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이 7개월여 만에 대화의 물꼬를 텄다. 노사정 대표자들은 어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만나 각종 고용·노동 현안을 풀기 위해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2기 경제팀의 첫 출발치고는 괜찮았다. 정부부터 유연함을 보였다. 노사정 대표들은 이날 노사정위원회 안에 공공부문 관련 회의체 설치 검토에 합의했다. 그간 한국노총은 노사정위 복귀 조건으로 공공부문 논의 기구 마련을 내세웠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공공부문 정상화는 노조와 협의 대상이 아니라는 강경한 입장이었다. 그랬던 정부의 입장 변화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라고 한다.
최 부총리는 비정규직 문제를 풀어야 경제 살리기가 가능하다며 줄곧 노사정 대화 복원을 강조했다. 사실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고령화·양극화 등 각종 현안에는 노사문제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노사관계의 복원 없이는 이런 현안들이 풀릴 수 없는데다 2기 경제팀이 추진 중인 ‘소득 주도 성장’ 역시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
재계도 사회적 대타협을 요구하고 있다.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정년 연장 등 현안은 하나하나가 폭발성이 강한 이슈들이다. 이런 이슈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오다 보니 개별 기업이 홀로 감당하기 버겁다. 당장 통상임금 문제는 올 하투(夏鬪)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24일 쌍용차와 어제 한국GM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임·단협에 합의했다. 그러자 현대자동차 노조도 파업 불사를 외치며 통상임금 확대를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현대차 측은 “한국GM과 달리 정기상여금을 고정 급여로 보기 어려운데도 이를 통상임금에 포함하면 인건비가 첫해에만 4000억원가량 늘어난다”며 난색이다.
노사 간 시각차가 이처럼 크다 보니 올 임금 교섭 타결률이 지난해의 절반에 그치는 등 16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올 상반기 노사분규와 근로손실일수는 각각 45건, 10만3000일로 지난해의 3배에 달한다.
노동계에도 지금이 기회다. 2기 경제팀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가계 소득 증대에 팔을 걷어붙이겠다고 약속한 만큼 노조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됐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사안들은 워낙 노사 간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기 때문에 노동계가 목청을 높여본들 자칫 법정 공방과 극한 투쟁으로 내닫기 십상이다. 재계·정부가 모인 자리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려면 노동계의 노사정위 복귀가 우선돼야 한다. 한국노총의 조건부 복귀 선언으로 물꼬는 텄다. 민주노총도 길거리보다 책상에 마주 앉아 대화와 타협에 나서야 한다. 그게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를 회생시킬 마지막 비방(秘方)이자 노동계를 위한 현실적 선택이기도 하다. 노사정 대타협은 한국 경제를 되살릴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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