례가 없다. 노조가 편성위 절반을 차지하면 제작 방향부터 특정 프로그램 방영 여부까지 쥐고 흔들 길이 열린다. 경영권과 인사권에 끼어들면서 조직이 마비될 수도 있다. 방송이 이념을 앞세운 노조에 휘둘리면 어떻게 되는지 국민은 공영방송들에서 질리도록 봤다. 오죽하면 '노영(勞營) 방송'이라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야당은 당초 KBS 사장 인사청문회와 공영방송 공정성 강화 방안을 주로 요구했다. 노사 동수 편성위도 공영방송에만 해당했다. 그러던 야당이 다른 주장을 접는 대신 편성위를 민간방송으로 확대하는 타협안을 내자 여당이 받아들였다. 위헌(違憲) 얘기가 나오자 여당 측은 "개정 방송법을 헌법재판소로 보내면 된다"는 무책임한 변명을 했다. 방송의 생명인 편성권을 정치적 거래 대상쯤으로 여긴 여당이 아니었으면 나오지 못했을 악법(惡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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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성(編成)은 어떤 프로그램을 어떤 내용과 분량으로 어떻게 배열할 것인지 결정하는 방송사 운영의 핵심이다. 신문의 편집권처럼 방송 사업자의 편성권이 보장돼야 방송의 자율성도 이룰 수 있다. 방송법 4조가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 보장'을 명시한 것도 그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가 노조 주장을 받아들여 개정한 4조 4항조차 편성권이 사업자에게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업자가 취재·제작 종사자 의견을 들어 편성 규약을 제정'하게 하면서도 방법과 절차는 사업자에게 맡겼다.
그러나 국회 방송법 개정안은 편성위원회라는 기구의 설치부터 구성 방식, 규약 내용까지 일일이 강제하고 있다. 공영방송도 아닌 민간방송 편성권까지 법으로 간섭하고 규제하는 것은 세계에 유례가 없다. 노조가 편성위 절반을 차지하면 제작 방향부터 특정 프로그램 방영 여부까지 쥐고 흔들 길이 열린다. 경영권과 인사권에 끼어들면서 조직이 마비될 수도 있다. 방송이 이념을 앞세운 노조에 휘둘리면 어떻게 되는지 국민은 공영방송들에서 질리도록 봤다. 오죽하면 '노영(勞營) 방송'이라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야당은 당초 KBS 사장 인사청문회와 공영방송 공정성 강화 방안을 주로 요구했다. 노사 동수 편성위도 공영방송에만 해당했다. 그러던 야당이 다른 주장을 접는 대신 편성위를 민간방송으로 확대하는 타협안을 내자 여당이 받아들였다. 위헌(違憲) 얘기가 나오자 여당 측은 "개정 방송법을 헌법재판소로 보내면 된다"는 무책임한 변명을 했다. 방송의 생명인 편성권을 정치적 거래 대상쯤으로 여긴 여당이 아니었으면 나오지 못했을 악법(惡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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