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3일 월요일

경향신문 [사설]개인정보 보호, 금융당국의 체질 개선 우선돼야

경향신문 [사설]개인정보 보호, 금융당국의 체질 개선 우선돼야<br><br><br>

신용카드사 정보유출 사태가 확산일로다. 금융회사들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면피주의로 일관하고 있고, 금융당국은 땜질처방에 급급하면서 되레 혼란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 금융은 관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사실이 다시금 입증되고 있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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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국내 금융정보처리의 해외위탁규정을 대폭 완화했다. 예컨대 그동안은 한국씨티은행이 미 본사에 금융정보처리를 위탁해 그 업무를 해외 정보기술 업체에 재위탁할 수 없도록 했으나 최근 이를 풀었다. FTA를 내세운 해외금융회사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외국 정보업체들이 한국인의 개인정보를 갖는 것은 합법적인 상황이 됐다. 금융당국은 “주민번호의 해외이전 자체가 금지되는 등 안전장치가 있다”고 말하지만 ‘나의 정보’가 전 세계에서 노출될 가능성은 훨씬 커진다.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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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금융 정보불안의 최종 진원지는 금융당국이다. 정보유출의 빌미가 됐던 금융계열사 간 정보보호막 부재 역시 효율을 앞세운 금융정책의 결과물이다. 더구나 정보유출 사건이 터질 때마다 금융당국은 미봉책으로 일관했다. 이번 카드 3사의 정보유출 사건 대응 역시 마찬가지다. 사건 초기 미적대던 금융당국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책마련 지시 이후 갑자기 바빠졌지만 결국 나온 것은 기존 대책의 종합판이었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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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원칙의 결정판은 텔레마케터에 대한 영업 정지다. 당국은 지난달 말 개인정보의 2차 유출방지를 앞세워 텔레마케터의 영업을 3월 말까지 정지한다고 발표했다. 텔레마케터는 기본급 대신 실적에 따라 급여를 받는 비정규직들로 고용안정 사다리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그룹이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6만여명에 달한다. 이들에게 영업 정지는 해고에 다름아니다. 잘못은 당국에 있는데도 애꿎은 사람들에게 책임을 지운 셈이다. 당국의 일방통행식 지도에 금융회사도 설설 긴다. 금융회사가 그동안 내놓은 사죄표명, 카드 대체발행, 임원 사임은 한결같이 당국의 승인 아래 나온 대책들이다. 이 과정에서 정보유출로 인한 소비자들의 불편과 불안함을 동시에 껴안는 방안은 하나도 없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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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지금도 정보유출 사건으로 민심이 들끓는 까닭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개인정보 보호대책은 금융산업 체계 전반에 대한 고민부터 우선해야 한다. 문제의 핵심은 효율 및 경영 최우선을 앞세워 묵인해왔던 금융사의 정보보안체계를 소비자보호 우선으로 바꾸는 것이다. 금융소비자를 위한 정보보호 강화는 산업과 고용이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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