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기업이 중소기업으로부터 납품을 받고 그 대금을 어음으로 지급할 경우 어음 만기(滿期)를 3개월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매출 채권의 최대 지급 기일이 180일로 돼 있어 중소기업들의 대금 회수가 최대 6개월까지 늦어질 수 있다.
어음 결제는 오랜 상거래 관행이지만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어음을 끊어준 후 대금 지금을 늦추면서 그 기간 동안 돈을 운용해 이자 수입을 올릴 수 있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어음을 은행에 맡기고 돈을 융통하면서 수수료를 내야 한다. 어음 결제 기간이 길면 수수료 부담이 커져 손실을 보기도 한다. 어음을 끊어준 기업이 부도가 나면 대금을 한 푼도 건지지 못할 위험도 있다. 지난해 부도 어음 금액은 5조원이 넘는다.
정부는 그동안 대기업들에 대해 현금 결제 비중을 높이도록 유도하고 전자어음과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제도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제도 개선에 노력해왔다. 그 덕분에 기업 간 거래에서 어음 결제 비중은 2001년 42%에서 최근 20% 수준으로 낮아졌다. 그러나 아직도 어음 결제는 중소기업의 주요 애로 사항 중 하나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최근 설문조사에선 중소기업의 72%가 어음 결제가 늦어져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고 했다.
어음 만기를 법으로 제한하는 데 대해서는 상거래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논란이 일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 중소기업이 어음 결제로 고통받고 있는 현실도 외면할 수는 없다. 당장 어음제도를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중소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위험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법으로 규제하기 전에 재벌 그룹의 대기업들이 먼저 어음 결제의 낡은 관행에서 벗어나는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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