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11일 월요일

중앙_[사설] '세월호법 재협상론' 국민을 우습게 아는가

비대위 체제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지금 국민의 정당으로 거듭나기는커녕 운동권 서클 같은 투쟁론에 휩싸여 있다. 의석 130석의 제1야당에다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국가 입법권력을 여당과 반분하고 있는 정당으로 봐주기 어려울 정도로 무책임하다. 지난 주말 박영선 비대위원장이 새누리당의 이완구 원내대표와 세월호 특별법안을 어렵사리 타결해 모처럼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가 했더니 금세 이를 뒤엎는 언행이 속출하는 것이다.

  2007년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 전 의원은 오늘 있을 당 의원총회를 앞두고 “의원총회에서 세월호 특별법 합의를 무효화하고 재협상을 결의해 달라. 세월호법은 협상을 통해 얻어야 할 성과가 아니라 쟁취해야 할 시대적 책무다”고 주장했다. 2012년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은 “특별법은 정치가 유족의 눈물을 닦아주는 최소한의 참회다. 여야 합의보다 중요한 건 유족들의 동의다. 유족들이 반대하는 특별법에 반대한다”고 썼다. 이들의 주장은 그럴싸한 감성적인 언어로 일부 지지자의 마음을 격동케 하는 데 성공할지는 모르지만 선거를 통해 표출된 국민의 일반 의사와 합의정치의 시대정신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7·30 재·보선은 세월호 참사를 자기들만 고통스러워하고 자기들의 방식대로만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야당의 ‘세월호 정치화’에 대한 심판이기도 했다.

 국민의 일반 의사는 유족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되 국가 법체계의 틀은 유지하고, 한풀이 윽박지르기식 진상조사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사실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게 진상규명위원회에 전례 없이 당사자인 피해가족 대표들을 참여시키고 강제 조사가 가능한 임의동행권까지 파격적으로 부여하는 ‘이완구-박영선 합의안’이었다. 다만 형벌을 집행하는 수사권과 기소권은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킨 상설특별검사법안에 따른 특검에 맡기기로 했다. 가족 대표들은 진상규명위가 수사권과 기소권까지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 부분은 그들이 양보해야 한다. 진상규명과 형벌 문책의 힘은 온 국민이 피해 가족을 지지하는 데서 나온다는 점을 십분 헤아리기 바란다. 

 헌법상 국민의 일반 의사를 대표하는 입법부 리더들의 합의를 하루아침에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무효화하라거나 법률 제정에서 여야 합의보다 중요한 게 유족이라는 야당의 두 전직 대통령 후보들도 자기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들은 상당히 영향력 있는 당내 계파의 리더인 데다 내년 초 있을 당권 도전을 앞두고 다른 파벌들의 선명성 경쟁까지 유도해 새정치연합을 혼돈에 빠뜨릴 가능성이 있다. 박영선 비대위원장이 이들에게 휘둘린다면 당과 본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타격을 받을 것이다.

 위험한 정국의 정상화를 위해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도 결심할 일이 있다. 세월호 청문회 증인 협상에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부르는 일을 어려워해선 안 된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면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김 실장은 국회에 나와야 한다. 명분과 격식 같은 괜한 고집은 사치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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