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8일 화요일

근본주의 fundamentalism

근본주의 fundamentalism

  원리주의라고도 불리는 근본주의는 어느 종교에나 있고, 나타나는 양상도 거의 비슷하다. 우선 종교의 경전을 자구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엄정한 입장을 취하며(순결성), 금욕에 가까운 엄격한 윤리를 내세우고(도덕성), 다른 종교는 물론 같은 종교의 다른 종파에 대해서까지도 적대적이거나 배타적인 태도를 보인다(편협성).

  사실 근본주의라면 이슬람교보다 그리스도교가 선배다. 제 나라에 살 때는 애국심이라는 걸 몰랐어도 외국에 나가 살게되면 과장된 애국자가 되게 마련이다. 일제강점기에 친일 행위를 했던 자들이 해방 직후 친일과 색출에 더 열성을 보이는 것처럼, 19세기 초 미국에서 들불처럼 일어난 그리스도교 근본주의 운동이 그랬다.

  근본주의자들은 다른 종파에 대해 전투적이고 호전적인 자세로 일관하면서 각종 사회적 문제와 정책 결정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했다. 20세기에 들어서는 사이비 예언으로 여론몰이를 하는 전략은 포기했으나, 냉전시대에 극우적인 반공주의로 대중을 호도한다든가 진화론을 비난하고 성서에 입각한 창조론을 정식 교육과정에 포함시키려 하는 등 파괴적인 책동을 서슴지 않았다.

  이슬람 근본주의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1948년 팔레스타인에 이스라엘 공화국이 세워진 사건을 계기로 강력해졌다. 이슬람 세력권인 중동의 심장부에 다른 종교(그것도 배타적인 유대교)의 국가가 탄생한 것도 논란거리였지만, 그보다 더 심한 것은 이스라엘 때문에 팔레스타인에 살던 주민들이 수천 년동안 살아온 고향을 빼앗기고 졸지에 난민이 되어버린 사실이었다.

  이스라엘의 건국은 연합국 측이 전후의 어수선한 틈을 타 전쟁 지원의 보상으로 유대인들의 요구를 들어준 결과였다. 비록 유대인들은 3천 년 전 가나안 땅에 이스라엘 민족의 국가가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내세웠지만, 그 황당한 명분의 배후에는 힘의 논리가 숨어 있었따. 그 논리대로라면 미국도 불과 수백 년 전까지 조상 대대로 살아오던 땅을 유럽계 백인들에게 빼앗긴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돌려줘야 하지 않을까?

*벨푸어 선언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부패하고 무능한 이슬람 정권이 이슬람권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비난하면서 코란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는 새로운 이슬람 국가를 수립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들이 주적으로 삼은 것은 이스라엘 공화국의 탄생을 지원한 그리스도 문명권이었고, 그 중에서도 핵심인 미국이었다. 여러 차례에 걸친 중동 전쟁에서도 이스라엘을 몰아내지 못하자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전쟁보다 테러의 방식을 택했다. 그들은 군대를 조직해 이스라엘과 크고 작은 싸움을 벌이는 한편 이스라엘의 강력한 지지자인 미국을 대상으로 세계 각지에서 테러를 일으켰다. 그 결과가 2001년 9.11 사태였다.

  문제는 테러로 해결될 게 아니고, 더욱이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은 해결의 주체가 될 수 없지만, 중동에 최종적인 평화가 오기까지 테러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중동 문제로 노벨 평화상이 주어진 것은 세 차례나 되지만 분규가 해결될 전망은 여전히 요원하다. 앞으로 이 지역이 얼마나 많은 노벨평화상을 양산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중동 분쟁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인물들
1) 1977년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 2) 동년 메나헴 베긴 이스라엘 수상 3) 1961년 다그 함마르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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