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18일 금요일

왜 분노해야 하는가(출처: MT)

삼성 등 대기업에 저승사자로, 경제민주화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선봉장으로 명성을 떨쳤던 장하성 고려대 교수(경영학)가 청년들의 분노와 행동을 새로운 화두로 꺼내 들었다. 

지난해 발간한 ‘한국 자본주의’에서 정의로운 경제의 필요성을 주장했던 저자는 이번에는 ‘불평등’을 이야기하는 '왜 분노해야 하는가'(한국 자본주의Ⅱ)를 통해 청년들의 분노를 정당화했다. 

장 교수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눈앞에 둔 고도의 경제성장 이면에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며 원천적인 분배가 제대로 작용하지 않았다고 진단한다. 최근 유행하는 수저론(금수저,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못한 청년층을 흙수저로 자괴하는)과도 다소 거리를 두는 점도 눈길을 끈다. 

그는 재산불평등이 빠른 시간 내에 악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애초에 가졌던 부의 차이보다는 노동소득과 임금의 불평등이 기저에 깔려있다고 했다. 대부분의 가계가 임금(노동소득)으로 살아가는데 국내 임금과 고용(일자리)가 불평등하고 불안정한 것이 부의 편중만큼 심각하는 것이다. 가계가 아닌 기업도 재벌이라는 초대기업과 대기업, 중소기업간에 격차가 현저하고 자연스레 해당 기업 근로자들의 임금격차와 거래 불평등으로도 귀결된다는 것. 

장 교수는 기업의 원천적 분배가 제대로 작용하는 것이 소득 불평등 해소의 전제조건이라며 미래세대인 청년들이 분노하고 평등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기업이나 조직에서 40 ~ 50대가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세대지만 그들은 현재 세대이고 최근 권력 핵심부에 속속 포진하는 60대 이상은 사회와 조직이 있기까지 기여한 과거세대에 그친다. 장 교수는 20 ~ 30대는 10 ~ 20년 후 사회의 중심축을 이룰 미래세대로 어제를 뒤돌아보기보다 오늘에 대해 불만을 갖고 내일의 삶을 꿈꾸는 것이 청년세대의 특권이라고 조언한다. 

청년과 관련된 최근의 연구와 저작(‘88만원 세대’, ‘아프니까 청춘이다’ 등)에 대해서도 지금의 20대는 2008년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88만원 세대보다 더 슬픈 ‘쓸모없이 남아도는 인생들인’ 잉여세대와 3포 세대가 됐다고 촌평했다. 장년, 노년층보다 더 행복감을 느끼는 청년세대들의 현실진단에 대해서는 희망을 포기한 행복과 만족을 얻었을 뿐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청년세대가) 포기한 것들은 진심으로 포기한 것이 아니라 원하면 원할수록 마음이 더 아프니까 잠시 숨기고 있는 것뿐’일 수 있다는 견해도 소개했다. 

장 교수는 청년들이 깨어나고 일어나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세상을 바로 보지 못 하는 눈먼 집단은 지쳐 죽을 때까지 제자리를 맴돌다가 스스로 자멸하게 되는 군대개미의 사례도 들었다. 기성세대의 흔적을 지우고 청년세대 자신의 눈으로 미래를 바라보고 스스로 맨 앞에 서서 만들어갈 수 밖에 없다고도 했다. 

세부 해법으로 그는 한국식 인턴제도 폐지를 청년층이 요구하고 60년 전 미국과 스웨덴 노동자, 40년 전 일본 노동자보다 긴 노동시간 단축을 외치라고 권한다. 초등학생 부모라면 ‘선행학습 안 시키기 운동’에 나서고 상황이 심각하다면 ‘선행학습 사교육 금지법’ 청원까지 필요하다는 주장도 펼친다. 

20년전인 1996년 그는 경제민주화 운동을 통해 대기업들의 양보(?)를 강권했고 10년 전인 2006년에는 라자드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일명 장하성펀드)를 통해 가치투자의 가능성을 타진하며 기업들을 압박했다. 꼭 10년 뒤인 현재 그는 청년들의 분노를 바탕으로 한 궐기를 촉구해 많은 이들의 호응도 이끌어냈다. 

웹툰 ‘미생’과 ‘송곳’의 저자인 윤태호 작가에게서는 ‘분노하라. 심판하라. 모니터 앞만 지켜서는 불면 날아갈 분노와 남의 웃음에 휘둘리는 내가 있을 뿐’이라는 전폭적인 지지서평을 끌어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참고: 블로그의 회원만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