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21일 월요일
한겨레_[사설] 비정규직 선장에 안전훈련도 전무했다니
세월호 참사는 초동대응만 신속하게 했어도 피할 수 있었다. 피해가 이렇게 커진 데는 아무런 대피 조처나 안내도 없이 승객을 내팽개쳐둔 채 자기들만 도망친 선장과 승무원들의 탓이 크다. 수사당국이 승객 보호 의무를 저버린 선장과 간부 선원들을 유기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 수사하기로 한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럼에도 의문은 남는다. 이 비극에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과연 이들뿐일까.
선원들은 수사 과정에서 비상상황을 대비한 안전교육을 받은 일이 전혀 없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한심한 일이다. 선원법과 시행규칙에는 열흘에 한 번씩 소방훈련·구명정훈련 등 비상시에 대비한 훈련을 하도록 되어 있다. 구명정은 두 달에 한 번씩 바다에 띄워놓고 훈련하도록 되어 있고, 승무원의 4분의 1 이상이 바뀌면 출항 후 24시간 이내에 비상훈련을 해야 한다. 같은 훈련을 되풀이하고 거듭 확인하는 까닭은 판단력이 크게 흔들리기 마련인 위기상황에서도 습관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세월호에선 이런 법규와 매뉴얼이 깡그리 무시됐다. 형식적인 훈련조차 없었다.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이 지난해 안전교육 등 선원 연수비로 지출한 돈은 고작 54만1000원이었다. 비상상황에서 승무원들이 질서있게 대피를 이끄는 일은 애초 기대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세월호는 전체 승무원 29명 중 15명이 6개월~1년 단위 계약직이었다. 위기 때 인명구조를 끝까지 책임져야 할 선장이 1년짜리 계약직이었고, 여객선 운항의 핵심이라는 갑판부와 기관부 선원 17명 가운데 12명이 비정규직이었다. 조직적으로 위기에 대처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인 선장이 정규직·비정규직이 물과 기름처럼 갈라진 선원들을 상대로 제대로 지휘권을 행사하기도 쉽지 않았을 터이다. 실제로 급박한 침몰 순간 세월호에서 진도 해상관제센터와 교신한 사람은 선장이 아닌 정규직 일등항해사였다. 선장을 정점으로 한 지휘·명령체계가 무너져 있다 보니, 대피 조처나 퇴선 명령도 내리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다.
선장에게 강한 지휘권을 부여하는 것은 여객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 할 높은 책임과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 권한에 상응해 책임도 커지게 된다. 그런 선장과 주요 선원들을 비정규직으로 채운 것은 승객의 안전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는 얘기다. 게다가 안전훈련조차 소홀히 했다. 수사를 통해 선사의 책임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비용을 줄이겠다고 큰 책임과 위험이 따르는 일까지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잘못도 이제 바로잡아야 한다.
한겨레_[사설] 남은 자들의 참사 후유증 치료에도 힘써야
세월호 같은 끔찍한 사고를 지켜보고도 온전히 버텨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싶다. 500명 가까운 탑승객 가운데 사망자가 이미 60명을 넘어섰고, 2백수십명은 며칠째 생사조차 알 수 없다. 구조작업이 어설프게 진행되면서 실종자들이 살아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의 불씨는 점차 사그라지고 있다. 도저히 믿고 싶지 않은 비극이 우리를 옥죄고 있는 것이다.
사고 가족들은 물론이고 이웃, 나아가 많은 국민이 심한 충격에 빠지고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의 양상까지 보이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상처가 더 커지지 않게 관심을 기울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침몰한 세월호에서 구조된 안산 단원고 학생 중에서 현재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학생이 여럿이라고 한다. 자신들을 이끌어주던 선생님을 잃었다는 상실감과 자기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진료 의사 얘기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났다는 안도감은 잠시인 채 ‘생존자 증후군’ 증세를 보이는 것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로서는 더 견디기 힘든 상황이 아닐까 싶다. 사망하거나 실종한 학생의 부모와 가족이 입는 정신적·육체적 손상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애지중지 키워온 자식을 날벼락 같은 사고로 가슴에 묻어야 하는 부모 심정이 오죽하겠는가. 교사를 비롯해 일반인들 가운데 유명을 달리한 사람들의 가족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단원고 교감 ㄱ씨는 이 와중에 죄책감 등으로 괴로워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0명(제자들)의 생사를 알 수 없는데 혼자 살기에는 힘이 벅차다”라는 유서를 남겼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 극단적 선택을 했다. 어제는 참고인 조사를 받은 기관사 ㅅ씨가 자살을 기도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하지만, 걱정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참사 후유증을 앓는 사람들의 치유를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관련 단체,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했으면 좋겠다. 미국의 9·11테러와 일본의 지진 사태 등을 참고할 수도 있을 듯하다. 구조작업으로 경황이 없겠지만 서두르길 바란다. ‘정신적 상처’가 또다른 비극을 낳게 해서는 안 된다.
여차할 경우를 위해 평소부터 준비를 게을리하지 말라 양병천일(養兵千日),용병일시(用兵一時)
여차할 경우를 위해 평소부터 준비를 게을리하지 말라
양병천일(養兵千日),용병일시(用兵一時)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소문(素問 =의학서)
목마르자 우물판다.(임갈굴정=臨渴掘井),
"병을 얻은 후에야 약을 쓰고 난리가 이미 난 후에야 이를 다스리는 것은 목이 말라야 우물을 파고 싸움이 벌어지고서야 송곳을 만든 것과 같으니 이미 때는 늦지 않은가?"
안자춘추(晏子春秋=기원전500년 제나라 명재상 안영의 언행을 후대인이 기록한 책)
난리를 만나고야 병(兵=무기)을 만든다.(임난주병=臨難鑄兵)
옛날 노(魯)나라의 소공(昭公)이라는 왕이 나라를 빼앗기고 제(齊)나라로 망명해 왔다.
제나라의 경공이 물었다.
"그대는 나이도 젊고 즉위한지도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도대체 어찌된 일이오?"
소공이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지금까지 많은 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았으나 그 자들과 친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또 많은 자들이 간(諫)하였으나 나는 긍정만 했을 뿐 실행에 옮기지 않았습니다.그 결과 내 주위에는 아첨하는 자만 모이게 되고 육친처럼 나를 걱정해주는 자가 없었습니다."
경공이 재상인 안영(晏영)에게 소공의 왕위를 찾아 주고자하는 생각에 대해 물었다.
안영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건 안될 말씀입니다.
실패한 다음에 후회하는 것이 우자(愚者)의 상사(常事)입니다.
미리 가는 길을 알아두면 될 것을 길을 잃고서야 비로소 길을 물으려고 하며,
강을 건너려거든 얕은 여울을 알아 두어야 할 것을 물에 빠진 연후에야 앝은 곳을 물으려고 합니다.
그것은 마치 적의 공격을 받고서야 무기를 만들고,
목이 마르고서야 우물을 파는 격이라 제아무리 서둘러도 때는 이미 늦습니다."
양병천일,용병일시...
사고나 위험에 대비해 미리 준비해 두라는 "유비무환"을 생각케 한다.
☆일본 모리야 히로시의 책,<세상을 살아가는 중국인의 80가지 지혜>에서...
양병천일(養兵千日),용병일시(用兵一時)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소문(素問 =의학서)
목마르자 우물판다.(임갈굴정=臨渴掘井),
"병을 얻은 후에야 약을 쓰고 난리가 이미 난 후에야 이를 다스리는 것은 목이 말라야 우물을 파고 싸움이 벌어지고서야 송곳을 만든 것과 같으니 이미 때는 늦지 않은가?"
안자춘추(晏子春秋=기원전500년 제나라 명재상 안영의 언행을 후대인이 기록한 책)
난리를 만나고야 병(兵=무기)을 만든다.(임난주병=臨難鑄兵)
옛날 노(魯)나라의 소공(昭公)이라는 왕이 나라를 빼앗기고 제(齊)나라로 망명해 왔다.
제나라의 경공이 물었다.
"그대는 나이도 젊고 즉위한지도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도대체 어찌된 일이오?"
소공이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지금까지 많은 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았으나 그 자들과 친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또 많은 자들이 간(諫)하였으나 나는 긍정만 했을 뿐 실행에 옮기지 않았습니다.그 결과 내 주위에는 아첨하는 자만 모이게 되고 육친처럼 나를 걱정해주는 자가 없었습니다."
경공이 재상인 안영(晏영)에게 소공의 왕위를 찾아 주고자하는 생각에 대해 물었다.
안영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건 안될 말씀입니다.
실패한 다음에 후회하는 것이 우자(愚者)의 상사(常事)입니다.
미리 가는 길을 알아두면 될 것을 길을 잃고서야 비로소 길을 물으려고 하며,
강을 건너려거든 얕은 여울을 알아 두어야 할 것을 물에 빠진 연후에야 앝은 곳을 물으려고 합니다.
그것은 마치 적의 공격을 받고서야 무기를 만들고,
목이 마르고서야 우물을 파는 격이라 제아무리 서둘러도 때는 이미 늦습니다."
양병천일,용병일시...
사고나 위험에 대비해 미리 준비해 두라는 "유비무환"을 생각케 한다.
☆일본 모리야 히로시의 책,<세상을 살아가는 중국인의 80가지 지혜>에서...
2014년 4월 20일 일요일
아경_[사설]어이없는 人災 … 국가의 침몰은 막아라
세월호 참사는 시간이 갈수록 인재(人災)임이 드러나고 있다. 어제 공개된 진도교통관제센터와 세월호의 교신 내용은 우리 귀를 의심케 한다. 절체절명의 31분 동안 허둥대며 교신만 했지 승객 탈출과 구조 등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실질적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 사이 배는 침몰했고 선장 등 선박직 15명은 전원 탈출한 반면 승객 안내를 맡은 승무원과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믿은 승객 대다수는 사망하거나 실종됐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사고 당일 세월호가 멀리 떨어진 제주관제센터와 먼저 교신한 뒤 11분이 지나서야 진도관제센터와 연락이 이뤄졌다니 그동안 두 관제센터는 뭘 했나. 더구나 해양경찰청은 제주관제센터와의 교신 내용만 있지 진도관제센터와의 교신은 없었다고 발뺌해왔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침몰 원인은 물론 선장과 해난 당국의 승객 피난 조치가 왜 제때 이뤄지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밝혀내야 한다.
구조 현장의 난맥상은 더욱 실망스럽다. 그저께부터 오징어잡이 채낚기 어선들이 동원돼 사고현장을 밝히고 있다. 대형 바지선이 출동해 잠수부들의 구조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특수 제작된 손도끼로 선실 유리창을 깨뜨려 실종자 시신을 수습할 수 있었다. 지지부진하던 실종자 구조 작업에 변화를 준 이런 조치는 모두 민간인 잠수부나 실종자 가족들이 낸 아이디어를 정부가 뒤늦게 받아들인 것들이다.
오죽하면 실종자 가족들이 대국민 호소문에 이어 청와대로 가겠다고 나섰을까. 어제 가족 대표들을 만난 정홍원 총리는 오늘부터 구조인력을 더 늘리겠다고 했다. 장관급 이상이 참여하는 대책회의도 매일 열기로 했다. 정부 대응이 우왕좌왕에 너무 느려 속이 터질 지경이다. 이 와중에 사망자 명단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다 실종자 가족들에게 들킨 고위 공직자까지 등장했다. 정부는 일사분란한 현장 지휘체계로 구조작업에 속도를 높임으로써 실종자 가족들과 국민을 안심시키라.
온 나라가 충격과 우울증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국민적 행렬은 이어지고 있다. 자원봉사자가 끊이지 않고, 진도 어민들은 생업인 꽃게잡이도 중단한 채 구조작업을 돕고 있다. 정부도, 민간도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진정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길일 것이다.
사고 당일 세월호가 멀리 떨어진 제주관제센터와 먼저 교신한 뒤 11분이 지나서야 진도관제센터와 연락이 이뤄졌다니 그동안 두 관제센터는 뭘 했나. 더구나 해양경찰청은 제주관제센터와의 교신 내용만 있지 진도관제센터와의 교신은 없었다고 발뺌해왔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침몰 원인은 물론 선장과 해난 당국의 승객 피난 조치가 왜 제때 이뤄지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밝혀내야 한다.
구조 현장의 난맥상은 더욱 실망스럽다. 그저께부터 오징어잡이 채낚기 어선들이 동원돼 사고현장을 밝히고 있다. 대형 바지선이 출동해 잠수부들의 구조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특수 제작된 손도끼로 선실 유리창을 깨뜨려 실종자 시신을 수습할 수 있었다. 지지부진하던 실종자 구조 작업에 변화를 준 이런 조치는 모두 민간인 잠수부나 실종자 가족들이 낸 아이디어를 정부가 뒤늦게 받아들인 것들이다.
오죽하면 실종자 가족들이 대국민 호소문에 이어 청와대로 가겠다고 나섰을까. 어제 가족 대표들을 만난 정홍원 총리는 오늘부터 구조인력을 더 늘리겠다고 했다. 장관급 이상이 참여하는 대책회의도 매일 열기로 했다. 정부 대응이 우왕좌왕에 너무 느려 속이 터질 지경이다. 이 와중에 사망자 명단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다 실종자 가족들에게 들킨 고위 공직자까지 등장했다. 정부는 일사분란한 현장 지휘체계로 구조작업에 속도를 높임으로써 실종자 가족들과 국민을 안심시키라.
온 나라가 충격과 우울증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국민적 행렬은 이어지고 있다. 자원봉사자가 끊이지 않고, 진도 어민들은 생업인 꽃게잡이도 중단한 채 구조작업을 돕고 있다. 정부도, 민간도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진정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길일 것이다.
아경_[사설]유보율 1578%, 기업가정신 어디 갔나
우리나라 대표적 대기업들의 유보율이 평균 1500%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시장ㆍ상장회사 정보 서비스 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0대 그룹 소속 12월 결산 대기업 70곳의 유보율은 지난해 말 현재 평균 1578%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말 1414%에 비하면 164%포인트 높아졌다. 유보율은 기업이 사내에 유보한 이익잉여금의 누적액을 자본금으로 나눠 구하는 재무지표다. 유보율 상승은 재무구조 개선과 투자여력 축적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만큼 투자와 배당에 소극적인 것이므로 기업의 성장성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경제 전체의 내수 기반을 저해한다.
10대 그룹 대기업이라면 한국 경제의 성장을 이끄는 기업들이다. 그들이 번 돈을 투자하기보다 쌓아두는 데 치중해서는 성장잠재력이 회복되기 어렵다. 게다가 이런 현상은 단기적인 게 아니라 15년 이상 계속된 추세다. 대기업들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경영보수화의 길을 걸어왔다.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기업가정신은 위축되고, 대신 미래의 불확실성을 걱정해 돈을 움켜쥐고 웅크리는 수전노정신이 강화됐다. 유보율 상승 추세가 이를 웅변한다. 10대 그룹의 유보율은 2004년 600%, 2009년 1000%를 넘었고, 그 뒤에도 빠른 속도로 상승해왔다.
적정한 유보율이 어느 수준인지는 다양한 논의가 가능하다. 업종별 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자본금의 15배도 넘은 현재 대기업들의 유보율은 분명 비상식적이다. 10대 그룹 대기업들은 필요하면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자금차입을 할 수도 있고, 증시 등 자본시장에서 직접 자금조달을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대기업들이 사내 이익유보를 과다하게 하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그러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소유와 경영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아 소유주의 경영 지배력이 강력한 기업일수록 이익유보를 더 많이 하는 일반적인 경향도 작용한 결과일 수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과 만나 투자 확대를 요구하곤 했지만, 그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이제는 과다한 이익유보에 대해 세금부과 등 디스인센티브(역유인)를 도입해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
10대 그룹 대기업이라면 한국 경제의 성장을 이끄는 기업들이다. 그들이 번 돈을 투자하기보다 쌓아두는 데 치중해서는 성장잠재력이 회복되기 어렵다. 게다가 이런 현상은 단기적인 게 아니라 15년 이상 계속된 추세다. 대기업들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경영보수화의 길을 걸어왔다.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기업가정신은 위축되고, 대신 미래의 불확실성을 걱정해 돈을 움켜쥐고 웅크리는 수전노정신이 강화됐다. 유보율 상승 추세가 이를 웅변한다. 10대 그룹의 유보율은 2004년 600%, 2009년 1000%를 넘었고, 그 뒤에도 빠른 속도로 상승해왔다.
적정한 유보율이 어느 수준인지는 다양한 논의가 가능하다. 업종별 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자본금의 15배도 넘은 현재 대기업들의 유보율은 분명 비상식적이다. 10대 그룹 대기업들은 필요하면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자금차입을 할 수도 있고, 증시 등 자본시장에서 직접 자금조달을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대기업들이 사내 이익유보를 과다하게 하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그러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소유와 경영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아 소유주의 경영 지배력이 강력한 기업일수록 이익유보를 더 많이 하는 일반적인 경향도 작용한 결과일 수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과 만나 투자 확대를 요구하곤 했지만, 그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이제는 과다한 이익유보에 대해 세금부과 등 디스인센티브(역유인)를 도입해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
중앙_[사설] 현장에서 ① … 안전 사회인가, 3등 국가인가
백색 천막 안으로 사람들이 줄지어 들어갔다. 잠시 후 통곡이 터져나왔다. “내 아들 살려내! 살려내라고.”
천막에서 나온 한 중년 남성은 뒤따라오는 젊은이에게 물었다. “○○이 아니지?” “예. 아니에요.” 한 중년 여성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우리 애가 안 와요. 우리 애가….” 다른 여성은 힘없이 혼잣말을 했다. “쟤랑 같이 있었을 텐데….”
어제(20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 ‘신원확인소’엔 실종자 가족들이 쉴 새 없이 모여들었다. 아들, 딸의 얼굴을 확인한 가족들은 오열했고, 확인하지 못한 가족들은 충혈된 눈으로 천막을 나왔다.
이날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 수색이 모처럼 활기를 띠면서 팽목항은 장(腸)을 끊는 듯한 슬픔과 애타는 기다림이 엇갈리고 있었다. 사고 전 한적했던 항구는 구급차와 방송사 중계차, 자원봉사대 천막들로 불철주야 병목을 이루고 있다. ‘가족 지원 상황실’ 건물 맞은편에 있는 ‘사망자 명단’ 현황판에 사망자 인상착의가 새로 적힐 때마다 가족들의 발길이 모였다 흩어진다.
이런 상황이 닷새째 이어지면서 실종자 가족은 지쳐가고 있다. 기대는 좌절로, 슬픔은 분노로 바뀌어가고 있다. 진도 실내체육관에 있던 가족들은 어제 새벽 “정부를 못 믿겠다.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가족 대표 100여 명이 관광버스에 나눠 타고 청와대를 향해 출발하려다 경찰이 제지하자 거세게 항의하며 몸싸움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이들을 만류하려 왔던 정홍원 총리가 두 시간 넘게 차 안에 갇혀 있기도 했다. 최상환 해양경찰청 차장도 그제(19일) 오후 실내체육관에서 브리핑을 하다가 “왜 같은 말만 반복하느냐”는 가족들의 반발로 브리핑을 중단해야 했다.
이처럼 정부에 대한 가족들의 불신이 커진 것은 정부의 재난 대응 능력이 너무도 쉽게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사고 직후 “(학생) 전원 구조”라는 잘못된 발표가 나온 데 이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뒤늦은 대처가 도마에 올랐다. 더욱이 탑승자·실종자·사망자·구조자 집계가 수차례 번복되고 부처 간 엇박자 속에 수색까지 더뎌지면서 불신의 악순환에 빠지고 말았다. 안산 단원고 학부모들은 “지금까지 정부가 한 것은 우리 요구를 뒤늦게 따라온 것밖에 없지 않느냐”고 되묻고 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제 저녁 팽목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이 “기상 악화로 수색에 실패했지만 오늘 밤 네 차례에 걸쳐 조명탄을 투하하고 잠수부들을 투입해 수색을 계속하겠다”고 하자 한 참석자가 말했다.
“나는 2011년 설봉호 화재 때 구조된 사람이다. 너무 안타까워서 부산에서 왔다. 제대로 구조하려면 마스터플랜과 매뉴얼이 있어야 하는데 너무 주먹구구식이다. 대체 몇 개월을 가려고 이러느냐.”
그가 지적하듯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만으로는 정부가 실종자 가족의 신뢰를 끌어내긴 어려워 보인다. 가족들은 “이러려고 우리가 세금을 내왔느냐”고 말한다. 체계적이고 정밀한 재난 대응 시스템과 매뉴얼 없이는 대형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우린 계속해서 국가란 무엇인가, 정부란 무엇이냐는 물음 앞에 서야 할 것이다. 가족은 충격과 비탄에 싸이고, 온 국민은 죄인의 마음이 되고, 사회 전체가 집단 트라우마를 겪는 사태를 대체 언제까지 반복해야 하는가.
어제 범정부 사고대책본부가 세월호의 사고 당시 교신 녹취록을 공개했다. 세월호가 진도 교통관제센터(VTS)로부터 승객들에 대한 구호를 지시받고도 퇴선 명령 등 구체적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준석 선장 등 승무원들이 얼마나 무책임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그간 우리는 압축성장에 성공했지만 생명의 가치, 안전의 가치에는 무관심했고 무신경했다. 생명과 안전은 압축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안전을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임지지 않았고, 안전 관리를 책임져야 할 공복(公僕)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것이 세월호, 아니 ‘대한민국’호(號)의 고통스러운 자화상이다.
선주·선장·승무원 등을 엄벌하고 재난지역을 선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불안 사회’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사전 안전관리는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대형 사고가 났을 때 재난 대응 시스템은 어떻게 가동돼야 하는가. 어떻게 골든타임(결정적 시간)에 인명을 구조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것인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마련하지 않는 한 한국 사회는 같은 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다.
수많은 외신기자가 팽목항에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대고 있다. 경제 선진국이라는 한국에서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어났느냐는 의문이 그들을 이곳으로 이끌었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기로에 서 있다. 결연한 각오와 의지로 안전 사회로 나아가느냐, 아니면 오명을 그대로 뒤집어쓴 채 ‘3등 국가’로 전락하느냐. 우리 앞에 이 두 개의 길 말고 다른 선택지는 없다.
“그만 기다리게 하고 돌아와라.” “몇 명이라도 기적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누구든, 그게 누구라도….”
부두에 앉은 가족들은 어깨를 기대고 딸의 이름, 아들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지금은 자학에 빠져 있을 때도, 한숨을 쉬고 망각할 때도 아니다. 지금은 ‘한강의 기적’을 넘어 ‘진도의 기적’을 만들어야 할 때다. 아이들은 살아서 부모 품에 돌아와야 한다. 그리고 좌초된 대한민국은 사고 해역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진도 팽목항>
천막에서 나온 한 중년 남성은 뒤따라오는 젊은이에게 물었다. “○○이 아니지?” “예. 아니에요.” 한 중년 여성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우리 애가 안 와요. 우리 애가….” 다른 여성은 힘없이 혼잣말을 했다. “쟤랑 같이 있었을 텐데….”
어제(20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 ‘신원확인소’엔 실종자 가족들이 쉴 새 없이 모여들었다. 아들, 딸의 얼굴을 확인한 가족들은 오열했고, 확인하지 못한 가족들은 충혈된 눈으로 천막을 나왔다.
이날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 수색이 모처럼 활기를 띠면서 팽목항은 장(腸)을 끊는 듯한 슬픔과 애타는 기다림이 엇갈리고 있었다. 사고 전 한적했던 항구는 구급차와 방송사 중계차, 자원봉사대 천막들로 불철주야 병목을 이루고 있다. ‘가족 지원 상황실’ 건물 맞은편에 있는 ‘사망자 명단’ 현황판에 사망자 인상착의가 새로 적힐 때마다 가족들의 발길이 모였다 흩어진다.
이런 상황이 닷새째 이어지면서 실종자 가족은 지쳐가고 있다. 기대는 좌절로, 슬픔은 분노로 바뀌어가고 있다. 진도 실내체육관에 있던 가족들은 어제 새벽 “정부를 못 믿겠다.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가족 대표 100여 명이 관광버스에 나눠 타고 청와대를 향해 출발하려다 경찰이 제지하자 거세게 항의하며 몸싸움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이들을 만류하려 왔던 정홍원 총리가 두 시간 넘게 차 안에 갇혀 있기도 했다. 최상환 해양경찰청 차장도 그제(19일) 오후 실내체육관에서 브리핑을 하다가 “왜 같은 말만 반복하느냐”는 가족들의 반발로 브리핑을 중단해야 했다.
이처럼 정부에 대한 가족들의 불신이 커진 것은 정부의 재난 대응 능력이 너무도 쉽게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사고 직후 “(학생) 전원 구조”라는 잘못된 발표가 나온 데 이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뒤늦은 대처가 도마에 올랐다. 더욱이 탑승자·실종자·사망자·구조자 집계가 수차례 번복되고 부처 간 엇박자 속에 수색까지 더뎌지면서 불신의 악순환에 빠지고 말았다. 안산 단원고 학부모들은 “지금까지 정부가 한 것은 우리 요구를 뒤늦게 따라온 것밖에 없지 않느냐”고 되묻고 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제 저녁 팽목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이 “기상 악화로 수색에 실패했지만 오늘 밤 네 차례에 걸쳐 조명탄을 투하하고 잠수부들을 투입해 수색을 계속하겠다”고 하자 한 참석자가 말했다.
“나는 2011년 설봉호 화재 때 구조된 사람이다. 너무 안타까워서 부산에서 왔다. 제대로 구조하려면 마스터플랜과 매뉴얼이 있어야 하는데 너무 주먹구구식이다. 대체 몇 개월을 가려고 이러느냐.”
그가 지적하듯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만으로는 정부가 실종자 가족의 신뢰를 끌어내긴 어려워 보인다. 가족들은 “이러려고 우리가 세금을 내왔느냐”고 말한다. 체계적이고 정밀한 재난 대응 시스템과 매뉴얼 없이는 대형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우린 계속해서 국가란 무엇인가, 정부란 무엇이냐는 물음 앞에 서야 할 것이다. 가족은 충격과 비탄에 싸이고, 온 국민은 죄인의 마음이 되고, 사회 전체가 집단 트라우마를 겪는 사태를 대체 언제까지 반복해야 하는가.
어제 범정부 사고대책본부가 세월호의 사고 당시 교신 녹취록을 공개했다. 세월호가 진도 교통관제센터(VTS)로부터 승객들에 대한 구호를 지시받고도 퇴선 명령 등 구체적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준석 선장 등 승무원들이 얼마나 무책임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그간 우리는 압축성장에 성공했지만 생명의 가치, 안전의 가치에는 무관심했고 무신경했다. 생명과 안전은 압축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안전을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임지지 않았고, 안전 관리를 책임져야 할 공복(公僕)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것이 세월호, 아니 ‘대한민국’호(號)의 고통스러운 자화상이다.
선주·선장·승무원 등을 엄벌하고 재난지역을 선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불안 사회’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사전 안전관리는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대형 사고가 났을 때 재난 대응 시스템은 어떻게 가동돼야 하는가. 어떻게 골든타임(결정적 시간)에 인명을 구조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것인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마련하지 않는 한 한국 사회는 같은 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다.
수많은 외신기자가 팽목항에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대고 있다. 경제 선진국이라는 한국에서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어났느냐는 의문이 그들을 이곳으로 이끌었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기로에 서 있다. 결연한 각오와 의지로 안전 사회로 나아가느냐, 아니면 오명을 그대로 뒤집어쓴 채 ‘3등 국가’로 전락하느냐. 우리 앞에 이 두 개의 길 말고 다른 선택지는 없다.
“그만 기다리게 하고 돌아와라.” “몇 명이라도 기적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누구든, 그게 누구라도….”
부두에 앉은 가족들은 어깨를 기대고 딸의 이름, 아들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지금은 자학에 빠져 있을 때도, 한숨을 쉬고 망각할 때도 아니다. 지금은 ‘한강의 기적’을 넘어 ‘진도의 기적’을 만들어야 할 때다. 아이들은 살아서 부모 품에 돌아와야 한다. 그리고 좌초된 대한민국은 사고 해역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진도 팽목항>
중앙_[사설] 재난대책 사령탑, 현장형·맞춤형이 맞다
세월호 사고 수습 과정에서 구조된 사람의 숫자나 ‘구조대의 선내 진입 여부’를 놓고 정부기관의 발표가 엇갈리는 등 일부 혼선이 빚어졌다. 이런 일로 정부에 대한 실종자 가족의 불신이 가중됐다. 가족들이 “대통령을 만나겠다”며 집단행동을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정부의 혼선은 대책을 지휘하는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가 현장과 동떨어져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처음에는 관례대로 안전행정부에 중앙재난대책본부를 설치했다. 그러다 혼선이 생기자 50여 시간 만에 총리가 현장에서 지휘해 범부처대책본부로 사령탑을 바꾸었다. 정부가 오락가락하는 사이 안행부·해경·해군·해양수산부의 체계적인 협조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
사고에 따라 중심적 역할을 하는 기관과 지원 기관이 달라야 한다. 홍수나 가뭄 같은 전국적인 자연재해의 대처에는 행정력 동원이 가장 중요하다. 이 때문에 안행부의 중앙재해대책본부가 지휘탑을 맡으면 된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 같은 사고는 다르다. 이런 사고의 초기에는 수색과 구조가 가장 중요하다. 그렇다면 ‘바다 사고’를 제일 잘 아는 해경이 중심이 돼야 한다. 국무총리는 정부 중앙재해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세월호 같은 사고가 터지면 총리가 지시해 해경을 컨트롤 타워로 삼고 안행부·해수부·해군 등을 지원·보조 기관으로 정리하면 대응체계의 효율을 기할 수 있다. 이번에는 이런 조치가 미숙했다.
정부의 대응 미숙이 제기되자 새누리당 등 정치권 일각에서는 재난안전처나 재난청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일이 터지면 정부기관부터 새로 만들고보자는 구습(舊習)이다. 조금 있으면 정치권은 감투를 챙길 수 있는 국회 특위부터 만들자고 나설지 모른다. 현재 있는 기관이나 매뉴얼만 잘 활용해도 재난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기구를 신설하면 예산을 소모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규제와 밥그릇 싸움을 초래할 것이다. 총리의 지휘로 사고의 특성에 따라 맞춤형 대책본부를 만드는 ‘기동군 체제’가 더 효과적이다.
정부는 처음에는 관례대로 안전행정부에 중앙재난대책본부를 설치했다. 그러다 혼선이 생기자 50여 시간 만에 총리가 현장에서 지휘해 범부처대책본부로 사령탑을 바꾸었다. 정부가 오락가락하는 사이 안행부·해경·해군·해양수산부의 체계적인 협조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
사고에 따라 중심적 역할을 하는 기관과 지원 기관이 달라야 한다. 홍수나 가뭄 같은 전국적인 자연재해의 대처에는 행정력 동원이 가장 중요하다. 이 때문에 안행부의 중앙재해대책본부가 지휘탑을 맡으면 된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 같은 사고는 다르다. 이런 사고의 초기에는 수색과 구조가 가장 중요하다. 그렇다면 ‘바다 사고’를 제일 잘 아는 해경이 중심이 돼야 한다. 국무총리는 정부 중앙재해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세월호 같은 사고가 터지면 총리가 지시해 해경을 컨트롤 타워로 삼고 안행부·해수부·해군 등을 지원·보조 기관으로 정리하면 대응체계의 효율을 기할 수 있다. 이번에는 이런 조치가 미숙했다.
정부의 대응 미숙이 제기되자 새누리당 등 정치권 일각에서는 재난안전처나 재난청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일이 터지면 정부기관부터 새로 만들고보자는 구습(舊習)이다. 조금 있으면 정치권은 감투를 챙길 수 있는 국회 특위부터 만들자고 나설지 모른다. 현재 있는 기관이나 매뉴얼만 잘 활용해도 재난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기구를 신설하면 예산을 소모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규제와 밥그릇 싸움을 초래할 것이다. 총리의 지휘로 사고의 특성에 따라 맞춤형 대책본부를 만드는 ‘기동군 체제’가 더 효과적이다.
중앙_[사설] 우리나라는 '삼류국가'였다
‘세월호’ 침몰 사고 나흘째. 우리 사회는 지금 ‘집단 아노미’ 혹은 ‘집단 멘붕’에 빠진 것이나 다름없다. 모두 넋이 나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부는 불신받고, 괴담은 난무하고,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 사고 현장을 찾아가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 그들의 절규를 듣고, 일선 공무원들에게 최선을 다할 것을 명령한 후 이 꽉 막힌 재난 국면에서 조금은 소통이 되는 듯했다. 대통령 방문 후 무(無)설명으로 일관하던 당국은 실종자 가족들이 머무는 진도 체육관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는 등 움직이기 시작했다.
18일. 드디어 선내에 공기를 주입했고, 이날 오후 구조대가 선내로 진입해 본격적인 실종자 생사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비로소 현장 구조 작업에서 한 단계 더 진전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진전도 대통령의 약속도 ‘집단 멘붕’을 진정시키지는 못했다.
이날 오전부터 우리 사회는 민간잠수부라는 한 여성의 거짓말에 휘둘렸다. “구조작업을 하는 민간잠수부들에게 구조대원들이 대충 시간만 때우고 가라고 했다”는 등의 발언이었다. 이를 TV 뉴스 프로그램이 보도하고, 네티즌들은 비난을 쏟아냈다. 거짓말임은 금세 밝혀졌고, 해당 방송사는 신속히 사과했다. 문제는 이런 허무맹랑한 주장마저 삽시간에 SNS를 타고 사회 전체를 뒤흔들 만큼 우리 공동체가 깊은 불신에 사로잡혀 있다는 점이다. 이런 때일수록 분별력을 발휘해야 할 정부와 언론마저 허둥대는 판국이니 시민들은 더 기댈 데가 없다.
수학여행 길에 올랐다 재난을 당한 안산 단원고 학생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 “정부의 행태가 너무 분하고, 책임자도 없고, 계속 거짓말을 한다”며 대국민 호소문을 냈다. 또 세월호에서 구출된 단원고 교감이 목을 매 자살했다. 꼬리를 무는 비극 속에서 ‘탑승자들에게 어째서 비상시 행동수칙도 알려주지 않았는지’ ‘구조현장에 출동한 구조대는 1시간여 동안 왜 누구도 선내에 들어가 현장 구조를 안 했는지’ ‘일본에서 타다 수명을 다해 판 20년 된 여객선은 무리한 증축까지 했는데 어떻게 안전검사에 통과했는지’ 등 수많은 의문과 의혹이 새로 쏟아지고 있다.
불신만이 지배하는 사회. 그러나 이를 진정시키고 다독거릴 정부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헛발질하는 정부의 모습만 도처에서 돌출한다. 1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해경이 선실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가 잠시 후 발표를 뒤집었다. 사고 첫날 구조자와 탑승자 숫자조차 집계하지 못했던 정부의 말바꾸기는 대통령이 최선을 명령한 뒤에도 계속됐다. 현장기자는 말했다. “중대본이 장악력도 없고, 해양수산부와 안전행정부는 소통이 안 되고, 파견 공무원들은 계속 핑계만 대고…, 보면서도 화가 나 뒤집어질 지경이다.”
진도의 현장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팽목항엔 119 앰뷸런스들이 줄지어 있고, 기업 등 민간인 자원봉사자들이 내려와 이불부터 속옷까지 가족들에게 필요한 물품들을 대주며 대기하고 있다. 문제는 의욕과 마음은 있는데 모두 뭘 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대책 기구는 일원화가 안 되고, 대응 매뉴얼이 없다 보니 현장이 효율적으로 움직이지 못한다.”
이 초대형 재난 앞에서 우리는 ‘안전 정부’에 대한 기대와 희망마저 침몰해버린 또 하나의 슬픈 현실에 직면했다. 세계 7위 수출 강국, 세계 13위 경제 대국이라는 수식어가 부끄럽고 초라할 뿐이다. 나무와 풀은 큰 바람이 불어야 분간할 수 있다고 한다. 한 국가의 수준과 능력도 재난과 어려움이 닥쳤을 때 판가름 난다. 우리나라의 수준은 낙제점, 삼류국가의 그것이었다. 마치 초짜 3등 항해사가 몰았던 세월호처럼 침몰하는 나라를 보는 것 같은 막막함을 가눌 길 없다. 우리 사회의 신뢰 자산마저 바닥을 드러내고 침몰해 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이 신뢰의 재난에서 대한민국을 어떻게 구조할 것인지 이제 정부부터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
18일. 드디어 선내에 공기를 주입했고, 이날 오후 구조대가 선내로 진입해 본격적인 실종자 생사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비로소 현장 구조 작업에서 한 단계 더 진전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진전도 대통령의 약속도 ‘집단 멘붕’을 진정시키지는 못했다.
이날 오전부터 우리 사회는 민간잠수부라는 한 여성의 거짓말에 휘둘렸다. “구조작업을 하는 민간잠수부들에게 구조대원들이 대충 시간만 때우고 가라고 했다”는 등의 발언이었다. 이를 TV 뉴스 프로그램이 보도하고, 네티즌들은 비난을 쏟아냈다. 거짓말임은 금세 밝혀졌고, 해당 방송사는 신속히 사과했다. 문제는 이런 허무맹랑한 주장마저 삽시간에 SNS를 타고 사회 전체를 뒤흔들 만큼 우리 공동체가 깊은 불신에 사로잡혀 있다는 점이다. 이런 때일수록 분별력을 발휘해야 할 정부와 언론마저 허둥대는 판국이니 시민들은 더 기댈 데가 없다.
수학여행 길에 올랐다 재난을 당한 안산 단원고 학생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 “정부의 행태가 너무 분하고, 책임자도 없고, 계속 거짓말을 한다”며 대국민 호소문을 냈다. 또 세월호에서 구출된 단원고 교감이 목을 매 자살했다. 꼬리를 무는 비극 속에서 ‘탑승자들에게 어째서 비상시 행동수칙도 알려주지 않았는지’ ‘구조현장에 출동한 구조대는 1시간여 동안 왜 누구도 선내에 들어가 현장 구조를 안 했는지’ ‘일본에서 타다 수명을 다해 판 20년 된 여객선은 무리한 증축까지 했는데 어떻게 안전검사에 통과했는지’ 등 수많은 의문과 의혹이 새로 쏟아지고 있다.
불신만이 지배하는 사회. 그러나 이를 진정시키고 다독거릴 정부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헛발질하는 정부의 모습만 도처에서 돌출한다. 1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해경이 선실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가 잠시 후 발표를 뒤집었다. 사고 첫날 구조자와 탑승자 숫자조차 집계하지 못했던 정부의 말바꾸기는 대통령이 최선을 명령한 뒤에도 계속됐다. 현장기자는 말했다. “중대본이 장악력도 없고, 해양수산부와 안전행정부는 소통이 안 되고, 파견 공무원들은 계속 핑계만 대고…, 보면서도 화가 나 뒤집어질 지경이다.”
진도의 현장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팽목항엔 119 앰뷸런스들이 줄지어 있고, 기업 등 민간인 자원봉사자들이 내려와 이불부터 속옷까지 가족들에게 필요한 물품들을 대주며 대기하고 있다. 문제는 의욕과 마음은 있는데 모두 뭘 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대책 기구는 일원화가 안 되고, 대응 매뉴얼이 없다 보니 현장이 효율적으로 움직이지 못한다.”
이 초대형 재난 앞에서 우리는 ‘안전 정부’에 대한 기대와 희망마저 침몰해버린 또 하나의 슬픈 현실에 직면했다. 세계 7위 수출 강국, 세계 13위 경제 대국이라는 수식어가 부끄럽고 초라할 뿐이다. 나무와 풀은 큰 바람이 불어야 분간할 수 있다고 한다. 한 국가의 수준과 능력도 재난과 어려움이 닥쳤을 때 판가름 난다. 우리나라의 수준은 낙제점, 삼류국가의 그것이었다. 마치 초짜 3등 항해사가 몰았던 세월호처럼 침몰하는 나라를 보는 것 같은 막막함을 가눌 길 없다. 우리 사회의 신뢰 자산마저 바닥을 드러내고 침몰해 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이 신뢰의 재난에서 대한민국을 어떻게 구조할 것인지 이제 정부부터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
조선_[사설] '세월號 쇼크' 대한민국, 다른 곳은 안전한 것인가
선박 관련법은 여객선 경우 10일에 한 번 소방·구조 훈련을, 두 달에 한 번 구명정 대피 훈련을, 6개월에 한 번 충돌·좌초 대비 훈련을 하게 돼 있다. 세월호 선사(船社)인 청해진해운은 지난해 선장·선원 등 직원 130명의 안전교육비(費)로 54만원을 썼다.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청해진해운의 외부 감사보고서 내용이다. 안전 교육·훈련이 전혀 없었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선박 안전성은 한국해운조합이라는 단체가 점검·단속을 한다. 해운조합은 해운사들 회비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세월호의 출항 전 승선 정원을 초과하진 않았는지, 화물을 꽉 묶어 맸는지, 구명보트는 정상인지 점검한 것은 해운조합 소속 운항관리자다. 이 사람이 자기에게 월급 주는 거나 진배없는 해운사 소속 배를 날카로운 눈으로 감시하리라고는 기대하기 힘들다.
세월호가 출항 당시 해운조합에 낸 보고서엔 차량 150대, 화물 657t을 실었다고 돼 있다. 그러나 청해진해운은 사고 직후 차량 180대와 컨테이너 105개(1157t)를 싣고 있었다고 발표했다. 출항 보고 때보다 차량 30대, 화물 500t이 늘어났다. 실제 화물 무게는 훨씬 더 무거웠을 가능성이 있다. 트럭에 얼마 정도 화물이 실렸는지 체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세월호는 컨테이너와 화물트럭을 제대로 묶어두지도 않았다. 사고 직후 배에서 떨어진 컨테이너가 바다에 둥둥 떠다녔다. 세월호에 몇 명 탔는지도 CCTV를 보면서 숫자를 세야 했다.
선박 설비에 대한 안전 검사는 한국선급이라는 기관에서 한다. 한국선급은 지난 2월 열흘 동안 세월호에 대해 200개 항목의 안전 검사를 한 후 구명 뗏목에 대해 '정상'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세월호 구명 뗏목 46개 가운데 펼쳐진 건 한 개뿐이다. 검사한 척만 하고 보고서를 쓴 건지 알 수 없다.
세월호 선장·선원들은 내 목숨만 살겠다고 승객들은 방치한 채 배를 탈출했다. 이런 청해진해운에 대해 해양수산부는 2006· 2009·2011·2013년의 부문별 고객 만족도 평가에서 '우수' 또는 '상위권' 판정을 내려줬다. 작년 7월 해양경찰청·해양수산부의 전국 여객선 점검도 주먹구구식이었다. 한 시민단체가 당시 점검 서류를 살펴보니 목포 해경은 2시간 40분 동안 12척의 여객선을 점검했다고 적어놨다. 1척당 13분이다. 올라가 배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기만 하고 내려와 점검했다고 보고한 것이다.
해운사나 공무원들이 이렇게 엉터리로 일을 하는 것은 '설마 사고가 나겠느냐'는 생각에서다. 사고를 예방하려면 돈을 들여 설비를 갖춰야 하고 수시로 직원들 훈련도 시켜야 한다. 이런 안전 투자는 눈에 보이는 성과(成果)와 직결되지 않는다. 어차피 사고는 안 날 테니 괜한 투자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설마 병(病)'은 참사(慘事)를 몰고 오는 우리 사회 고질이다. 지난 2월 붕괴 사고로 10명의 목숨이 희생된 경주의 리조트 체육관은 보조 기둥에 4개씩 볼트를 박게 돼 있는데 2개씩만 박았다. 작년 7월 울산 삼성정밀화학 물탱크 붕괴로 3명이 사망했다. 개당 550원짜리 고장력(高張力) 볼트를 써야 하는데 260원짜리 중국산 수입품 또는 360원짜리 국산 일반 볼트를 섞어 쓴 결과였다. 원자력 제어케이블은 핵연료 과열 등의 비상사태 때 작동하는 장비라서 고밀도 방사능, 고온·고압 환경에서 견딜 수 있게 견고해야 한다. 그러나 원전 케이블 공급 회사와 설비 시험 업체, 한수원 감독관들은 '설마 제어케이블을 작동해야 하는 사태가 생기겠느냐'며 가짜 케이블을 갖다 달았다.
우리 사회 숱한 분야에 죽음을 부르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대형 사고는 많은 허점·실책·무책임이 겹쳐서 터지는 것이다. 지금 재앙 일보 직전의 임계점(臨界點)까지 가 있는 분야가 한두 곳이 아닐 것이다. 화학 업종에는 1960~70년대 만들어진 노후 시설이 많다. 이따금 일어나는 고속철 사고를 겪으면서 KTX가 고속주행 시 탈선하는 일이 없을까 조마조마해지기도 한다. 영화 복합상영관 직원들은 만일의 사태 때 침착하게 관객을 대피시킬 수 있게 반복 훈련을 받긴 하는지 의문이다. 고층 건물들에 스프링클러는 제대로 달려 있고, 피난 안전구역은 설치돼 있는지도 궁금하다.
대형 사고 때마다 여론이 부글부글 끓다 좀 지나면 무슨 일이 있었느냐 싶게 '사고 이전(以前)'으로 퇴행해버리는 '집단 기억상실증(症)'을 다시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자면 정부 당국은 말할 것도 없고 안전시설을 운용하는 기업·단체들이 항상 머릿속에 '최악의 상황'이 닥쳐올 수 있다는 경보(警報)를 켜고 살아야 한다. 볼트 하나, 기둥 하나라도 안전성에 충분한 여유를 두고 튼튼한 것을 써야 한다. 10~20년에 한 번쯤 발생할 확률의 상황이라도, 그것이 큰 인명 피해를 불러올 수 있는 것이라면 끊임없는 대비 훈련으로 실상황에선 지시·토론 없이 자동으로 몸이 움직이게 만들어야 한다. 이제 우리가 안전 분야에서도 선진국 대열에 들어가야 할 것 아닌가.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선박 안전성은 한국해운조합이라는 단체가 점검·단속을 한다. 해운조합은 해운사들 회비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세월호의 출항 전 승선 정원을 초과하진 않았는지, 화물을 꽉 묶어 맸는지, 구명보트는 정상인지 점검한 것은 해운조합 소속 운항관리자다. 이 사람이 자기에게 월급 주는 거나 진배없는 해운사 소속 배를 날카로운 눈으로 감시하리라고는 기대하기 힘들다.
세월호가 출항 당시 해운조합에 낸 보고서엔 차량 150대, 화물 657t을 실었다고 돼 있다. 그러나 청해진해운은 사고 직후 차량 180대와 컨테이너 105개(1157t)를 싣고 있었다고 발표했다. 출항 보고 때보다 차량 30대, 화물 500t이 늘어났다. 실제 화물 무게는 훨씬 더 무거웠을 가능성이 있다. 트럭에 얼마 정도 화물이 실렸는지 체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세월호는 컨테이너와 화물트럭을 제대로 묶어두지도 않았다. 사고 직후 배에서 떨어진 컨테이너가 바다에 둥둥 떠다녔다. 세월호에 몇 명 탔는지도 CCTV를 보면서 숫자를 세야 했다.
선박 설비에 대한 안전 검사는 한국선급이라는 기관에서 한다. 한국선급은 지난 2월 열흘 동안 세월호에 대해 200개 항목의 안전 검사를 한 후 구명 뗏목에 대해 '정상'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세월호 구명 뗏목 46개 가운데 펼쳐진 건 한 개뿐이다. 검사한 척만 하고 보고서를 쓴 건지 알 수 없다.
세월호 선장·선원들은 내 목숨만 살겠다고 승객들은 방치한 채 배를 탈출했다. 이런 청해진해운에 대해 해양수산부는 2006· 2009·2011·2013년의 부문별 고객 만족도 평가에서 '우수' 또는 '상위권' 판정을 내려줬다. 작년 7월 해양경찰청·해양수산부의 전국 여객선 점검도 주먹구구식이었다. 한 시민단체가 당시 점검 서류를 살펴보니 목포 해경은 2시간 40분 동안 12척의 여객선을 점검했다고 적어놨다. 1척당 13분이다. 올라가 배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기만 하고 내려와 점검했다고 보고한 것이다.
해운사나 공무원들이 이렇게 엉터리로 일을 하는 것은 '설마 사고가 나겠느냐'는 생각에서다. 사고를 예방하려면 돈을 들여 설비를 갖춰야 하고 수시로 직원들 훈련도 시켜야 한다. 이런 안전 투자는 눈에 보이는 성과(成果)와 직결되지 않는다. 어차피 사고는 안 날 테니 괜한 투자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설마 병(病)'은 참사(慘事)를 몰고 오는 우리 사회 고질이다. 지난 2월 붕괴 사고로 10명의 목숨이 희생된 경주의 리조트 체육관은 보조 기둥에 4개씩 볼트를 박게 돼 있는데 2개씩만 박았다. 작년 7월 울산 삼성정밀화학 물탱크 붕괴로 3명이 사망했다. 개당 550원짜리 고장력(高張力) 볼트를 써야 하는데 260원짜리 중국산 수입품 또는 360원짜리 국산 일반 볼트를 섞어 쓴 결과였다. 원자력 제어케이블은 핵연료 과열 등의 비상사태 때 작동하는 장비라서 고밀도 방사능, 고온·고압 환경에서 견딜 수 있게 견고해야 한다. 그러나 원전 케이블 공급 회사와 설비 시험 업체, 한수원 감독관들은 '설마 제어케이블을 작동해야 하는 사태가 생기겠느냐'며 가짜 케이블을 갖다 달았다.
우리 사회 숱한 분야에 죽음을 부르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대형 사고는 많은 허점·실책·무책임이 겹쳐서 터지는 것이다. 지금 재앙 일보 직전의 임계점(臨界點)까지 가 있는 분야가 한두 곳이 아닐 것이다. 화학 업종에는 1960~70년대 만들어진 노후 시설이 많다. 이따금 일어나는 고속철 사고를 겪으면서 KTX가 고속주행 시 탈선하는 일이 없을까 조마조마해지기도 한다. 영화 복합상영관 직원들은 만일의 사태 때 침착하게 관객을 대피시킬 수 있게 반복 훈련을 받긴 하는지 의문이다. 고층 건물들에 스프링클러는 제대로 달려 있고, 피난 안전구역은 설치돼 있는지도 궁금하다.
대형 사고 때마다 여론이 부글부글 끓다 좀 지나면 무슨 일이 있었느냐 싶게 '사고 이전(以前)'으로 퇴행해버리는 '집단 기억상실증(症)'을 다시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자면 정부 당국은 말할 것도 없고 안전시설을 운용하는 기업·단체들이 항상 머릿속에 '최악의 상황'이 닥쳐올 수 있다는 경보(警報)를 켜고 살아야 한다. 볼트 하나, 기둥 하나라도 안전성에 충분한 여유를 두고 튼튼한 것을 써야 한다. 10~20년에 한 번쯤 발생할 확률의 상황이라도, 그것이 큰 인명 피해를 불러올 수 있는 것이라면 끊임없는 대비 훈련으로 실상황에선 지시·토론 없이 자동으로 몸이 움직이게 만들어야 한다. 이제 우리가 안전 분야에서도 선진국 대열에 들어가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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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_[사설] 안산 지역사회 충격 딛고 일어서게 보듬어줘야
세월호 침몰 사고로 숨진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4명과 남윤철·김초원 교사의 장례식이 20일 안산 일대 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 학생 희생자 가운데 처음 치러진 장례식에선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침몰 배 안에 끝까지 남아 학생들을 대피시키다 순직한 남 교사의 아버지는 의연하게 아들 빈소를 지켜왔다. 그런 그도 장례식장에서 오열하고 무너졌다.
세월호 탑승자 476명의 68%가 넘는 325명이 단원고 2학년 학생이고, 상당수는 외둥이라고 한다. 그중 75명만 구조됐고, 250명이 숨지거나 생사(生死)가 확인되지 않았다. 국민은 생존자 구출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아직 희망을 놓을 필요는 없다. 구조 작업하는 사람들이 힘들더라도 더 열심히 수색해야 한다.
단원고 주변은 빌라 밀집 지역이고 학생 대부분은 안산의 고잔동·와동·선부동에 산다. '피해 학생이 한 동(棟) 걸러 한 명씩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 아이들은 아직 피다 만 꽃이다. 이성 친구를 사귀고 세계를 배낭 여행하겠다는 꿈도 있었을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이 산더미 같은 아이들이 바다 밑에 갇혀 있는 걸 생각하면 가족이 아니더라도 피가 마르고 입술이 탄다.
실종된 강승묵군 부모가 운영하는 수퍼마켓 셔터에 강군 부모가 '우리 승묵이를 지켜주세요'라는 글을 붙이자, 이웃·친구들이 100장 넘는 쪽지를 붙여 강군이 제발 살아 돌아오게 해달라고 기원했다. 이렇게 큰 슬픔이 좁은 지역사회를 덮쳤다면 후유증은 말도 못할 정도일 것이다. 슬픔은 쉽게 전염(傳染)되는 법이다. 안산 사회엔 특별한 치료와 격려,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안산시와 전남 진도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 구조·복구·보상을 지원하기로 했다. 예산만 제공하고 끝내는 형식적 지원에 그쳐선 안 된다.
무엇보다 자식을 잃었거나 잃을 위기에 처한 부모들 충격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당국이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적어도 6개월~1년에 걸쳐 심리 치료를 해줘야 한다. 구조된 학생 대다수가 과(過)호흡 등 우울·불안 상태라고 한다. 살아남았음을 자책하며 심한 감정 기복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정상적으로 복귀할 수 있게 돌봐줘야 한다.
단원고 1·3학년은 24일부터 수업을 재개할 예정이라지만 이 아이들도 상당 기간 후유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교육 당국은 2001년 9·11 사태 이후 뉴욕 맨해튼 지역 학교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참사 후의 현지 학교들 사례를 참고해 세심하게 별도 관리해야 한다. 안산시와 지역 시민 단체들도 서로 부축하며 슬픔을 치유해갈 방안이 없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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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탑승자 476명의 68%가 넘는 325명이 단원고 2학년 학생이고, 상당수는 외둥이라고 한다. 그중 75명만 구조됐고, 250명이 숨지거나 생사(生死)가 확인되지 않았다. 국민은 생존자 구출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아직 희망을 놓을 필요는 없다. 구조 작업하는 사람들이 힘들더라도 더 열심히 수색해야 한다.
단원고 주변은 빌라 밀집 지역이고 학생 대부분은 안산의 고잔동·와동·선부동에 산다. '피해 학생이 한 동(棟) 걸러 한 명씩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 아이들은 아직 피다 만 꽃이다. 이성 친구를 사귀고 세계를 배낭 여행하겠다는 꿈도 있었을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이 산더미 같은 아이들이 바다 밑에 갇혀 있는 걸 생각하면 가족이 아니더라도 피가 마르고 입술이 탄다.
실종된 강승묵군 부모가 운영하는 수퍼마켓 셔터에 강군 부모가 '우리 승묵이를 지켜주세요'라는 글을 붙이자, 이웃·친구들이 100장 넘는 쪽지를 붙여 강군이 제발 살아 돌아오게 해달라고 기원했다. 이렇게 큰 슬픔이 좁은 지역사회를 덮쳤다면 후유증은 말도 못할 정도일 것이다. 슬픔은 쉽게 전염(傳染)되는 법이다. 안산 사회엔 특별한 치료와 격려,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안산시와 전남 진도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 구조·복구·보상을 지원하기로 했다. 예산만 제공하고 끝내는 형식적 지원에 그쳐선 안 된다.
무엇보다 자식을 잃었거나 잃을 위기에 처한 부모들 충격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당국이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적어도 6개월~1년에 걸쳐 심리 치료를 해줘야 한다. 구조된 학생 대다수가 과(過)호흡 등 우울·불안 상태라고 한다. 살아남았음을 자책하며 심한 감정 기복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정상적으로 복귀할 수 있게 돌봐줘야 한다.
단원고 1·3학년은 24일부터 수업을 재개할 예정이라지만 이 아이들도 상당 기간 후유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교육 당국은 2001년 9·11 사태 이후 뉴욕 맨해튼 지역 학교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참사 후의 현지 학교들 사례를 참고해 세심하게 별도 관리해야 한다. 안산시와 지역 시민 단체들도 서로 부축하며 슬픔을 치유해갈 방안이 없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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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_[사설] 국민이 不信의 낙인 찍은 '허둥지둥 정부'
17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 실내체육관을 방문했을 때 박 대통령에게 "우리가 (정부에) 하도 속아서요"라며 자기 휴대전화 번호를 건넸던 사람이 있다. 그는 실종된 단원고 문모양의 아버지이다. 문씨가 사고 당일인 16일 현장에 달려왔을 때 그의 딸은 정부가 공개한 구조자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 문씨는 그런데도 딸을 병원에서 찾을 수 없자 사고 현장인 전남 진도 팽목항과 주변 해안, 병원 부근 하수구까지 뒤지고 다녔다고 한다. 나중에 딸이 구조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그가 얼마나 낙담했을지는 짐작도 하기 어렵다. 해경은 17일 새벽 단원고 박모양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가, 이날 오후 늦게 '신원 미상'으로 정정(訂正)하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도 저질렀다. 18일엔 안전행정부가 '구조대가 세월호 식당칸에 진입했다'고 발표했다가 5시간 만에 말을 뒤집기도 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사고 직후부터 허둥댔다. 침몰 초기엔 승객 대부분이 구조될 것으로 오판(誤判)하는 바람에 가라앉는 배 안으로 들어가 적극적으로 구조할 생각을 못 했다. 세월호 탑승자 수는 477→459→462→475명으로 네 번 오락가락했다. 368명이라던 구조자 수는 두 시간 만에 200명 이상 줄어든 164명으로 바뀌었다. 안전행정부는 구조자 수 집계 실수가 해경 탓이라고 떠넘기려다 해경이 반발하자 계산 착오라고 둘러댔다.
300명 가까운 승객이 여객선과 함께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는 상황에서 이틀이 넘도록 구조대가 배 안으로 제대로 진입하지 못하는 광경을 보면서 세계 어느 나라가 대한민국을 첨단 휴대폰을 만들어 수출하는 그 나라라고 믿겠는가. 국민은 정부 당국이 사고 원인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탑승자나 구조자 숫자, 그들의 인적 사항을 파악하지 못해 쩔쩔매는 걸 보면서 공무원들의 사고 대처 능력이 얼마나 수준 이하인지 확인했다. 국민 안전이 최우선이라면서 '행정안전부' 이름을 '안전행정부'로 바꾼 정부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급기야 실종자 가족들은 18일 '정부 행태가 너무 분해 국민에게 (도와달라고) 호소한다'는 대국민 호소문을 냈다. 가족들은 "17일 현장을 방문했는데 (구조 작업) 인원은 200명도 안 됐다. 그러나 정부는 인원 555명, 헬기 121대, 배 69척으로 아이들을 구출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했다. 해경은 17일 오전부터 몇 차례 세월호 선내(船內)에 공기를 주입할 준비가 됐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공기 주입은 그로부터 30시간 가깝게 지난 18일 오전 10시 50분에야 시작됐다. 정부는 누구보다도 실종자 가족들에게 제일 먼저 구조 작업 상황을 알려줘야 하는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안전행정부 대책본부와 해경, 해군, 해양수산부가 제각각 따로따로 움직이고 있다. 대통령만 고군분투하는 인상을 주고 있을 뿐, 총지휘를 맡은 사령탑이 누구인지 불분명하고 대통령의 분신(分身) 역할을 맡아 현장에서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줄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잠수부들은 목숨을 걸고 바닷속으로 뛰어드는데 많은 공무원은 대통령 앞에서만 일하는 척하고 있다.
국가건, 조직이건, 사람이건 진짜 능력은 비상시(非常時)에 드러나는 법이다. 세월호 사건에서 확인된 대한민국 정부와 공무원들의 능력에는 국민으로부터 불신(不信)의 낙인이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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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당국자들은 사고 직후부터 허둥댔다. 침몰 초기엔 승객 대부분이 구조될 것으로 오판(誤判)하는 바람에 가라앉는 배 안으로 들어가 적극적으로 구조할 생각을 못 했다. 세월호 탑승자 수는 477→459→462→475명으로 네 번 오락가락했다. 368명이라던 구조자 수는 두 시간 만에 200명 이상 줄어든 164명으로 바뀌었다. 안전행정부는 구조자 수 집계 실수가 해경 탓이라고 떠넘기려다 해경이 반발하자 계산 착오라고 둘러댔다.
300명 가까운 승객이 여객선과 함께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는 상황에서 이틀이 넘도록 구조대가 배 안으로 제대로 진입하지 못하는 광경을 보면서 세계 어느 나라가 대한민국을 첨단 휴대폰을 만들어 수출하는 그 나라라고 믿겠는가. 국민은 정부 당국이 사고 원인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탑승자나 구조자 숫자, 그들의 인적 사항을 파악하지 못해 쩔쩔매는 걸 보면서 공무원들의 사고 대처 능력이 얼마나 수준 이하인지 확인했다. 국민 안전이 최우선이라면서 '행정안전부' 이름을 '안전행정부'로 바꾼 정부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급기야 실종자 가족들은 18일 '정부 행태가 너무 분해 국민에게 (도와달라고) 호소한다'는 대국민 호소문을 냈다. 가족들은 "17일 현장을 방문했는데 (구조 작업) 인원은 200명도 안 됐다. 그러나 정부는 인원 555명, 헬기 121대, 배 69척으로 아이들을 구출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했다. 해경은 17일 오전부터 몇 차례 세월호 선내(船內)에 공기를 주입할 준비가 됐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공기 주입은 그로부터 30시간 가깝게 지난 18일 오전 10시 50분에야 시작됐다. 정부는 누구보다도 실종자 가족들에게 제일 먼저 구조 작업 상황을 알려줘야 하는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안전행정부 대책본부와 해경, 해군, 해양수산부가 제각각 따로따로 움직이고 있다. 대통령만 고군분투하는 인상을 주고 있을 뿐, 총지휘를 맡은 사령탑이 누구인지 불분명하고 대통령의 분신(分身) 역할을 맡아 현장에서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줄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잠수부들은 목숨을 걸고 바닷속으로 뛰어드는데 많은 공무원은 대통령 앞에서만 일하는 척하고 있다.
국가건, 조직이건, 사람이건 진짜 능력은 비상시(非常時)에 드러나는 법이다. 세월호 사건에서 확인된 대한민국 정부와 공무원들의 능력에는 국민으로부터 불신(不信)의 낙인이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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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_[사설]세월호 참사, 한국사회 구조적 모순의 표출이다
세월호 침몰과 관련된 소식이 하나둘 전해지면서 요즘 시민들 사이에 슬픔·안타까움과 함께 분노의 감정도 끓어오르고 있다. 이번 비극은 불안한 곳에서가 아니라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국내 최대 규모의 여객선에서 발생했다. 그건 설마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배신했다는 의미에서 충격적 사건, 아니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 때문인지 이 사건을 선장 책임 문제로 단순화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그의 무책임성이 집중 부각되면서 이 비극에 책임져야 할 사람이 오직 그 하나뿐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보면 선장 문제 외에 더 많은 결함과 더 많은 원인이 발견된다. 세월호 사건의 배후에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선장은 1년짜리 계약직이었다. 여객선 운항의 핵심인 갑판부·기관부 선원 17명 중 12명도 비정규직이었다. 기관부의 한 선원은 출항 당일 구두 계약으로 채용돼 승선했다. 여객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선장과 선원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한 것은 애초 세월호의 청해진해운 측이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지 않았다는 뜻이다. 한국은 어느 새 비정규직의 사회가 되었다. 안전성 때문에 높은 책임이 부여되는 일도 비정규직에게 맡긴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산재사망률 1위를 다투는 것도 세월호 침몰과 본질이 다르지 않다. 위험작업을 비정규직, 일용직에게 떠넘겨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한 한국은 계속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세월호 참사는 이런 위험사회의 성격을 극적으로 드러낸 것뿐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규제는 악이요, 규제완화는 선이라는 이분법으로 접근했다. 재벌이 사업해서 돈을 벌 수 있는가를 우선 가치로 삼는 이 탈규제는 세월호에도 적용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여객선 운영 연한을 20년에서 30년으로 늘려 낡은 배도 운행할 수 있게 했다. 돈 버는 것이 선이라는 천박한 사고가 생명의 값을 싸게 매기도록 부추겼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선장이 여객선 지휘권을 행사하는 것은 승객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책임을 위해 부여된 것이다. 그런데 세월호 안에서 이런 권한과 책임에 관한 사회적 약속과 그에 기반을 둔 신뢰관계가 무너졌다.
이 현실이 여객선 밖이라고 다르지 않다. 정부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 복지를 책임지는 대가로 통치권을 행사한다. 그런데 사회안전망 없는 성장주의에 매달리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라는 국정 목표가 그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시민에게 필요한 것이 어떤 것이고 정부는 무엇을 우선해야 할지 모르는 무책임성과 방향상실도 이 비극의 한 배경이다.
초기 대응 실패와 재난 관리 체계의 허술함은 국정이 대통령 1인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대형사고 때마다 대통령이 나서지 않으면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정부에 대한 불신을 낳는다. 세월호 참사는 정부의 능력과 신뢰에 대한 검증 무대이기도 한 것이다.
세월호 침몰은 몇몇 악당이 벌인 사건이 아니다. 만일 그런 성격의 사건이었다면 문제는 복잡하지 않다. 문제를 쉽게 풀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건 한국사회 그 자체가 빚어낸 비극이다.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는 뜻이다. 한국사회를 바꾸지 않으면 또 어떤 비극이 닥칠지 모른다. 우리가 위험사회를 벗어날지는 이 비극을 얼마나 깊이 성찰하느냐에 달려 있다.
선장은 1년짜리 계약직이었다. 여객선 운항의 핵심인 갑판부·기관부 선원 17명 중 12명도 비정규직이었다. 기관부의 한 선원은 출항 당일 구두 계약으로 채용돼 승선했다. 여객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선장과 선원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한 것은 애초 세월호의 청해진해운 측이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지 않았다는 뜻이다. 한국은 어느 새 비정규직의 사회가 되었다. 안전성 때문에 높은 책임이 부여되는 일도 비정규직에게 맡긴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산재사망률 1위를 다투는 것도 세월호 침몰과 본질이 다르지 않다. 위험작업을 비정규직, 일용직에게 떠넘겨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한 한국은 계속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세월호 참사는 이런 위험사회의 성격을 극적으로 드러낸 것뿐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규제는 악이요, 규제완화는 선이라는 이분법으로 접근했다. 재벌이 사업해서 돈을 벌 수 있는가를 우선 가치로 삼는 이 탈규제는 세월호에도 적용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여객선 운영 연한을 20년에서 30년으로 늘려 낡은 배도 운행할 수 있게 했다. 돈 버는 것이 선이라는 천박한 사고가 생명의 값을 싸게 매기도록 부추겼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선장이 여객선 지휘권을 행사하는 것은 승객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책임을 위해 부여된 것이다. 그런데 세월호 안에서 이런 권한과 책임에 관한 사회적 약속과 그에 기반을 둔 신뢰관계가 무너졌다.
이 현실이 여객선 밖이라고 다르지 않다. 정부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 복지를 책임지는 대가로 통치권을 행사한다. 그런데 사회안전망 없는 성장주의에 매달리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라는 국정 목표가 그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시민에게 필요한 것이 어떤 것이고 정부는 무엇을 우선해야 할지 모르는 무책임성과 방향상실도 이 비극의 한 배경이다.
초기 대응 실패와 재난 관리 체계의 허술함은 국정이 대통령 1인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대형사고 때마다 대통령이 나서지 않으면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정부에 대한 불신을 낳는다. 세월호 참사는 정부의 능력과 신뢰에 대한 검증 무대이기도 한 것이다.
세월호 침몰은 몇몇 악당이 벌인 사건이 아니다. 만일 그런 성격의 사건이었다면 문제는 복잡하지 않다. 문제를 쉽게 풀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건 한국사회 그 자체가 빚어낸 비극이다.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는 뜻이다. 한국사회를 바꾸지 않으면 또 어떤 비극이 닥칠지 모른다. 우리가 위험사회를 벗어날지는 이 비극을 얼마나 깊이 성찰하느냐에 달려 있다.
경향_[사설]세월호 트라우마, 2차 피해를 우려한다
세월호 사고에서 구조된 안산 단원고 교감(52)이 엊그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0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데 혼자 살기에는 힘이 벅차다. 모두에게 미안하다”는 유서가 발견됐다. 여행 인솔자로서 그는 한순간도 편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고 책임과는 무관하지만 살아남았다는 것만으로도 죄인 심정이었을 게다. 하지만 이런 죄책감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고리가 돼서는 안된다. 불가항력적 상황에서 생존을 죄책감으로 여겨야 하는 인식은 해양사고의 후진성과는 또 다른 우리 사회의 정신적 황폐함만 확인시켜줄 뿐이다.
사실 세월호 사고 뒤 우리 사회는 실종자 가족과 생존자는 물론 국민까지 모두가 정신적 외상에 시달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만 있어도 눈물이 나고, 사망자가 확인될 때마다 허탈해하는 게 요즘 풍경이다.
우선 우려되는 것은 단원고 학생들이다. 고려대 안산병원에 따르면 세월호에서 구조돼 치료를 받고 있는 학생들 대부분이 극심한 스트레스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언론을 통해 전달되고 있는 학생들의 심정은 불안 그 자체다. “저는 구조됐어요. 못 나온 애들이 있잖아요”라는 그들의 말속에는 죽음을 경험한 두려움이 배어나온다. 이는 세월호의 비극과 평생을 함께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병원 영안실에서 펑펑 울음을 쏟아내는 학우와 교직원들의 심정이라고 다를 게 없을 것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운동장에서 함께 뛰어놀던 학우들과 제자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어느 누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불안감은 불현듯 떠오를 것이며, 좋지 않은 기억이 반복될 수밖에 없으리라.
무엇보다 배려할 상대는 실종자 가족들이다. 사고 발생 이후 뜬눈으로 지새우다시피 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친 가족들은 최악의 정신적 공황 상태에 놓여 있다. 신속한 구조작업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이지만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정신적 외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만성적 우울·불안 증세로 이어진다. 또 일상생활로 돌아갔을 때는 증세가 더욱 심해진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학생들과 실종자 가족들의 심리 치료는 지금부터가 훨씬 중요하다. 정부 역시 피해자 가족과 학생 등 사고 관련자들에 대해 광범위한 심리치료 지원을 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사실 세월호 사고 뒤 우리 사회는 실종자 가족과 생존자는 물론 국민까지 모두가 정신적 외상에 시달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만 있어도 눈물이 나고, 사망자가 확인될 때마다 허탈해하는 게 요즘 풍경이다.
우선 우려되는 것은 단원고 학생들이다. 고려대 안산병원에 따르면 세월호에서 구조돼 치료를 받고 있는 학생들 대부분이 극심한 스트레스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언론을 통해 전달되고 있는 학생들의 심정은 불안 그 자체다. “저는 구조됐어요. 못 나온 애들이 있잖아요”라는 그들의 말속에는 죽음을 경험한 두려움이 배어나온다. 이는 세월호의 비극과 평생을 함께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병원 영안실에서 펑펑 울음을 쏟아내는 학우와 교직원들의 심정이라고 다를 게 없을 것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운동장에서 함께 뛰어놀던 학우들과 제자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어느 누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불안감은 불현듯 떠오를 것이며, 좋지 않은 기억이 반복될 수밖에 없으리라.
무엇보다 배려할 상대는 실종자 가족들이다. 사고 발생 이후 뜬눈으로 지새우다시피 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친 가족들은 최악의 정신적 공황 상태에 놓여 있다. 신속한 구조작업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이지만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정신적 외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만성적 우울·불안 증세로 이어진다. 또 일상생활로 돌아갔을 때는 증세가 더욱 심해진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학생들과 실종자 가족들의 심리 치료는 지금부터가 훨씬 중요하다. 정부 역시 피해자 가족과 학생 등 사고 관련자들에 대해 광범위한 심리치료 지원을 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경향_[사설]이 판국에 유언비어·악성댓글이라니 제정신인가
세월호 침몰사고로 희생자·실종자들의 가족은 물론 전 국민이 비탄에 빠진 가운데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언비어와 악성댓글이 난무하고 있다. 예를 들면 “세월호가 군 잠수함에 부딪혀 침몰했다”거나 “실종자가 배 안에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부검 결과 시신이 부패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른 근거 없는 거짓말이다. 또 민간 잠수부를 가장해 “1억원을 주면 실종자를 꺼내 주겠다”는 사기범도 등장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자식의 생사조차 모른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가족들의 심정을 생각하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사건을 정치·상업적으로 악용하는 파렴치한 행위도 문제다. 사고 이후 인터넷상에는 스미싱 사기 문자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세월호 침몰 그 진실은…’ ‘구조현황 동영상’이라는 제목의 문자메시지를 누르면 악성 앱을 통해 개인·금융정보를 빼 가는 금융사기 수법이다. 더구나 국민들의 아픔과 고통을 지방자치단체 선거에 활용하는 약삭빠른 정치인들도 있다고 하니 제정신인지 모르겠다. 선거가 다급하다손 치더라도 구조작업을 돕지는 못할망정 쪽박은 깨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공직사회는 물론 문화·종교·스포츠계도 전례 없는 세월호 대참사에 넋을 잃은 채 실종자의 무사생환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지금은 가족들의 슬픔을 달래고 실종자 수색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기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한국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이 같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경거망동은 용납될 수 없다. 관계당국도 쓸데없는 유언비어나 악성댓글로 국론분열상이 초래되지 않도록 철저한 추적조사를 통해 관련자를 엄벌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을 정치·상업적으로 악용하는 파렴치한 행위도 문제다. 사고 이후 인터넷상에는 스미싱 사기 문자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세월호 침몰 그 진실은…’ ‘구조현황 동영상’이라는 제목의 문자메시지를 누르면 악성 앱을 통해 개인·금융정보를 빼 가는 금융사기 수법이다. 더구나 국민들의 아픔과 고통을 지방자치단체 선거에 활용하는 약삭빠른 정치인들도 있다고 하니 제정신인지 모르겠다. 선거가 다급하다손 치더라도 구조작업을 돕지는 못할망정 쪽박은 깨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공직사회는 물론 문화·종교·스포츠계도 전례 없는 세월호 대참사에 넋을 잃은 채 실종자의 무사생환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지금은 가족들의 슬픔을 달래고 실종자 수색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기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한국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이 같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경거망동은 용납될 수 없다. 관계당국도 쓸데없는 유언비어나 악성댓글로 국론분열상이 초래되지 않도록 철저한 추적조사를 통해 관련자를 엄벌해야 할 것이다.
한겨레_[사설] 우리를 슬프게 하는 자들
어떤 공동체의 수준을 알려면, 그 공동체가 위기에 처했을 때 그 구성원들의 언행을 보면 된다. 구성원들이 저열하게 행동하면 그 공동체는 저열한 공동체일 것이고, 구성원들이 연대와 절제, 품위를 유지한다면 그 공동체는 필경 훌륭한 공동체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세월호 여객선 대참사라는 전대미문의 충격에 휩싸여 있는 우리 사회는 지금 그 수준을 시험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불행한 것은 우리 사회가 정신적으로 큰 병에 든 것이 아닌가 하는 징후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 및 가족과 아픔을 나누기는커녕 그들을 모멸하고 이용하는 ‘참 나쁜 사람들’의 존재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를 비롯한 몇몇 인터넷 동호인 사이트에 올라온 글들이다. 일베와 디시인사이드 ‘국내야구갤러리’에는 사망자 가족을 ‘유족충’이라고 비하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와 있다고 한다. 일베에는 이준석 세월호 선장과 선사인 청해진해운을 “전라도인, 전라도 회사”라며 지역감정을 유발하는 허위 글까지 출현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선장은 부산 출신이고, 청해진해운의 본사는 인천에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저열함을 욕하기에 앞서 그런 자들을 낳은 우리 사회의 수준이 부끄러울 뿐이다.
그뿐만 아니다. 일부 모리배는 ‘여객선(세월호) 침몰 사고 구조현황 동영상’이라는 글과 함께 인터넷 주소를 올려놓고, 여기에 접속하는 사람의 개인정보를 빼가고 있다고 한다. 구호를 빙자한 사기모금의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또 김포의 한 초등학생은 자신을 생존자라고 속이고 “배 안 남자애와 여자애들이 울고 있다”는 문자를 유포했다니, 도덕적 위기의 폭과 깊이를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정치권은 어떤가. 새누리당의 세종시 시장 후보로 낙점을 받은 유한식 시장은 당 차원의 금주령이 내려진 가운데 청년당원들과 ‘폭탄주 술자리’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군 출신의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참에 좌파를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비난이 쏟아지자 내렸다.
모두들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제발 제 얼굴에 침 뱉는 짓은 그만두자.
한겨레_[사설] 재난 보도, 언론의 품격이 절실하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언론의 보도 행태가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럴 만도 하다. 많은 이들이 희생된 참혹한 재난 앞에 우리 언론은 비극을 구경거리 삼는 듯한 보도를 적잖게 내놓았다. 한 종합편성방송의 뉴스 진행자는 막 구조된 어린 고등학생에게 친구의 사망 사실을 아느냐고 묻는 무신경한 인터뷰를 했다. 자식이 죽어 돌아왔다는 소식에 오열하는 유족이나 허망하게 넋을 잃고 있는 실종자 가족의 얼굴에 카메라를 바싹 들이대고 그 장면을 그대로 내보낸 언론도 있다. 가족을 다 잃고 혼자 구조된 여섯살 어린아이의 이름과 얼굴을 그대로 노출하기도 했다. 희생자와 가족의 심정을 헤아리는 배려, 인간에 대한 예의가 있다면 결코 해선 안 될 행동이다.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소식을 무분별하게 보도하는 일도 한둘이 아니다. 한 종편 방송은 인명구조 능력이나 자격도 갖추지 못한 이가 허위사실을 말하는 것을 확인도 하지 않고 내보냈다. 극우 성향 인터넷 매체는 아무런 근거도 없는 북한 소행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통신사나 방송이 속보라며 잠수부들의 선체 진입이나 공기 주입 등 실제 상황보다 앞서간 보도를 했다가 금세 고쳐 보도하는 일도 잦다. 이런 설익은 보도가 언론에 대한 불신을 불러오는 것이다.
참극 앞에서 돈을 세는 비열한 보도도 있다. 참사 당일 일부 온라인 매체는 자세한 사고 소식을 궁금해하는 누리꾼들의 클릭을 유도하는 제목을 단 기사를 잇달아 내보냈다. 클릭 수를 올리는 이른바 ‘검색어 장사’를 통해 광고수입을 올리려는 작태다. 같은 날 일부 방송과, 일부 신문의 온라인 뉴스는 피해자들의 보험금 액수 등 보상계획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이 정도면 언론의 품격을 말하기조차 부끄럽다.
한국기자협회는 20일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에 대한 10개 항의 가이드라인을 급히 내놓았다. 우리 언론의 재난 보도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비판이 거센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겠다. 각 언론이 마땅히 숙지하고 지켜야 할 내용이다. <한겨레>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언론계는 이른 시일 안에 재난 보도의 준칙을 마련하고, 이를 준수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할 것이다.
두고 두고 참고할 만한 중국의 명언 100선
1. 人不當頭, 木不當軸(인불당두,목불당축)
사람은 머리가 되지 말고 나무는 기둥이 되지 말라는 뜻이다. 중국인의 중용지도로 괜히 총대매고 앞장서지 말라는 의미이다.
사람은 머리가 되지 말고 나무는 기둥이 되지 말라는 뜻이다. 중국인의 중용지도로 괜히 총대매고 앞장서지 말라는 의미이다.
2. 人怕出名, 猪怕壯(인파출명,주파장)
사람은 이름나기를 두려워하고 돼지는 살이 찌기를 두려워한다는 뜻이다. 남보다 탁월하게 뛰어나면 남의 모략을 받기 쉬우므로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3. 養兵千日, 用在一時(양병천일,용재일시) 군대는 한 순간을 쓰더라도 오랜 기간동안 준비해야만 한다. 각 방면에서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승리를 예측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4. 不貪便宜, 不上當(불탐편의,불상당)
편리함이나 이익을 탐내지 않아야 속지 않는다.
5. 不上高山, 不顯平川(불상고산,불현평천)
높은 산에 오르지 않으면 평야와 하천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어떤 일을 처리할 때는 반드시 여러 측면에서 전체를 보아야 실수를 하지 않는다.
6. 興一利, 不如除一害(여일리,불여제일해)
이익을 하나 추구하는 것보다 해악 하나를 제거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7. 大富由命, 小富由勤(대부유명,소부유근)
작은 부자는 부지런하면 되나 큰 부자는 운명을 타고나는 것이다.
8. 君子不跟命爭(군자불근명쟁)
현자는 명에 대항하지 않고 운명에 따른다.
9. 刮目相看(괄목상간)
가난하고 모자란 사람도 놀랍게 발전할 수 있으므로 현재 보잘 것 없다고 얕보면 안 된다.
10. 蝸牛角相爭(와우각상쟁)
아주 좁은 공간에서 서로 싸운다는 의미이다. 넓은 시야를 가지고 보아야 자기의 결점, 상대의 입장을 파악하고 역경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11. 先發制人, 后發制于人(선발제인,후발제우인)
먼저 시작하면 남을 제압할 수 있으나 늦게 시작하면 다른 사람의 통제를 받게 된다. 즉, 무슨 일이든 먼저 준비하고 먼저 시작해야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는 뜻이다.
12. 始如處女, 終如脫兎(시여처녀,시종탈토)
시작할 땐 처녀가 춤을 추듯 유혹하여 적을 마비시킨 다음, 마지막엔 달아나는 토끼의 속도로 빠르게 공격해서 적이 미처 대비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13. 夜長夢多(야장몽다)
밤이 길면 꿈이 많다. 즉, 머뭇거리며 시간을 너무 오래 끌수록 많은 문제가 생긴다는 의미이다.
14. 兵不厭詐(병불염사)
전쟁에서 작전은 속임수를 즐겨 사용한다는 뜻이다. 즉, 속임수는 전쟁, 정치, 외교를 막론하고 아주 유효한 전략이다.
15. 兩虎相爭, 必有一傷(양호상쟁,필유일상)
세력이 강한 양자가 서로 싸우면 반드시 한쪽이 다치게 되어 제 3자가 어부지리를 얻게 된다는 의미이다.
16. 順風吹火, 用力不多(순풍취화,용력불다)
순풍에 불을 붙여야 힘들지 않다는 뜻이다. 즉, 기회를 잘 이용해야 적은 노력으로 힘들이지 않고 적을 이길 수 있다.
17. 老虎也由打屯時(노호야유다둔시)
호랑이도 졸 때가 있다. 즉, 강자도 취약점이 있으므로 이 때를 공략해야 한다는 뜻이다.
18. 以逸待勞(이일대로)
유리한 자리를 먼저 차지한 다음 피곤한 적이 공격해 올 때를 기다린다. 즉, 사전에 충분한 준비를 하고 적이 피곤할 때를 기다려 적시에 공격한다는 뜻이다.
19. 避實擊虛(피실격허)
적의 강한 곳을 피하여 약한 곳을 공격한다.
20. 三十六計, 走爲上(삼십육계,주위상)
승산이 없는 전쟁은 일단 피했다가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것이 상책이다.
21. 容情不下手, 下手不容情(용정하불수,하수불용정)
은혜를 생각할 때는 공격하지 말아야 하나, 공격할 때는 옛정에 얽매여 주저해서는 안 된다.
22. 愚者暗于成事, 智者見于未明(우자암우성사,지자견우미명)
어리석은 자는 이미 발생한 일도 모르고, 현명한 자는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미래까지 내다본다.
23. 背水之戰(배수지전)
중요한 곳에서는 목숨을 걸고 적과 싸워야 한다는 뜻이다.
24. 知止所以不殆(지지소이불태)
멈출 때를 알면 전쟁에서 패하지 않는다.
25. 一不做, 二不休(일불주,이불휴)
철저하게 이해득실을 분석하지 않으면 경솔하게 남의 말만 듣고 행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단 행동을 시작하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밀어 붙인다.
26. 前事不忘, 后事之師(전사불망,후사지사)
과거의 역사를 잊지 않으면 미래의 스승이 된다.
27. 管閑事, 落不是(관한사,낙하시)
남의 한가한 일에 간섭하면 좋지 않은 결과를 얻게 된다.
28. 不打不相識(불다불상식)
중국인들은 희노애락을 얼굴에 나타내지 않지만 마음속에는 강한 자존심을 가지고 있다. 자기 이익과 상충될 때는 어떠한 수단을 써서라도 상대를 설득시키려 한다. 따라서 중국인들은 상대와 이치를 따지기를 좋아한다. 이치를 따지지 않으면 상대를 알지 못하고 또 설득도 시키지 못한다는 뜻이다.
29. 故舊無大敵, 則不棄也(고구무대적,즉불기야)
원칙적인 면에서 충돌하지만 않으면 상대방을 너그럽게 받아 들여야 한다. 사소한 일로 상대방을 버려 적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상대방의 지위, 학력이 낮다고 멀리해서도 안 된다.
30. 水淸無魚(수청무어)
사람이 너무 각박하면 맑은 물에 고기가 숨지 못하듯이 인간관계를 상실하게 된다.
31. 宰相肚里能橕船(재상두리능탱선)
재상은 뱃힘으로 배를 밀고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즉, 재상은 문무백관의 수장이므로 담량이 커야만 한다.
32. 衆口鍊金(중구연금)
여러 사람의 입은 금을 녹인다는 뜻으로 여론이 무섭다는 뜻이다.
33. 疑人不用, 用人不疑(의인불용,용인불의)
의심되는 사람은 쓰지 말고, 일단 쓰면 의심하지 말라.
34. 當韜晦, 無露圭角(당도회,무로규각)
관리는 너무 두각을 나타내지 말고 본분을 지켜야 한다. 너무 뛰어나면 쉽게 중상을 당한다. 따라서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모두 뛰어난 것은 아니다.
35. 先小人, 后君子(선소인,후군자)
사람이 처음에는 양보할 줄 모르고 싸우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쌍방이 각각 한발 물러서서 문제를 보류해 놓고 차후의 해결을 모색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충돌을 피해 싸우지 않고 해결할 줄 알게 되는 餘地를 터득하게 된다.
36. 不以貌取人(불이모취인)
단순히 외모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일상의 행위를 관찰해서 사람의 됨됨이를 간파해야 한다는 뜻이다.
37. 人急造反, 狗急跳墻(인급조반,구급도장)
개는 쫓기면 담을 넘어 도망가고 말지만 사람은 쫓기면 반란을 일으킨다. 따라서 사람을 궁지로 몰아넣으면 보복당하는 화를 불러일으키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38. 管鮑之交(관포지교)
관중과 포숙아의 옛날 고사로 우정의 중요함을 강조하는 성어.
39. 君子之交淡如水(군자지교담여수)
소인의 사귐은 달착지근한 술과 같고 군자의 사귐은 물과 같다. 친구 사이라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원칙을 지켜야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다는 뜻이다.
40. 多樂沒好嬉(다락몰호희)
기쁨이 극에 달하면 슬픔에 직면하게 된다. 하늘에 오르는 용은 떨어지는 위험에 직면한다. 번성할 때에는 반드시 쇠퇴하는 징조가 보이므로 미리미리 대비해야 한다.
41. 得人一牛, 還人一馬(득인일우,환인일마)
소를 하나 얻으면 말을 한 마리 갚는다. 즉 은혜를 입으면 반드시 갚는 것이 인간의 도리이다.
42. 行百里者半九十(행백리자반구십)
백리를 가려면 구십리가 절반이다. 즉, 마지막 부분을 끝까지 추진해 나가는 것의 어려움을 뜻한다.
43. 大名之下, 難以久居(대명지하,난이구거)
달도 차면 기우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다. 관직이 높으면 위험이 많고 나무가 크면 바람 잘 날이 없다.
44. 酷薄成家, 理無久享(혹박성가,이무구향)
사람을 가혹하고 각박하게 대하면 행복을 오래 유지할 수 없다. 남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과 같다.
45. 自大一点是臭字(자다일점시추자)
自大一点을 모으면 냄새 臭자가 된다. 스스로 위대하다고 생각하면 썩는 냄새가 나서 모든 사람들이 그를 멀리하게 된다.
46. 良藥苦口(양약고구)
좋은 약은 입에 쓰다. 양약은 입에 쓰나 병을 치료하고 충언은 귀에 거슬리나 언행에 도움을 준다.
47. 狡兎三窟(교토삼굴)
교활한 토끼는 3 개의 도망갈 수 있는 굴을 준비하고 있다. 항상 충분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48. 好漢做事好漢當(호한당사호한당)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이다. 거짓말 하지 않고 약속을 지키는 것이 미덕이다. 경솔하게 약속했다가 지키지 못하면 신뢰를 잃게 된다.
49. 欲事其成, 必慮其敗(욕사기성,필려기패)
성공하려면 반드시 실패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이익만을 추구해서 손해 볼 수 있는 위험성을 간과하면 안 된다. 중국인은 증거를 눈앞에 보여주어야 믿는다. 일본인은 거짓말임이 확인되지 않으면 끝까지 믿는다. 일본인이 단순하게 믿는데 반해 중국인은 의심이 많아 쉽게 믿지 않음을 보여주는 말이다.
50. 功成身退, 天之道(공성선퇴,천지도)
성공을 이루면 물러서는 것이 하늘의 도리이다. 때가 되어도 물러설 줄 모르면 모든 업적을 잃고 패가망신까지 하게 된다.
51. 遇不遇者, 時也(우불우자,시야)
아무리 우수한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때를 만나지 못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러나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 반드시 기회가 오므로 때를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52. 懷與安實敗名(회여안실패명)
현재 상태에 만족하여 노력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 어떤 일이든 성공하려면 반드시 노력의 대가나 희생을 치러야 한다. 노력 없이 욕심을 부리면 얻는 것이 하나도 없게 된다.
53. 窮則變, 變則通(궁즉변,변즉통)
어려움에 부딪치면 돌아가야 하고, 돌아가서 장애를 피하면 계속 전진할 수 있다. 장애물과 직접 부딪치면 더 큰 어려움에 빠지게 되므로 이는 有勇無謀한 행위로서 피해야 한다.
54. 黃粱一夢(황량일몽)
인생의 부귀영화와 功名은 하나의 꿈과 같은 것이므로 화려하고 알맹이 없는 외형을 너무 추구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리고 실의에 빠졌을 때는 내실을 추구함으로써 마음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55. 老天俄不死人(노천아불사인)
하늘은 사람을 굶겨도 죽이지는 않는다. 사람이 역경에 처하면 하늘을 원망한다. 그러나 하늘은 사람을 위대하게 태어나도록 만들었고 영광스럽게 죽도록 만들었다. 따라서 하늘을 원망하지 말고 남을 탓하지 말아야 한다.
56. 塞翁失馬(새옹실마)
극에 달하면 쇠퇴하고 꽉 차면 기우는 것과 같은 도리이다. 인생은 변화무쌍한 것이므로 역경에 빠져도 실망하지 말고 적극적인 자세로 밝은 내일을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
57. 人有十年旺, 鬼神不取謗(인유십년왕,귀신불취방)
아무리 불행한 사람이라도 최소한 10 년은 활발하게 잘 나가는 시기가 있다. 이 때는 귀신도 그를 어떻게 가로막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어려울 때에는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처신이다.
58. 好死不如賴活(호사불여뢰활)
구차하게 살더라도 명예롭게 죽는 것 보다는 낫다.
59. 貧而樂(빈이락)
가난하고 어려운 시기에도 타락하지 않으며 뜻을 버리지 않고 기쁘게 사는 사람이 마지막에 성공할 수 있다.
60. 不吃苦中苦, 難爲人上人(불흘고중고,난위인상인)
어려움을 겪지 않으면 윗사람이 되기 어렵다. 하늘은 큰일을 맡길 때 먼저 고난을 겪게 하여 이를 극복한 다음에 큰일을 맡게 한다. 따라서 어려움이나 위험에 처해서도 태연한 자세로 당당하게 극복해 나가야 한다.
61. 吃一堑, 長一智(흘일참,장일지)
어려움을 겪어야 지혜가 성장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성공하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며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
62. 捲土重來(권토중래)
실패하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사기를 북돋워 재기해야 한다.
63. 三年不蜚不鳴(삼년불비불명)
큰 새가 3년을 날지 않고 울지 않으며 기다렸다는 뜻이다. 춘추시대 초나라왕 庄王이 즉위하여 3 년 동안 무능한 척 생활하면서 부패한 관리들을 파악한 다음 충신들을 골라내어 올바르게 통치했다는 이야기이다.
64. 謀事在人, 成事在天(모사재인,성사재천)
일은 사람이 하지만 성공여부는 하늘에 달려있다. 어떤 일을 완성하려면 계속적인 노력이 대단히 중요함을 가르친다.
65. 長生久視(장생구시)
오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복하고 가치있게 사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66. 創業容易, 守成困難(창업용이,수성곤란)
많은 사람들이 고난을 극복하고 창업에 성공했지만 편안함을 추구하다가 근면함을 잃게 되어 성공을 이어가지 못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67. 居安思危(거안사위)
편안할 때 위기를 잊지 말아야 하며 살아 있을 때 죽음을 잊지 말아야 하고 안정된 통치를 할 때 반란을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68. 末大必折, 尾大不掉(말대필절,미대불도)
나무의 끝이 크면 반드시 부러지며, 동물의 꼬리가 크면 흔들지 못한다. 끝이 크거나 꼬리가 큰 것은 비정상적인 현상이므로 군주는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항상 경계해야 한다는 뜻.
69. 老馬識途(노마식도)
늙은 말이 길을 안다. 즉, 경험과 학식이 많은 사람의 의견이 대단히 중요하며 이를 존중해야 함을 의미한다.
70. 重賞之下, 必有勇夫(중상지하,필유용부)
사람은 재물을 추구하다 죽고, 새는 음식을 쫓다가 죽는다. 미끼가 있으면 반드시 잡히는 고기가 나타난다. 상을 후하게 주면 반드시 용감한 일꾼을 구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71. 不令而行(불령이행)
사람이 바르면 법규가 없어도 따르고 바르지 못하면 법규가 있어도 따르지 않는다. 지도자는 반드시 단정하고 바르게 처세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72. 推心置腹(추심직복)
내 심장을 남의 뱃속에 넣어 둔다는 말로 온화하고 합리적인 태도로 부하를 감복시키면 민심을 얻어 조직을 단결시킬 수 있다는 의미이다. 국가의 흥망은 토지의 크기에 달려있지 않고 인덕의 크기에 달려 있다.
73. 泰山不讓土壤(태산불양토양)
태산은 크고 높은 산임에도 불구하고 한줌의 흙도 거절하지 않고 받아들여 자신을 더욱 크게 만든다는 의미이다. 인간도 겸손하게 모든 것을 포용해야만 위대해진다는 의미이다.
74. 知人善任(지인선임)
지도자는 부하의 특징을 잘 알아 장점을 활용하고 단점을 회피해야 성공할 수 있다.
75. 心定神和(심정신화)
높은 자리에 있는 지도자는 마음이 안정되고 쾌활한 자세를 보여야 부하들이 당황하지 않고 단결하여 사기를 높일 수 있다.
76. 不遷怒(불천노)
지도자는 도량이 넓어 남에게 화풀이를 하지 말아야 좋은 이미지로 지위를 유지할 수 있고 부하들을 단결시킬 수 있다.
77. 上有好者(상유호자)
상급자가 좋아하는 취향을 가지고 있으면 부하들은 이를 경쟁적으로 흉내 내려고 한다. 따라서 지도자가 몸소 시범을 보여 미덕으로 부하들을 감동시키면 부하들은 이를 소리없는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따른다.
78. 運用之妙, 存乎一心(운용지묘,존호지심)
지혜를 많이 가지고 있어도 이용할 줄 모르면 죽은 것과 같아 가지고 있는 의미가 없으며, 심각한 손실마저 초래할 수도 있다. 지혜는 활용할 수 있어야만 어려움을 극복하는 강한 무기가 될 수 있다.
79. 胸懷大志(흉회대지)
지도자는 원대한 목표와 견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부정적인 영향에 흔들리거나 소인들의 간계에 넘어가 방황해서는 안 된다. 욕심이 없으면 강해지고 사리를 취하지 않으면 두려움이 없게 된다.
80. 退一步, 海闊天空(퇴일보,해활천공)
성공해서 높은 직위에 오른 다음 퇴직하면 바다가 넓고 하늘이 높다는 뜻이다. 높은 직위를 계속 고집하면 인사정체, 태만, 업적부진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사소한 결점 때문에 죄를 심문 받아 만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81. 以小見大(이소견대)
어떤 일을 처리할 때 미세한 부분을 살펴 전체를 판단해야 한다. 불리한 요소의 싹을 발견하면 즉각 과감한 조치를 취해서 싹이 트기 전에 제거해야 한다.
82. 有罪必罰(유죄필벌)
죄를 지으면 반드시 징벌을 해야 국가의 존엄이 유지되고 사회가 안정된다.
83. 以愚應愚, 以愚困智(이우응우,이우곤지)
어리석은 상대는 어리석은 사람이 맞대응하도록 해야 하며 현명한 사람도 어리석은 사람이 응대하여 상대방이 지혜를 발휘하지 못하도록 꼼짝 못하게 묶어 두는 전략이다. 이런 전략은 역사적으로 흔하게 사용 되어 왔다.
84. 不因婦人辱士(불인부인욕사)
부인으로 인해 군자가 욕을 먹게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부인 때문에 발생한 비극들은 수없이 많았고 지금도 계속되는 일이다. 부인으로 인해 군자의 진로가 좌절되는 위험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85. 貴不弄權(귀불농권)
지위가 높아지면 권력도 커지면서 오만해 진다. 그러나 군자는 가난해도 뜻을 버리지 않고, 부자가 되어도 음락을 추구하지 않으며 지위가 높아져도 권세를 부리지 않는다.
86. 深謀遠慮(심모원려)
깊이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아야 원만한 업적을 이룩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혼란과 우환을 겪게 된다는 뜻이다.
87. 一箭雙雕(일전쌍조)
한 개의 전략으로 두 개 이상의 목적을 달성한다는 의미이다. 상대방의 모순을 이용하거나 적들끼리 서로 싸우게 함으로써 어부지리를 얻도록 해야 한다.
88. 聲東擊西(성동격서)
상대방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유도한 다음 대비하지 못한 곳을 공략하여 목적을 달성한다는 의미이다.
89. 無中生有(무중생유)
세상 만물은 有에서 생겨나며, 有는 無에서 생겨난다. 원래 중국 전통 철학사상의 하나였으나, 현재는 험난한 인생살이에서 소문을 날조하여 대중의 판단을 흐리게 하거나 남을 해함으로써 이득을 얻는 사기술을 의미한다.
90. 借尸還魂(차시환혼)
원래 남의 시체에 자기의 영혼을 담아 새로운 생을 얻는다는 뜻. 현재는 실패했더라도 어떤 세력이나 수단을 이용해서 다시 재기한다는 의미이다.
91. 明知故昧(명지고매)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도 고의로 모르는 척 한다는 뜻이다. 중국인들이 옛날부터 사용해 온 처세 방법으로 모르는 척 함으로써 시비나 불편한 마찰들을 피해 간다는 의미이다.
92. 欲擒故縱(욕금고종)
적을 포획하거나 컨트롤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먼저 풀어 주어 오만하게 만든 다음 경계가 느슨해진 틈을 타서 적을 붙잡아 소멸시킨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내심과 멀리 내다보는 통찰력이 있어야만 한다.
93. 釜底抽薪(부저추신)
솥 밑에서 장작을 빼 버린다는 뜻.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뿌리를 제거해야 완벽하게 재발을 방지할 수 있고 나의 손실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의미이다.
94. 落井下石(낙정하석)
함정에 빠진 사람을 구하지 않고 반대로 돌을 던진다는 뜻이다. 즉, 위기에 처한 사람을 가해하여 더욱 사지로 밀어 넣는다는 잔인한 행위를 말한다.
95. 金蟬脫殼(금선탈각)
매미가 껍질을 벗고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뜻. 위기에 몰렸을 때 가짜 형상으로 적의 판단을 흐리게 한 다음 혼란을 틈타서 도망간다는 의미이다.
96. 殺鷄儆猴(살지경후)
원숭이는 원래 조련사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따라서 조련사는 닭을 죽여 겁을 줌으로써 원숭이가 말을 듣게 만든다는 뜻이다. 명령을 하달할 때 종종 복종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경우, 한 두 사람을 시범 케이스로 처벌하여 전체가 명을 따르게 하는 것이다.
97. 過河拆橋(과하절교)
다리를 건넌 다음에 다리를 없애 버린다는 뜻이다. 어떤 사람을 이용하고 나면 그를 버리거나 아예 죽인다는 의미이다.
98. 空城計(공성계)
강적이 성 아래까지 쳐들어 왔을 때, 부득이 성을 비워둠으로써 적이 의심을 가지고 감히 공격하지 못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적이 의심하는 틈을 이용하여 지원군을 얻거나 도망간다는 의미이다. 반대로 實城計는 군대를 매복시킨 다음 약해서 도망가는 것처럼 적을 유인하여 깊은 곳으로 끌어들인 다음 공략하여 소멸시키는 전술이다.
99. 激將計(격장계)
적의 장수를 분노하게 만드는 전술이다. 즉, 상대방의 약점이나 자존심을 건드려 분노하게 만든 다음 그의 허점을 공략한다는 뜻 이다.
100. 斬草須除根(참초수제근)
풀을 제거할 때는 반드시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뜻이다. 적을 공략할 때에도 완전히 소멸시켜서 다시 보복해 오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제24법칙,완벽한 궁정인이 되어라
제24법칙,완벽한 궁정인이 되어라
궁정인은
아첨을 하고,
윗사람에게 굴복하고,
우회적인 방법으로 권력을 행사해야 한다.
궁정 정치의 법칙
☆과시하지 말라.
자기 이야기보다는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더 많이 하라.
누구나 겸손한 사람을 좋아한다.
☆아첨을 아껴라.
아첨이 너무 심하면 가치를 잃고 동료들의 미움을 받는다.
간접적인 아첨,
예를 들면 자신이 기여한 점을 줄여서 말하면,윗사람을 더 부각시킬 수 있다.
☆주목을 받도록 하라.
과시는 하지 않으면서 주목은 받아야 한다.
눈에 띄려면 우선 외모에 신경을 써라.
☆상대에 따라서 스타일과 말을 바꾸어라.
똑같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아랫사람들은 생색내는 태도로 받아들이고,
윗사람들은 속으로 불쾌해할 것이다.
☆나쁜 소식을 전하는 사람이 되지 말라.
'왕은 나쁜소식을 전하는 사람을 죽인다'
는 유명한 말이 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일은 맡지 말라.
☆윗사람을 직접 비판하지 말라.
가능하면 간접적으로 정중하게 조언과 비판을 하는 방법을 배워라.
☆윗사람에게 부탁을 삼가라.
다른 사람,특히 친구를 대신하여 부탁은 절대하지 말라.
☆외모나 취향을 가지고 농담하지 말라.
특히 윗사람은 당사자가 옆에 없을 때도 하지 말라.그것은 자기 무덤을 파는 짓이다.
☆냉소주의자가 되지 말라.
남들이 잘한 일에 대해서 겸손하게 칭찬을 하면,
당신이 한 일에 대해서도 관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자신을 관찰하라.
다른 사람의 눈으로 자기 자신을 보라.그것이 많은 실수를 피하는 길이다.
☆감정을 통제하라.
당신은 분노를 감추고 웃는 얼굴로 상대와 악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남들에게 기쁨을 주어라.
기쁨을 주는 사람이 되면 정상에 설 수 있다.
본점(본사) 근무자나 부하들이 배워야 할 법칙이다.
☆로버트 그린의 <권력의 법칙>에서...
궁정인은
아첨을 하고,
윗사람에게 굴복하고,
우회적인 방법으로 권력을 행사해야 한다.
궁정 정치의 법칙
☆과시하지 말라.
자기 이야기보다는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더 많이 하라.
누구나 겸손한 사람을 좋아한다.
☆아첨을 아껴라.
아첨이 너무 심하면 가치를 잃고 동료들의 미움을 받는다.
간접적인 아첨,
예를 들면 자신이 기여한 점을 줄여서 말하면,윗사람을 더 부각시킬 수 있다.
☆주목을 받도록 하라.
과시는 하지 않으면서 주목은 받아야 한다.
눈에 띄려면 우선 외모에 신경을 써라.
☆상대에 따라서 스타일과 말을 바꾸어라.
똑같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아랫사람들은 생색내는 태도로 받아들이고,
윗사람들은 속으로 불쾌해할 것이다.
☆나쁜 소식을 전하는 사람이 되지 말라.
'왕은 나쁜소식을 전하는 사람을 죽인다'
는 유명한 말이 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일은 맡지 말라.
☆윗사람을 직접 비판하지 말라.
가능하면 간접적으로 정중하게 조언과 비판을 하는 방법을 배워라.
☆윗사람에게 부탁을 삼가라.
다른 사람,특히 친구를 대신하여 부탁은 절대하지 말라.
☆외모나 취향을 가지고 농담하지 말라.
특히 윗사람은 당사자가 옆에 없을 때도 하지 말라.그것은 자기 무덤을 파는 짓이다.
☆냉소주의자가 되지 말라.
남들이 잘한 일에 대해서 겸손하게 칭찬을 하면,
당신이 한 일에 대해서도 관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자신을 관찰하라.
다른 사람의 눈으로 자기 자신을 보라.그것이 많은 실수를 피하는 길이다.
☆감정을 통제하라.
당신은 분노를 감추고 웃는 얼굴로 상대와 악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남들에게 기쁨을 주어라.
기쁨을 주는 사람이 되면 정상에 설 수 있다.
본점(본사) 근무자나 부하들이 배워야 할 법칙이다.
☆로버트 그린의 <권력의 법칙>에서...
[사설] 묻는다, 이게 나라인가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 빠진 지 21일로 엿새째를 맞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망자는 늘어나고 구조해야 할 실종자는 줄어든다. 자고 일어나면 희망의 끈만 점차 타들어갈 뿐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정부의 피해 상황 집계나 구조·수색 활동 발표는 계속 오락가락하면서 국가 위기관리 능력의 총체적 부실을 드러내고 있다. 국가 재난대응 체계가 난파한 모습을 목도하면서 피해자 가족의 슬픔과 분노가 치솟고, 자괴감에 빠진 온 국민이 집단 우울증을 앓고 있다.
세월호의 침몰은 국가적 대형 참사이다. 정부 각 부처와 유관기관들이 신속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인명 구조에 필요한 장비와 인력을 총동원할 수 있도록 유기적인 협력체제를 구축해 대처해야 할 사건이다. 안전을 최우선 과제의 하나로 내세우며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2월 관련 법률까지 개정하며 재난대응 체계를 정비했다. 국가적 재난이 발생할 경우 안전행정부가 즉각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설치해 범정부 차원의 지휘통제 기능을 맡는다는 내용이었다. 기존에 각 부처로 흩어진 재난관리 체계를 일원화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세월호 사고 뒤 정부의 지휘통제 기능은 사실상 실종된 것이나 다름없다. 중대본은 각 기관이 보고하는 숫자를 모으는 구실밖에 하지 못했다. 그마저도 집계 착오 등으로 불신과 분노만 키웠다. 정부가 발표한 탑승자와 구조자 집계는 사고 발생 나흘 동안 발표와 수정을 되풀이했다. 탑승자 수는 5번, 구조자 수가 바뀐 건 8번째인데 이마저도 정확하지 않다고 한다. 심지어 실종자와 구조자 명단이 뒤바뀌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벌어졌다.
사고 현장에서의 대응도 허둥대기는 마찬가지였다. 현장 지휘체계의 혼선은, 선박 침몰 직후 승객들의 생사를 가르는 초기의 ‘골든타임’을 허비하게 만든 결정적 요인이었다. 현장에서 상황 설명도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 등으로 다원화되어 있는데다 서로 소관 타령이나 하면서 책임 있는 답변을 하지 못했다. 외국 언론들은 멀쩡한 배가 가라앉은 후진국형 참사 못지않게 재난대응 체계와 위기관리 능력의 후진성을 전세계에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현장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니 피해자 가족들의 원성은 자연 청와대로 몰리고 있다. 믿을 수 없는 정부 발표와 더딘 구조·수색 활동에 격분한 까닭이다. 그런데 정부는 사복경찰을 보내 가족들 동향을 감시하는가 하면 채증활동까지 벌이고 있다고 한다. 피해 가족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있다는 비난을 자초하는 우행이 아닌가. 정부의 위기 대처 능력이 이런 데서만 제대로 작동되고 있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배가 침몰하는 순간 선장은 가장 먼저 도망가 버리고, 승객은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를 충실히 따르다 차가운 바닷속에 가라앉았다. 여기까지가 세월호 침몰 사건의 전말이다. 하지만 그다음부터 이어지는 구조 활동과 사고 수습 과정에선 국가 재난대응 체계의 총체적 부실에 따른 ‘또 다른 참사’가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호’에 탄 국민의 마음은 세월호 사고의 피해자 가족만큼이나 비통하고 우울하다. 자연재해든 인재든 국가적 위기는 언제나 발생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위기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국가적 역량이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지금까지 드러난 재난대응 체계와 위기관리 실태를 보면, 정부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엉망진창의 모습이다. 그래서 거듭 묻는다. 이게 나라인가.
2014년 4월 17일 목요일
중앙_[사설] 제대로 된 국민 안전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16일 국내에서 가장 크다는 6925t 크루즈선인 세월호가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전복되는 대형 사고가 났는데도 구비된 구명보트 42개 중 2개만 제대로 펼쳐졌을 뿐이다. 구명조끼를 얻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른 학생도 있었다. 475명이나 탑승했는데도 사고 시 대처요령을 제대로 알려주는 안전교육도 없었다. 선장과 일부 선원은 승객 탈출을 돕기는커녕 자신들이 먼저 탈출했다. 어느 하나 정상적인 것이 없다. 하나라도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면 실종자를 상당히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회한만 가득하다.
크루즈 선사가 초기 대응에 실패해 수많은 실종자 발생으로 이어진 이번 사고는 긴급 사고 발생 시 대처요령, 선원 안전업무 지침 등 긴급 상황에 대처하는 안전 매뉴얼이 없거나 있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대형 크루즈선이 이 정도라면 다른 곳의 안전시스템은 어떤 수준인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정부 당국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이런 긴급사고가 발생했을 때 국민을 안심시키고 사태를 신속히 수습할 수 있는 상세한 매뉴얼을 갖추고 있어야 함은 물론 평소에 훈련까지 제대로 해왔어야 옳다. 이런 안전시스템을 제대로 갖춰야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나. 이 모든 상황으로 볼 때 이번 사고는 체계적인 안전 매뉴얼과 안전의식의 부재가 빚은 인재(人災)일 수밖에 없다. 장비보다 인력의 문제였고, 그 인력을 제대로 움직이는 안전시스템의 부재가 가장 문제였다. 국민은 실종자 규모와 함께 이 같은 안전시스템의 부재 앞에 더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이는 국민을 불안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큰 사고가 나면 으레 관리·감독 강화 정도의 대책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안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과 불신을 해소하는 데 역부족이다.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선진형 국민 안전시스템을 새로 짜야 한다. 이를 위해 민간과 정부가 힘을 합쳐 교통·자연재해·화재·식품 등 국민 생활 각 분야에 걸쳐 상황별 안전 매뉴얼을 점검하거나 새로 마련하고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국민 안전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필요하면 민간과 정부가 힘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국민안전위원회를 만드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렇게 마련한 안전 매뉴얼과 시스템을 관련자들이 제대로 익히게 하는 일이다. 따라서 각종 안전문제에 대해서는 전쟁과 테러에 대비하는 수준으로 수시 안전교육·훈련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예로 선진국의 경우 크루즈선 승객은 탑승 직전 일정 시간 교육·훈련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선원들은 수시로 안전훈련을 받는다. 국회도 적극적인 입법화를 통해 국민 안전시스템 구축을 도와야 한다. 국민 안전은 어떠한 이유로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비극적 사고가 우리에게 주는 뼈아픈 교훈이다.
크루즈 선사가 초기 대응에 실패해 수많은 실종자 발생으로 이어진 이번 사고는 긴급 사고 발생 시 대처요령, 선원 안전업무 지침 등 긴급 상황에 대처하는 안전 매뉴얼이 없거나 있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대형 크루즈선이 이 정도라면 다른 곳의 안전시스템은 어떤 수준인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정부 당국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이런 긴급사고가 발생했을 때 국민을 안심시키고 사태를 신속히 수습할 수 있는 상세한 매뉴얼을 갖추고 있어야 함은 물론 평소에 훈련까지 제대로 해왔어야 옳다. 이런 안전시스템을 제대로 갖춰야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나. 이 모든 상황으로 볼 때 이번 사고는 체계적인 안전 매뉴얼과 안전의식의 부재가 빚은 인재(人災)일 수밖에 없다. 장비보다 인력의 문제였고, 그 인력을 제대로 움직이는 안전시스템의 부재가 가장 문제였다. 국민은 실종자 규모와 함께 이 같은 안전시스템의 부재 앞에 더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이는 국민을 불안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큰 사고가 나면 으레 관리·감독 강화 정도의 대책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안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과 불신을 해소하는 데 역부족이다.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선진형 국민 안전시스템을 새로 짜야 한다. 이를 위해 민간과 정부가 힘을 합쳐 교통·자연재해·화재·식품 등 국민 생활 각 분야에 걸쳐 상황별 안전 매뉴얼을 점검하거나 새로 마련하고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국민 안전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필요하면 민간과 정부가 힘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국민안전위원회를 만드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렇게 마련한 안전 매뉴얼과 시스템을 관련자들이 제대로 익히게 하는 일이다. 따라서 각종 안전문제에 대해서는 전쟁과 테러에 대비하는 수준으로 수시 안전교육·훈련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예로 선진국의 경우 크루즈선 승객은 탑승 직전 일정 시간 교육·훈련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선원들은 수시로 안전훈련을 받는다. 국회도 적극적인 입법화를 통해 국민 안전시스템 구축을 도와야 한다. 국민 안전은 어떠한 이유로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비극적 사고가 우리에게 주는 뼈아픈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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