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30일 수요일

경향_[사설]마구잡이 대출 확대 뒷감당은 누가 하나

정부의 돈 풀기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예고된 대로 다음달 1일부터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완화돼 은행에서 더 많은 돈을 빌려준다. 여기에다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국민주택기금도 동원된다. 서민 주거안정에 써야 할 돈이지만 물불 가릴 때가 아니라는 뜻이다. 정부는 또 대출을 확대하는 은행에 인센티브와 함께 부실대출에 대한 책임을 면해주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이렇게 마구잡이로 돈을 풀었다가 뒷감당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어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올 하반기 중 26조원을 풀겠다고 밝혔다. 핵심 타깃은 건설경기 부양과 대출 확대다. 이를 위해 국민주택기금에서 빌려주는 디딤돌 대출의 지원 대상도 확대된다. 무주택자뿐 아니라 1주택자에게도 기금에서 싼 이자로 돈을 빌려주되 그 시기도 9월에서 한 달 앞당기기로 했다. 담보대출 위주의 금융권 대출 관행을 손봐 대출 확대를 유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뒤탈이 나도 문제 삼지 않을 테니 맘대로 돈을 풀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시중에 돈을 풀어 경제심리를 살려보겠다는 뜻은 모르는 바 아니지만 부작용이 문제다. 당장 LTV와 DTI 확대는 가계부채와 직결돼 있다.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지금도 LTV 한도를 초과한 금융권 대출이 60조원에 육박한다. 집을 팔아도 대출금 상환은 물론 전세금도 돌려줄 수 없는 이른바 ‘깡통주택’이 즐비한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또 웃돈을 빌려주겠다는 것은 폭탄 돌리기처럼 위험한 일이다. 더구나 은행의 대출 심사를 강화해도 시원찮을 판에 묻지 마 대출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니 정부가 제정신인지 의문이 들 지경이다.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돈을 마구잡이로 풀면 잠깐이나마 체감경기가 회복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유증은 상상하기조차 싫을 정도다. 마구잡이 대출에 따른 은행 부실채권은 결국 공적자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최 부총리가 개인 빚을 대신 갚아주거나 부실대출에 대한 책임을 져줄 리도 만무하다. 이제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은행 창구의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하고 부실대출이 쌓이지 않도록 금융당국의 건전성 감독도 한층 강화돼야 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참고: 블로그의 회원만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