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가전·정보기술(IT) 공습이 현실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 수 아래’가 아니라 오히려 ‘한 수 앞서’ 시장을 주도하는 모습도 목격된다. 예견된 약진이지만 그 속도감이 두려울 정도다.
보도에 따르면 독일 베를린에서 7~10일 열린 국제 가전전시회 ‘IFA 2014’의 주역은 TCL, 창훙, 하이얼, 하이센스 등 중국 업체들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TV, 모바일, 스마트홈 등의 분야에서 혁신적 제품을 선보이며 경쟁자들을 놀라게 했다. TCL은 올해 TV의 대세로 자리 잡은 곡면(커브드) UHD 부문에서 ‘세계 최대’인 110인치 모델을 내놓은 데 이어 세계 최초로 ‘퀀텀닷(양자점) TV’를 공개했다. 퀀텀닷은 LCD TV지만 화질이 OLED만큼 뛰어나다. 이들 제품은 삼성과 LG도 내놓지 못한 것들로, 기술력이 담보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1년 전만 해도 한국과 2년 이상 기술력 차이가 난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을 감안하면 약진을 넘어 대도약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모바일의 대세인 시계형 웨어러블 제품군에서도 화웨이가 토크밴드를 내놨다. 여기에 일본의 소니까지 웨어러블 ‘스마트 워치 3’를 내놓으며 한국 타도를 외치는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의 위상은 높지만 예전만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다. 올 상반기 삼성의 휴대전화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7%포인트 하락한 25%로 내려앉았다. 틈을 비집은 것은 화웨이, 레노버,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이다. 이들은 저가 전략에 기술력, 디자인까지 겸비하고 있다. 평판TV 부문에서는 삼성과 LG가 각각 32%, 16%의 점유율로 세계 1,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중국 업체들의 기세를 감안하면 안심할 수 없다.
글로벌 업체들의 생존을 건 싸움은 ‘굼뜨면 죽는다’는 냉혹한 경쟁구도에서 혁신만이 살길이라는 당연한 명제를 재확인해준다. 위기는 성공에 취해 자만하고 혁신을 잃어버렸을 때 다가온다. 삼성은 IFA에 앞서 고사양을 잔뜩 넣은 ‘갤럭시 노트 4’와 웨어러블 기기인 ‘기어 S’ 등을 새로 선보였다. 반면 스티브 잡스 사후 혁신부재론에 시달리던 애플은 어제 ‘아이폰 6’를 내놓으면서 하드웨어 개선 등 ‘잡스식 혁신’과 결별하고 라이프 스타일을 파는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모습을 보였다. 글로벌 업체 간 경쟁 결과는 미지수다. 분명한 것은 고객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시작은 그간의 성공을 잊는 것에서 비롯돼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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