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 교육 효과 높아
실무형 교수 확보는 과제
“언론사에 들어가기 전, 과연 올바른 저널리즘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논하고 배워본 적이 있을까.” 전직 기자 출신 한 언론학자의 압축적인 한마디다.
언론사 입사 후 하루하루 쫓기며 ‘하루살이’ 생활을 하는 어린 연차의 언론인들이 저널리즘을 고민할 틈은 없다.
데스크 지시로 현장에 달려가고, 취재하고, 기사를 쓰며 아슬아슬 마감을 끝내기가 바쁘다.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스스
로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을 한다는 것은 언감생심.
각종 취재현장에서 ‘어떻게 써야할 것인가’ 고뇌에 빠지지만 갈증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언론사 입사 전, 예비 언론인으로서 저널리즘 교육이 더욱 절실한 이유다.
국내에는 현재 예비 언론인을 위한 저널리즘 스쿨이 사실상 전무하다. 미국이나 유럽에는 언론인 양성을 위한 저널리즘 스쿨이 보편화됐지만, 국내에 학위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곳은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 한 곳뿐이다.
약 100년 전부터 시작된 외국과 달리 이제 갓 걸음마를 뗀 수준이지만 졸업생들의 언론계 진출이 점점 늘어나며 조금씩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세명대: 국내 유일 학위 프로그램
실무형 교수 확보는 과제
“언론사에 들어가기 전, 과연 올바른 저널리즘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논하고 배워본 적이 있을까.” 전직 기자 출신 한 언론학자의 압축적인 한마디다.
언론사 입사 후 하루하루 쫓기며 ‘하루살이’ 생활을 하는 어린 연차의 언론인들이 저널리즘을 고민할 틈은 없다.
데스크 지시로 현장에 달려가고, 취재하고, 기사를 쓰며 아슬아슬 마감을 끝내기가 바쁘다.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스스
로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을 한다는 것은 언감생심.
각종 취재현장에서 ‘어떻게 써야할 것인가’ 고뇌에 빠지지만 갈증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언론사 입사 전, 예비 언론인으로서 저널리즘 교육이 더욱 절실한 이유다.
국내에는 현재 예비 언론인을 위한 저널리즘 스쿨이 사실상 전무하다. 미국이나 유럽에는 언론인 양성을 위한 저널리즘 스쿨이 보편화됐지만, 국내에 학위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곳은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 한 곳뿐이다.
약 100년 전부터 시작된 외국과 달리 이제 갓 걸음마를 뗀 수준이지만 졸업생들의 언론계 진출이 점점 늘어나며 조금씩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세명대: 국내 유일 학위 프로그램

2008년 설립, 올해 만 6년이 된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은 7월 현재 기자·PD 등 언론사에 83명, 광고홍보사에 11명 등 94명을 합격시켰다.
경향, 동아, 조선, 중앙, 한겨레 등 주요 신문사부터 KBS, MBC 등 방송사, 통신사, 인터넷신문 등 다양한 매체에 졸업생이 포진해 있다. 2년 석사 과정이며, 한 기수 재학생은 20명 안팎이다.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은 충청북도 제천에 위치했다는 지리적 제한으로 초창기에는 예비 언론인들의 관심을 크게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장학금 등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이를 보완했다.
재학생 전원 숙식 무료와 2/3의 재학생에게 등록금 40% 감면, 외부 장학금 혜택 등이다.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은 “학생들의 등록금 총 징수액과 스쿨 운영경비(외부 장학금, 교수진 기부금 포함)가 1:3 정도”라며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낸 등록금의 3배쯤 되는 질 높은 교육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커리큘럼은 실무 교육에 초점을 맞췄다. 취재보도·제작실습 등의 내용은 물론 전·현직 언론인 출신인 전담 교수가 개인별로 꼼꼼하게 실시하는 글쓰기 첨삭지도는 글쓰기 능력 향상에 주요하다.
동시에 언론인으로서 갖춰야 할 윤리, 비판의식과 인문사회학적 소양을 쌓는 데도 주력한다.
상시적인 독서와 토론은 물론 전·현직 언론인, 칼럼니스트, 인문사회 분야 교수와 전문가 등 60여명의 외부 강사진이 자신의 특화된 분야에서 인문사회학적 교양을 위한 다양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을 졸업한 한 기자는 “개인적으로 학부 전공이 언론 관련 학과가 아니었는데 언론에 어떤 시각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어떤 언론인이 되어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해줘서 유익했다”며 “언론인으로서의 윤리와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배운 내용을 직접 뉴스로 제작해 현장감각을 익히고 있다. 2010년 창간한 온라인 매체 ‘단비뉴스’를 통해 지속적으로 학생들이 취재, 기사 작성, 영상 제작 등을 하도록 하고 있다.
강의실의 글쓰기 첨삭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사를 쓰고 교수가 데스크를 보면서 또다시 연습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실제 1년은 1년차 기자, 2년은 2년차 기자, 졸업생은 3년차 기자 이상으로 설정해 훈련시킨다.
하나의 매체로서 기성언론과 차별화된 의제도 제시한다는 목표다. 실제 지난 2010년 40여명의 단비뉴스 기자들은 빈곤층의 5대 불안을 주제로 약 1년 반가량 취재한 내용을 담아 2012년 ‘벼랑에 선 사람들’ 책을 발간했다.
이화여대: ‘대학-미디어’ 간 최초 산학협력
일부 대학에서는 비학위 프로그램으로 저널리즘 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화여대 프런티어 저널리즘 스쿨이다. 정규 교육과정은 아니지만, 실무 교육의 커리큘럼을 잘 갖춰 대체재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2007년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산하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주관으로 개설했으며, 지난해 12월 기준 언론계에 98명을 배출했다.
6개월 과정으로 수강인원은 30여명이다.
자기소개서 쓰기 등 언론사 입사 전략을 비롯해 스트레이트 기사·기획기사·방송뉴스 등의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며, 한국 저널리즘과 해외 최신 트렌드 등 저널리즘 이론과 윤리, 이슈별 보도 특강, 데이터저널리즘, 탐사보도 등의 내용을 교육하고 있다.
언론계 진출을 희망하는 이대 학부 학생은 물론 타교 학생도 수강이 가능하다. 프런티어 저널리즘 스쿨을 다닌 한 기자는 “현장 기자들이 관련 이슈나 기사 작성에 대해 강의하며 스트레이트부터 피처 기사까지 단계적으로 실무를 배울 수 있었다”며 “사실 당장의 입사시험보다는 현직에 가서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명대와 마찬가지로 이대 저널리즘 스쿨도 자체 매체를 활용하고 있다. ‘스토리 오브 서울’이라는 온라인 매체를 만들어 학생들이 직접 뉴스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 저널리즘 스쿨의 학생들이 만드는 ‘컬럼비아 뉴스 서비스’ ‘브롱스 비트’ 등의 사례를 벤치마킹했다.
특이점은 지난해 말 SBS문화재단과 공동운영 협약을 체결하며 대학-미디어 그룹 간 최초의 산학협력이 됐다는 것이다.
이름도 ‘이화·SBS문화재단 프런티어 저널리즘 스쿨’로 바꿨다. 올해부터 SBS 문화재단 후원을 받아 수강생 전원이 전액 장학금 혜택을 받게 됐고, 기존에는 기자 양성 프로그램만 있었지만 시사교양PD 교육 프로그램을 추가했다.
이번 산학협력은 외국의 저널리즘 스쿨처럼 졸업 후 언론사 채용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저널리즘 스쿨에서 실무와 언론 윤리를 충분히 익힌 예비 언론인들을 언론사에서 바로 채용하는 시스템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례로 프랑스에서는 파리 저널리즘 학교(ESJ)와 르몽드, 파리 9대학(IPJ)과 르파리지앵 등 각 저널리즘 스쿨과 각각의 언론사가 연계돼 있어 졸업 후 해당 언론사로 학생들이 진출하고 있다.
대학 언론 관련 학과 만족도 낮아
방과 후 학내 교육기관 형태인 성신여대 방송영상 저널리즘 스쿨 등도 있다. 2010년 설립됐으며 매학기 60명 이하 정원으로 1년(2학기)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방송영상 및 저널리즘 분야의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저널리스트와 PD, 아나운서로 나뉘어 정규수업(6학점) 과정과 특강상담, 인턴, 그룹 스터디 등의 통합형 교육을 받고 있다.
그 밖에 언론사들은 ‘아카데미’ 형태로 입사 관련 글쓰기 강좌 등을 실시하고 있다.
한겨레신문은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언론사 입사준비생을 위한 글쓰기 과정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경향신문은 후마니타스 연구소 주관으로 실용 글쓰기 등에 관한 경향 저널리즘 스쿨을 열고 있다.
조선일보도 중고참급 기자들을 활용해 저널리즘 아카데미를 진행하며, 오마이뉴스는 올해 50기를 맞은 ‘오연호의 기자만들기’로 500여명의 언론인을 배출했다.
하지만 예비 언론인만이 아닌 일반인까지 대상으로 하며, 짧은기간과 비싼 수강료 등으로 저널리즘 스쿨처럼 언론전문 과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 자칫 언론사의 수익성 사업으로만 여겨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저널리즘 스쿨은 이론 중심의 교과 과정을 벗어나 저널리즘을 이해하고 실무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한다는 목적이다.
국내의 경우 현재 전국 각 대학에 110여 개가 넘는 신문방송학, 언론정보학 등 언론 관련 학과들이 많이 있지만 주로 커뮤니케이션학 등 이론적 학문에 편중돼 있다.
실제 지난 2005년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간한 ‘한국의 언론교육과 저널리즘 스쿨’ 연구서에 따르면, 서울소재 18개 대학 재학생 중 기자직을 희망하는 학생 432명을 대상으로 대학에서 실시하는 저널리즘 과목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5점 만점에 이론과목에 대한 만족도는 3.2, 실습과목에 대한 만족도는 2.7~3.0으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각 대학에서 글쓰기 강좌나 현직 언론인 초빙 강좌 등을 늘리는 추세이나 간극을 좁히기에는 아직 역부족이
라는 평가다. 언론사에서 특별히 언론 관련 학과를 선호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시스템 상으로는 언론계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지 못한다는 판단이다.
입사 후에도 갈증은 여전하다. 각종 취재현장에 달려가 마감에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다보면 ‘올바른 기자란, 올바른 저널리즘이란’ 고민을 할 새가없다.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배우라는, 선배들로부터 혼나며 그대로 답습하는 식의 도제식 교육이 뿌리 깊이 자리한 현실에서 기술은 향상되지만 내면은 채워지지 않는다.
수습기자 6개월을 거치고, 연차가 쌓여도 저널리즘 교육의 필요성에 더 공감하는 이유다.
아직 갈 길은 멀다
한 기자는 “현장에서 뉴스를 쫓다 보면 막상 저널리즘이나 언론 윤리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없다”며 “저널리즘 스쿨에서 전·현직 언론인들과 언론 윤리문제에 대해 토론하며 고민하고, 현직에 진출해 자신의 시각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 원장도 “최근 세월호 참사 보도로 기자들이 불신을 받고 ‘기레기’로 불렸지만 기자들 탓만 할 수는 없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제대로 된 보도를 할 수 있겠는가”라며 “우리는 똑같은 팩트를 갖고도 매체별로 너무나 다르다. 외국에서는 저널리즘 스쿨에서 저널리즘의 기본과 표준이 무엇인지 배운다”고 말했다.
국내 저널리즘 스쿨의 갈 길은 아직 멀다. 필요성은 절감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국내에 정착하기는 아직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우선 대학이나 기관에서 미래 언론인 양성을 위한 투자라는 비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미디어 교육의 특성상 수익보다 비용이 더 든다는 점도 있다.
앞으로 저널리즘 스쿨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수진 구축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언론인으로서의 ‘직업학교’ 성격을 잘 살리기 위해 기자·PD 등 현장 경험이 풍부한 실무 교수들이 다수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학위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곳도 좀 더 확대돼야 한다.
한 언론학자는 “법·의학처럼 사회적 수요가 많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대학이 저널리즘 스쿨을 할 필요는 없다”며 “지역 거점 대학 등 국내 우수 대학 두세 곳에서 정규 교육 과정을 시행하는 것이 좋을것”이라고 말했다.
이재경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바른 저널리즘을 알지도 못하고, 고민 없이 무작정 뛰어들다보니 취재 자체가 왜곡될 때가 많다.
언론에서 필요로 하는 훈련된 기자를 교육시켜 활용하면 되는데 주먹구구식”이라며 “현실적인 제도가 되려면 사회 전반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질 높은 저널리즘으로 발전하기 위해 저널리즘 스쿨에서 예비 언론인들은 실무 교육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고, 현직 기자들은 커리어를 쌓고 실무형 인재를 기를 수 있어 선순환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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