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11일 목요일

중앙_[사설] "좋은 직장만 쉬고 …" 대체휴일제 제대로 하자

2014년 9월 10일의 색깔은 달력마다 다르다. 어떤 달력은 공휴일을 뜻하는 빨간색으로, 또 어떤 달력은 평일인 검은색으로 표시돼 있다. 색깔 차이는 올해 첫 도입된 대체휴일제의 혼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체휴일제란 공휴일과 주말이 겹칠 경우 휴일이 아닌 날을 휴일로 지정해 공휴일 수를 보장하는 제도다. 하지만 입법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지면서 다같이 쉬지 못하는 어정쩡한 제도가 되고 말았다.

 10일 인터넷 게시판에는 근무 직장인이 올린 불만의 글이 쇄도했다. “넌 쉬고, 난 일하고” “좋은 직장은 쉬고, 나쁜 직장은 나오고” “공은 쉬고, 사는 일하고”…. 관공서·학교·금융기관 종사자는 모두 휴일을 즐겼지만 민간기업은 사정이 제각각이었다. 대기업의 80% 이상은 쉰 반면 중소기업의 절반가량은 근무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평소 근무여건이 좋은 직장 위주로 대체휴일의 혜택을 누린 것이다. 어린이집·유치원이 문을 닫으면서 어린 자녀를 둔 중소기업 맞벌이부부는 아이를 맡길 데 없어 애를 태우기도 했다. 

 대체휴일제 법제화는 여야가 대체적으로 고개를 끄덕인 이슈였다. 한국의 평균 노동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길다. 대체휴일이 늘어나면 개인의 삶의 질과 노동생산성이 높아지고 민간소비가 커질 수 있었다. ‘샌드위치’ 휴일 때 대기업은 쉬는데 중소기업은 일하는, 기존 노동양극화의 문제를 완화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입법 과정에서 경제단체들이 반발했다.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 산업 경쟁력이 낮아질 수 있다고 맞섰다. 경총은 국내 공휴일 수가 미국·영국·프랑스보다 2~12일 길다는 수치도 제시했다. 

 정치권은 입법을 포기하는 대신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시행령’을 고치는 수준으로 봉합했다. 이는 대체휴일제가 민간에 대한 강제력이 없어졌음을 의미했다. 정부는 “공공·교육·금융기관이 모두 쉬면 민간기업도 덩달아 쉴 것”이라고 안이하게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직장 간 위화감을 조성하면서 긍정적 효과는 그만큼 크지 않은 정책이 되고 말았다.

 우리 경제도 무턱대고 오래 일하는 게 능사인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충분한 휴식이 보장돼야 생산성도 올라가는 구조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어렵게 도입된 대체휴일제를 폐지할 이유는 없다. 보다 많은 직장인이 함께 쉴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시행령 개정 정도로 넘어갈 게 아니라 이참에 국경일에 관한 법률이나 근로기준법을 손질해야 한다. 인건비 상승 같은 기업의 우려도 반영해야 한다. 기존 국경일을 다소 줄이거나 생산성을 높이는 임금체계를 도입하는 등 보완 대책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대한민국 경제와 노사가 가야 할 미래상은 명확하다. 더 많은 사람이 넉넉한 삶의 질을 누리면서도 노동생산성은 높은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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