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정치 개입은 역사가 깊다. 그 전신인 중앙정보부는 1973년 김대중 납치 사건을 주도했다 국제적인 비난을 받았다. 안기부로 이름이 바뀐 87년엔 폭력배를 동원해 통일민주당 창당을 방해한 일명 ‘용팔이 사건’을 조종했다. 김영삼 정권 때인 97년엔 대선을 앞두고 ‘북풍 사건’을 일으켰다. 정보기관의 피해자였던 김대중 정권도 예외가 아니었다. 국정원으로 개명했지만 정치인 등에 대한 불법 도·감청은 계속됐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이 드러날 때마다 개혁 여론이 거셌다. 그러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개혁은 이뤄지지 않았다. 야당 때 정보기관 개혁을 부르짖다가도 정권을 잡으면 국정원을 정권 유지의 도구로 이용하는 행태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국제분쟁 연구기관인 국제위기그룹(ICG)조차 한국 국정원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정보의 정치화, 정치 개입을 꼽았을 정도다.
국정원은 지금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 조작사건에 이어 최근 대공 사건마다 법원에서 판판이 무죄로 깨지고 있다. 정치적 중립성은 물론 실력도 의심받는 한심한 상황으로 추락한 것이다. 남북이 대치해 있는 우리나라에선 국민의 신뢰를 받는 강력한 정보기관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특정 정치세력의 이익이 아니라 국가 전체를 위해 일하는 국정원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참고: 블로그의 회원만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