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22일 화요일

조선_[사설] 분노와 절망을 감사와 희망으로 바꿔주는 사람들

22일 세월호 승무원 박지영씨 영결식에 시민 수십 명이 찾아왔다. 박씨와 아무 인연이 없지만 스물두 살 그를 떠나보내며 편히 잠들기를 빌었다. 지난 사흘 빈소에도 시민들이 줄을 이었다. 아들 손 잡고 온 엄마부터 단원고 학생 또래 고교생까지 눈물을 훔치며 고마워했다. 박씨가 탈출을 도와줘 목숨 건진 승객도 머리를 숙였다. 복도엔 보낸 사람 이름이 없는 조화(弔花)가 가득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쓴 이는 '의로운 당신을 기억하겠다'고 했다.

박씨는 선장과 승무원들이 앞다퉈 도망치는 와중에도 끝까지 남아 승객을 챙겼다. 학생들에게 "빨리 위로 올라가라"고 고함치며 구명조끼를 나눠줬다. 나이 든 승객에겐 의자를 구해 와 받쳐줬다. 여학생이 "언니는 왜 구명조끼를 안 입느냐"고 묻자 "선원들은 맨 마지막이다. 너희 친구들 다 구해주고 나중에 갈게"라고 했다. 그것이 마지막 모습이었다. 박씨는 대학에 다니다 아버지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휴학하고 세월호에서 일하며 가족을 부양했다. 그를 의사자(義死者)로 기리자는 청원에 벌써 3만여명이 서명했다.

단원고 2학년 6반 담임 남윤철 교사는 기우는 선실 비상구에서 제자들에게 일일이 구명조끼를 던져줬다. 두려움에 질린 아이들을 달래 대피시켰다. 그는 가까스로 갑판까지 올라왔다가 아래층 객실로 다시 내려갔다. 안내 방송대로 객실에 앉아 있던 아이들을 물이 머리에 차오를 때까지 밀어냈다. 그는 이튿날 세월호 주변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남 교사의 6반 제자 박호진군은 쓰러진 자판기에 끼여 있던 다섯 살 여자아이를 안고 나왔다. 90도 넘게 기운 세월호 난간을 붙들고 "아기요, 여기 아기 있어요" 외쳤다. 박군은 아이부터 구명보트에 태운 뒤 배를 벗어났다. 열일곱 살 소년은 "아버지가 네 살 때 돌아가셔서, 부모 찾으며 우는 아이를 두고 나올 수 없었다"고 했다.

온 나라가 공황 상태에 빠진 지 일주일이 지났다. 우리가 이 정도밖에 안 됐던가 하는 실망과 부끄러움에 온 국민이 가슴을 앓고 있다. 하나도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다는 분노와 자책이 어둡게 드리웠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둠 속에서 사람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름 불러줄 의인(義人)과 영웅이 박지영·남윤철·박호진뿐일까.

군 잠수 요원들은 밤낮없이 차갑고 탁한 바다로 묵묵히 뛰어들고 있다. 22일엔 몸이 마비된 요원이 구축함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생업 접고 전국에서 달려온 민간 다이버도 500명을 넘는다. 변변히 밥 챙겨 먹을 겨를도 없이 쪽잠 자면서도 내 자식 같은 바닷속 아이들이 눈에 밟힌다. 자원봉사자 2000명도 모여들었다. 음식점 하던 이는 국밥을 끓이고 주부들은 설거지하고 화장실을 청소한다. 진도군청에는 구호품을 전하겠다거나 도울 방법 알려달라는 전화가 하루 몇 천 통씩 쏟아져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수원 권선중 3학년 8반 아이들도 진도로 전화를 걸어 가장 필요한 게 뭔지, 어디로 보내면 되는지 야무지게 알아봤다. 세면도구와 종이컵을 상자 열 개에 담아 써붙였다. '조금씩 모아봤습니다.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렸으면 좋겠습니다.' 진도군청으로 고교생들이 수건·비누·속옷들 보내온 것만 500건을 넘었다. 하나같이 '기적이 일어나 갇힌 아이들이 돌아오길 빈다'는 편지와 함께 왔다.

기적은 일어나지 않고 매일 사망자 숫자만 늘고 있다. 모두가 마음 둘 곳, 기댈 곳 없이 황망한 일주일이었다. 그래도 의롭고 마음 따스한 사람들의 온기(溫氣)가 분노와 절망을 어루만져준다. 이들 덕분에 대한민국은 스스로 상처를 치유할 힘이 있는 나라라는 것을 서로 확인하고 있다. 사람이 위안이고 희망이다. 다시 힘을 내자.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조선_[사설] '해수부 마피아' 이대로 두면 세월호 참사 또 난다

선박 안전에 관한 감독·성능검사 등을 담당하는 한국해운조합·한국선급을 비롯한 해양수산부 산하 민간 단체들에 해수부 퇴직 관료들이 상당수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정부로부터 선박 검사 업무를 위탁받은 한국선급은 1960년 출범 뒤 회장 11명 가운데 8명이 해수부 출신이다. 여객선사들에 대한 감독 권한을 가진 한국해운조합은 역대 이사장 12명 가운데 10명이 해수부 퇴직 관료들이다. 기관장만 따져서 해수부 산하 14개 기관·단체 가운데 11곳을 해수부 출신 고위 관료들이 장악하고 있다.

한국선급은 해운사들이 출자금을 내 만든 단체이고, 해운조합은 해운사들을 조합원으로 둔 해운사 이익 단체다. 해운사 돈을 받아 운영하는 단체가 해운사 안전 점검을 원칙대로 하기는 어렵다. 이 단체들이 제 역할을 하게 하려면 해수부가 단체들의 운용 내용을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 그러나 해수부 전관(前官)들이 단체의 회장·이사장 등을 맡고 있으니 그들의 후배인 해수부 공무원들이 제대로 감독권을 행사했을 리 없다. 해수부는 전관들을 산하단체에 낙하산으로 내려보내고, 단체들은 이 전관들을 해수부 감독을 무력화(無力化)하는 방패막이로 활용해온 것이다.

한국선급은 이번 침몰 사고에서 46개 가운데 1개밖에 펼쳐지지 않은 구명벌을 검사하면서 '양호' 판정을 내렸다. 해운조합 소속의 안전 검사 담당자는 세월호에 한도 이상 화물이 실리지 않았는지, 화물들이 제대로 묶여 있는지를 따져보지도 않고 출항을 승인했다. 한국선급과 해운조합이 이렇게 형식적인 검사와 감독을 한 것은 '해수부 마피아'들이 장악한 해운업계의 '서로 봐주기' 분위기 탓이 컸을 것이다. 해수부 전·현직과 해운 분야 종사자들이 선후배와 학연 등으로 얽힌 해수부 마피아로 인해 한국 해운업계 안전 관리가 엉망이 돼버렸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공무원과 산하기관, 감독 대상 업체들 사이에 형님 동생 하면서 골프 치며 좋은 게 좋다고 대충 넘어가는 우리 사회의 고질(痼疾)이 해운 분야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세월호 침몰은 그런 마피아 커넥션이 국민적 재앙을 불러온 극적(劇的)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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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_[사설] 삼성카드 서비스 중단도 '기본' 지키지 않은 탓

지난 20일 발생한 삼성SDS 과천 데이터센터 화재로 삼성카드의 온라인 결제 서비스가 사흘째 중단됐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살 때 삼성카드로는 결제가 되지 않고, 일반 상점에서 삼성카드를 쓰면 결제 내역을 알려주는 문자메시지도 받을 수 없다. 삼성카드 인터넷 홈페이지도 접속이 되지 않아 고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금융회사의 전산 서비스 장애가 이렇게 장기화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금융회사는 화재(火災)·지진 같은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같은 데이터를 두 곳 이상의 장소에 나눠서 저장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어느 한 곳에서 사고가 나더라도 다른 서버를 통해 곧바로 서비스를 재개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그게 상식이고 기본이다.

삼성카드는 인터넷·모바일 거래와 관련해 사고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재해복구시스템(DR)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내년 2월 차세대 데이터 시스템이 구축돼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별일 있겠느냐는 안이한 생각에 젖어 있다 이번 사고가 터졌다. 구미센터에 백업 데이터를 보관하고 있어 데이터 손실은 없다고 하지만 금융회사가 위기 대응의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다. 삼성카드 같은 대기업이 이렇게 안전 불감증에 빠져 있는 판에 중소기업들은 어떤 상황이겠는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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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_[사설] 북한, ‘핵실험 오판’하지 말아야

북한이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핵실험을 준비하는 듯한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정부가 22일 밝혔다. 구체적으로 25일을 전후해 어떤 형태로든 북쪽의 도발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은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서울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날이자 북한의 인민군 창건일, 맥스선더 한-미 공중종합훈련의 마지막날이기도 하다.
북쪽의 핵실험은 있어선 안 된다. 북쪽 강경파들은 핵실험을 통해 핵 기술 수준을 높일수록 대외관계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이는 엄청난 오판이다. 북쪽이 새로운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국제사회는 이제까지와는 질이 다른 제재에 들어갈 것이다. 북한과 국제사회를 잇는 통로가 돼온 중국도 강력한 수준의 대북 압박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북쪽은 더 철저하게 고립되고 자신과 관련한 여러 사안을 대화로 풀 기회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 긴장이 높아질 경우 북쪽 주민과 정권이 누구보다 심한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북쪽이 장거리 로켓(미사일)을 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장거리 로켓 발사 역시 중대한 도발로 받아들여 제재에 나설 것이다. 장거리 로켓 발사 자체가 유엔 결의에 어긋나는데다, 북쪽이 그동안 장거리 로켓을 먼저 발사한 뒤 국제사회가 이를 비난하면 핵실험을 밀어붙이는 행태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지금은 두 달에 걸친 한-미 연합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이 끝나고 관련국들이 6자회담 재개 방안 등을 모색하는 국면이다. 북쪽은 한반도 상황을 급격히 악화시킬 경거망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정부와 미국의 태도가 더 중요해진 상황이다. 두 나라는 대결이 아니라 대화를 추구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북쪽에 보내야 한다. 중국 등의 협력도 필요하다. 특히 좀더 진전된 6자회담 재개 방안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가 ‘북한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 행동’을 먼저 요구하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은 실망스럽다. 지난 몇 해 동안의 경험이 보여주듯이 대북 접촉을 피한 채 ‘기다리는 전략’으로 일관해서는 핵 문제 해법을 찾을 수 없다. 정부는 미국이 대북 대화에 나서도록 설득하면서 남북 관계에서도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은 단순한 대북 압박 공조를 넘어서 한반도 비핵화 노력의 전환점을 마련할 좋은 기회다. 북한이 당장 장거리 로켓 발사나 핵실험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와 미국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면 핵 문제는 진전될 수 없다.

한겨레_[사설] 꼼짝 않는 ‘174’의 안타까움

세월호가 침몰한 지 22일로 1주일째다. 고통의 나날이었다. 그러나 신문 1면에 실린 피해 현황 표에서 ‘구조 174명’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실종 난에 있던 숫자가 줄어 사망 난으로 옮겨가고 있을 뿐이다. 22일 아침 어린 여학생의 시신 5구가 추가로 수습되면서 사망자는 끝내 100명을 넘어서고 말았다. 이 화창한 봄날에 피어보지도 못한 꽃들이 처참하게 꺾여 우리 앞에 내던져지고 있는 것이다.
진도 팽목항은 통곡의 바다다. 이름 모를 시신이 건져질 때마다 부모들의 눈빛은 불안함으로 떨린다. 시신은 흰 천에 싸여 보이지 않지만 부패방지용 소독약 냄새에서 자녀의 죽음을 직감한다. 싸늘하게 식어버린 자식의 얼굴을 확인한 뒤 터져나오는 외마디 비명, 울음을 참지 못하고 꺽꺽거리는 소리로 진도 앞바다는 흔들리고 있다. 특히 세월호 선실에서 발견된 아이들의 상당수는 손가락이 골절되거나 손 밑이 퍼렇게 멍들었다고 한다. 갇힌 배 안에서 빠져나오려고 얼마나 벽을 긁었을까 싶어 목이 멘다.
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과 참담함이 목까지 차오른다. 어른들의 욕심과 비겁함이 아이들을 찬 바다에 밀어넣고 말았다. 중고 배 수입, 무리한 증축, 화물 과적, 미숙한 조종, 무책임한 선장, 무능한 정부 등등 어른들의 잘못은 100가지도 넘는다. 그중 한 가지만 제대로 했어도 아이들을 이 지경으로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뭍의 어른들은 맹세한다. 다시는 이렇게 살지 않겠다고. 원칙 따위 우습게 여기고 대강대강 편하게 돈 되는 일이면 닥치는 대로 해오던 삶을 이젠 그치겠다고. 그러니 그 춥고 어두운 곳에서 기적처럼 살아 돌아와 달라고 빌고 있다.
22일부터 나흘간 진도 앞바다는 조류가 급격히 약해지는 소조기에 접어든다고 한다. 조석간만의 차가 현저히 줄어들고 유속도 절반으로 떨어진다. 일주일 만에 잠잠해지는 바다가 야속하기 그지없지만, 실종자 수색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하니 한 가닥 희망을 걸어본다. 기적은 유사 이래 일어났고 앞으로도 일어날 것이니, 지금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구조작업을 펴고 있는 군과 경찰이 혼신의 힘을 발휘하길 빈다.

[사설] 구조적 비리까지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

세월호 참사의 직간접 원인을 가리는 전방위 수사가 시작됐다. 사고 현장의 검경합동수사본부에 이어, 세월호 출항지인 인천에서도 검찰 특별수사팀이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관리감독기관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진작 서둘렀어야 할 일이다.
세월호 참사는 선박의 수입, 증축, 안전검사, 운항 감독, 사고 이후 대응 등 단계마다 비리와 불법이 누적돼 빚어진 비극이다. 선원들에게만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다. 검경 수사도 단계별로 누가 법과 규정을 어겼는지, 누가 불법을 묵인했는지 낱낱이 따지는 데 집중해야 한다.
수사당국은 먼저 건조된 지 18년 된 낡은 배를 일본에서 들여오고 무리하게 개조한 의혹을 밝혀야 한다. 안전성이 의심되는 폐선을 수입할 수 있었던 것은 2009년 정부가 규제완화를 명분으로 여객선의 선령 제한을 20년에서 30년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일본 중고선 구입이 새 여객선 구입 비용의 10분의 1이라는 얘기도 있다. 유착을 의심할 만하다.
세월호 증축이 승인된 과정은 더 의아하다. 세월호는 선실 증축으로 무게중심이 51㎝나 높아졌다고 한다. 승무원들은 세월호가 다른 배에 견줘 유독 크게 흔들리거나 기울어지는 일이 잦아 평소에도 불안해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선박의 안전검사 기관인 한국선급은 2013년 초 각종 검사 끝에 세월호의 구조변경을 승인했다. 제대로 검사나 했는지, 위험을 알면서도 눈감은 것인지 따져야 한다.
안전검사도 엉터리였다. 한국선급은 2월 세월호에 대한 정기안전점검에서 ‘양호’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보름 뒤 인천해경의 특별점검에선 5곳의 ‘불량’이 드러났다. 점검 대상에는 이번 사고에서 피해 확대의 원인이 된 부분도 있다. 청해진해운은 3월 초 해경에 시정됐다는 공문을 보냈지만, 해경도 한국선급도 실제 시정이 이뤄졌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어떤 불법과 묵인의 관행이 있었기에 이랬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출항 전 검사 역시 눈 감고 아웅이었다. 한국선급의 계산으로는, 증축 후 세월호가 복원성을 유지할 수 있는 화물 적재 한도는 987t이었다고 한다. 실제 세월호는 그 2배 정도의 화물을 실었다. 세월호는 출항 때 과적된 화물량을 축소 보고하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선박운항 점검 기관인 한국해운조합 인천항 운항관리실은 엉터리 출항보고서를 확인하지 않았다. 인천해양항만청은 안개가 자욱한데도 시정주의보를 해제해 세월호만 출항할 수 있도록 해줬다. 원칙과 안전 대신 회사 쪽 편의만 봐주는 관행에 젖은 탓이겠다.
악취를 풍기며 드러나는 이들 비리 의혹을 규명하는 데 성역이 있을 수 없다. 한국선급과 한국해운조합의 이사장은 해양수산부의 전직 관료들이 몇십년째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선사와 이들 기관, 부처 사이에 유착과 봐주기의 비리 사슬은 없었는지 의문이다. 선박운항 감독 책임을 소홀히 한 해경도 수사의 주체가 아니라 수사 대상일 수밖에 없다. 이들 모두의 책임을 단호하게 물어 난맥상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세월호 참사는 다시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36계 중 제25계 기둥을 몰래 썩은 나무로 바꾸다,투량환주 (偸梁換柱)

36계 중 제25계 기둥을 몰래 썩은 나무로 바꾸다,투량환주 (偸梁換柱)

집의 대들보를 받치는 기둥을 몰래 바꾸면 그 집은 바로 무너진다.

상대를 기만해서 속이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몰래 바꾸는 방법으로 암암리에 사물의 본질과 내용을 바꿔치기 하는 것이다.


군사 : 러시아군,깃발을 바꿔 승리하다

1853년 크리미아 전쟁이 발발하자 영국,프랑스,이집트와 터키는 연합하여 러시아를 상대로 개전했다.

흑해에 터키 해군 원수 오스만은 해안 포병부대의 엄호가 가능하도록 함대를 해안에 근접시켜 정박했다.

안개가 서서히 흩어지자 갑자기 6척의 전투함과 2척의 순양함이 항구로 들어오고 있는데 함상에는 영국기가 펄럭였다.

오스만은 우군 함대를 보자 크게 기뻐하였다.

그런데 돌연 6척의 전함이 함포의 포구를 터키 함대 쪽으로 조준하는 것이었다.

그 순간 영국기가 내려지고 러시아 국기가 재빠르게 올라갔다.

터키의 16척의 전함 510문의 소구경 함포가 아직 위치도 잡기도 전에
러시아 함대의 720문 대,중구경 함포가 불을 뿜었다.

이 전투는
터키군 함정 손실 15척 3천명의 사상자,
러시아 사상자 272명에경미한 전함 파손이었다.


비지니스 : 마셔도 취하지 않는 칵테일

이탈리아의 술집 '미이기'의 관리자는 자기네 술집을 술취한 사람이 없으면서도 애주가들을 끌어들이는 술집으로 변화시켰다.

이 술집의 매코스의 술은 알코올류는 아주 적고,다른 음료와 섞인 칵테일이었으며,
안주는 스낵,특선 안주 등 여러가지에다 맛도 특이했다.

여러 종류의 맛있는 음식에 이끌려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을 잊어버리곤 했다.



몰래 할 때 귀신도 모를 정도로 절묘해야 하며,
'바꿔치기'할 때에도 깔끔하게 처리해 자연스럽고 완벽해야 한다.


"훔치려 하던 닭은 못 훔치고 쌀 한 줌만 손해본다."


☆중국 유엽 편저,<원전 36계에서 배우는 경영의 지혜>에서...

2014년 4월 21일 월요일

중앙_[사설] 현장에서 (2) 팽목항엔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다

“오늘부터 본격적인 수색이 시작됩니다. 지금까지 창문 17개를 깨뜨렸고요. (잠수요원들이 타고 들어가는) 가이드라인도 5개에서 10개로 늘려서 수색을 활발하게 벌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어제(21일) 오전 10시 ‘가족 지원 상황실’ 플래카드가 붙은 진도 팽목항 대합실 앞에 실종자 가족 수십여 명이 모여 있었다. 안산 단원고 가족 대표가 실종자 수색 상황을 전달했다. 한 중년 남성이 가족 대표에게 물었다.

 -30여 명이 있던 대형 객실엔 언제 들어갑니까.

 “선체 안에서는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태입니다. 대형 객실에 언제 진입할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엿새째 뜬눈으로 밤을 새운 가족들은 초췌한 얼굴로 수색 계획을 들으며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았다. 같은 시간 대합실에서 100여m 떨어진 ‘신원확인소’는 비통에 잠겨 있었다. 배에서 내려진 시신을 확인하러 들어간 가족들은 “불쌍해서 어떻게 해” “얼마나 무서웠을까”하며 울음을 토해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 수색이 본격화하면서 팽목항엔 종일 긴장감이 흘렀다. 특히 원격수중탐색장비(ROV)가 투입되는 등 수색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진도 실내체육관에 있던 실종자 가족들의 발길은 팽목항으로 향했다. 가족들은 시시각각 ‘사망자 명단’ 현황판에 적히는 신원 미상자 인상착의에 주목했다.

 ‘미상/여/학생 추정/160㎝, 긴 생머리…’.

  하지만 가족들은 깊은 슬픔과 극도의 피로 속에서도 차분함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로서 자식을 기다려야 하고, 확인해야 하고, 부둥켜안아야 하기 때문일까.

 실내체육관에 남아 있는 가족들도 체육관 입구에 설치된 ‘신원 미확인 시신’ 상황판에 붙은 인상착의를 계속 읽어나갔다. “○○○씨 가족 어디 계세요?” 이 말이 체육관 안에 울려 퍼지면 순식간에 눈물바다가 됐다.

 전국 곳곳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은 이들 실종자 가족에게 작지 않은 힘이 되고 있다. 급식, 침구류, 속옷, 양말, 의약품, 심리 상담…. 50대 여성 자원봉사자는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가족분들이 훨씬 힘드시지 않겠느냐”고 했다.

 실종자 가족의 마음을 격하게 흔드는 건 무기력한 재난관리 시스템의 실체가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족들은 “그렇게 큰 배가 침몰하고 있을 때 대체 제대로 움직인 게 뭐냐”고 묻고 있다. 실제 세월호 사고 당시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의 교신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현장에서 가동돼야 할 관리 시스템이 헛돌기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먹구구식 상황 관리는 계속되고 있다.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어제 정례 브리핑을 통해 “그간 DNA 검사로 신원 확인이 돼야 사망자 인계가 가능했으나 DNA 검사 확인서가 나오기 전이라도 가족 희망에 따라 다른 병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인계 조치를 간소화했다”고 밝혔다. 사망자 신원을 잘못 확인해 시신이 안산까지 갔다가 되돌아온 사고가 일어난 뒤 DNA 대조 검사를 강화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꼬박 하루를 대기하게 된 유족들이 항의하자 ‘DNA 확인 후 장례’로 완화한 것이다. 그제 오후에는 안전행정부 국장이 팽목항 상황실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려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고, 파문이 커지자 사표가 수리됐다. 여기에 인터넷을 통한 유언비어 유포와 실종자 모욕·비하 글이 가족들의 상처를 덧내고 있다.

 지금 팽목항에는 실종자들의 ‘무사귀환(無事歸還)’을 바라는 수백만, 수천만 국민의 염원이 모여 있다. 이를 악물고 고통을 견뎌내고 있는 사망자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에게 위로와 배려의 손길을 내밀 때다.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슬픔을 이겨낼 수 있도록 가족들의 심정에 공감하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라는 이름의 공동체가, 대한민국이 왜 존재하는지를 그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사고 해역에서 생명을 걸고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는 해군 특수전여단(UDT)과 해난구조대(SSU) 대원, 민간 잠수사들에게도 뜨거운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내야 한다. 그들의 땀방울이 바닷속에 있는 우리 아들, 딸들을 끌어올릴 것이다.

 “기다릴게~ 기적!!” “꼭! 가족 품으로!!!” “사랑하는 ○○! 얼른 만나자.” “ 내 딸. 보고 싶다.” “꼭 살아와요.”

 지난 주말 실내체육관 앞에 붙었던 대자보에 가족과 자원봉사자들이 적은 희망의 문구들이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모두 손을 모으고 가족의 마음으로 기적을 기도하자. 사망자 유족에게는 “힘내시라”는 따뜻한 한마디를 전하자. 아이들을 허망하게 보내야 했던 대형 참사의 비극은 더 이상 되풀이하지 말자. 그런 마음들이 모여 이번 위기를 극복해내길 기대한다. <진도 팽목항> 

중앙_[사설] 지금은 차분한 진실이 필요한 때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정부의 무능한 대응이 연일 비난의 도마 위에 오른다. 구조를 둘러싸고 우왕좌왕 중심을 잡지 못하면서 엉터리 발표를 거듭하는 정부에 대해 유가족뿐 아니라 일반 국민도 분노에 가까운 불신을 보내는 상황이다. 정부만큼이나 미숙하고 부적절한 형태를 보이는 게 바로 언론이다. 허위보도와 인권 침해, 과잉 취재 등이 잇따르면서 우리 언론의 신뢰는 중대한 기로에 섰다. 안타깝고 부끄럽지만 중앙일보도 예외가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홍모씨 허위 인터뷰’ 사건이다. 경찰은 21일 민간 잠수사 자격으로 한 종합편성 채널에 출연해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홍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홍씨는 이 종편에 나와 “정부 관계자가 잠수하지 못하게 막았고 ‘대충 시간이나 때우고 가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어린 학생 수백 명이 배에 갇혀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빈둥거리고 있다는 폭탄 발언을 해당 방송사는 여과 없이 내보냈다. 보도책임자가 방송에 나와 짤막하게 사과했지만 어처구니없는 허위보도의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다른 종편은 막 구조된 어린 학생에게 친구의 사망 소식을 묻는 부적절한 처신을 해 시청자들에게 격렬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지상파 3사 보도 역시 춤을 추었다. 한 지상파는 구조작업이 시작되지 않아 유가족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에서 사망보험금을 상세하게 계산해 내는 ‘친절함’을 보였다. 다른 지상파는 사지에서 막 빠져나온 아이(6)의 실명·얼굴을 공개하는가 하면, 또 다른 지상파는 구조대의 선체 진입 소식을 전하면서 “선내에 엉켜 있는 시신 다수 확인” 제목의 자극적인 오보를 내보냈다.

 기자들은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는 중대 참사를 신속히 전하기 위해 갖은 고생을 한다. 인터뷰를 거절하는 피해자·공직자를 쫓아다니며 설득하고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실을 가려내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정확성을 무시한 신속함’에 결코 면죄부가 주어지진 않는다. 지나친 속보 경쟁과 시청률을 의식한 선정 보도가 사회의 신뢰 자본을 파괴하고 있음을 언론인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때도 과잉·선정 보도가 사회의 지탄을 받았다. 당시 언론계에서 재난보도 준칙을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언론사 간 이견으로 결국 무산됐다. 이번에 한국기자협회는 준칙 제정을 다시 꺼내들었다. 언론이 함께 지키는 기준을 마련하는 일은 매우 시의적절한 작업이다. 구체적인 준칙 제정에 앞서 언론이 당장 세 가지만이라도 지켰으면 좋겠다. ▶한 번 더 확인하고 보도하기 ▶유가족 입장 고려하기 ▶인권침해 경계하기다. 저널리즘의 핵심 가치는 검증과 여과를 통한 신뢰의 창출이다. 통곡의 바다에서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차분한 진실이다. 

중앙_[사설] 현장에서 (1) 안전 사회인가, 3등 국가인가

백색 천막 안으로 사람들이 줄지어 들어갔다. 잠시 후 통곡이 터져나왔다. “내 아들 살려내! 살려내라고.”

 천막에서 나온 한 중년 남성은 뒤따라오는 젊은이에게 물었다. “○○이 아니지?” “예. 아니에요.” 한 중년 여성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우리 애가 안 와요. 우리 애가….” 다른 여성은 힘없이 혼잣말을 했다. “쟤랑 같이 있었을 텐데….”

 어제(20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 ‘신원확인소’엔 실종자 가족들이 쉴 새 없이 모여들었다. 아들, 딸의 얼굴을 확인한 가족들은 오열했고, 확인하지 못한 가족들은 충혈된 눈으로 천막을 나왔다.

 이날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 수색이 모처럼 활기를 띠면서 팽목항은 장(腸)을 끊는 듯한 슬픔과 애타는 기다림이 엇갈리고 있었다. 사고 전 한적했던 항구는 구급차와 방송사 중계차, 자원봉사대 천막들로 불철주야 병목을 이루고 있다. ‘가족 지원 상황실’ 건물 맞은편에 있는 ‘사망자 명단’ 현황판에 사망자 인상착의가 새로 적힐 때마다 가족들의 발길이 모였다 흩어진다.

 이런 상황이 닷새째 이어지면서 실종자 가족은 지쳐가고 있다. 기대는 좌절로, 슬픔은 분노로 바뀌어가고 있다. 진도 실내체육관에 있던 가족들은 어제 새벽 “정부를 못 믿겠다.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가족 대표 100여 명이 관광버스에 나눠 타고 청와대를 향해 출발하려다 경찰이 제지하자 거세게 항의하며 몸싸움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이들을 만류하려 왔던 정홍원 총리가 두 시간 넘게 차 안에 갇혀 있기도 했다. 최상환 해양경찰청 차장도 그제(19일) 오후 실내체육관에서 브리핑을 하다가 “왜 같은 말만 반복하느냐”는 가족들의 반발로 브리핑을 중단해야 했다.

 이처럼 정부에 대한 가족들의 불신이 커진 것은 정부의 재난 대응 능력이 너무도 쉽게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사고 직후 “(학생) 전원 구조”라는 잘못된 발표가 나온 데 이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뒤늦은 대처가 도마에 올랐다. 더욱이 탑승자·실종자·사망자·구조자 집계가 수차례 번복되고 부처 간 엇박자 속에 수색까지 더뎌지면서 불신의 악순환에 빠지고 말았다. 안산 단원고 학부모들은 “지금까지 정부가 한 것은 우리 요구를 뒤늦게 따라온 것밖에 없지 않느냐”고 되묻고 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제 저녁 팽목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이 “기상 악화로 수색에 실패했지만 오늘 밤 네 차례에 걸쳐 조명탄을 투하하고 잠수부들을 투입해 수색을 계속하겠다”고 하자 한 참석자가 말했다.

 “나는 2011년 설봉호 화재 때 구조된 사람이다. 너무 안타까워서 부산에서 왔다. 제대로 구조하려면 마스터플랜과 매뉴얼이 있어야 하는데 너무 주먹구구식이다. 대체 몇 개월을 가려고 이러느냐.”

 그가 지적하듯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만으로는 정부가 실종자 가족의 신뢰를 끌어내긴 어려워 보인다. 가족들은 “이러려고 우리가 세금을 내왔느냐”고 말한다. 체계적이고 정밀한 재난 대응 시스템과 매뉴얼 없이는 대형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우린 계속해서 국가란 무엇인가, 정부란 무엇이냐는 물음 앞에 서야 할 것이다. 가족은 충격과 비탄에 싸이고, 온 국민은 죄인의 마음이 되고, 사회 전체가 집단 트라우마를 겪는 사태를 대체 언제까지 반복해야 하는가.

 어제 범정부 사고대책본부가 세월호의 사고 당시 교신 녹취록을 공개했다. 세월호가 진도 교통관제센터(VTS)로부터 승객들에 대한 구호를 지시받고도 퇴선 명령 등 구체적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준석 선장 등 승무원들이 얼마나 무책임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그간 우리는 압축성장에 성공했지만 생명의 가치, 안전의 가치에는 무관심했고 무신경했다. 생명과 안전은 압축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안전을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임지지 않았고, 안전 관리를 책임져야 할 공복(公僕)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것이 세월호, 아니 ‘대한민국’호(號)의 고통스러운 자화상이다.

 선주·선장·승무원 등을 엄벌하고 재난지역을 선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불안 사회’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사전 안전관리는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대형 사고가 났을 때 재난 대응 시스템은 어떻게 가동돼야 하는가. 어떻게 골든타임(결정적 시간)에 인명을 구조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것인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마련하지 않는 한 한국 사회는 같은 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다.

 수많은 외신기자가 팽목항에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대고 있다. 경제 선진국이라는 한국에서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어났느냐는 의문이 그들을 이곳으로 이끌었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기로에 서 있다. 결연한 각오와 의지로 안전 사회로 나아가느냐, 아니면 오명을 그대로 뒤집어쓴 채 ‘3등 국가’로 전락하느냐. 우리 앞에 이 두 개의 길 말고 다른 선택지는 없다.

 “그만 기다리게 하고 돌아와라.” “몇 명이라도 기적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누구든, 그게 누구라도….”

 부두에 앉은 가족들은 어깨를 기대고 딸의 이름, 아들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지금은 자학에 빠져 있을 때도, 한숨을 쉬고 망각할 때도 아니다. 지금은 ‘한강의 기적’을 넘어 ‘진도의 기적’을 만들어야 할 때다. 아이들은 살아서 부모 품에 돌아와야 한다. 그리고 좌초된 대한민국은 사고 해역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진도 팽목항> 

조선_[사설] 대책본부만 많고 진짜 '災難 해결사'는 없다

20일 오후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일행이 세월호 희생자 시신이 안치된 전남 진도 팽목항을 방문했다. 이때 안전행정부 감사관이 사망자 명단 상황판 앞에서 일행에게 '기념사진을 찍자'고 했다가 실종자 가족들의 격한 반발을 샀다. 안행부는 감사관을 해임했다. 재난(災難) 대응 주무 부서라는 안전행정부 고위 공무원의 행동거지를 보면 안행부 조직 전체의 정신 자세가 어떤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안전행정부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안전(安全)'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면서 '행정안전부'이던 이름을 뒤집어 만든 부처다. 재난이 발생하면 안행부를 총괄조정 사령탑으로 삼아 정부 전체가 통합 대응을 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 후 안행부가 보여준 것은 무능과 우왕좌왕뿐이다.

우선 안전행정부 고위 간부 중엔 안전 전문가나 재난 대응 경험자가 거의 없다. 장관과 1차관·2차관으로 구성되는 지휘부는 과거 내무부 또는 지자체에서 일반 행정업무를 담당하던 사람들이다. 6명의 1급 실장·본부장 가운데 안전 업무는 안전관리본부장이 전담하고 있다. 이 사람 역시 안전 분야에선 딱 한 번 9개월 일한 경력이 전부다. 안전관리본부장 산하 국·실장 4명 가운데 안전 업무와 엇비슷한 경력이라도 가진 사람은 두 명이다. '안전'을 앞세우겠다는 정부가 안전 분야에 배치한 고위 공무원들 경력이 이렇다. 이 사람들은 예산권을 휘두르는 데는 익숙하겠지만 재난이 터졌을 때 신속하게 상황을 장악하고 결단을 내릴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아니다. 청와대도 전체 비서관급 이상 직위에 재난 전문가는 한 명도 없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난 16일 오전 서울 안행부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설치됐고 중대본 차장 역할을 맡은 안행부 2차관이 브리핑에 나섰다. 그는 당일 오후 2시 '368명이 구조됐다'고 발표했다가 한 시간 반 뒤 '다시 알아보니 구조된 건 164명'이라고 정정했다. 2005년 런던 지하철 테러가 발생했을 때 기자들이 피해자 숫자를 캐물어도 영국 정부는 "파악 중"이라고만 대답했다. 확인되지 않은 숫자를 말했다가 틀리게 되면 정부가 그 후에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기 때문이다.

안전행정부는 올 2월 재난안전관리기본법을 개정해 태풍 같은 '자연 재난'은 소방방재청이, 선박 전복·화학물질 유출 같은 '사회 재난'은 안행부 안전관리본부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업무를 분담했다. 통합 대응을 하겠다더니 되레 소방방재청이 총괄하던 업무를 이원화(二元化)시킨 것이다. 이에 따라 세월호 사건은 안행부가 주무 부서가 됐지만 재난 대처 경험이 거의 없는 초보자들이 나섰으니 초동 대처에서 허둥지둥한 것은 당연하다. 만일 태풍 탓에 화학물질 창고가 무너져 유독 물질이 유출됐다면 어느 쪽에서 나서는 게 맞는지 따지다가 귀중한 초기 대응 시간을 허비할 수도 있다.

세월호 사건에선 정부 부처마다 대책본부를 차려 각개약진했다. 서울 안행부에 설치된 중대본 외에 세종시엔 해수부·교육부가 각각 사고수습본부를 차렸다. 해양경찰청은 인천·목포에 지방사고수습본부를,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은 목포에 중앙구조본부를 세웠다. 이렇게 지휘 체계가 중구난방으로 섞이고 부처 간 손발이 맞지 않자 18일 저녁 국무총리 지시로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라는 옥상옥(屋上屋) 같은 기구가 발족했다. 이 기구 본부장은 당초 총리가 맡겠다고 하더니 나중에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바뀌었다. 법엔 안행부 장관이 재난 총괄 사령탑을 맡게 돼 있는데 엉뚱한 장관이 전체 책임을 떠안은 것이다.

재난 초기 대응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사고 직후 해경·해군의 장비·인력과 민간 선박·잠수부들을 결집해 생존자들을 구출하려면 바다 사고를 가장 잘 아는 현지 해경 지휘관이 중심이 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어야 했다. 런던 지하철 테러 때는 런던경시청이 총지휘 본부였고, 9·11 테러 때도 뉴욕 소방본부가 구조를 주도했다. 현장이 아닌 서울에 대책본부가 차려지면 구조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현장 인력들이 상부 대책본부에 보고하느라 정신을 못 차리게 된다.

국민은 지금 정부 대응을 보면서 이 정부가 과연 비상(非常) 국면에서 국민을 보호해줄 것인가 믿지 못하는 '집단 무력감'에 빠져들고 있다. 정부의 재난 대응 체제를 밑바닥에서부터 수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조선_[사설] 檢·警, '세월호 해운 비리' 뿌리 끝까지 도려내야

박근혜 대통령은 2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세월호 사건과 관련, "법과 규정을 어겨 사고 원인을 제공한 사람, 침몰 과정에서 의무를 위반한 사람, 책임을 방기했거나 불법을 묵인한 사람들, 단계별로 책임 있는 모든 사람에 대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경찰은 세월호 선사(船社)인 청해진해운의 사장·대주주를 비롯해 침몰 참사와 연관성이 있는 수십 명을 출국 금지시켜 놓고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참사의 직접 원인은 물론 회사 경영 전반의 불법행위까지 찾아내겠다고 했다.

검찰·경찰은 우선 청해진해운이 2012년 건조한 지 18년 된 중고(中古) 배를 일본에서 들여오면서 더 많은 승객을 태우려고 무리하게 개조했다는 의혹을 밝혀야 한다. 청해진해운은 세월호를 리모델링하면서 탑을 쌓듯 승객 선실을 증축(增築)해 배의 무게중심을 과도하게 높여놨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세월호를 자주 이용한 화물업체 관계자들은 "다른 배와 달리 세월호는 한쪽에서 화물을 몇 t만 빼내도 배가 기우는 게 느껴졌다"고 했다. 침몰 배에서 끝까지 승객을 대피시키다 숨진 승무원 박지영씨 어머니는 언론에 "딸이 2월에 제주도 인근에서 선체가 급격하게 기우는 사고로 죽을 뻔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했다. 침몰 당일 휴가를 냈던 세월호 원래 선장 신모씨 아내도 "남편이 너무 불안해 배를 못 타겠다고 했었다"고 했다. 신 선장이 여러 차례 회사에 위험을 경고했는데 회사가 묵살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선박 안전 검사를 담당하는 한국선급(船級)은 안전 검사 당시 세월호를 합격시켰다. 세월호가 4도 정도 기울었을 때의 안전도만 점검했다는 주장이 있다. 실제 바다에선 4도가 아니라 40도 기우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한국선급이 이처럼 하는 둥 마는 둥 안전 검사를 한 이유는 뭔지, 다른 배들에 대해서도 이런 식의 하나 마나 한 안전 검사를 하는 것인지 규명해야 한다.

세월호가 출항 전 선박 운항 점검 기구인 한국해운조합에 낸 출항 보고서에 적은 승선 인원과 화물 종류·중량도 엉터리였다. 보고서를 선장 멋대로 적어서 제출하고 해운조합은 못 본 체하는 것이 세월호뿐 아니라 다른 선박에도 관행처럼 저질러졌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 편법·불법을 뿌리 뽑아야 한다.

세월호의 선장과 항해사·기관사 등 선박직 직원 대부분은 계약직 임시 직원이라고 한다. 이들의 봉급 등 고용 조건은 다른 선사들과 비교해 크게 떨어지는 수준이다. 청해진해운 경영진이 선원들에겐 이런 대우를 해주면서 부도덕하게 회사 이익을 불려왔을 가능성이 있다. 경영진이 이 과정에서 빼돌리거나 횡령한 재산은 없는지도 파고들어야 한다.

세월호 사고 이후 드러나는 사실들을 보면 정부의 해운 안전 행정은 무책임한 수준을 넘어 비리의 악취(惡臭)가 물씬 풍기고 있다. 해운사 내부 비리는 물론 안전 검사, 운항 점검을 맡은 해운사 주변 조직들이 부패 고리를 형성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라도 선박 운항을 안전하게 만들려면 검찰·경찰이 단호한 사법처리로 경종(警鐘)을 울려야 한다. 세월호 비리 수사마저 부실하다는 평가를 듣게 되면 정말 정부가 설 곳이 없게 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경향_[사설]초기 43분을 허투루 보내지만 않았어도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의 연속이다. 여러 길 중에서 가장 나쁜 길, 죽는 길만 골라서 간 꼴이다. 세월호가 사고 직후 제주와 진주 두 관제센터와 교신하면서 초기 43분을 허투루 보낸 사실을 두고 하는 말이다.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공개한 일부 교신내용을 보면 세월호는 세월호대로, 관제센터는 관제센터대로 안일하게 판단하다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

‘이 대목에서 이것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되었다면’ 하는 순간은 그야말로 도처에 있다. 첫번째 비극은 세월호가 선체에 이상이 생기자 가까운 진도가 아니라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신고한 사실이다. 진도해역을 지날 때는 진도 VTS에 출입 보고를 해야 함에도 인천에서 출항할 때 목적지인 제주에 채널을 맞춰놓고는 채널 수정을 하지 않은 것이다. 사고 신고를 엉뚱한 곳에 하는 바람에 금쪽같은 초기 12분을 날렸다.

진도관제센터가 세월호 사태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도 문제다. 관제센터의 최우선 역할은 관제구역 내 선박의 동정을 파악하는 일이다. 보고가 없다고 해서 어느 배가 관할 해역을 지나는지도 모르고 있거나 알면서도 팔짱만 끼고 있다면 관제센터로서 존재의 의미가 없다. 그런데도 진도 관제센터는 제주의 연락을 받고 난 뒤에서야 세월호를 찾았다. 진도 관제센터를 운영하는 해경이 그동안 교신내용은 물론 교신 사실 자체를 쉬쉬 해온 까닭이 이 때문일 것이다.

세월호와 진도관제센터의 마지막 교신상황은 되짚어보면 볼수록 천추의 한(恨)으로 남는다. 교신이 이뤄진 31분 동안에라도 선장의 올바른 판단과 신속한 조치가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참사는 막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세월호는 배 안에 물이 차올라 사람이 움직일 수 없는 상태라고 보고하면서도 승객들에게 퇴선명령을 내리는 데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미적거리기만 했다. 승객들에게 구명동의를 입히라는 관제센터의 권고에 “선내 방송이 불가능하다”고 거짓말을 하고, 구조 경비정이 언제 도착하느냐고 묻고는 그 시간에 맞춰 자신들이 먼저 배에서 나와버렸다. 

침몰하는 세월호가 비상 버튼과 비상 채널을 끝까지 사용하지 않은 것도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비상 버튼만 눌렀다면 인근 선박에 자동으로 조난신호가 갔을 것이고 비상 채널을 이용했다면 인근에 있는 모든 선박에 교신내용이 한꺼번에 전파됐을 것이다. 위기발생 시 행동요령에 대해 단 한번이라도 교육 훈련을 받았다면 결코 있을 수 없는 결과를 보면서, 인천에서 출항한 이후 세월호가 또 어디와 어떤 내용의 교신을 했는지 궁금증이 생긴다.

경향_[사설]청해진해운 부실 운영실태 철저히 규명해야

출항 보고서는 엉터리였다. 그럼에도 운항 허가는 떨어졌다. 정기점검은 형식적이었다. 세월호 운영실태를 보면 이번 참사가 예고된 인재였음을 뒷받침해준다. 속을 파보면 선박회사, 안전관리업체, 정부가 복마전처럼 얽혀있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승객들의 안전은 자리잡을 틈조차 없었던 셈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으로도 선박의 실질적 안전관리는 ‘없었다’고 해야 할 정도다. 노후 선박 수입과 시설개조, 안전점검과 운항 허가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정상적인 게 없다. 이명박 정부 때 여객선 사용연한을 30년으로 늘리고, 노후선박 증·개축 규정이 없는 것도 따지고 보면 업계 이익을 고려한 조치에 다름 아니다. 당연히 안전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 여객선은 5년에 한번씩 정기검사, 그리고 1년에 한번씩 중간검사를 받는다. 하지만 검사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 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에 따르면 해경이 실시하는 정기 안전점검에서 선박 한 척당 점검 시간은 고작 13분에 불과했다. 배의 겉모습만 둘러보는 데도 모자랄 시간이지만 합격 도장은 남발됐다. 세월호의 구명정 46개 중 1개만이라도 펼쳐진 게 되레 고마울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운항 허가는 요식행위였다. 세월호는 출항 전 점검보고서에 여객명부, 적재중량, 화물결박 내용을 허위로 제출했지만 문제없이 운항허가를 받았다. 이해불가능한 일이지만 그들 사회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출항 전 선박의 안전을 들여다보는 곳은 해운조합이라는 곳이다. 여객선 운항업체 2100여곳이 회원사로 등록된, 선사들의 이익단체다. ‘게 편인 가재’가 빡빡하게 들여다볼 까닭이 없다. 게다가 해운조합 이사장은 38년째 해양수산 관료 출신들이 맡아왔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선박 도입과정에서의 대출 행태도 의혹이다. 산업은행은 2012년 청해진해운이 일본의 노후 선박을 116억원에 사들이는 과정에서 100억원을 대출해줬다. 산은은 정상 대출이라고 말하지만 당시 청해진해운이 경영위기 상황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석연치 않다.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는 한강유람선 사업을 하다 무리한 투자 끝에 1997년 도산한 (주)세모의 유병언 회장 일가이다. 기업 활동에 복귀하는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파헤쳐야 한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법과 규정이 무시되고 불법이 횡행한 여객선업계의 부조리가 노정되고 있다. 철저한 조사를 통한 대수술이 뒤따라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경향_[사설]실종자 가족 두번 절망케 하는 정부·여당 행태들

박근혜 정부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정권 안보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유능’하면서도 국민의 안전처럼 정작 국가의 기본책무랄 수 있는 분야에서는 무능하기 짝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우리는 국정원 대선 불법개입, 채동욱 전 검찰총장 찍어내기, 국정원 간첩조작 등에서 이들의 뻔뻔한 유능함을 충분히 보아왔다. 그리고 지금 진도 팽목항 등에서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의 비탄은 아랑곳하지 않는 오만과 무능, 무신경과 몰지각을 끊임없이 목도하고 있다. 

엊그제 경찰은 “청와대로 가겠다”는 실종자 가족들을 막아서고 동영상 카메라를 동원해 채증까지 했다. 실종자 가족들의 움직임을 잠재적인 범죄행위로 간주한 이러한 행태는 그 자체로 위법이다. 경찰관직무집행법에는 “범죄행위가 목전에 행하여지고 있다고 인정되거나 인명·신체에 위해를 미칠 우려가 있을 때” 그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지만 이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시간적 장소적으로 근접하지 않은 다른 지역에서 집회참가자를 차단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고 한다. 청와대에서 무려 384㎞나 떨어진 진도대교에서부터 실종자 가족들의 피맺힌 절규를 물리력으로 뭉개버린 경찰의 오만방자함이 놀랍기만 하다. 경찰은 또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체육관 안에도 사복 경찰을 배치해 동태를 감시하다가 들통이 나서 거센 비난을 받았다. 어린 아들딸을 찾지 못해 울고 있는 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해도 시원찮을 판에 힘으로 누르고 몰래 감시나 하는 따위의 정신 나간 짓을 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경찰뿐만이 아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 일행은 구조된 학생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체육관을 찾았을 때 팔걸이의자에 앉아 컵라면을 먹고, 단원고 학생의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에 가서도 “장관님 오십니다”라며 거드름을 피우다가 거센 항의를 받았다. 또 안전행정부 송모 감사관은 현장 상황실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려 했는가 하면 새누리당 한기호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괴 지령에 놀아나는 좌파단체들이 참사를 틈타 국가 전복작전을 펼칠 것”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고 한다. 이번 참사과정에서 정부는 이미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그런데도 반성과 참회는커녕 유족이나 실종자가족, 국민들을 분노케 하는 행태를 계속 일삼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적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역량을 펼쳐보이기를 정부에 간절히 촉구한다.

한겨레_[사설] 시스템은 없고 질타만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세월호 선장과 일부 승무원의 승객 구조 방기 행태를 ‘살인과도 같은 행위’라고 질타했다. “강력히 책임을 묻겠다”며 공무원들도 질책했다. 대통령의 강경한 발언은 전반적으로 질책과 처벌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런데 왠지 공허하다. 뭔가 초점이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번에 침몰한 것은 세월호만이 아니다. 정부의 재난구호 시스템과 위기관리 능력에도 구멍이 숭숭 뚫렸다. 초동대처는 미흡했고 부처들 간에 협업은 이뤄지지 않았으며, 재난대응 매뉴얼들은 결정적 순간에 멈춰버렸다. 정부는 일사불란해야 할 때 허둥대고 일목요연해야 할 때 오락가락했다. 이 점에서 청와대도 결코 예외일 수 없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남 얘기 하듯 선장 욕하고 공무원 질책하기에 바쁘다.
박 대통령은 ‘강력한 재난대응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정부의 위기대응시스템과 초동대처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먼저 반성해야 할 곳은 다름 아닌 청와대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재난관리 업무 일원화를 위한 통합시스템 구축’은 박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이는 취임 뒤 안전행정부 산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컨트롤타워를 맡는 것으로 구체화됐다. 하지만 요즘 날마다 목도하고 있는 바대로 이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시급히 해야 할 일은 비판과 질책이 아니라 이 시스템을 수리하는 일일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안보 외에 재난사태 위기관리 사령탑 기능도 지니고 있었다. 그때 청와대 지하 벙커에 설치된 첨단 상황실에는 주요 정부기관으로부터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재난 현장의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자상황판이 돌아갔다. 재난에 대한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처가 가능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참여정부 흔적 지우기’로 이 기능은 없어지고 말았고,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복원되지 않고 있다. 청와대 안에 이런 시스템이 있었다면 ‘천금 같은 93분’이 속수무책으로 허비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상상해보는 것은 비약일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박 대통령의 강성 발언이 지지율 관리엔 득이 될지 모르지만 상황을 수습하는 데엔 얼마나 도움이 될지 솔직히 의문이 든다. 선장·승무원을 욕하는 것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다. 온 국민이 치를 떨며 이들의 행태에 분노를 터뜨리고 있는 판이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살인 행위’ 운운하는 게 상황 정리에 무슨 도움이 될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대통령이 ‘강력한 처벌’을 거론하며 현장 구석구석의 깨알 같은 문제들을 지적하는 데 몰두하면 공무원들은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고 움츠러들기 쉽다. 당연히 사고 수습이나 대책 마련의 효율성도 떨어진다. 관료사회에선 오히려 책임지게 될 일은 회피하고 책임질 필요가 없는 일만 하려 드는 ‘복지부동의 논리’가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일부 관료들이 국민 정서나 상식과 동떨어진 행태를 보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한겨레_[사설] 비정규직 선장에 안전훈련도 전무했다니

세월호 참사는 초동대응만 신속하게 했어도 피할 수 있었다. 피해가 이렇게 커진 데는 아무런 대피 조처나 안내도 없이 승객을 내팽개쳐둔 채 자기들만 도망친 선장과 승무원들의 탓이 크다. 수사당국이 승객 보호 의무를 저버린 선장과 간부 선원들을 유기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 수사하기로 한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럼에도 의문은 남는다. 이 비극에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과연 이들뿐일까.
선원들은 수사 과정에서 비상상황을 대비한 안전교육을 받은 일이 전혀 없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한심한 일이다. 선원법과 시행규칙에는 열흘에 한 번씩 소방훈련·구명정훈련 등 비상시에 대비한 훈련을 하도록 되어 있다. 구명정은 두 달에 한 번씩 바다에 띄워놓고 훈련하도록 되어 있고, 승무원의 4분의 1 이상이 바뀌면 출항 후 24시간 이내에 비상훈련을 해야 한다. 같은 훈련을 되풀이하고 거듭 확인하는 까닭은 판단력이 크게 흔들리기 마련인 위기상황에서도 습관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세월호에선 이런 법규와 매뉴얼이 깡그리 무시됐다. 형식적인 훈련조차 없었다.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이 지난해 안전교육 등 선원 연수비로 지출한 돈은 고작 54만1000원이었다. 비상상황에서 승무원들이 질서있게 대피를 이끄는 일은 애초 기대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세월호는 전체 승무원 29명 중 15명이 6개월~1년 단위 계약직이었다. 위기 때 인명구조를 끝까지 책임져야 할 선장이 1년짜리 계약직이었고, 여객선 운항의 핵심이라는 갑판부와 기관부 선원 17명 가운데 12명이 비정규직이었다. 조직적으로 위기에 대처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인 선장이 정규직·비정규직이 물과 기름처럼 갈라진 선원들을 상대로 제대로 지휘권을 행사하기도 쉽지 않았을 터이다. 실제로 급박한 침몰 순간 세월호에서 진도 해상관제센터와 교신한 사람은 선장이 아닌 정규직 일등항해사였다. 선장을 정점으로 한 지휘·명령체계가 무너져 있다 보니, 대피 조처나 퇴선 명령도 내리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다.
선장에게 강한 지휘권을 부여하는 것은 여객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 할 높은 책임과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 권한에 상응해 책임도 커지게 된다. 그런 선장과 주요 선원들을 비정규직으로 채운 것은 승객의 안전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는 얘기다. 게다가 안전훈련조차 소홀히 했다. 수사를 통해 선사의 책임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비용을 줄이겠다고 큰 책임과 위험이 따르는 일까지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잘못도 이제 바로잡아야 한다.

한겨레_[사설] 남은 자들의 참사 후유증 치료에도 힘써야

세월호 같은 끔찍한 사고를 지켜보고도 온전히 버텨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싶다. 500명 가까운 탑승객 가운데 사망자가 이미 60명을 넘어섰고, 2백수십명은 며칠째 생사조차 알 수 없다. 구조작업이 어설프게 진행되면서 실종자들이 살아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의 불씨는 점차 사그라지고 있다. 도저히 믿고 싶지 않은 비극이 우리를 옥죄고 있는 것이다.
사고 가족들은 물론이고 이웃, 나아가 많은 국민이 심한 충격에 빠지고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의 양상까지 보이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상처가 더 커지지 않게 관심을 기울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침몰한 세월호에서 구조된 안산 단원고 학생 중에서 현재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학생이 여럿이라고 한다. 자신들을 이끌어주던 선생님을 잃었다는 상실감과 자기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진료 의사 얘기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났다는 안도감은 잠시인 채 ‘생존자 증후군’ 증세를 보이는 것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로서는 더 견디기 힘든 상황이 아닐까 싶다. 사망하거나 실종한 학생의 부모와 가족이 입는 정신적·육체적 손상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애지중지 키워온 자식을 날벼락 같은 사고로 가슴에 묻어야 하는 부모 심정이 오죽하겠는가. 교사를 비롯해 일반인들 가운데 유명을 달리한 사람들의 가족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단원고 교감 ㄱ씨는 이 와중에 죄책감 등으로 괴로워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0명(제자들)의 생사를 알 수 없는데 혼자 살기에는 힘이 벅차다”라는 유서를 남겼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 극단적 선택을 했다. 어제는 참고인 조사를 받은 기관사 ㅅ씨가 자살을 기도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하지만, 걱정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참사 후유증을 앓는 사람들의 치유를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관련 단체,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했으면 좋겠다. 미국의 9·11테러와 일본의 지진 사태 등을 참고할 수도 있을 듯하다. 구조작업으로 경황이 없겠지만 서두르길 바란다. ‘정신적 상처’가 또다른 비극을 낳게 해서는 안 된다.

여차할 경우를 위해 평소부터 준비를 게을리하지 말라 양병천일(養兵千日),용병일시(用兵一時)

여차할 경우를 위해 평소부터 준비를 게을리하지 말라
양병천일(養兵千日),용병일시(用兵一時)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소문(素問 =의학서)

목마르자 우물판다.(임갈굴정=臨渴掘井),

"병을 얻은 후에야 약을 쓰고 난리가 이미 난 후에야 이를 다스리는 것은 목이 말라야 우물을 파고 싸움이 벌어지고서야 송곳을 만든 것과 같으니 이미 때는 늦지 않은가?"


안자춘추(晏子春秋=기원전500년 제나라 명재상 안영의 언행을 후대인이 기록한 책)


난리를 만나고야 병(兵=무기)을 만든다.(임난주병=臨難鑄兵)

옛날 노(魯)나라의 소공(昭公)이라는 왕이 나라를 빼앗기고 제(齊)나라로 망명해 왔다.

제나라의 경공이 물었다.

"그대는 나이도 젊고 즉위한지도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도대체 어찌된 일이오?"

소공이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지금까지 많은 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았으나 그 자들과 친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또 많은 자들이 간(諫)하였으나 나는 긍정만 했을 뿐 실행에 옮기지 않았습니다.그 결과 내 주위에는 아첨하는 자만 모이게 되고 육친처럼 나를 걱정해주는 자가 없었습니다."

경공이 재상인 안영(晏영)에게 소공의 왕위를 찾아 주고자하는 생각에 대해 물었다.

안영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건 안될 말씀입니다.
실패한 다음에 후회하는 것이 우자(愚者)의 상사(常事)입니다.
미리 가는 길을 알아두면 될 것을 길을 잃고서야 비로소 길을 물으려고 하며,
강을 건너려거든 얕은 여울을 알아 두어야 할 것을 물에 빠진 연후에야 앝은 곳을 물으려고 합니다.
그것은 마치 적의 공격을 받고서야 무기를 만들고,
목이 마르고서야 우물을 파는 격이라 제아무리 서둘러도 때는 이미 늦습니다."


양병천일,용병일시...
 사고나 위험에 대비해 미리 준비해 두라는 "유비무환"을 생각케 한다.


☆일본 모리야 히로시의 책,<세상을 살아가는 중국인의 80가지 지혜>에서...

2014년 4월 20일 일요일

아경_[사설]어이없는 人災 … 국가의 침몰은 막아라

세월호 참사는 시간이 갈수록 인재(人災)임이 드러나고 있다. 어제 공개된 진도교통관제센터와 세월호의 교신 내용은 우리 귀를 의심케 한다. 절체절명의 31분 동안 허둥대며 교신만 했지 승객 탈출과 구조 등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실질적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 사이 배는 침몰했고 선장 등 선박직 15명은 전원 탈출한 반면 승객 안내를 맡은 승무원과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믿은 승객 대다수는 사망하거나 실종됐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사고 당일 세월호가 멀리 떨어진 제주관제센터와 먼저 교신한 뒤 11분이 지나서야 진도관제센터와 연락이 이뤄졌다니 그동안 두 관제센터는 뭘 했나. 더구나 해양경찰청은 제주관제센터와의 교신 내용만 있지 진도관제센터와의 교신은 없었다고 발뺌해왔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침몰 원인은 물론 선장과 해난 당국의 승객 피난 조치가 왜 제때 이뤄지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밝혀내야 한다.
 
구조 현장의 난맥상은 더욱 실망스럽다. 그저께부터 오징어잡이 채낚기 어선들이 동원돼 사고현장을 밝히고 있다. 대형 바지선이 출동해 잠수부들의 구조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특수 제작된 손도끼로 선실 유리창을 깨뜨려 실종자 시신을 수습할 수 있었다. 지지부진하던 실종자 구조 작업에 변화를 준 이런 조치는 모두 민간인 잠수부나 실종자 가족들이 낸 아이디어를 정부가 뒤늦게 받아들인 것들이다. 
 
오죽하면 실종자 가족들이 대국민 호소문에 이어 청와대로 가겠다고 나섰을까. 어제 가족 대표들을 만난 정홍원 총리는 오늘부터 구조인력을 더 늘리겠다고 했다. 장관급 이상이 참여하는 대책회의도 매일 열기로 했다. 정부 대응이 우왕좌왕에 너무 느려 속이 터질 지경이다. 이 와중에 사망자 명단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다 실종자 가족들에게 들킨 고위 공직자까지 등장했다. 정부는 일사분란한 현장 지휘체계로 구조작업에 속도를 높임으로써 실종자 가족들과 국민을 안심시키라.
 
온 나라가 충격과 우울증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국민적 행렬은 이어지고 있다. 자원봉사자가 끊이지 않고, 진도 어민들은 생업인 꽃게잡이도 중단한 채 구조작업을 돕고 있다. 정부도, 민간도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진정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