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인터넷 게시판에는 근무 직장인이 올린 불만의 글이 쇄도했다. “넌 쉬고, 난 일하고” “좋은 직장은 쉬고, 나쁜 직장은 나오고” “공은 쉬고, 사는 일하고”…. 관공서·학교·금융기관 종사자는 모두 휴일을 즐겼지만 민간기업은 사정이 제각각이었다. 대기업의 80% 이상은 쉰 반면 중소기업의 절반가량은 근무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평소 근무여건이 좋은 직장 위주로 대체휴일의 혜택을 누린 것이다. 어린이집·유치원이 문을 닫으면서 어린 자녀를 둔 중소기업 맞벌이부부는 아이를 맡길 데 없어 애를 태우기도 했다.
대체휴일제 법제화는 여야가 대체적으로 고개를 끄덕인 이슈였다. 한국의 평균 노동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길다. 대체휴일이 늘어나면 개인의 삶의 질과 노동생산성이 높아지고 민간소비가 커질 수 있었다. ‘샌드위치’ 휴일 때 대기업은 쉬는데 중소기업은 일하는, 기존 노동양극화의 문제를 완화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입법 과정에서 경제단체들이 반발했다.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 산업 경쟁력이 낮아질 수 있다고 맞섰다. 경총은 국내 공휴일 수가 미국·영국·프랑스보다 2~12일 길다는 수치도 제시했다.
정치권은 입법을 포기하는 대신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시행령’을 고치는 수준으로 봉합했다. 이는 대체휴일제가 민간에 대한 강제력이 없어졌음을 의미했다. 정부는 “공공·교육·금융기관이 모두 쉬면 민간기업도 덩달아 쉴 것”이라고 안이하게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직장 간 위화감을 조성하면서 긍정적 효과는 그만큼 크지 않은 정책이 되고 말았다.
우리 경제도 무턱대고 오래 일하는 게 능사인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충분한 휴식이 보장돼야 생산성도 올라가는 구조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어렵게 도입된 대체휴일제를 폐지할 이유는 없다. 보다 많은 직장인이 함께 쉴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시행령 개정 정도로 넘어갈 게 아니라 이참에 국경일에 관한 법률이나 근로기준법을 손질해야 한다. 인건비 상승 같은 기업의 우려도 반영해야 한다. 기존 국경일을 다소 줄이거나 생산성을 높이는 임금체계를 도입하는 등 보완 대책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대한민국 경제와 노사가 가야 할 미래상은 명확하다. 더 많은 사람이 넉넉한 삶의 질을 누리면서도 노동생산성은 높은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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