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4일 화요일
[사설] 공공기관 임원 선임 절차, 대수술 필요하다
공공기관 임원에 대한 ‘낙하산 인사’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의 산하기관에선 임원추천제도의 파행 운영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원추천위원회의 심사는 요식적 절차에 그치는가 하면, 아예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위원회가 구성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다른 부처 산하기관의 사정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공공기관 임원 자리를 이런 식으로 낙하산 인사들이 꿰어차면 정부가 강조하는 공공기관 정상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는 오래전부터 지적되어온 폐해다. 업무 경험이나 전문성이 없는 인물이 정치권이나 주무부처의 힘에 기대 기관장과 감사, 집행임원과 비상임(사외)이사까지 꿰어차는 관행은 그야말로 후진적이다. 자질과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채 낙하산으로 임원이 들어선 공공기관은 상대적으로 경영성과가 저조할 뿐 아니라 내부의 비효율과 도덕적 해이가 만연했다.
낙하산 인사의 폐해를 줄이고자 하는 제도적 노력은 꾸준히 이어졌다. 그 결정판이 참여정부 말기에 도입된 임원추천제도다. 이 제도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과 기획재정부의 ‘공기업·준정부기관 인사운영에 관한 지침’을 근거로 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각 공공기관은 비상임이사와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임원을 발굴하고 심사한 뒤 적격 후보를 복수로 추천하고, 이들을 대통령이나 정부 각 부처의 수장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임원추천제도는 유명무실해졌다. 국민적 비난조차 아랑곳하지 않은 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낙하산 인사가 그 반증이다. 각 기관의 임원추천위원회가 법과 지침이 요구한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데는 정치권과 정부 각 부처의 책임이 크다고 봐야 한다. 정치권과 주무부처 등 외부의 입김에 휘둘려 임원추천위원회의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의사결정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강조하는 공공기관 혁신은 낙하산 인사 관행을 근절하지 않고는 이뤄질 수 없다.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들이 정치권이나 정부의 일방적인 입김에 휘둘린 결과가 바로 방만경영이고 부채의 누적이다. 일부 과도한 복리후생의 뿌리도 낙하산 인사 관행에 있다고 봐야 한다. 능력이나 자질이 부족한 경영진일수록 내부의 인기에 영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낙하산 인사의 폐해를 막기 위한 법과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기는커녕 요식적 절차로 전락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는 모습이다. 공공기관 정상화는 말로만 될 일이 아니다.
경향 [사설]새 한은 총재가 갖춰야 할 조건
새 한국은행 총재에 이주열 전 한은 부총재가 내정됐다. 청와대는 “한은 업무에 밝고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식견과 감각을 갖췄다”며 “조직 내 신망이 두터워 발탁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지난 35년간 한은에서 근무한 통화정책 전문가다. 평소 성장보다 물가안정이라는 한은 고유 역할을 중시했다는 점에서 김중수 총재와는 차별화된 정책을 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내정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작금의 한국경제 현실을 극복할 능력과 자질을 갖췄는지 국회의 철저한 검증이 뒤따라야 한다.
이번 인사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이다. 이 내정자가 한은에서 잔뼈가 굵은 검증된 인물인 데다 내부 평가도 비교적 후한 편이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1년간 전문성·자질 부족으로 인사 난맥상을 노출한 것과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 집권 2년차를 맞아 안정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하려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앞두고 인사청문회가 예정돼 있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제관료 출신이 총재에 앉을 경우 예상되는 한은 내부 반발과 독립성 논란도 부담이다.
어려운 경제현실에 비춰 보면 한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당장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혼란이 주된 경제현안 중 하나다. 환율과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 자칫 실물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더구나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문제나 저성장 기조도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아킬레스건이다. 정부의 성장 위주 경제정책이 가져올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물가정책 못지않게 일자리 문제도 한은의 통화정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무엇 하나 손쉬운 게 없다.
한은 총재 인사청문회는 한은 설립 후 처음이다. 이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는 공직자의 도덕성 못지않게 금융분야 전문성과 자질 검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급변하는 금융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통찰력과 거시경제 감각을 갖췄는지가 중요한 대목이다. 정부와의 관계 설정도 중요하다. 정부 눈치 살피느라 시장의 신뢰를 잃은 김 총재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한은의 독립성을 무시한 채 경제 살리자고 발권력을 동원하는 일이 되풀이돼서야 되겠는가. 변화에 둔감한 한은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이 내정자의 개혁 의지도 따져봐야 한다. 한은도 개혁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
이번 인사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이다. 이 내정자가 한은에서 잔뼈가 굵은 검증된 인물인 데다 내부 평가도 비교적 후한 편이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1년간 전문성·자질 부족으로 인사 난맥상을 노출한 것과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 집권 2년차를 맞아 안정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하려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앞두고 인사청문회가 예정돼 있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제관료 출신이 총재에 앉을 경우 예상되는 한은 내부 반발과 독립성 논란도 부담이다.
어려운 경제현실에 비춰 보면 한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당장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혼란이 주된 경제현안 중 하나다. 환율과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 자칫 실물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더구나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문제나 저성장 기조도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아킬레스건이다. 정부의 성장 위주 경제정책이 가져올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물가정책 못지않게 일자리 문제도 한은의 통화정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무엇 하나 손쉬운 게 없다.
한은 총재 인사청문회는 한은 설립 후 처음이다. 이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는 공직자의 도덕성 못지않게 금융분야 전문성과 자질 검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급변하는 금융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통찰력과 거시경제 감각을 갖췄는지가 중요한 대목이다. 정부와의 관계 설정도 중요하다. 정부 눈치 살피느라 시장의 신뢰를 잃은 김 총재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한은의 독립성을 무시한 채 경제 살리자고 발권력을 동원하는 일이 되풀이돼서야 되겠는가. 변화에 둔감한 한은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이 내정자의 개혁 의지도 따져봐야 한다. 한은도 개혁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
경향 [사설]근무일지 조작, 허위진술 종용… 이게 군대인가
가혹행위를 당한 끝에 자살한 병사의 조의금을 여단장이 가로챘다는 사실이 며칠 전 뒤늦게 보도된 적이 있다. 그런데 ‘참으로 파렴치한 지휘관’이라는 비난 속에서 유야무야될 뻔한 이 사건의 실상은 ‘조의금 횡령’이 아니었다. 자살 시도 병사를 발견한 시각과 근무일지 등을 조작하고, 부대원에게 거짓진술을 하라는 압력을 가하는 등 사건 자체를 은폐·조작했다는 의혹이 당시 복무자들의 증언으로 제기된 것이다.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2011년 12월4일 경기도 가평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 26여단 본부중대 김모 일병(당시 20세)이 자살을 시도했으나 동료들에게 발견됐을 때 숨소리도 들리고 맥박이 뛰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구급차 도착이 늦어지고 인명구조에 실패하자 간부들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사망시각과 구급차 출입기록 등을 조작하고 병사들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여단장과 중대장 등 간부들은 또 김 일병이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로 이전에도 여러번 자살을 시도했음에도 ‘우울증으로 자살했다’고 왜곡하는가 하면, 빈소에 모금된 조의금 158만원을 유족에게 전달하지 않고 임의로 사용했다고 한다.
우리는 지휘관들이 자신의 직분을 다했더라면 김 일병은 무사히 복무를 마치고 전역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가혹행위를 방지하고, 병사들의 내무생활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더라면 김 일병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김 일병을 발견한 뒤에도 초동 대처만 제대로 했더라면 그를 살릴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간부들은 결국 김 일병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으며, 사건 은폐조작과 조의금 횡령으로 그를 두번 세번 죽였던 것이다.
군당국은 지금이라도 이 사건의 전면 재수사에 나서야 한다. 증거조작과 은폐, 허위진술 종용 등의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처해야 한다. 그것이 김 일병과 유족들에게 뒤늦게나마 사죄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군대 내 사망사건에서 사망자가 소속된 부대장의 결재가 있어야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현행 제도도 뜯어고쳐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범죄 피의자도 될 수 있는 부대장이 수사에 관여하는 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건군 이래 사망한 군인 가운데 군 수사당국이 자살로 결론지은 이들은 1만3000여명이라고 한다. 1개 보병사단 병력보다 더 많은 이 숫자 가운데 김 일병의 경우처럼 억울하고 원통한 죽음은 또 얼마나 될 것인가.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2011년 12월4일 경기도 가평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 26여단 본부중대 김모 일병(당시 20세)이 자살을 시도했으나 동료들에게 발견됐을 때 숨소리도 들리고 맥박이 뛰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구급차 도착이 늦어지고 인명구조에 실패하자 간부들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사망시각과 구급차 출입기록 등을 조작하고 병사들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여단장과 중대장 등 간부들은 또 김 일병이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로 이전에도 여러번 자살을 시도했음에도 ‘우울증으로 자살했다’고 왜곡하는가 하면, 빈소에 모금된 조의금 158만원을 유족에게 전달하지 않고 임의로 사용했다고 한다.
우리는 지휘관들이 자신의 직분을 다했더라면 김 일병은 무사히 복무를 마치고 전역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가혹행위를 방지하고, 병사들의 내무생활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더라면 김 일병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김 일병을 발견한 뒤에도 초동 대처만 제대로 했더라면 그를 살릴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간부들은 결국 김 일병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으며, 사건 은폐조작과 조의금 횡령으로 그를 두번 세번 죽였던 것이다.
군당국은 지금이라도 이 사건의 전면 재수사에 나서야 한다. 증거조작과 은폐, 허위진술 종용 등의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처해야 한다. 그것이 김 일병과 유족들에게 뒤늦게나마 사죄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군대 내 사망사건에서 사망자가 소속된 부대장의 결재가 있어야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현행 제도도 뜯어고쳐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범죄 피의자도 될 수 있는 부대장이 수사에 관여하는 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건군 이래 사망한 군인 가운데 군 수사당국이 자살로 결론지은 이들은 1만3000여명이라고 한다. 1개 보병사단 병력보다 더 많은 이 숫자 가운데 김 일병의 경우처럼 억울하고 원통한 죽음은 또 얼마나 될 것인가.
경향 [사설]아베노믹스가 한국 경제에 주는 교훈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성공적인 것처럼 여겨졌던 초기 통계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회의적, 부정적 수치들로 변하고 있다. 물론 현 단계에서 아베노믹스의 실패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정책은 진행 중이고, 경제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변수도 많다. 아베노믹스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재도약이다. ‘잃어버린 20년’으로 설명되는 과거를 털고 체질 개선을 통해 1970~1980년대의 영광을 재현하자는 것이다. 2년 내 인플레이션 2% 등 구체 목표와 함께 무제한 돈을 풀면서 엔저를 유도했다. 2013년 1분기 성장률이 4.8%로 급등하고 주가가 50% 이상 오르면서 효험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약발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1%에 그쳤다. 2013년 무역적자는 전년보다 65%나 늘어난 11조4700억엔으로 사상 최악이었다. 여기에 현재 5%인 소비세가 4월부터 8%로 늘게 된다. 일본은 1997년 소비세율을 3%에서 5%로 올린 뒤 가계 구매력이 줄면서 분기 성장률이 3%에서 마이너스 3.7%로 추락한 경험이 있다.
휘청거리는 아베노믹스의 현실은 한국 경제에 여러 교훈을 던진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혁신 구상은 본질적으로 아베 정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베 총리나 박 대통령 모두 현재의 경제 상태를 침체와 도약의 갈림길로 규정하며, 저성장 구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의 양적완화를 제외하고는 기업의 성장 동력과 내수 확충을 강조하는 정책 방향도 흡사하다. 일본과 한국의 GDP 대비 내수 비중은 각각 60%, 53%이다.
아베노믹스에서 재삼 확인된 것은 수출대기업 활성화→내수 자극→경기확장 시도는 큰 성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엔화 가치는 달러 대비 17% 하락했다. 몇몇 기업이 수혜를 입었지만 기대치보다 약했다. 고용 확충 등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물가는 1.6% 올라 목표치에 근접했지만 공급 측면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진정한 소비 증가와는 거리가 멀다. 일본의 이런 상황은 대기업 주도 성장론의 한계를 의미한다.
일본 경제의 장기 정체는 사회양극화, 저출산·고령화, 취업난과 비정규직 등 구조적 요인이 크다. 미래 불안감과 늘지 않는 임금으로는 내수가 살아날 수 없다. 일본의 경제사회적 현상은 한국에 그대로 대입된다. 소비가 늘기 위해서는 개인들의 소득이 커져야 한다. 아베 총리도 임금인상에 목을 매지만 기업들은 비용 증가로 경쟁력이 떨어질까 우려해 소극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소득불평등을 낮추려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베노믹스에서 배워야 할 것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휘청거리는 아베노믹스의 현실은 한국 경제에 여러 교훈을 던진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혁신 구상은 본질적으로 아베 정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베 총리나 박 대통령 모두 현재의 경제 상태를 침체와 도약의 갈림길로 규정하며, 저성장 구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의 양적완화를 제외하고는 기업의 성장 동력과 내수 확충을 강조하는 정책 방향도 흡사하다. 일본과 한국의 GDP 대비 내수 비중은 각각 60%, 53%이다.
아베노믹스에서 재삼 확인된 것은 수출대기업 활성화→내수 자극→경기확장 시도는 큰 성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엔화 가치는 달러 대비 17% 하락했다. 몇몇 기업이 수혜를 입었지만 기대치보다 약했다. 고용 확충 등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물가는 1.6% 올라 목표치에 근접했지만 공급 측면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진정한 소비 증가와는 거리가 멀다. 일본의 이런 상황은 대기업 주도 성장론의 한계를 의미한다.
일본 경제의 장기 정체는 사회양극화, 저출산·고령화, 취업난과 비정규직 등 구조적 요인이 크다. 미래 불안감과 늘지 않는 임금으로는 내수가 살아날 수 없다. 일본의 경제사회적 현상은 한국에 그대로 대입된다. 소비가 늘기 위해서는 개인들의 소득이 커져야 한다. 아베 총리도 임금인상에 목을 매지만 기업들은 비용 증가로 경쟁력이 떨어질까 우려해 소극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소득불평등을 낮추려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베노믹스에서 배워야 할 것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한겨레 [사설] 신당 창당, 작은 이해관계에 집착 말라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 창당추진위가 3일 공동 신당추진단을 구성하는 등 본격적인 창당 작업에 들어갔다. 애초 우려했던 만큼의 내부 반발은 양쪽 모두 크게 없지만 창당으로 가는 길목에는 곳곳에 복병이 널려 있어 순항을 장담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통합신당의 첫째 과제는 지분, 주도권, 계파 등의 단어로 대표되는 현실적인 문제를 어떻게 슬기롭게 헤쳐 가느냐다. 당장 ‘5 대 5 정신’을 놓고 양쪽의 해석이 달리 나오는 등 벌써 미묘한 신경전도 감지된다. 친노·비노 등 민주당 내 기존 계파에 안철수 의원 세력까지 가세함으로써 신당의 내부 역학이 훨씬 복잡하게 전개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은 양쪽 모두 열린 마음가짐으로 임하는 것이다. 사실 신당은 통합의 명분인 새정치 구현을 위해서도 예전의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사소한 지분 문제 등으로 삐걱거릴 경우 국민적 지탄을 면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기득권을 내려놓는 자세를, 새정치연합은 욕심을 절제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오히려 양쪽이 신경을 써야 할 것은 정당의 조직 형태나 운영 방식 등에서 기존 정당과는 다른 참신한 모습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주는 일이다.
정강정책 역시 양쪽의 정강정책을 적당히 더하고 빼는 짜깁기 방식이 돼서는 안 된다. 지금의 시대적 과제가 무엇인지, 국민의 희망과 염원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치열한 내부토론이 선행돼야 한다. 민주당 안에서는 “새정치연합이 민주당보다 오른쪽에 있었던 만큼 신당의 정강정책이 우클릭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강정책의 문제는 이른바 민주당 내 강경파들의 입지와도 관련된 민감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정강정책은 내용뿐 아니라 투명하고 공개적인 결정 방식도 중요하다.
창당 작업과 사실상 거의 동시에 맞물려 진행될 6·4 지방선거 공천 문제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특히 새정치연합 후보로 지방선거를 나가려던 사람들의 거취 문제가 5 대 5 지분 문제 등과 맞물려 잡음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공천 역시 움직일 수 없는 원칙은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뽑는 것이다. 적당한 나눠먹기나 주고받기식 공천 역시 유권자들의 등을 돌리게 할 뿐이다. 이번 기회에 새정치의 대의에 걸맞은 제대로 된 공천 방식 모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신당 창당의 성공 요건은 설훈 민주당 쪽 신당추진단장이 한 말에 잘 집약돼 있다. “소아를 버리고 대의를 위해 크게 간다.” 이 말이 결코 빈말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한겨레 [사설] 우크라이나 사태, 외세 개입 삼가고 평화적 해법을
우크라이나 사태가 지역·민족 사이 갈등 고조와 외세의 개입 등으로 복잡한 국면을 맞고 있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성숙한 대처가 중요한 때다. 러시아와 미국, 유럽연합 등 관련국들은 분열을 부추기지 말고 평화적 해법 마련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지금 관심의 초점이 되는 곳은 러시아계가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데다 러시아 흑해함대가 주둔하고 있는 크림자치공화국이다. 러시아가 수천명의 병력을 투입해 크림자치공화국의 주요 시설을 장악한 것은 잘못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폭력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이익과 크림반도에 거주하는 러시아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우크라이나 정부가 동의하지 않은 병력 투입은 사실상 침공에 가깝다. 러시아군의 크림반도 주둔이 두 나라 사이의 협정에 따른 것이라고 하더라도 많은 병력을 주둔지가 아닌 곳에 배치한 것은 불법일 수밖에 없다. 러시아는 즉각 주둔지 바깥의 병력을 철수하기 바란다.
하지만 러시아군이 물러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의회와 과도정부를 장악한 친서방 세력에 두려움을 가진 크림자치공화국이 친러시아 노선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림반도에 있는 우크라이나군 병력 다수도 크림자치공화국 쪽으로 넘어갔다고 한다. 게다가 크림자치공화국은 사실상 독립을 지향하는 자치 확대 여부를 두고 오는 5월 주민투표를 치를 예정이다. 지금은 지역·민족 갈등이 크림반도를 중심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우크라이나 정국을 주도하는 과도정부와 의회는 사태의 엄중함을 직시해야 한다. 나라의 분열로 이어질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하고 적극적으로 국민 화합을 꾀해야 한다. 러시아의 제2공용어 지위를 박탈하기로 한 의회의 법률 폐지안에 대해 대통령 권한대행이 2일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적절한 결정이다. 다른 나라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나친 개입을 삼가야 한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4일 서둘러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기로 한 것은 친러시아 세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특히 군사기구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까지 나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위험하다. 과거 서방 나라들이 본의든 아니든 유고슬라비아 내전을 악화시킨 사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국민적 통합성 유지에 있다. 궁극적 해법은 우크라이나인 자신이 민주적 방법으로 찾아야 하며, 관련국들은 한발 물러서서 지원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다.
한겨레 [사설] 의사들, 명분 있더라도 파업만은 피해야
대한의사협회가 구체적인 파업 일정을 결정했다. 10일 하루 파업을 한 뒤 11~23일은 정상 근무를 하고 이어 24~29일 전면 파업을 한다는 것이다.
의사 파업을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14년 전 거의 모든 병원이 문을 닫았을 때 온 나라가 열병을 앓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파업하는 진짜 이유가 결국은 건강보험 수가 인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래도 이번 파업은 ‘의료 민영화 저지’라는 분명한 명분이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영리 자회사는 돈벌이가 주목적인 영리병원의 변종에 불과하다. 정부는 영리 자회사가 돈을 벌어 경영난에 시달리는 병원의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 돈은 결국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원격진료는 기존의 의사-환자 간의 대면진료를 돈벌이 정보통신기술로 대체하려는 의료산업화 정책으로 일차 의료를 훼손한다. 동네 병원들의 숨통을 조이고, 대형병원 쏠림현상만 심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의사들이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원하는 데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물론 파업은 ‘민주공화국’의 구성원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다. 세계의사회가 2012년 10월 제시한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관한 가이드라인에서도 “의사들은 개별 환자에 대한 의무뿐만 아니라, (의료의) 접근성과 질에 대한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시스템 개선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노동자들의 파업은 그 피해가 회사 쪽과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반면, 의사들의 파업으로 피해를 보는 쪽은 애꿎은 환자들이다. 게다가 그 피해는 생명, 건강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회복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의과대학생들이 의학도로서 전문교육을 받은 뒤 졸업 때 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정신도 파업과는 거리가 있다. 이 선서는 “나의 양심과 위엄으로써 의술을 베풀겠노라.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는 맹세를 담고 있다. 그러니 의료인들은 파업을 자제하고, 우선 정부의 의료 정책이 어떻게 잘못돼 있는지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의사들의 투쟁이 단순히 의사들의 밥그릇을 지키려는 게 아니라 국민들의 건강권과도 직결돼 있다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
파업으로 당장 비난을 받는 쪽이 의사들이라고 정부가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특히 이번처럼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파업을 불러온 경우는 정부가 최종적인 책임을 지게 마련이다. 정부가 나서서 대한의사협회 쪽과 중단된 대화를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한겨레 [사설] ‘생사람 잡는’ 군 사법제도, 전면 개혁해야
군대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를 다루는 군 사법 체계가 엉망진창이다. 신상필벌이 아니라 조작과 보복이 난무한다. 국방장관 직속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 수사와 같은 정치 사건에만 한정된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일반 사건이 더욱 심하다. 군 사법의 자의적이고 편파적인 처리에 피해를 입은 억울한 피해자들의 비명이 끊이지 않는다.
<한겨레>가 3일부터 연재하고 있는 ‘기울어진 군 사법의 저울’이란 제목의 기획기사는 충격 그 자체다. 분노에 앞서 가슴부터 먹먹해진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군대에 간 귀한 아들딸의 인권이 이렇게 무참하게 짓밟힐 수 있다는 생각에 치가 떨릴 뿐이다.
기사를 보면, 최근 자살한 사병의 조의금까지 떼어먹은 지휘관의 파렴치한 행위에 초점을 맞춰 보도된 사건의 실체는 그게 아니었다. 그 밑에는 사건의 조작·은폐라는 엄청난 반인륜적 범죄가 숨어 있었다. 요지는 상급자의 가혹행위로 자살을 꾀한 김 일병을 발견하고도 구급차가 늦게 오는 바람에 인명구조에 실패하자, 지휘관들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짜고 사망 시각과 진술서 등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당시 지휘관의 강요로 허위 증언을 했던 병사가 제대해 양심선언을 한 것이니 신빙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사건 하나만으로도 김관진 국방장관을 비롯한 군 지휘부는 석고대죄하고 엄중한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문제는 군의 횡포가 이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상관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고소를 한 김아무개(26)씨는 갖은 회유에도 고소를 취하하지 않자, 제대를 닷새 앞두고 무고죄로 보복 기소되어 수년간 생고생을 해야 했다. 반면, 일반 사회에서는 마땅히 중형을 받아야 할 성범죄 군인들이 지휘관의 감경권 행사로 특사에 버금가는 혜택을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군에서 이런 엉터리 사법 행위가 횡행하는 것은 지휘관이 입건부터 판결까지, 심지어 판결 이후까지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전근대적 군 사법제도 때문이다. 이런 제도 아래서는 구조적으로 억울한 사병이 양산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전투력이 약화하고, 군에 대한 신뢰가 저하될 게 뻔하다.
박근혜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전근대적인 군 사법제도의 전면 개혁에 나서기 바란다. 지금 사단급에 설치하도록 되어 있는 군사법원을 지역별로 광역화해 지휘관의 자의적인 개입을 줄이고, 지휘관이 형 감경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일부 유럽 국가들처럼 군사법원과 일반법원을 일체화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2014년 3월 3일 월요일
중앙 [사설] 의협 집단휴진, 명분도 실익도 없어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며 10일부터 불법 집단휴진에 들어가기로 한 것은 국민의 건강권을 무시한 처사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국민 건강을 담보로 집단의 이익을 챙기겠다는 이기주의적 판단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의협은 정부와 함께 의료발전협의회를 구성해 이끌어낸 협의 결과를 공동 발표까지 했다. 이를 뒤집고 집단휴진을 감행한다면 정부와 의료계 간 신뢰를 무너뜨리는 비이성적인 행동이며, 결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정부는 집단휴진을 해도 환자에게 돌아갈 피해를 최소화시키겠다고 했다. 그러려면 보건소·병원·대학병원의 가동체계를 미리 점검해야 한다. 몸이 불편한 국민이 문닫은 의료기관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없도록 비상진료 대책도 철저히 세워둘 필요가 있다.
정부는 불법 집단휴진을 지켜보는 국민의 차가운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 앞으로 의협의 요구에 일절 응하지 말고 지금까지의 논의 결과도 무효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는 이기적인 집단행동은 불이익만 볼 뿐이라는 사실을 각인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또한 정부는 휴진이 실행되면 구성사업자의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한 의협을 공정위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휴진에 참여한 병·의원도 의료법에 따라 행정처분(업무정지) 또는 형사처벌을 받게 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의협은 집단행동 시도를 접고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사회적 존경을 받는 전문직인 의사의 명예를 감안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건강과 환자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면 의협과 정부가 조속히 협상을 재개하는 게 마땅하다.
의협은 정부와 함께 의료발전협의회를 구성해 이끌어낸 협의 결과를 공동 발표까지 했다. 이를 뒤집고 집단휴진을 감행한다면 정부와 의료계 간 신뢰를 무너뜨리는 비이성적인 행동이며, 결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정부는 집단휴진을 해도 환자에게 돌아갈 피해를 최소화시키겠다고 했다. 그러려면 보건소·병원·대학병원의 가동체계를 미리 점검해야 한다. 몸이 불편한 국민이 문닫은 의료기관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없도록 비상진료 대책도 철저히 세워둘 필요가 있다.
정부는 불법 집단휴진을 지켜보는 국민의 차가운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 앞으로 의협의 요구에 일절 응하지 말고 지금까지의 논의 결과도 무효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는 이기적인 집단행동은 불이익만 볼 뿐이라는 사실을 각인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또한 정부는 휴진이 실행되면 구성사업자의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한 의협을 공정위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휴진에 참여한 병·의원도 의료법에 따라 행정처분(업무정지) 또는 형사처벌을 받게 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의협은 집단행동 시도를 접고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사회적 존경을 받는 전문직인 의사의 명예를 감안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건강과 환자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면 의협과 정부가 조속히 협상을 재개하는 게 마땅하다.
중앙 [사설] 푸틴의 냉정과 자제를 촉구한다
우크라이나 동남부의 크림 자치공화국으로 러시아가 병력을 대거 이동시킨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크라이나에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 상원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요청한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력 사용 승인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군사개입은 푸틴의 결심만 남겨놓은 상태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의 반대와 경고를 무릅쓰고 러시아가 무력 사용에 나선다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은 불가피하다. 우크라이나 내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세력과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내전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의 러시아계 주민과 교민·군인 등 자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신변에 대한 물리적 위협의 증거는 아직까지 없는 상태다. 시민혁명으로 탄생한 우크라이나 임시정부도 이들에 대한 보호를 약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크림반도 지역으로 병력을 이동시킨 것은 다른 의도 때문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만일 우크라이나의 혼란을 틈타 크림 자치공화국을 병합하려는 의도라면 우크라이나의 주권 존중과 영토 보전을 약속한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스스로 깨는 것이다. 리비아와 시리아 사태에 대한 외부의 군사개입에 반대하며 내세웠던 내정 불간섭 원칙과도 어긋난다.

러시아계 주민의 안전이 우려된다면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임시정부와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유엔 안보리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를 통해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 이런 절차를 무시한 채 군사개입부터 하는 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푸틴 대통령의 냉정과 자제를 촉구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의 러시아계 주민과 교민·군인 등 자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신변에 대한 물리적 위협의 증거는 아직까지 없는 상태다. 시민혁명으로 탄생한 우크라이나 임시정부도 이들에 대한 보호를 약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크림반도 지역으로 병력을 이동시킨 것은 다른 의도 때문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만일 우크라이나의 혼란을 틈타 크림 자치공화국을 병합하려는 의도라면 우크라이나의 주권 존중과 영토 보전을 약속한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스스로 깨는 것이다. 리비아와 시리아 사태에 대한 외부의 군사개입에 반대하며 내세웠던 내정 불간섭 원칙과도 어긋난다.
러시아계 주민의 안전이 우려된다면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임시정부와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유엔 안보리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를 통해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 이런 절차를 무시한 채 군사개입부터 하는 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푸틴 대통령의 냉정과 자제를 촉구한다.
중앙 [사설] 민주-안 통합, 개혁 못하면 '구 정치 합병'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이 통합해 새 정당을 만들기로 했다. 민주당은 60년의 역사와 국회의원 126명을 가진 정당이다. 반면에 새정치연합은 미처 창당이 되지 않은 신진 정치세력이다. 본질적으로 보면 사실상 안철수 세력이 기존 민주당에 흡수되는 것이다.
2012년 정치에 뛰어든 이래 안철수는 ‘새 정치’ 기치를 내걸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기득권에 묶인 구 정치세력으로 몰아붙였다. 지난 1월 21일엔 창당 추진을 선언하면서 그는 “우리 정치에서 기본이 흔들리고 있어 낡은 틀로는 더 아무 것도 담아낼 수 없고, 새 정치 세력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당 세력 지지자는 대부분 안 의원이 여러 차례 강조한 ‘독자적인 새 정당’ 공약을 믿었을 것이다.

안 의원이 노선을 바꿔 민주당과 합치려면 ‘민주당이 바뀌었다’는 명분이 똑바로 서야 한다. 안 의원은 민주당이 ‘기초공천제 폐지’라는 대선 공약을 지켰고, 이것이 변화의 출발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기득권 고수와 당내 분쟁 등 민주당이 보여준 구 정치의 각종 양태를 보면 이 부분은 안철수의 변신을 설명하기엔 너무 가볍다. 민주당은 여전히 구태의 무게는 크고 변화의 실체는 작은 상태다.
명분이 불충분함에도 변신을 택한 건 안 의원이 여러 현실적인 한계를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한때 민주당의 2배를 넘었으나 최근엔 비슷한 수준으로 추락했다. 새정치연합은 지역 기반이나 인물·정책의 차별화에서도 빈약함을 드러냈다. 새 인물의 영입이 여의치 않아 구 정치와 관련된 인물들이 주류를 이뤘다. 이런 점 때문에 안 의원이 서둘러 새 정치의 텐트를 걷고 민주당이라는 구 건물로 도피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이런 어려움을 고려해도 안 의원은 독자적인 실험을 너무 빨리 포기했다. 한국 정치사에서 많은 제3의 정치세력이 ‘조기 기권’을 거부하고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선거 실험’을 완주했다. 정주영의 국민당, 이인제의 국민신당, 이회창의 자유선진당, 문국현의 창조한국당이 그들이다. 일정 기간 후에 결국 사라졌지만 그래도 이들은 선거에서 새 정치 목소리를 냈다. 반면에 안철수는 대선 때처럼 이번에도 ‘독자적인 완주’ 약속을 저버렸다.
민주당과 안철수의 통합은 공익에 이바지하는 측면도 있다. 안 의원 측은 부인했지만 6월 지방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이 민주당과 야권연대(후보 단일화)를 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했다. 후보 단일화는 현실적으로 일어나기는 하지만 원칙적으로 유권자의 선택을 왜곡하는 편법이다. 만약 새정치연합이 일부 지역에서라도 후보 단일화를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그것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면 이는 정치에 혼란을 주는 일이 될 것이었다.
안철수 신당 세력이 인물이나 정책에서 별 차이가 없으니 차제에 민주당과 합치는 게 정도(正道)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양 세력은 통합을 선언하면서 신당의 노선으로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민생중심주의, 튼튼한 안보, 평화 구축, 통일 지향 등을 밝혔다. 이는 기존 민주당의 지향점과 같은 것이다. 그렇게 보면 ‘합칠 것이 합쳐진 것’이며 오히려 정도로 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은 2011년 12월 문재인·이해찬·문성근 등이 주축인 시민통합당과의 합당으로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 1990년대 이래 민주당은 여러 차례 통폐합을 거쳤는데 3년여 만에 다시 당명을 바꾸는 부담을 안게 됐다.
민주당과 안철수는 통합하면서 다시 ‘새 정치’라는 깃발을 내걸었다. 아마도 새 정치의 진실성에 대한 심판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다. 새 당은 구태를 확 뒤집는 정치개혁을 이뤄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통합은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사정과 이해관계에 따라 결합한 세력 합병의 수준에 그칠 것이다.
2012년 정치에 뛰어든 이래 안철수는 ‘새 정치’ 기치를 내걸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기득권에 묶인 구 정치세력으로 몰아붙였다. 지난 1월 21일엔 창당 추진을 선언하면서 그는 “우리 정치에서 기본이 흔들리고 있어 낡은 틀로는 더 아무 것도 담아낼 수 없고, 새 정치 세력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당 세력 지지자는 대부분 안 의원이 여러 차례 강조한 ‘독자적인 새 정당’ 공약을 믿었을 것이다.
안 의원이 노선을 바꿔 민주당과 합치려면 ‘민주당이 바뀌었다’는 명분이 똑바로 서야 한다. 안 의원은 민주당이 ‘기초공천제 폐지’라는 대선 공약을 지켰고, 이것이 변화의 출발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기득권 고수와 당내 분쟁 등 민주당이 보여준 구 정치의 각종 양태를 보면 이 부분은 안철수의 변신을 설명하기엔 너무 가볍다. 민주당은 여전히 구태의 무게는 크고 변화의 실체는 작은 상태다.
명분이 불충분함에도 변신을 택한 건 안 의원이 여러 현실적인 한계를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한때 민주당의 2배를 넘었으나 최근엔 비슷한 수준으로 추락했다. 새정치연합은 지역 기반이나 인물·정책의 차별화에서도 빈약함을 드러냈다. 새 인물의 영입이 여의치 않아 구 정치와 관련된 인물들이 주류를 이뤘다. 이런 점 때문에 안 의원이 서둘러 새 정치의 텐트를 걷고 민주당이라는 구 건물로 도피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이런 어려움을 고려해도 안 의원은 독자적인 실험을 너무 빨리 포기했다. 한국 정치사에서 많은 제3의 정치세력이 ‘조기 기권’을 거부하고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선거 실험’을 완주했다. 정주영의 국민당, 이인제의 국민신당, 이회창의 자유선진당, 문국현의 창조한국당이 그들이다. 일정 기간 후에 결국 사라졌지만 그래도 이들은 선거에서 새 정치 목소리를 냈다. 반면에 안철수는 대선 때처럼 이번에도 ‘독자적인 완주’ 약속을 저버렸다.
민주당과 안철수의 통합은 공익에 이바지하는 측면도 있다. 안 의원 측은 부인했지만 6월 지방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이 민주당과 야권연대(후보 단일화)를 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했다. 후보 단일화는 현실적으로 일어나기는 하지만 원칙적으로 유권자의 선택을 왜곡하는 편법이다. 만약 새정치연합이 일부 지역에서라도 후보 단일화를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그것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면 이는 정치에 혼란을 주는 일이 될 것이었다.
안철수 신당 세력이 인물이나 정책에서 별 차이가 없으니 차제에 민주당과 합치는 게 정도(正道)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양 세력은 통합을 선언하면서 신당의 노선으로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민생중심주의, 튼튼한 안보, 평화 구축, 통일 지향 등을 밝혔다. 이는 기존 민주당의 지향점과 같은 것이다. 그렇게 보면 ‘합칠 것이 합쳐진 것’이며 오히려 정도로 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은 2011년 12월 문재인·이해찬·문성근 등이 주축인 시민통합당과의 합당으로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 1990년대 이래 민주당은 여러 차례 통폐합을 거쳤는데 3년여 만에 다시 당명을 바꾸는 부담을 안게 됐다.
민주당과 안철수는 통합하면서 다시 ‘새 정치’라는 깃발을 내걸었다. 아마도 새 정치의 진실성에 대한 심판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다. 새 당은 구태를 확 뒤집는 정치개혁을 이뤄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통합은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사정과 이해관계에 따라 결합한 세력 합병의 수준에 그칠 것이다.
조선 [사설] 민주당과 합당하는 '안철수 새정치', 백기투항 아닌가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 안철수 의원이 2일 신당 창당을 통한 합당(合黨)을 선언했다. 양측은 바로 창당 준비단을 5대5로 구성, 신당 이름으로 6월 4일 지방선거에 임하겠다고 했다. 이번 합당으로 야권은 분열을 극복하게 됐고 6월 지방선거는 여야 1대1 대결로 진행되게 됐다.
야권은 선거에서 장애물을 걷어냈지만 2011년 가을 이후 우리 정치에 영향을 미쳐온 '안철수 현상'과 안 의원이 해온 말과 약속을 기억하는 유권자들에겐 이번 결정에 의아한 점이 적지 않다. 작년 4월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를 통해 현실 정치에 뛰어든 안 의원은 줄곧 '기득권 정치 타파'를 앞세워왔다. 기존 양당제가 증오와 분노를 키우고 민생(民生) 정치를 외면한다면서 '합리적 보수와 성찰적 진보'가 참여하는 신당을 만들겠다고 말해왔다. 안 의원은 지난 1월 21일 제주에서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하는 자리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함께 묶어 '기득권 세력'이라고 했다.
안 의원은 새누리당보다 민주당을 더 비판해왔다. 작년 말에는 광주에서 민주당을 향해 "지역주의에 안주하고 혁신을 거부하는 세력"이라고 비판했고, 합당 선언 불과 이틀 전인 지난 28일에도 광주를 찾아 "광주의 뜨거운 열기로 낡은 정치를 날려달라"고 했다. 안 신당 창당을 총괄해온 윤여준 전 장관도 지난 26일 "피투성이가 되어 (구정치와) 싸울 것"이라고 했다. 안 의원 측은 민주당과 선거 연대할 가능성을 일관되게 부인하며 17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 모두 후보를 낼 것이라고도 해왔다. 안 의원은 지난 2월 7일 "정치공학적 연대(連帶)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랬던 사람이 연대를 넘어 아예 합당을 결정한 것이다.
김 대표와 안 의원은 통합 발표문에서 "거짓의 정치를 심판하고 약속의 정치를 정초(定礎)하기 위해" 합당키로 했다고 했다. 기초자치단체 불(不)공천 공약을 번복한 새누리당을 겨냥한 것이다. 공약 번복은 강하게 비판할 수 있는 것이지만, 기초단체 공천 문제 하나와 안 의원의 모든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새 정치' 전체를 맞바꾼다는 것은 잘 납득되지 않는다.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사람도 모이지 않는 절박한 상황에서 자신이 기득권이라고 비난했던 쪽이 내민 손을 잡은 것이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안 의원은 민주당 안에서 다음 대통령 선거를 노려보겠다고 방향을 바꾼 듯하다. 만약 그렇다면 '구(舊)정치에 대한 새 정치의 백기 투항'이라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안 의원 측이 신당을 창당하려는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에 직면했으리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그랬다 해도 이렇게 하루아침에 정반대로 발길을 바꾸는 것은 낡은 정치와는 조금이라도 다른 정치를 추구하던 사람이 취할 태도는 아니다.
지금의 민주당은 2012년 총선 불과 4개월 전 여러 세력이 모여 창당된 민주통합당이 대선 패배 후 이름만 바꾼 것이다. 야권은 그동안 선거가 끝나면 분열했다가 선거가 임박하면 신당을 급조해 합치는 이합집산을 거듭해왔다. 2000년 이후만 쳐도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 대통합민주신당, 통합민주당, 민주당, 민주통합당, 민주당 등 현기증이 날 정도로 당을 바꿨다. 이번에도 선거 3개월 전에 또 신당을 만들게 된다. 민주당과 안 의원 측은 합당을 선언하면서 "약속을 지키는 새 정치를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어느덧 안 의원 입에서 나오는 '약속'이란 말이 어색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간의 경험으로 보면 이 정당이 선거용 급조 정당인지 여부가 드러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야권은 선거에서 장애물을 걷어냈지만 2011년 가을 이후 우리 정치에 영향을 미쳐온 '안철수 현상'과 안 의원이 해온 말과 약속을 기억하는 유권자들에겐 이번 결정에 의아한 점이 적지 않다. 작년 4월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를 통해 현실 정치에 뛰어든 안 의원은 줄곧 '기득권 정치 타파'를 앞세워왔다. 기존 양당제가 증오와 분노를 키우고 민생(民生) 정치를 외면한다면서 '합리적 보수와 성찰적 진보'가 참여하는 신당을 만들겠다고 말해왔다. 안 의원은 지난 1월 21일 제주에서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하는 자리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함께 묶어 '기득권 세력'이라고 했다.
안 의원은 새누리당보다 민주당을 더 비판해왔다. 작년 말에는 광주에서 민주당을 향해 "지역주의에 안주하고 혁신을 거부하는 세력"이라고 비판했고, 합당 선언 불과 이틀 전인 지난 28일에도 광주를 찾아 "광주의 뜨거운 열기로 낡은 정치를 날려달라"고 했다. 안 신당 창당을 총괄해온 윤여준 전 장관도 지난 26일 "피투성이가 되어 (구정치와) 싸울 것"이라고 했다. 안 의원 측은 민주당과 선거 연대할 가능성을 일관되게 부인하며 17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 모두 후보를 낼 것이라고도 해왔다. 안 의원은 지난 2월 7일 "정치공학적 연대(連帶)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랬던 사람이 연대를 넘어 아예 합당을 결정한 것이다.
김 대표와 안 의원은 통합 발표문에서 "거짓의 정치를 심판하고 약속의 정치를 정초(定礎)하기 위해" 합당키로 했다고 했다. 기초자치단체 불(不)공천 공약을 번복한 새누리당을 겨냥한 것이다. 공약 번복은 강하게 비판할 수 있는 것이지만, 기초단체 공천 문제 하나와 안 의원의 모든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새 정치' 전체를 맞바꾼다는 것은 잘 납득되지 않는다.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사람도 모이지 않는 절박한 상황에서 자신이 기득권이라고 비난했던 쪽이 내민 손을 잡은 것이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안 의원은 민주당 안에서 다음 대통령 선거를 노려보겠다고 방향을 바꾼 듯하다. 만약 그렇다면 '구(舊)정치에 대한 새 정치의 백기 투항'이라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안 의원 측이 신당을 창당하려는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에 직면했으리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그랬다 해도 이렇게 하루아침에 정반대로 발길을 바꾸는 것은 낡은 정치와는 조금이라도 다른 정치를 추구하던 사람이 취할 태도는 아니다.
지금의 민주당은 2012년 총선 불과 4개월 전 여러 세력이 모여 창당된 민주통합당이 대선 패배 후 이름만 바꾼 것이다. 야권은 그동안 선거가 끝나면 분열했다가 선거가 임박하면 신당을 급조해 합치는 이합집산을 거듭해왔다. 2000년 이후만 쳐도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 대통합민주신당, 통합민주당, 민주당, 민주통합당, 민주당 등 현기증이 날 정도로 당을 바꿨다. 이번에도 선거 3개월 전에 또 신당을 만들게 된다. 민주당과 안 의원 측은 합당을 선언하면서 "약속을 지키는 새 정치를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어느덧 안 의원 입에서 나오는 '약속'이란 말이 어색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간의 경험으로 보면 이 정당이 선거용 급조 정당인지 여부가 드러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조선 [사설] 롯데마트, 누구를 위해 '영업시간 단축' 동의했나
롯데그룹과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지난 28일 롯데마트의 영업 종료 시각을 밤 12시에서 11시로 1시간 앞당기기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엔 '대형마트 3사가 합의 후에 동시에 시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어 다른 대형마트를 압박하는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을지로위원회는 작년 5월 남양유업 영업 사원의 대리점주에 대한 폭언 사태 이후 갑(甲)의 횡포에 맞서 을(乙)을 보호하겠다며 만든 민주당 당내 기구다.
롯데와 민주당은 이번 합의가 중소 상인과 전통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통시장은 심야(深夜) 영업을 하는 곳이 거의 없다. 롯데마트가 1시간 빨리 문을 닫는다고 시장 상인들에게 추가 이득이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밤 11시 이후 대형마트를 찾는 소비자 중엔 밤늦게까지 근무하는 취약 업종의 맞벌이 부부가 많다. 이들은 재벌 마트가 일찍 문을 닫고 나면 값이 비싼 편의점에서 장을 볼 수밖에 없어 피해를 보게 된다. 그러지 않아도 2012년 4월부터 대형마트들이 월 2회 의무적으로 휴업하고 있지만 그 후 골목 상권 형편이 좋아졌는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오히려 일자리가 줄고 마트에 납품하는 농어민과 중소 협력업체들이 고통받게 됐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작년 국정감사 때 롯데가 민주당과 '갑을(甲乙) 관계 개선을 위한 상생협력위원회'를 출범시킨 후 신동빈 롯데 회장의 국회 증인 출석이 취소됐다. 반면 위원회에 동참하지 않았던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국회에 불려가 몇 시간 동안 시달렸다. 롯데가 민주당과 영업시간 단축에 합의한 건 신 회장의 국회 호출 방어용 아니겠냐는 시각이 많다. 롯데는 누구를 위해 이런 합의를 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롯데와 민주당은 이번 합의가 중소 상인과 전통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통시장은 심야(深夜) 영업을 하는 곳이 거의 없다. 롯데마트가 1시간 빨리 문을 닫는다고 시장 상인들에게 추가 이득이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밤 11시 이후 대형마트를 찾는 소비자 중엔 밤늦게까지 근무하는 취약 업종의 맞벌이 부부가 많다. 이들은 재벌 마트가 일찍 문을 닫고 나면 값이 비싼 편의점에서 장을 볼 수밖에 없어 피해를 보게 된다. 그러지 않아도 2012년 4월부터 대형마트들이 월 2회 의무적으로 휴업하고 있지만 그 후 골목 상권 형편이 좋아졌는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오히려 일자리가 줄고 마트에 납품하는 농어민과 중소 협력업체들이 고통받게 됐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작년 국정감사 때 롯데가 민주당과 '갑을(甲乙) 관계 개선을 위한 상생협력위원회'를 출범시킨 후 신동빈 롯데 회장의 국회 증인 출석이 취소됐다. 반면 위원회에 동참하지 않았던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국회에 불려가 몇 시간 동안 시달렸다. 롯데가 민주당과 영업시간 단축에 합의한 건 신 회장의 국회 호출 방어용 아니겠냐는 시각이 많다. 롯데는 누구를 위해 이런 합의를 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조선 [사설] '의사 파업'의 피해는 '아픈 환자'들에게 돌아간다
의사협회가 오는 10일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지난 21~28일의 파업 찬반 투표에서 76.7%인 3만7472명이 파업에 찬성했다고 발표했다.
의협의 총파업 결의는 좀 느닷없다. 의협은 1월 17일 복지부와 의료발전협의회를 구성해 5차례 협의 끝에 2월 18일 '원격(遠隔) 의료와 의료 법인 자회사 설립 허용은 제한적으로 시행하고 건보 수가(酬價) 문제는 복지부가 의료계 의견을 수렴해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데 합의했다. 당시 의협 협상단은 합의 내용을 의협 비상대책위원회에 보고해 추인(追認)까지 받았다. 그랬던 것을 의협 지도부가 합의를 뒤집고 나와 총파업 투표를 강행한 것이다.
의협 지도부는 합의를 뒤집은 이유로 '합의 내용이 애매한 데다 구체적 실행 일정이 없다'는 것을 들었다. 정부와 의협 간 합의는 국회를 통과해야 하거나 다른 이해 관계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세부 실행 일정을 정해두기가 어렵다.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의사들이 병·의원의 문을 닫겠다는 것은 과잉(過剩)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의사들 파업은 정부를 상대로 투쟁하겠다는 것이지만 피해를 보는 쪽은 애꿎은 환자들이다. 국민이 환자에게 고통을 주는 의사 파업을 지지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의사 가운데 76%가 총파업에 찬성했다면 거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제약 회사와 병원 사이의 리베이트 거래에 대해 의사까지 형사처벌을 받는 쌍벌제(雙罰制)가 시행되고 있다. 선택진료비 같은 비급여 진료 항목을 축소하겠다는 정책도 의사들 수입을 줄어들게 만들 것이기 때문에 의사들이 위기의식을 느낄 수 있다. 정부는 의사들의 합리적 요구는 적극 받아들인다는 자세로 의협과 더 진지하게 대화를 해야 한다.
의협의 총파업 결의는 좀 느닷없다. 의협은 1월 17일 복지부와 의료발전협의회를 구성해 5차례 협의 끝에 2월 18일 '원격(遠隔) 의료와 의료 법인 자회사 설립 허용은 제한적으로 시행하고 건보 수가(酬價) 문제는 복지부가 의료계 의견을 수렴해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데 합의했다. 당시 의협 협상단은 합의 내용을 의협 비상대책위원회에 보고해 추인(追認)까지 받았다. 그랬던 것을 의협 지도부가 합의를 뒤집고 나와 총파업 투표를 강행한 것이다.
의협 지도부는 합의를 뒤집은 이유로 '합의 내용이 애매한 데다 구체적 실행 일정이 없다'는 것을 들었다. 정부와 의협 간 합의는 국회를 통과해야 하거나 다른 이해 관계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세부 실행 일정을 정해두기가 어렵다.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의사들이 병·의원의 문을 닫겠다는 것은 과잉(過剩)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의사들 파업은 정부를 상대로 투쟁하겠다는 것이지만 피해를 보는 쪽은 애꿎은 환자들이다. 국민이 환자에게 고통을 주는 의사 파업을 지지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의사 가운데 76%가 총파업에 찬성했다면 거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제약 회사와 병원 사이의 리베이트 거래에 대해 의사까지 형사처벌을 받는 쌍벌제(雙罰制)가 시행되고 있다. 선택진료비 같은 비급여 진료 항목을 축소하겠다는 정책도 의사들 수입을 줄어들게 만들 것이기 때문에 의사들이 위기의식을 느낄 수 있다. 정부는 의사들의 합리적 요구는 적극 받아들인다는 자세로 의협과 더 진지하게 대화를 해야 한다.
한겨레 [사설]의사들의 휴진 결의에 대해 정부가 해야 할 일
대한의사협회가 오는 10일부터 집단휴진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했다. 지난 주말 회원 의사들을 대상으로 집단휴진에 대한 찬반투표를 한 결과 76.69%의 찬성률로 가결되었다는 것이다.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지는 더 두고 보아야겠지만, 14년 만에 의사 휴·폐업이 재현될 수 있어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의사들의 결의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높은 투표 참가율과 찬성률이다. 현재 활동 중인 의사의 53.8%인 4만8861명이 투표에 참가해 압도적 다수가 찬성표를 던졌다. 얼마 전 의·정 논의기구인 의료발전협의회에서 모종의 합의문을 발표한 사실을 떠올리면 예상 밖의 결과다. 더구나 의사 파업은 국민 건강을 볼모로 한다는 비난을 무릅쓸 각오가 없으면 선뜻 내릴 수 없는 극단적 선택이다. 집행부 내의 혼란스러운 견해와는 별개로 전국의 보통 의사들이 현재의 정부 정책과 의료체제에 깊은 반감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파업의 쟁점은 원격진료와 의료영리화, 건강보험제도 개혁 등 세 가지로 모두 정부 정책 사항이다. 이 중 의료영리화는 그동안 협회 차원에서 줄곧 찬성해온 정책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의협은 2002년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의사의 진료권을 제한한다며 헌법소원을 냈고, 헌재에서 합헌 판정이 난 뒤에도 2012년 9월 다시 한번 추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랬던 의협이 의료영리화에 반대해 파업한다고 하니 진정성을 의심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다수 의사들이 집단휴진에 찬성표를 던진 만큼 이번 결의가 의료영리화에 대한 일선 의사들의 반대여론을 확인하는 유의미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의협이 말하는 의료영리화는 지난해 말 발표된 정부 정책을 가리킨다. 국내 병원이 자회사를 통해 수익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의료정책이다. 이 정책이 시행되면 비영리법인인 병원이 사실상 영리화되어 환자를 돈벌이의 대상으로 보게 되고 의료의 공공성은 순식간에 파괴될 우려가 크다.
거듭 지적하지만 의사들의 파업은 법적인 문제를 떠나 국민의 건강권 침해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어떤 명분과 이유로도 국민 다수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같은 결의에 이르게 된 데는 의료계의 반발을 무시하고 영리화를 밀어붙인 정부도 책임을 느껴야 한다. 정부는 영리화 정책의 강행을 중단하고 집단휴진과 같은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의료계와의 대화 등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의사들의 결의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높은 투표 참가율과 찬성률이다. 현재 활동 중인 의사의 53.8%인 4만8861명이 투표에 참가해 압도적 다수가 찬성표를 던졌다. 얼마 전 의·정 논의기구인 의료발전협의회에서 모종의 합의문을 발표한 사실을 떠올리면 예상 밖의 결과다. 더구나 의사 파업은 국민 건강을 볼모로 한다는 비난을 무릅쓸 각오가 없으면 선뜻 내릴 수 없는 극단적 선택이다. 집행부 내의 혼란스러운 견해와는 별개로 전국의 보통 의사들이 현재의 정부 정책과 의료체제에 깊은 반감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파업의 쟁점은 원격진료와 의료영리화, 건강보험제도 개혁 등 세 가지로 모두 정부 정책 사항이다. 이 중 의료영리화는 그동안 협회 차원에서 줄곧 찬성해온 정책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의협은 2002년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의사의 진료권을 제한한다며 헌법소원을 냈고, 헌재에서 합헌 판정이 난 뒤에도 2012년 9월 다시 한번 추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랬던 의협이 의료영리화에 반대해 파업한다고 하니 진정성을 의심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다수 의사들이 집단휴진에 찬성표를 던진 만큼 이번 결의가 의료영리화에 대한 일선 의사들의 반대여론을 확인하는 유의미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의협이 말하는 의료영리화는 지난해 말 발표된 정부 정책을 가리킨다. 국내 병원이 자회사를 통해 수익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의료정책이다. 이 정책이 시행되면 비영리법인인 병원이 사실상 영리화되어 환자를 돈벌이의 대상으로 보게 되고 의료의 공공성은 순식간에 파괴될 우려가 크다.
거듭 지적하지만 의사들의 파업은 법적인 문제를 떠나 국민의 건강권 침해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어떤 명분과 이유로도 국민 다수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같은 결의에 이르게 된 데는 의료계의 반발을 무시하고 영리화를 밀어붙인 정부도 책임을 느껴야 한다. 정부는 영리화 정책의 강행을 중단하고 집단휴진과 같은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의료계와의 대화 등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경향 [사설]김한길·안철수의 신당, 대안정당으로 발전해야
민주당의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의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이 어제 전격 합당을 선언했다. 두 사람은 2017년 정권교체와 새정치를 위해 고심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양측은 3월 중 통합신당을 출범시키고 6·4 지방선거를 통합신당의 이름으로 치를 예정이라고 한다. 합당 선언은 야당이 무기력증을 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민주당은 126석을 차지하면서도 그 숫자에 어울리는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제1야당이면서 박근혜 정부의 폭주를 제어하지도, 실정을 견제하지도 못했다. 당 내부도 사분오열된 채 제각각 다른 생각들이 모인 오합지졸 같은 모습을 보였다. 10년 실권으로 모자라 다음 집권의 길도 포기한 듯한 행태였다.
안 위원장의 신당 추진 역시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서둘러 신당 창당을 하면서 불안한 행진을 해왔다. 새정치를 내세웠지만 그에 합당한 노선과 인물, 조직을 갖추지는 못했던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는 각각 자기 몫을 하는 정당으로 발전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런데 민주당과 안 위원장의 신당은 박근혜 정부를 반대하는 야당이라는 정치적 지위를 공유하고 있었다. 지향하는 방향도 다르지 않았다. 야당 지지자 사이에서 통합 요구가 높았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두 세력이 통합하면 각자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확장할 여지가 많았고, 견제도 협력도 못하는 박근혜 정부와의 관계도 견제할 것은 견제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는 관계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사실 거대 집권세력과 무기력한 야당 간의 기우뚱한 병립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야가 어느 정도라도 힘의 균형을 유지해야 상대를 의식하며 타협하고 대화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합당 선언은 야당 지지자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국정의 정상화와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도 정치적으로 현명한 결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두 세력의 합당 그 자체가 장밋빛 미래를 저절로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파벌 다툼으로 통합신당을 껍데기로 만들 수도 있고, 지분 싸움으로 헌 정치의 수렁에 빠질 수도 있으며, 정체성을 상실한 채 잡탕정당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새정치를 반정치로 오인해 정치개혁을 통한 ‘정치 살리기’가 아닌 ‘정치 죽이기’의 길로 갈 수도 있다. 만일 그렇게 한다면 그건 이 나라의 주권을 기득권세력·재벌·관료에게 넘겨주는 행위나 다름없다. 기회를 잃고 절망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기회가 왔다고 자만에 빠지는 것도 위험한 일이다.
안 위원장의 신당 추진 역시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서둘러 신당 창당을 하면서 불안한 행진을 해왔다. 새정치를 내세웠지만 그에 합당한 노선과 인물, 조직을 갖추지는 못했던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는 각각 자기 몫을 하는 정당으로 발전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런데 민주당과 안 위원장의 신당은 박근혜 정부를 반대하는 야당이라는 정치적 지위를 공유하고 있었다. 지향하는 방향도 다르지 않았다. 야당 지지자 사이에서 통합 요구가 높았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두 세력이 통합하면 각자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확장할 여지가 많았고, 견제도 협력도 못하는 박근혜 정부와의 관계도 견제할 것은 견제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는 관계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사실 거대 집권세력과 무기력한 야당 간의 기우뚱한 병립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야가 어느 정도라도 힘의 균형을 유지해야 상대를 의식하며 타협하고 대화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합당 선언은 야당 지지자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국정의 정상화와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도 정치적으로 현명한 결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두 세력의 합당 그 자체가 장밋빛 미래를 저절로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파벌 다툼으로 통합신당을 껍데기로 만들 수도 있고, 지분 싸움으로 헌 정치의 수렁에 빠질 수도 있으며, 정체성을 상실한 채 잡탕정당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새정치를 반정치로 오인해 정치개혁을 통한 ‘정치 살리기’가 아닌 ‘정치 죽이기’의 길로 갈 수도 있다. 만일 그렇게 한다면 그건 이 나라의 주권을 기득권세력·재벌·관료에게 넘겨주는 행위나 다름없다. 기회를 잃고 절망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기회가 왔다고 자만에 빠지는 것도 위험한 일이다.
2014년 3월 2일 일요일
경향 [사설]뻔뻔한 종편, 편성권 말할 자격 있나
2월 임시국회에서 방송법 개정안 처리가 결국 물 건너갔다. 종편의 집단 반발에 놀란 새누리당이 뒤늦게 법안 심사를 보이콧했기 때문이다. 여야 합의를 무시한 채 종편의 겁박에 놀아난 새누리당의 행태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 무엇보다 조·중·동 종편의 자사이기주의는 도를 넘었다. 이들 종편 3사는 방송법 개정을 가로막기 위해 억지논리를 동원한 채 지면과 방송전파를 철저히 사유화했다. 방송 공정성을 위한 최소한의 감시마저 받지 않겠다는 안하무인격 태도에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논란이 된 규정은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 구성이다. 방송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선언적 의미일 뿐 강제력도 없는 조항이다. 그러나 조·중·동은 서로 짠 듯 지난달 28일자 신문에 이를 비난하는 사설을 일제히 실었다. 조선일보는 “공영방송도 아닌 민간방송 편성권까지 법으로 간섭하고 규제하는 것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도 법 조항의 위헌성을 제기하며 거들었다. 동아일보는 “세계 방송사에서 드문 언론자유 침해”라며 법안 개정을 추진 중인 여야 의원들의 세비가 아깝다고 썼다.
방송법 개정안은 전혀 새로운 내용도 아니다. 현행법에도 프로그램 제작의 자율성을 위해 취재 및 제작 종사자들의 의견을 들어 편성규약을 제정·공포하도록 돼 있다. 이 조항을 일정 부분 명문화한 것뿐이다. 같은 민영방송인 SBS도 지금 이 규제를 받고 있다. 종편은 사업 인허가 당시 공정방송을 위한 편성위 구성을 약속한 바 있다. 종편의 지배구조를 감안하면 설사 편성위를 구성하더라도 노조의 입김이 방송에 영향을 미칠 구조도 아니다. 이는 결국 방송이 갖는 최소한의 공적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뜻이나 다를 게 없다.
편향성뿐 아니라 부실 콘텐츠 문제 역시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방송통신위가 지난해 종편의 사업계획 이행실적을 점검한 결과 보도 프로그램 의존도나 재탕 비율이 절반에 달했다. 차마 방송이라고 말하기조차 부끄러울 지경이다. 제대로 된 방송 편성위 구성이 더 절실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방송전파는 국민의 자산이다. 민간방송을 앞세워 자기 맘대로 하겠다는 뜻이라면 방송 사업권을 반납하면 될 일이다. 종편의 조폭식 행태를 바로잡으려면 법 개정을 통한 국민 감시와 함께 철저한 재승인 심사로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이달 중으로 예정된 방통위의 종편 심사 결과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논란이 된 규정은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 구성이다. 방송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선언적 의미일 뿐 강제력도 없는 조항이다. 그러나 조·중·동은 서로 짠 듯 지난달 28일자 신문에 이를 비난하는 사설을 일제히 실었다. 조선일보는 “공영방송도 아닌 민간방송 편성권까지 법으로 간섭하고 규제하는 것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도 법 조항의 위헌성을 제기하며 거들었다. 동아일보는 “세계 방송사에서 드문 언론자유 침해”라며 법안 개정을 추진 중인 여야 의원들의 세비가 아깝다고 썼다.
방송법 개정안은 전혀 새로운 내용도 아니다. 현행법에도 프로그램 제작의 자율성을 위해 취재 및 제작 종사자들의 의견을 들어 편성규약을 제정·공포하도록 돼 있다. 이 조항을 일정 부분 명문화한 것뿐이다. 같은 민영방송인 SBS도 지금 이 규제를 받고 있다. 종편은 사업 인허가 당시 공정방송을 위한 편성위 구성을 약속한 바 있다. 종편의 지배구조를 감안하면 설사 편성위를 구성하더라도 노조의 입김이 방송에 영향을 미칠 구조도 아니다. 이는 결국 방송이 갖는 최소한의 공적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뜻이나 다를 게 없다.
편향성뿐 아니라 부실 콘텐츠 문제 역시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방송통신위가 지난해 종편의 사업계획 이행실적을 점검한 결과 보도 프로그램 의존도나 재탕 비율이 절반에 달했다. 차마 방송이라고 말하기조차 부끄러울 지경이다. 제대로 된 방송 편성위 구성이 더 절실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방송전파는 국민의 자산이다. 민간방송을 앞세워 자기 맘대로 하겠다는 뜻이라면 방송 사업권을 반납하면 될 일이다. 종편의 조폭식 행태를 바로잡으려면 법 개정을 통한 국민 감시와 함께 철저한 재승인 심사로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이달 중으로 예정된 방통위의 종편 심사 결과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한겨레 [사설] 통합신당, 정치개혁의 큰길로 나아가야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이 2일 신당 창당 방식을 통한 통합을 전격 선언했다. 양쪽은 이달 말까지 창당 절차를 마친다는 방침이어서 6·4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지형의 대변화가 현실화했다. 양쪽의 통합은 불과 사흘 정도의 짧은 기간에 속전속결로 이뤄진 것이어서 내실있는 후속작업의 필요성도 커 보인다.
두 세력의 통합은 무엇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이 힘을 모음으로써 야권 분열 우려를 씻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그간 정치권에선 두 세력이 대립을 거듭해 야권이 지방선거에서 실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진보정당과의 연대 문제 등이 있지만 야권이 단일대오를 형성함으로써 정국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기초선거 정당공천을 하지 않기로 한 것도 정당사의 한 페이지로 기록할 만하다. 야권은 당장 지방선거에서 후보 난립 등의 혼선을 겪을 수 있지만 대선 공약 이행을 통해 ‘약속의 정치’를 실천한 셈이다. 이는 사실상 기초선거 공천 방침을 세운 새누리당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사실 두 세력의 통합은 어느 한쪽도 압도적 우위를 확보하지 못한 채 양쪽 모두 지리멸렬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이 때문에 이번 통합은 현실의 어려움을 미봉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앞으로 창당 과정에서 정치개혁을 제대로 추진하는 것만이 이런 비판을 불식하는 길이다.
이번 통합은 대선 당시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의 연장선상에 있다.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두 세력의 통합 및 기초선거 무공천 등을 약속한 바 있다. 실제 통합 과정에서 이런저런 불협화음이 생기더라도 대선 때부터 국민에게 약속한 정치개혁의 대의를 실천한다는 차원에서 양쪽 모두 겸허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안철수 의원의 경우 이번 통합으로 그간의 새정치 실험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보기에 따라서는 그의 실험이 현실의 벽에 막혀 좌절했다고 할 수 있고, 더 큰 틀의 실험으로 이어진다고도 할 수 있다. 그간 안 의원 행보가 의미 있었던 것은 기존 정치권에 정치개혁이란 화두를 던졌기 때문이다. 국민은 이른바 안철수 현상을 통해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안 의원은 비록 독자신당의 꿈은 접었지만 통합신당에서 정치개혁에 매진하는 것만이 국민의 이런 기대에 보답하는 길이다. 민주당은 통합으로 몸집을 불렸다고 안도할 일은 아니다. 통합신당 창당을 계기로 뼈를 깎는 환골탈태를 하지 않을 경우 언제든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겨레 [사설] 간첩사건 증거 조작, 국정원과 검찰이 공모했나
‘탈북 화교 출신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된 국가정보원의 문서가 위조된 것으로 사실상 확인됐는데도 국정원과 검찰 쪽은 이치에 닿지 않는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검찰 진상조사팀이 국정원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통해 빨리 진실을 밝혀내지 못한다면 특검 도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이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3건의 문서가 모두 위조된 것이라는 확인 공문을 2월 중순 우리 정부에 보내온 바 있다. 피고인 유우성씨가 북한 보위부에 포섭됐다는 시기에 중국에서 북한으로 갔다는 내용의 ‘출입경기록’, 중국 화룡시 공안국이 이를 발급해준 사실이 있다는 ‘사실조회서’, 유씨 변호인 쪽이 이 두 문서가 왜 잘못됐는지를 설명한 ‘정황설명서’에 맞서 국정원·검찰이 나중에 제출한 ‘정황설명에 대한 답변서’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 정황설명서와 답변서는 모두 중국 삼합변방검사참(세관)이 발급한 것으로 돼 있는데, 대검 디지털포렌식센터의 조사 결과 두 문서의 도장이 다른 것으로 28일 드러났다. 사실상 답변서가 위조됐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국정원은 ‘도장이 다른 것과 문건의 진위 여부는 별개 문제’라든가 ‘같은 기관이라도 도장이 여러 개 있을 수 있다’ ‘도장을 찍을 때 힘의 강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등의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이 답변서가 우리 정부의 공식 협조요청 공문이 중국 정부에 도착하기도 전에 발급된 것으로 날짜가 적힌 점도 조작 의혹을 높인다. 검찰은 그동안 이 문건 등에 대해 ‘공문을 통해 정식으로 발급받은 것’이라고 말해왔다. 게다가 답변서는 출입경기록 및 사실조회서와 맥락상 연결돼 있어 답변서가 위조된 것이라면 다른 두 문서도 위조됐다고 볼 수 있다.
문서가 위조됐다면 국정원이 주도했을 것이지만 국정원과 손잡고 유씨를 기소한 검찰도 공범일 수밖에 없다. 사실상 피의자라고 할 수 있는 수사·공판 관여 검사들은 일상 업무를 계속하고 있으며 나아가 증거조작 의혹 재판에도 참여하고 있다. 검찰의 탈법적인 제 식구 감싸기 행태다. 또한 검찰은 중국 정부로부터 받은 확인 공문의 내용이 분명하지 않다는 등 자신의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간첩을 잡아야 할 국정원이 문서 조작 등을 통해 간첩을 만들어내고 정의를 모토로 삼는 검찰이 이에 동참하는 것은 있어선 안 될 일이다. 검찰이 이제라도 불명예를 덜 길은 국정원과 검찰 내부를 막론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신속하게 진실을 밝혀내는 것뿐이다. 검찰은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한겨레 [사설] 한-일 관계 개선, 일본의 태도에 달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1일 3·1절 기념사에서 비교적 길게 일본 문제를 언급했다. 분량으로 따지면, 모두 125줄로 된 기념사 중 3분의 1가량을 일본 문제에 할애했다. 지난해 기념사에서 113줄 가운데 19줄만 일본 문제를 다뤘던 것에 견줘 크게 양이 늘어났다. 반면, 일본에 대한 비판 강도는 다소 약화했다. 한-일 관계 개선을 바라는 동맹국 미국의 요구를 배려하고, 일본의 호응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집권 첫 기념사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는 것”이라는 강한 표현을 사용했다. 취임식 특사로 온 아소 다로 부총리가 남북전쟁 운운하며 침략은 보는 쪽에 따라 다르다는 궤변을 늘어놓은 데 대한 반격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박 대통령은 이번에 자극적 표현을 피했지만 역사인식과 일본군 위안부, 교과서 기술, 집단자위권 행사 움직임 등 역사인식과 관련한 한-일 관계의 현안을 두루 망라해 짚었다. 표현은 완화했지만 아베 신조 정권에 대한 요구는 더욱 구체화·다양화했다. 이는 극우 성향의 아베 신조 정권이 박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동안 일본군 위안부, 교과서, 독도,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 여러 방면에서 역사 퇴행적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는 데 대한 불가피한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지난 시대의 아픈 역사에도 불구하고 양국이 이러한 관계를 발전시켜올 수 있었던 것은 평화헌법을 토대로 주변국과 선린우호 관계를 증진하고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 등을 통해 식민 지배와 침략을 반성하면서 미래로 나아가고자 했던 역사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아베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과거 반성을 담은 각종 정부 담화의 수정 움직임을 견제했다. 또한 “쉰다섯 분밖에 남지 않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을 촉구했다.
과거사 인식 문제 말고도 한-일 간에는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할 사안이 많다. 하지만 아베 정권의 퇴행적 역사인식이 이런 진전을 막고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그 대표적인 게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침략에 대해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 일본군 군대위안부와 관련한 일본 정부의 관여를 인정하고 사과한 고노 담화, 교과서 검정에서 주변국을 배려하도록 한 미야자와 담화(근린제국 조항)의 수정 움직임이다.
이제 공은 일본에 넘어갔다. 일본은 말로만 과거의 담화를 계승한다고 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그 첫걸음이 고노 담화 등의 수정 움직임을 중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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