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11일 월요일

중앙_[사설] 한국, 아차하면 동북아의 낙동강 오리알 된다

한·일 외교장관회담이 그제 미얀마에서 11개월 만에 열렸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에게 일본 지도부 인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고노담화 검증 강행, 극단적 반한 데모를 언급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기시다 외상은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은 관계 개선을 위한 일보 전진이라 할 수 있지만 정상회담 개최의 접점을 찾지는 못했다.

 여기에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에 의혹을 제기한 일본 산케이신문을 상대로 한 대통령 명예훼손 고발사건이 불거졌다. 검찰은 이 신문 서울지국장을 출국금지하고 12일 소환을 통보했다. 윤 장관도 기시다 외상과의 회담에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광복절을 앞두고 반일·반한 분위기가 확산되지 않도록 순수한 법률적 차원에서 차분하게 일을 처리할 필요가 있다. 

 한·일 관계가 불신의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일 간에는 관계 개선이 모색되고 있다. 중·일 외교장관회담이 그제 1년11개월 만에 성사됐다. 아베 신조 2차 내각 출범 후 처음이기도 하다. 이번 회담 성사는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가 7월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밀리에 만나 대화를 희망하는 아베 총리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의욕을 보였다고 한다. 일본과의 접촉 자체를 꺼렸던 중국의 태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봐야 한다. 중·일 간에는 영토분쟁, 역사인식 문제 등 난제가 가로놓여 있지만 양자 정상회담을 위한 조정작업은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일본은 미얀마에서 북한과도 실무자 접촉을 가졌지만, 남북 간에는 의미 있는 대화가 없었다. 중·일 화해가 가시화하고 북·일 접근이 속도를 내면 우리는 동북아에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 있다. 정세에 밀려 쫓기듯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면 명분도, 실리도 잃는다.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발상이 절실한 시점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참고: 블로그의 회원만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