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31일 목요일

조선_[사설] 시대 변화 못 읽는 野, 이대로는 미래 없다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31일 총사퇴했다. 새정치연합은 전날 전국 15곳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참패했다. 재·보선은 그간 '여당의 무덤'으로 불려왔다. 국민이 재·보선을 집권 세력을 심판하는 기회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1997년과 2002년 대선 두 번과 2004년 총선에서 패한 뒤 전열(戰列)을 가다듬을 수 있었던 것도 거듭된 재·보선 승리를 통해서였다. 그러나 지금의 야당은 재·보선에서도 거의 힘을 쓰지 못했다. 작년에 실시된 두 차례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패한 데 이어 이번에도 15곳 중 호남 3곳과 수도권 1곳 등 4곳에서 이겼을 뿐 11석을 여당에 내줬다. 재·보선 역사상 유례가 없는 야당의 참패다.

야당에는 31일 무거운 침묵만이 가득했다고 한다. 한 야당 의원은 "머리를 망치로 맞은 듯 멍하다"고 했고, 다른 의원은 "대선에서 졌을 때보다 더 충격적"이라고 했다. 지난 10년간 현 야권은 2010년 지방선거 한 번을 빼곤 총선·대선 등 큰 선거에서 모두 졌다. 특히 2012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 올해 6월 지방선거와 이번 7·30 재·보선까지 '야당이 질 수 없는 선거'로 평가됐던 선거에서 연달아 졌다.

야당은 선거에 지면 낮은 투표율을 패인(敗因)으로 꼽곤 했다. 이번에도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낮은 투표율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고 했다. 이번 재·보선의 최종 투표율은 32.9%에 그쳤다. 그러나 야권은 투표율이 46%를 넘었던 서울 동작을에서도 패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출마한 순천·곡성의 투표율은 51.0%로 전국 최고를 기록한 반면 야당이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법원으로부터 '거짓말' 판결을 받은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전략 공천한 광주 광산을의 투표율은 22.3%로 전국 최저였다. 이것이야말로 야당의 아성으로 치부돼 온 호남 민심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일 것이다.

야당의 근본 패인은 결국 시대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것 말고는 달리 설명하기 어렵다. 지금 이 나라는 정치·사회·경제적 전환기에 놓여 있다. 저성장·저물가·저금리의 경제 체질이 고착되면서 국민은 급진적 변혁(變革)보다는 안정 속의 변화를 추구하는 성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그나마 이번 재·보선을 앞두고 새 당대표를 뽑고 '보수 혁신론'을 앞세웠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심판론'에만 매달린 채 야당이 왜 대안(代案) 세력인가를 보여주는 데는 실패했다. 새누리당의 '보수 혁신론, 경제 우선론'에 맞선 야당의 무기는 선거 때마다 들고나오는 '야권 후보 단일화'라는 낡은 수법이었다. 50대(代) 이상 유권자 수가 20~30대를 넘어선 세대 간 인구(人口) 구조 변화에 대해서도 젊은 층 투표율이 높아지기만 기대할 뿐 속수무책이다.

여(與)와 야(野)는 한국 정치가 온전히 나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두 날개다. 그 한 축이 지금 붕괴 직전의 위기에 내몰렸다는 것은 우리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일이기도 하다. 견제와 균형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정치 체제는 특정 세력의 일방적 독주(獨走)로 이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야당이 위기를 벗어나는 데 어떤 속성(速成) 해법이나 지름길이 있을 수 없다. 판에 박힌 야성(野性)만 강조하는 소수 지지층의 닫힌 시각을 뛰어넘어 국민 다수의 상식에 다가가면서 국가를 경영할 대안 세력으로 거듭나는 것이 야당이 되살아날 수 있는 유일한 활로이다. 야당이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모든 것을 부정(否定)해보고 근본적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다. 그러나 야당이 이번에도 정파 이익을 앞세우면서 정쟁(政爭)을 통한 반사이익에서 살길을 찾는다면 야당의 미래는 결코 열리지 않을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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