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공정성 규범과 실천 - 이준웅(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언론의 공정성은 묘한 개념이다. 거의 모든 언론관련 실무지침, 교과서, 윤리강령, 법조문에 준거 개념으로 등장하지만 별도로 명확하게 정의돼 있지 않다. 따라서 모두에게 자명한 개념으로 수용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확인해 보면 그렇지 않다. 예컨대, 방송 뉴스의 공정성을 규제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이나 신문에 대한 자율규제를 담당하는 언론윤리위원회의 위원들은 불공정한 뉴스를 보면 알아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에게 정작 뉴스의 공정성이란 무엇이냐고 물으면 난색을 표한다. 숙련된 언론인이나 언론학자도 마찬가지다. 뉴스를 공정하게 만들어 보도한다고 하지만, 정작 무엇이 공정함인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공정한지 명확히 알고 실천하는 것 같지 않다.
이 글의 목적은 언론의 공정성을 개념적으로 규정하고, 그 개념이 적용되는 실천 양식을 제시함으로써, 언론의 공정성이 문제되는 윤리 영역과 규제 차원의 함의를 명료하게 밝히는 데 있다. 이 글은 먼저 우리나라에서 언론의 공정성 개념이 혼란스럽게 사용되는 까닭을 간단히 검토하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공정성과 구분됨에도 불구하고 개념적으로 혼란을 유발하는 인접 개념들의 사용을 검토한 후, 한국 언론의 공정성 규범 도출을 위한 전제가 되는 명제와 핵심 개념을 논의하겠다. 특히 BBC가 발간한 보고서에 제시된 공정성 관련 규범을 관련된 다른 언론 규범과 비교해서 검토함으로써, BBC의 경우 공정성 보장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알아보겠다. 또한 BBC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된 경우, BBC가 어떻게 대응했는지 살펴 볼 것이다. 이런 논의를 기반으로, 방송법에 의해 공정성 규범을 실천할 것이 규정된 한국 방송 뉴스의 경우, 구체적으로 어떤 실천적 방안을 마련해야 할지 논의하겠다.
공정성 개념이 혼란스러운 이유
우리나라에서 언론의 공정성 개념이 혼란스럽게 사용되는 이유를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언론의 공정성은 접근하는 관점에 따라서 다른 양상을 드러낸다. 언론의 공정성은 적어도 세 관점에서 다르게 규정할 수 있다.
a. 사회 체계의 관점
b. 언론인의 관점
c. 공중의 관점이 그것이다.
뉴스 이용자들은 각자 자신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성향을 배경으로 자신이 접하는 뉴스의 공정성을 다르게 판단하곤 한다. 이렇듯 뉴스 이용자들 간에 공정성 인식이 다르기 때문에 특정 뉴스가 공정하니 마니 하는 공정보도 논란이 초래된다.
언론인의 관점에서 본 공정성이란 기자 및 피디의 취재 및 보도에 적용되는 윤리적 규범이라고 하겠다. 이는 언론직역의 고유한 관행과 전문화된 규범, 그리고 그것을 명문화한 윤리 강령 등으로 구체화되어 나타난다.
사회 체계적 관점의 공정성 개념이 있다. 공정한 뉴스가 공익의 조건이라는 저넺에 따라 뉴스의 공정성을 규제하는 사회적 기구가 채택하는 이념이다. 예를 들어 방송 뉴스에 대한 내용적 규제를 담당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나 신문에 대한 자율규제를 담당하는 언론윤리위원회가 채택한 이념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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