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7일 목요일

아경_[사설]소득불평등 개선에 무력한 조세체계

재정재원 조달, 효율적 자원배분과 더불어 소득재분배는 조세의 3대 기능으로 꼽힌다.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은 빈부격차를 완화해 사회의 통합성을 높이고 경제의 선순환을 강화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조세체계는 이 기능에서 27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이러한 사실은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가 OECD 통계를 가지고 분석해본 결과에서 또다시 확인됐다.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2년 한국의 빈곤율은 세금을 내기 전의 소득 기준으로 17.3%, 세금을 낸 후의 소득 기준으로 14.9%였다. 여기서 빈곤율은 소득이 중위값의 절반 미만인 가구의 비중을 말한다. 세금이 빈곤율을 고작 2.4%포인트 낮췄을 뿐이다. 하락폭이 칠레와 함께 공동 꼴찌다. 같은 해 OECD 회원국 전체의 과세 전후 빈곤율 하락폭 평균인 17.6%포인트에 견주기가 민망하다.
 
나라별로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민망한 정도를 넘어 부끄러울 지경이다. 프랑스는 세전 빈곤율이 34.7%로 1위인데 세후 빈곤율은 7.9%로 18위다. 조세로 빈곤율을 무려 26.8%포인트나 떨어뜨린 것이다. 이 나라를 포함해 독일, 핀란드, 영국 등 세전 빈곤율이 30% 이상인 6개국이 모두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적극 활용해 세후 빈곤율을 10% 이하로 낮췄다. 우리나라의 빈곤율은 세전 27위(17.3%)에서 세후 5위(14.9%)로 순위가 급등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제 정부가 발표한 올해 세법개정안이 조세체계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한층 더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아 우려된다. 정부가 경제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세법개정안을 마련하다보니 소득재분배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취급됐기 때문이다.
 
배당소득 증대세제의 일환으로 도입하겠다는 대주주 배당 분리과세, 가업상속 공제의 대상 확대 및 요건 완화 등은 고소득ㆍ고액자산 계층의 세금부담을 경감시킬 것이다. 근로소득 증대세제와 기업소득 환류세제의 혜택은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 근로자보다 상대적으로 봉급수준이 높은 대기업 근로자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부와 국회는 세법개정안이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에 미칠 효과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보완조치가 필요하다면 단ㆍ중ㆍ장기의 기간별로 적절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중앙_[사설] 공무원·군인연금 개혁, 지금 아니면 못한다

정부가 출범 후 첫 고위 당·정·청 회의를 열고 공무원·군인연금 개혁에 나서기로 했다. 세월호 참사와 윤 일병 사망 사건으로 관료·군인 사회에 대한 개혁 여론이 빗발치는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에서다. 세월호 참사와 윤 일병 사망 이후 “관료는 부패와 결탁하고 군 간부는 사병을 부실하게 관리하면서 연금은 과도하게 챙겨간다”는 비난 여론이 높았다. 이런 여론에 힘입어 청와대가 먼저 당에 군인연금 등 공적 연금 개혁 메시지를 내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시기도 적절하다. 앞으로 20개월간 큰 선거가 없다. 연금개혁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단 얘기다. 연금개혁은 워낙 변수와 반발이 많아 국정 최고책임자의 의지가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 초 담화에서 기획재정부 등의 반대에도 “3대 공적연금에 대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법도 개정하겠다”는 문구를 넣는 등 의지를 다졌다. 게다가 안종범 경제수석은 2기 경제팀에 합류하기 직전까지 새누리당 경제혁신특위에서 공적연금개혁분과위원장을 맡아 개혁안의 밑그림을 그렸다. 당·청의 개혁 의지가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기대가 크다. 이번에 실패하면 다시는 기회가 없다는 생각으로 제대로 철저히 해내야 한다.

공무원·군인·사학연금의 3대 공적연금은 시한폭탄과 다름없다. 공무원·군인 연금은 이미 기금이 고갈돼 국고에서 돈이 나가고 있다. 지난해 공무원연금엔 약 2조원, 군인연금엔 1조원 넘는 돈을 국고에서 보전했다. 이 정부 5년 동안 두 연금 적자 보전에만 22조원이 필요하다. 2년치 기초연금을 지급할 수 있는 돈이다. 사학연금도 20년 후엔 고갈될 전망이다.

 공적연금은 나랏빚에도 가장 큰 부담이다. 지난해 나랏빚 1117조원 중 연금충당부채가 596조원으로 절반에 달했다. 연금충당부채는 국가의 연금지급 의무에 따라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채다. 우리나라처럼 고령화가 빨리 진행되면 연금충당부채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쉽다. 실제 지난해 늘어난 나랏빚 215조원 중 대부분(159조원)이 연금충당부채였다. 이들 연금을 그대로 두고선 나라에 미래가 없다.

 공적연금 개혁은 역대 어느 정부도 성공하지 못한 난제 중 난제다. 공무원 노조의 반발이 거센 데다 관료 주도의 ‘셀프개혁’으로 시늉만 내왔기 때문이다. 실제 2009년 개혁은 개혁이라고 하기도 부끄러울 정도였다. 국민연금은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연금의 비율)을 43%나 깎았지만 공무원연금은 25% 깎는 데 그쳤다. 연금 수령 연령도 2010년 이후 새로 가입하는 공무원만 65세로 늦추는 등 반쪽짜리 꼼수 개혁이었다. 이번엔 국회가 주도해 관료가 개입할 여지를 없애야 한다. 공무원·군인의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연령·직급·근속연수별 연금액을 투명하게 공개한 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개혁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중장기적으론 민·관·군의 구별을 없애 공적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하는 게 바람직하다. 공적연금 개혁에 이 정부의 사활을 걸어야 한다.

중앙_[사설] 반가운 세월호 특별법 타결

4·16 세월호 참사 이후 불안과 혼돈에 휩싸였던 정치권이 모처럼 희망의 싹을 보여줬다. 어제 새누리당 이완구·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세월호 수습을 위한 국회 일정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가장 큰 쟁점이었던 ‘세월호 특별법안’의 내용과 처리 시점을 합의했고 두 번째 쟁점이었던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등의 청문회 출석 문제를 국정조사특위 여야 간사단에 위임했다. 이에 따라 국가를 혁신하기 위한 정부조직법안·김영란법안 등과 서비스발전기본법안·의료법안·주택법안 등 이른바 ‘경제활성화 19개 법안’의 신속한 처리도 가능해졌다.

 그동안 정부는 세월호 참사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무능과 책임회피, 숱한 인사 실패를 거듭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을 대로 잃었다. 정치권은 두 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세월호 이슈를 정쟁의 소재로 이용해 국민의 환멸을 샀다. 특히 7·30 재·보궐 선거에서 유권자는 새정치연합의 ‘세월호 정치화 전략’을 엄중히 경고했다. 참패한 야당이 국민의 경고를 무섭게 여겨 더 이상 세월호 협상에서 억지를 부리지 않게 된 게 타결의 배경이 됐다.

 합의에 따르면 세월호특별법은 피해 가족이 포함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되 야당과 피해 가족이 요구했던 수사권·기소권은 위원회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대신 현재 발효 중인 상설특별검사법을 활용해 특검을 발동키로 했다. 국가의 법체계를 흔들지 않으면서 피해 가족의 소망을 반영할 수 있는 길을 텄다. 단원고 피해 학생들인 2학년뿐 아니라 3학년 학생들에게도 대학특례입학의 기회를 준 것에 대해 다소 과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국민통합의 관점에서 수용할 만하다 하겠다.

 국정조사 청문회는 여전히 김기춘 실장의 출석 문제가 남아 있다. 300여 명의 국민이 정부의 총체적 무능으로 단 한 명도 구조되지 못한 채 해상의 원혼으로 떠도는 걸 생각하면 김 실장은 한 번이 아니라 열 번이라도 국회 출석을 마다할 일이 못 된다. 여야 간 원만한 타협이 있길 기대한다. 큰 문제가 타결됐으니만큼 이제 정부와 국회는 세월호 이후의 심기일전과 경제살리기에도 합의정신을 이어가기 바란다.

중앙_[사설] 자니 윤씨가 관광공사 감사라니 … 또 보은인사인가

원로 방송인 자니 윤(77·본명 윤종승)씨가 6일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에 임명된 것은 아무리 봐도 ‘보은인사’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자니 윤씨는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당내 경선캠프의 재외국민본부장과 대선 캠프의 재외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변추석 관광공사 사장도 당시 박근혜 캠프 선거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 출신으로 지난 4월 임명됐다. 한국 관광의 첨병인 관광공사의 사장과 상임감사 자리를 모두 대선 캠프 출신이 차지한 것이다. 이는 공기업 임원들의 전문성과 능력을 강조하던 박근혜 정부의 기조와도 배치돼 ‘원칙 없는 인사’라는 비난을 부를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신임 감사가 맡은 일을 제대로 해낼 능력을 지녔는지 여부다. 감사의 역할은 업무와 회계를 감사하고 의견을 이사회에 제출하는 일이다. 한마디로 공사의 안살림을 감시하는 중요한 자리다. 이에 따라 직무 수행에 필요한 전문 지식과 경영·경제 및 관광산업에 대한 풍부한 학식과 경험이 자격 조건이다. 자니 윤씨가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지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지난 6월 관광공사 임원추천위원회에서도 그에 대해 ‘감사 업무의 전문성이 떨어진다’와 ‘해외 홍보에 능력이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차라리 해외 홍보를 맡는 자리에 어울리지 감사에는 맞지 않는다는 의견으로 들린다. ‘관광은 주요 국가 산업 동력’이라고 강조하던 정부가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인사를 관광공사 요직에 임명한 것은 업계 종사자들을 우습게 보기 때문이라는 볼멘소리가 벌써 관광업계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번 인사에 대한 비판과 불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의아해하고 있는 국민 앞에 인사 배경을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 그냥 어물쩍어물쩍 넘어가려고 한다면 자칫 재·보선 이후 겸손함을 잃고 교만해지기 시작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경향_[사설]국가인권위는 무엇을 하는 기관인가

전 국민을 경악하게 한 군대 내 인권유린 사건을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해놓고도 덮은 게 드러났다. 인권위는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이 사망한 지난 4월7일 윤 일병의 지인이 제기한 진정을 접수했다고 한다. “피해자가 음식물을 먹다가 사망했는데 몸과 다리에 최근에 생긴 것으로 보이는 선명한 상처와 피멍 자국이 있어 조사를 원한다”는 내용이었다. 같은 달 14~15일에는 현장조사까지 벌여 끔찍한 구타와 가혹행위를 확인했다. 하지만 이미 군 수사당국이 전반적인 수사를 완료하고 가해자 등을 군 검찰에 송치했다는 것을 이유로 후속조치에 대한 조사에 치중했다. 그리고 인권위가 설명한 조사 경과와 후속조치를 유가족이 받아들였다고 해서 진정을 각하 종결했다고 한다.

인권위가 ‘해결’했다는 윤 일병 사건이 100여일 후인 지난달 31일 비정부기구(NGO)인 군인권센터의 문제제기로 세상에 알려져 국가적 사안이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제야 인권위는 지난 4일 현병철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직권조사를 벌일 뜻을 밝혔다. 어제는 상임위원회를 열어 윤 일병 구타 사망사건이 일어난 28사단과 일반전초(GOP) 총기난사 사건 및 관심병사 자살사건이 잇따른 22사단 등 최근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 발생한 4개 부대에 대해 직권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사안이 중대하다고 인정될 때는 진정이 없더라도 직권조사를 할 수 있음에도 그동안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다 문제가 되니까 부랴부랴 시늉을 하는 모습이다. 국가 최고 인권기구가 NGO보다 역할도 존재감도 없는 셈이다. 게다가 군인권센터는 어제 윤 일병의 직접 사인이 구타일 가능성과 강제추행 정황, 헌병대와 군검찰의 수사 축소·은폐 등 추가 의혹을 제기하며 한참 앞서나가고 있다.

청와대·군·검찰·경찰 등 권력기관의 인권침해를 감시하고 바로잡도록 하는 게 인권위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하지만 지금의 인권위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권력기관의 눈치를 보다 문제가 커지면 ‘뒷북’ 대응에 나서는 행태를 신기할 정도로 반복해오지 않았는가.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만 하더라도 2010년 7월 피해자인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가 진정을 내자 6개월 동안 시간을 끌다가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각하했다. 그 뒤 장진수 전 주무관의 폭로로 파문이 커지자 직권조사에 나서 임기를 보름 남긴 당시 이명박대통령에게 불법사찰 근절을 위한 조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쌍용자동차 사태, 용산참사, 밀양 송전탑 농성 등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국가인권위라면 존재 이유를 스스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경향_[사설]통일 준비, ‘북 아시안게임 참가’ 열린 자세부터

어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통일준비위윈회 첫 회의가 열렸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여전히 통일준비론의 문제점이 해소된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대북지원을 담은 드레스덴 구상을 다시 강조하며 “통일을 이뤄가기 위해 가장 시급하고 기초적인 준비과정”이라고 말했다. 

과연 그런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들으라고 하는 연설에서 “자유와 행복을 위해 국경을 넘는 탈북자들”을 거론하고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추위 속에서 배고픔을 견뎌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관점에서 모욕당했다고 느낄 만한 표현이다. ‘북한 정권이 무능해서 못하는 걸 내가 해결해주겠다’는 식의 제안이기도 하다. 북한은 이 발언 때문에 드레스덴 구상을 반대하며 격렬히 비난하고 있다. 그런 식의 제안에 북한이 고마워할 거라고 생각했던 건지 아직도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북한이 가장 예민하게 여기는 사안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비판할 생각이었다면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북한과의 통일을 준비하자는 생각을 당초 하지 말았어야 한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통일준비위 첫 회의에서 여전히 드레스덴 구상의 잘못을 의식하지 못한 채 그걸 ‘통일 준비의 기초과정’으로 제시했다. 만일 이것이 북한에 대한 박 대통령의 적대적 감정 때문이라면 통일 준비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혹시 박 대통령의 이런 감정 상태가 지난달 북한의 인천 아시안게임 참가를 위한 남북 실무접촉 결렬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 걱정스럽다. 통일 준비는 통일의 상대이자 주체이기도 한 북한과 화해하고 협력하며 북한을 변화시키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의 아시안게임 참가는 단절된 남북관계를 복원함으로써 통일 여건을 조성하는 데 한몫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겨우 체류비용과 북한 국기 사용, 방문단 규모와 같은 비본질적인 문제로 실랑이하다 결렬로 이르게 한 것은 대규모 통일준비위를 구성한 정부의 자세와 어울리지 않는다. 

박 대통령은 곧 광복절 경축사를 하게 된다. 남북관계에 관한 새로운 선언이나 구상 같은 것을 또 내놓을 필요가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허하고 비현실적인 준비론·구상이 아니라 북한과 단절된 상태를 복구하기 위한 행동이다. 그게 진정 통일 준비의 자세다. 열린 자세로 북한의 아시안게임 참가를 받아들이고 남북 불신 해소에 대통령이 앞장서야 한다.

경향_[사설]낙하산 인사 일삼으면서 무슨 문화융성인가

그제 방송인 자니 윤씨가 한국관광공사 감사로 임명된 것을 놓고 대선 공신에 대한 보은·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거세다. 윤씨가 쌓아온 경력과 최근 활동을 살펴볼 때 그의 관광공사 감사 임명은 너무나 상식 밖이기 때문이다. 윤씨는 일찍이 미국에 건너가 방송과 영화계에서 활동했다. 한국에선 오래전 <자니 윤 쇼>를 진행했다. 지난 대선에서는 박근혜 캠프 재외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방송 경험 외에 관광과 관련된 이력은 하나도 없다. 게다가 1989년에는 골프장 캐디 폭행으로 구설에 오른 전력이 있다. 지난해에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한 이중국적자이기도 하다. 팔순을 앞둔 원로 연예인이 공기업 감사 역할을 하는 것도 어색하기 그지없다.

임명 과정에서도 뒷말이 많았다. 지난해부터 윤씨의 관광공사 사장 내정설이 파다했다. 사장 공모에서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지만 낙점을 받지는 못했다. 지난달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면직을 두고 청와대가 요구한 윤씨 인사를 거부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런데 그가 장관에서 물러나자마자 윤씨의 감사 임명이 이뤄진 것이다. 

4개월 전 관광공사 변추석 사장 임명 당시에도 보은인사 논란이 있었다. 변 사장 역시 관광산업과는 무관한 대선 캠프 출신이다. 이로써 한국 관광산업의 컨트롤타워인 관광공사의 수뇌부를 친박 낙하산 인사들이 접수한 셈이 됐다. ‘관광공사가 아니라 보은공사’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관광공사 노동조합은 윤씨의 감사 임명에 대해 ‘보은인사의 끝판왕’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아직도 공공기관 사장과 상임감사 자리를 정권의 전리품으로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관광업계의 반응도 싸늘하다고 한다. 관광업계는 세월호 참사에 이은 태풍 여파로 관광객이 뚝 끊겨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광공사에 관광시장 활성화와 무관한 인사의 임명이 달가울 리 없다. 

윤씨의 감사 임명은 정부가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척결 등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겠다고 외치지만 뒤로는 자기 사람 챙기기에 급급해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동안 정부는 문화융성 과제의 하나로 관광산업 지원과 육성을 수없이 강조했다. 하지만 구태의 보은인사가 여전히 계속되는 걸 보면 정부가 내세운 문화융성이 말짱 헛구호만 같아서 뒷맛이 씁쓸하다.

조선_[사설] 국민 전체 합의로 만드는 '統一헌장' 의미 작지 않다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가 7일 위원장인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첫 회의를 열었다. 박 대통령은 "정부의 정책 목표는 평화통일이며 북한의 고립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통준위가 통일이라는 낯선 여정에 스마트하고 정확한 내비게이션(길 안내자)이 돼주기 바란다"고 했다. 정종욱 민간부위원장은 이날 통준위의 주요 과제로 '국민적 합의에 기초한 통일 헌장(憲章) 제정 검토' '생활 속에 녹아드는 실천과제 발굴' '통일시대를 견인할 신경제성장 모델 제시' '민(民)·관(官)·연(硏) 간의 협업 네트워크 구축 및 통일 호민관 역할'을 제시했다.

모두 통일을 대비하기 위해 필요한 일들이지만 이 중에서도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통일 헌장' 제정이다. 통일 헌장은 통일의 민족사적 당위성과 그 길로 나아가는 국민의 자세와 역할, 통일 방식, 통일 한국이 지향하는 정치·외교·경제적 비전과 가치, 한반도 통일이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 발전에 기여할 의미를 담아야 한다. 박 대통령 말대로 통일로 가는 길을 찾아가는 내비게이션이자 '통일 장전(章典)'이다.

정치권과 학계에선 오래전부터 통일 헌장 제정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통일의 가치·철학·원칙·전략 등에 대해 국민 다수가 수용할 수 있는 통일 헌장을 만들어 선포함으로써 우리의 통일 의지와 비전을 북한을 비롯한 세계에 알리고 인식시켜야 한다"는 뜻이었다. "통일에 대해 미온적이거나 부정적인 젊은 세대를 교육하는 교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도 있다.

북한도 대남 선전 차원이기는 하지만 지난 1997년부터 '김일성의 유훈'이라며 이른바 '조국통일 3대 헌장'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그러나 정작 통일을 주도해야 할 우리 정부에서 통일 헌장 제정 작업은 거의 진전되지 않았다. 우리 내부의 이념·노선 대립, 북한의 반발, 주변국들의 시선 등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통일 헌장의 핵심 내용이랄 수 있는 통일 방안도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했다.

이번에도 합의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통일 헌장을 만든다는 것은 결국 분단 이후 지난 70년 가까이 우리 내부를 갈라놓았고 지금도 언제든지 갈등의 불을 붙일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결론을 모으는 일이기 때문이다. 긴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래도 '국민적 합의'라는 대원칙이 무너지면 통일 헌장은 빛을 잃고 만다. 어떤 비용도 치를 각오를 해야 한다. 이 정권에서 안 되면 다음 정권이 하면 된다는 자세까지 가져야 한다. 대통령이 이 문제만큼은 초당적으로 조정하고 중재하는 노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고 야권도 원심력이 아니라 구심력(求心力)으로 호응했으면 한다. 국민 전체의 합의에 의한 통일 헌장이 탄생했다는 그 자체가 통일을 앞당길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조선_[사설] 사단장·군단장이 수사·재판 좌우하는 軍 사법 제도 고쳐야

육군 28사단 소속 검찰관은 한 달 동안 구타와 가혹 행위로 윤모 일병을 숨지게 한 선임병 5명을 상해치사죄로 기소했다. 그러나 부검 결과 윤 일병은 갈비뼈가 14개 부러지고 복부, 폐, 심장, 내장에 피가 고여 있었으며 근육은 파열되고 비장(脾臟)은 터져 있었다. 상처가 이 정도라면 '실수로 죽음에 이르게 한' 치사(致死)가 아니라 살인 행위로 볼 여지가 많다. 군 당국은 가혹 행위 실상이 드러나 비판 여론이 들끓자 뒤늦게 살인죄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사단장 이상 부대 지휘관은 군검찰과 군사법원 행정을 총괄하는 '관할관'이다. 군검찰관 인사권과 구속영장 청구, 기소·불기소에 대해 검찰관을 지휘·감독할 권한을 갖고 있다. 재판장과 주심 판사를 결정하고 판결이 나면 형을 감경(減輕)할 수 있는 권한도 있다. 그러다 보니 사단장·군단장들이 무리하게 구속을 지시하고, 수사 결과를 무시하고 특정인을 기소하거나 실형을 선고하라고 하고,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형(刑)을 마음대로 깎아준다는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휘관은 부대에서 사고가 나면 지휘 책임을 지게 돼 있다. 자기가 책임을 피하기 위해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려 들기 십상이다. 수사·재판 감독권을 자기 면책(免責) 용도로 휘두르는 것이다. 이러니 작년 군내 사망 사고 62건 중 42건(67.7%)이 수사 부실로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못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2013년 군검찰이 처리한 사건은 7530건이다. 이 가운데 탈영이나 기밀 누설 같은 순수한 군 범죄는 14.5%(1094건)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음주 운전, 폭력, 상해, 절도 같은 일반 형사사건이다. 이런 일반 사건의 수사와 재판까지 지휘관 관할의 군검찰과 군사법원에서 하고 있다.

독일·프랑스는 평시에는 군사법원을 두지 않고 민간 검찰과 법원에 맡긴다. 미국엔 군사법원이 있지만 상설이 아니고 재판이 필요할 때마다 임시로 구성된다. 지휘관은 1심에서만 관할관 권한을 행사하며 군 판사와 검찰관을 지휘할 권한도 없다. 영국은 1심만 군사법원에서 하고 2심은 일반 법원에서 한다.

우리도 군 지휘관의 수사·재판 지휘·감독권을 전시(戰時)에만 인정하는 식으로 고칠 필요가 있다. 항명·탈영 같은 순수 군 범죄가 아닌 일반 형사사건은 민간 검찰과 법원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지금처럼 지휘관이 수사·재판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군 사법 제도를 유지하는 한 사단장·군단장이 가혹 행위를 감추고 축소하는 고질병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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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_[사설] 주민번호 수집 금지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기나 했나

개인 정보 유출 피해를 막기 위해 금융거래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금지하는 개인정보보호법이 7일부터 시행됐다. 기업들은 뚜렷한 이유 없이 갖고 있는 주민번호는 모두 파기해야 하고, 앞으로 생년월일, 휴대전화 번호, 마이핀 번호 등 다른 수단으로 개인 신원을 확인해야 한다. 마이핀은 정부에서 도입한 서비스로 주민번호처럼 13자리로 구성돼 있지만 쉽게 없애거나 번호를 바꿀 수 있다.

은행·카드·보험 등 금융회사는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에 주민번호 수집이 가능한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시행 첫날부터 점포 창구에선 큰 혼선이 빚어졌다. 시중은행들은 ARS(자동응답전화)의 서비스를 바꿔 생년월일만 입력하도록 했지만, 대부분의 카드사나 보험사는 여전히 주민번호 입력을 요구했다. 한 카드사는 금융거래에 해당하지 않을지 모른다며 통신 요금 자동이체 납부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다. 다른 보험사도 자동차 사고 때 현장 출동 요원이 주민번호를 수집하는 것을 금지해 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받으려면 보상 직원을 다시 한 번 만나야 했다. 기업마다 은행마다 대응 방법이 제각각이었다. 국민들도 주민번호 수집이 금지됐는지 몰라 당황하기도 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이미 1년 전 개정됐다. 정부는 준비 기간 1년을 거쳤다고 하지만 그동안 새로운 제도를 알리고자 무슨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없다. 금융위원회도 한 달 후에야 뒤늦게 금융권에 적용할 구체적 지침을 만든다고 한다. 수십 년 이어온 주민번호 수집 관행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어렵다. 정부는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에 주민번호 수집이 불가능하고 어떤 경우엔 가능한지 명확한 지침부터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 국민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널리 알리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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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_[사설] 이런 특별법으로 진상규명 하겠다는 건가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려는 애초 취지와 목적은 매우 명확하고도 간결하다. 성역 없는 조사를 통한 명확한 진상규명과 확고한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제대로 된 법적 뒷받침을 한번 해보자는 것이었다. 여야가 7일 합의한 세월호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구성 및 특별검사 임명안 등은 과연 이런 목적에 얼마나 부응할까. 안타깝게도 애초 그리려던 호랑이는 고사하고 고양이도 그리지 못한 꼴이 되고 말았다.
겉모습으로는 여야가 서로 한걸음씩 물러서서 주고받기식 양보와 타협을 한 것으로 돼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세월호 특별검사 추천권을 양보해 특검을 현행 상설특검법 절차에 따라 임명하기로 한 대신,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구성에 정치권 및 유가족 추천 인사를 포함시키기로 새누리당이 양보했다는 식이다. 또 진상조사위에 특검보를 파견하기로 한 것도 새누리당의 양보 결과라고 여야는 설명한다. 하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특별법의 가장 핵심인 ‘수사권’ 문제를 여당의 뜻대로 해버림으로써 특별법은 완전히 맥이 빠지고 말았다.
여야 합의 내용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진상조사위 따로, 특별검사 따로’가 돼버린 점이다. 진상조사위가 수사권은커녕 특검 추천권도 갖지 못함으로써 실질적인 진상규명은 오롯이 특검의 몫이 됐다. 진상조사 특별위에 동행명령권이나 자료제출 요구권 등을 준다고 해도 한계는 명백하다. 특검보 역시 진상조사위와 특검 사이를 오가는 ‘연락책’ 이상의 구실을 기대하기 힘들다.
현행 상설특검법에 따르면 세월호 특별검사는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협 회장과 국회가 추천하는 인사 등 7명으로 구성된 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하는 2명 중에서 한 명을 대통령이 지명하게 돼 있다. 문제는 과연 청와대부터가 조사 대상이 된 상황에서 제대로 진실을 파헤칠 특검이 지명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특검추천위 추천 과정에서부터 이런저런 좌고우면을 거쳐 청와대의 낙점 과정까지 이르다 보면 ‘능력있는 강골 특검’이 지명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격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미스터리’를 포함해 세월호 참사의 명확한 진상과 책임소재가 낱낱이 드러날 수 있을지 벌써부터 회의가 드는 이유다.
게다가 진상조사위는 대략 1년6개월에서 2년 정도까지를 활동시한으로 잡고 있으나, 특검은 최장 90일에 한 차례 더 연장할 수 있는 게 고작이다. 세월호 참사 조사라는 사안의 방대성에 비춰볼 때 진상을 제대로 파헤치기에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이다. 최악의 경우 특검은 알맹이 없는 수사를 마치고 손을 털고, 진상조사위는 세월호 백서 정도 만드는 일 정도로 임무가 축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월호 참사의 진정한 극복과 치유는 무엇보다 정확하고 투명하게 그 진실을 밝히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더욱 낮아졌다. 유가족들이 강력히 반발하는 세월호 특별법이 과연 피해자들의 상처 치유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참으로 의문이다.

한겨레_[사설] 중국의 한국인 사형, ‘안타깝다’고만 넘길 일인가

마약 밀거래 혐의로 체포된 한국인 3명에 대해 중국이 6일과 7일 잇따라 사형을 집행했다. 중국은 2001년과 2004년에도 한국인 수감자의 사형을 집행했다. 다른 나라에선 이런 일이 없었다. 중국에서 마약 등의 범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한국인이 20여명에 이른다니 사형 집행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중국 당국은 ‘마약범죄는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동일한 기준으로 처벌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의 선처 요청을 거부했다고 한다. 19세기 아편전쟁 이후 반식민지로 전락한 역사를 지닌 중국으로서는 급증 추세인 마약사범을 엄단하지 않을 수 없는 사정이 있을 것이다. 중국 형법은 헤로인·필로폰을 50g 이상 밀수하면 사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이 기준의 몇백 배를 밀수한 사형수들의 혐의가 무거운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중국의 조처는 지나치다. 무엇보다 사형은 그 자체로 야만적이고 비정상적인 형벌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근본적으로 부인하는 것이다. 생명의 존엄성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사형이라는 제도적 살인을 저지르는 것도 옳지 않다. 사형 등 엄벌만으로 범죄가 억제되거나 예방되지 않는다는 점도 이미 입증된 터다. 이미 140개국이 사형제도를 폐지했거나 실제로 처형을 하지 않고 있다. 한국도 1997년 이후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았다. 그런 세계적 흐름과 정반대로 중국은 해마다 수천명을 처형하고 있을뿐더러 그 내용을 국가기밀로 삼아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제인권단체들은 중국에서는 불확실하고 투명하지 못한 절차를 통해 사형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인권 후진국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데, 그도 모자라 사형제도를 폐지했거나 실질적 사형폐지국인 나라의 국민 여럿을 잇달아 사형에 처하고 있다. 자국의 사정만 앞세운 막무가내식 오만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정부가 이런 일을 막기 위해 노력을 다했는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범죄자라 할지라도 재외국민인 만큼, 헌법에 따라 국가가 보호할 의무가 있다. 외교장관까지 나서 거듭 선처 요청을 했다지만 시늉 이상의 의지가 실렸는지는 의문이다. 총리나 대통령이 중국 최고지도부와 직접 접촉하면서 자국인 사형수에 대한 사면을 강력히 요청했던 영국, 필리핀의 경우와 대비된다. 사형 집행 뒤에도 외교부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반응에 그쳤을 뿐 공식 항의도 하지 않았다. 이러니 눈치만 보고 있다는 말을 듣는 것이다.

한겨레_[사설] ‘코미디언 감사’ 임명 코미디

정부가 원로 코미디언 자니 윤(79)씨를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에 임명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비정상적인 낙하산 인사로서 코미디 같은 일이다. 툭하면 공공부문 개혁을 부르짖는 박근혜 정부가 여전히 이런 구태를 자행하니 헛웃음이 나올 뿐이다.
관광공사는 새 감사가 선임되기까지 형식상 절차와 요건을 갖췄다고 주장한다. 공모 절차를 밟아 응모한 29명 가운데 임원추천위원회 심사와 복수 추천, 기획재정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씨가 관광공사 감사로 적합한 인물인지는 누가 보더라도 회의적이다. 윤씨의 경력에서 관광공사 감사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질이나 경험을 찾아볼 수 없다. 그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캠프에서 활동했다는 것 말고는 어떤 선임 배경이 있는지 묻고 싶다.
낙하산 논란과 관련해 관광공사 소관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해명도 궁색하기 짝이 없다. 문화부는 윤씨에 대해 ‘오랜 해외생활에서 나오는 경험이 공사의 해외홍보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로 감싸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관광공사 감사의 책임과 역할에 비춰보면 문화부 논리는 억지다. 공기업 감사는 사장을 비롯한 내부 집행경영진의 활동을 감시·감독하는 임원이지 해외홍보 담당이 아니다. 매일 회계장부를 들여다보면서 이상징후가 포착될 경우 이사회에 즉각 의견을 제출하는 일만으로도 바쁜 자리가 공기업 감사다.
관광공사는 국내 관광 활성화를 선도하는 기관이다. 외래 관광객 유치와 관광 관련 기반시설 구축, 관광업계 지원 등 중요한 과제를 떠안고 있다. 관광진흥개발기금을 포함한 한 해 예산만 1조원이 넘는다. 이런 주요 공기업의 안살림을 세심하게 챙겨야 하는 감사 업무를 ‘오랜 해외생활에서 나오는 경험’으로 맡을 수 있다고 보는 게 정상인가.
전문성과 독립성, 책임의식이 없는 ‘낙하산 감사’는 공공부문의 고질적 병폐 가운데 하나다. 과다부채와 방만경영 해소, 내부비리 근절 등 공공부문의 개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낙하산 인사 근절이 선행되어야 한다.

2014년 8월 6일 수요일

중앙_[사설] 병영폭력 … 군의 '셀프 개혁' 에 맡길 수 없다

구타나 집단 괴롭힘을 견디지 못한 병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총기난사 등 대형사고를 낼 때마다 군은 병영문화 개선방안을 자체적으로 제시해왔다. 1999년 신병영문화 창달방안, 2003년 병영생활 행동강령과 사고예방 종합 대책, 2005년 선진병영문화 비전, 2012년 병영문화선진화 방안 등 다양하다. 하지만 지금 국민을 경악하게 하고 있는 윤 일병 사건은 그간의 대책이 공염불에 그쳤음을 보여준다. 이번 사건으로 선임병이 후임병에게 근무·휴식 시간 구분 없이 부당한 지시를 내리고 폭력을 행사하는 그릇된 병영문화가 뿌리 깊게 잔존해 있다는 사실이 새삼 확인됐다. 그동안 군의 각종 대책들이 효과적이지도 않았고, 발생한 사건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처리하지도 못했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따라 폐쇄적이고 내부담합에 치우친 군이 자체적으로 병영문화를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퍼지고 있다. 게다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징집된 신세대 병사를 관리하는 일도 군의 자체 역량으로는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명망가 중심의 민·관·군 혁신위원회를 설치하는 것보다 부대 운영에 민간인을 적극 참여시키는 방안이 더욱 절실해 보인다.

 군은 민간인 전문가를 적극 활용해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 아니다. 현재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꼽히는 것이 국방옴부즈맨 제도의 도입이다. 독일 연방의회에는 국방옴부즈맨이 설치돼 있다. 군인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군을 헌정질서와 민주사회에 통합시키는 임무를 수행하는 일종의 ‘군인 호민관’이다. 연방의회가 선출하는 임기 5년의 국방옴부즈맨은 군인과 군인가족의 청원접수, 부대방문, 자료요청 등을 통해 군인 기본권 향상 업무를 수행한다. 노무현 정권 때인 2005년 우리 군의 특성에 잘 맞는다고 해서 검토한 적이 있는 제도다.

 아울러 군은 시스템·행정·사회·정신의학·심리학 등 각 분야의 외부 전문가 컨설팅도 과감하게 받을 필요가 있다. 작전·정보 등 보안이 필요한 몇몇 고유 임무를 제외하고 나머지 분야는 민간인의 능력과 아이디어를 과감하게 수용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병영폭력을 줄이려면 인권교육이나 사병들을 대상으로 한 심리상담이 필요한데, 이는 군 자체 인력으로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런 분야부터 과감하게 민간 전문가들에게 개방할 필요가 있다. 보안이 문제된다면 서약서를 쓰고 업무를 맡길 수도 있을 것이다.

 윤 일병 사건은 유례없는 비극이다. 그러나 폐쇄적이고 독선적인 병영문화를 대폭 수술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이기도 하다. 병사의 생활과 관련한 분야는 민간인이 포함된 감독위원회를 설치해 투명성과 효율을 높여야 한다. 민간 전문가의 수혈은 군 체질강화와 선진화는 물론 군과 민간의 활발한 소통을 위해서도 절실하다. 군을 개혁하지 않으면 국가 안보가 위태로워진다. 가장 민주적인 군대가 가장 강력한 군대라는 금언을 떠올릴 때다.

중앙_[사설] 입법권 거래하는 '정피아', 관피아보다 나쁘다

신계륜·김재윤·신학용 등 새정치민주연합 중진의원 3인이 관련된 서울종합예술실용전문학교(약칭 서종예) 로비 의혹은 일반적인 불법정치자금보다 질이 훨씬 나쁘다. 국회의원이 입법권을 거래하는 일종의 ‘입법장사’이기 때문이다. 이는 개인 비리로 그치질 않고 입법질서를 교란해 사회적으로 큰 해악을 끼친다.

 ‘서종예’의 김민성 이사장은 ‘직업전문학교’라는 원래의 명칭을 일반 학교처럼 바꿔 학생모집 등에서 이득을 보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학교라는 명칭을 쉽게 허용하면 수험생들이 일반학교와 직업학교를 혼동할 염려가 있어 고용노동부와 교육부는 강하게 반대했다. 지난 4월 법안심사에서 다른 의원들이 반대했는데도 신계륜 환노위위원장 등의 뜻이 관철됐다. 국회는 입법권을 내놓고 로비 청탁자는 돈을 내놓은 혐의가 짙다. 신계륜·김재윤 의원은 평소에 김 이사장과 친목모임을 가졌다고 한다. 김 이사장은 신학용 의원의 출판기념회를 물질적으로 지원한 의혹도 있다. ‘입법장사’의 돗자리가 깔렸던 셈이다.

 입법을 위해 뇌물 또는 편법의 금품이 제공되는 사건은 4년 전에도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간부들이 2009년 청원경찰법 개정을 위해 특별회비를 모은 뒤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 38명에게 3억여원의 불법 후원금을 전달했다. 청목회는 회원들이 10만원 단위의 소액으로 의원들에게 후원금을 내도록 하는 편법을 썼는데 대법원은 이를 불법후원으로 판시했다.

 현재 또 다른 사건에서 검찰이 수사하는 새누리당 조현룡 의원은 2011년 8월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을 퇴직한 직후부터 2012년 4월 총선 전후까지 철도부품 납품업체로부터 1억여원을 받은 혐의다. 이 경우도 업체가 그를 국회 로비스트로 활용하려 한 의혹이 있다.

 작금 벌어지는 일련의 수사는 금피아(금융권)·해피아(해운)·철피아(철도) 등 이른바 ‘관피아’ 못지않게 국회의원 등 정치인이 관련된 ‘정피아’의 폐해도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국회는 윤리위심사의 강화 등 그동안 미뤄온 개혁 방안을 서둘러 실천해야 한다.

중앙_[사설] '황금주파수' 배정, 지상파 특혜 안 된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지난 4일 ‘7대 정책과제’를 발표하면서 초고화질(UHD) 지상파방송 도입을 위한 정책방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황금주파수’로 알려진 700㎒ 대역을 지상파에 우선 배정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상파 광고 규제 완화에 이어 엄청난 경제적 가치가 있는 주파수의 방송 배정까지 방통위가 사사건건 지상파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정부는 지난해 아날로그 방송 종료와 함께 700㎒ 대역을 지상파에서 회수했다. 이 대역은 108㎒ 폭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파 효율성이 좋고 기지국 구축비용이 적게 들어 방송사·통신사가 탐내는 대역이다. 이 중 20㎒ 폭은 재난통신망으로 쓴다는 사회적 합의가 나온 상태다. 문제는 나머지 주파수의 용도다. 지상파 방송사는 초고화질(UHD) 방송에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통신사는 통신서비스 용도로 경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입장 차이 때문에 미래창조과학부·방통위 공동 연구반이 꾸려져 경제적 효과를 진단해 왔다.

 공동 연구반의 중간보고서가 본지(7월 6일자 2면)를 통해 공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가 주장해온 초고화질 방송의 경제적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조사됐다. 황금주파수를 차세대 통신용으로 쓸 경우 경제적 효과가 27조원인 반면 지상파방송으로 쓰면 3조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초고화질 방송의 국민 시청권 확대, 한류 관광 수익 증대, 산업 효과가 부풀려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 세계에서 초고화질 방송의 표준을 확정한 나라는 아직 없다. 고화질(HD)방송 전환 때처럼 정부가 공식적으로 추진하면 시청자가 고가의 UHD TV를 구입해야만 하는 부담도 떠안게 된다. 통신용으로 경매하면 국가가 엄청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을 지상파에 무료로 배정하는 것은 특혜 시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장관급 정부기관인 방통위가 ‘지상파의 권익보호기관’처럼 행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경향_[사설]서민경제 위한다는 세법개정안이 이 모양인가

정부가 어제 2014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정안은 만성적인 내수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가계소득을 늘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경제활성화 성과가 조기에 가시화되도록 조세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걱정이 앞선다. 겉으로는 서민경제를 위한 세법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가계소득에 별 도움이 안되는 데다 실효성마저 의문이기 때문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이른바 ‘가계소득 3종 세트’다. 대기업 곳간에 쌓인 돈을 풀어 일반 가계로 흘러가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임금을 올려준 기업은 임금 상승분의 10%(대기업은 5%)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다. 배당소득에 적용되는 세율을 최고 38%에서 25%로 낮춰 고배당을 유도하기로 했다. 반면 벌어들인 돈을 쓰지 않고 쌓아둘 경우 일정 기준을 정해 10%의 세금을 물리는 조항이 추가됐다. 또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을 경우 30%의 세제 혜택을 주고 해외여행자 면세 한도를 400달러에서 600달러로 올리는 안도 포함됐다.

세제 개편의 방향성은 옳다고 본다. 가계부채 급증에다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서민경제의 어려움과 내수부진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가계소득을 늘리는 길밖에 방법이 없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당초 취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근로소득 증대세제만 해도 정작 혜택을 받아야 할 비정규직 노동자는 제외돼 있다. 임금을 100원 올리면 5원의 혜택을 준다는 데 선뜻 응할 기업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또 배당을 늘려도 개인투자자 비중은 23.5%에 불과한 데다 대부분 고액 금융자산가라는 점에서 서민가계에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뒷말만 무성한 사내유보금 과세도 세금을 낼 기업이 거의 없다니 한심한 노릇이다.

경제활성화에 치중한 나머지 정부 곳간 사정도 나빠졌다. 재정이 뒷받침되지 못한 부분을 세제 혜택으로 메우는 바람에 생긴 일이다. 올해 말 끝나는 비과세·감면 조항 53개를 없애면 7조8000억원의 세수가 생기지만 대부분은 다시 만기가 연장됐다. 불필요한 세제 혜택을 줄여 18조원을 충당하겠다는 정부의 청사진도 물 건너간 셈이다.

진단 따로 처방전 따로인 지금의 세법개정안은 문제가 있다. 가계의 소득증대 효과는 오간 데 없이 대기업과 일부 자산가에게 혜택이 집중돼서는 곤란하다. 여야는 개정 세법이 서민경제와 내수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 과도한 선심성 세제 혜택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지금 당장 편하자고 미래세대에게 과도한 빚덩어리를 안겨서야 되겠는가.

경향_[사설]‘윤 일병 사건’ 김관진 안보실장 책임 피할 수 없다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사건과 관련해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사건 직후에 상세한 보고를 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국방부가 윤후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 조사본부는 윤 일병이 숨진 다음날인 지난 4월8일 김관진 장관에게 ‘중요사건보고’를 했으며, 백낙종 조사본부장이 대면보고를 했다. 보고 문건에는 가해자들의 구체적인 폭행 내용과 함께 윤 일병에 대한 지속적인 가혹행위 사실이 적시돼 있다. ‘구타 사망사건으로 보고받았다’는 그간 국방부와 청와대의 설명을 뒤집는 내용이다. 

‘중요사건보고’를 통해 김 실장은 처음부터 지속적인 폭행과 가혹행위로 윤 일병이 숨진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사건 발생 보름이 지나서야 일선 책임자들에 대해 보직해임 등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데 그쳤다. 최고 지휘라인에 대한 문책은 하지 않았다. 육군은 수차례 윤 일병 사건을 축소해 공개했다. 김 실장이 장관 재직 시 윤 일병 사건이 외부에 축소 발표되는 것을 묵인한 셈이다. 김 실장 후임인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언론보도를 보고서야 윤 일병 사건을 알았다고 시인했다. 윤 일병 사건 발생부터 처리, 전모가 공개되는 과정까지 군의 은폐·축소가 벌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윤 일병 사건의 사법적 처리와 별개로 군의 조직적인 사건 축소·은폐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김 실장을 정점으로 한 군 수뇌부의 관여와 묵인 정도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윤 일병에 대한 야만적인 가혹행위의 실상을 알고도 묵살하고, 의도적으로 그 내용을 축소·왜곡해 언론에 공개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준엄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설령 김 실장의 주장대로 사건 발생 때는 물론 군 검찰의 기소가 이뤄진 뒤에도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지 못했다면, 국방부 장관으로서 심각한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병사들이 동료 총에 맞고 가혹행위로 희생되는 군대 사고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매번 책임의 소재를 제대로 따지지 않고 넘어가는 데도 원인이 있다. 사건이 발생하면 일선 관련자 징계로 미봉하고, 지휘책임에는 눈을 감아온 군의 보신주의가 병영을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했다. 윤 일병 사건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질책이 나온 뒤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이 사퇴했다. 혹여 야당이 지적하는 대로 권 총장의 퇴진으로 김 실장을 보호하겠다는 생각이라면 오산이다. 국방부 장관이던 김 실장을 포함해 성역없는 조사를 통해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모든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

경향_[사설]‘낮은 데로 임하는’ 교황이 던지는 메시지

오는 14일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과 생존 학생들을 직접 만나기로 한 것은 종교와 종교지도자의 진정한 사명을 새삼 일깨워준다.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에 따르면 교황은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가 끝난 뒤 제의실에서 세월호 유족과 학생들을 따로 만나 충격과 슬픔을 위로하며 이들의 얘기를 경청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뿐이 아니다. 교황이 1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집전하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는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제주 강정마을 주민과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 용산참사 유가족, 쌍용차 해고노동자, 위안부 피해 할머니 등 ‘낮은 곳의 사람들’이 대거 천주교 측의 초대를 받아 참석한다. 평소에도 바티칸 쓰레기 청소부들을 초청하고, 무슬림 여성과 장애인들의 발을 씻겨주며, 자신의 생일에는 외국인 출신 노숙인들을 불러 따뜻한 음식을 대접하는 교황 특유의 ‘낮은 곳 행보’가 한국에서도 변함없이 이어지는 셈이다.

약자와 빈자를 기꺼이 가슴에 품는 교황의 모습을 보며 드는 생각은 왜 한국 사회의 종교와 종교지도자들은 대부분 이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신도들에게 거둔 돈으로 호화롭기 짝이 없는 초대형 성전을 짓는 데 열을 올리고, 교회를 자신의 사유재산인 양 자식에게 물려주며, 국가기관의 불의와 폭력을 고발하고 맞서 싸우기는커녕 오히려 권력자들에게 아부하는 등 이 땅의 대표적인 종교기관들이 저지르는 반종교적 일탈행위는 열거하려면 끝이 없다. 종교지도자들은 교황의 방한을 계기로 지금까지의 과오를 진심으로 참회하면서 가난하고 억눌리고 소외받는 이들을 보듬는 종교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교황이 한국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갈등의 한복판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껴안고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 갈등의 정책적인 해결방안은 결국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제시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현재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세월호특별법을 정부와 정치권이 합심해 제정하는 일 등이 바로 그것이다. 교황의 이번 방한이 한국 사회의 여러 가지 갈등이 슬기롭게 해결되고, ‘낮은 곳’에서 신음하는 사회적 약자들이 용기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

조선_[사설] 美·유엔, 위안부 문제 말이 아니라 행동에 나설 때

나비 필레이 유엔인권최고대표(OHCHR)는 6일(현지 시각) 발표한 성명에서 "이른바 위안부로 알려진 피해자들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수십년이 지난 이후에도 여전히 인권 유린을 당하고 있다"며 일본을 정면 비판했다. 이달 말 퇴임하는 필레이 대표는 "인권을 위해 싸워온 용감한 여성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배상과 권리 회복 없이 한 명, 두 명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는 것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유엔 인권위는 지난달 말에도 "일본은 위안부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국가 책임을 인정하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위안부(Comfort woman)라는 용어 자체가 잘못됐으며 '강제 성 노예(sex slave)'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유엔 인권위가 1996년 위안부 관련 결의안을 채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위의 일본 비판이다. 아베 내각이 일본의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하고 사과했던 1993년 고노(河野) 담화 재검증 작업을 벌인 끝에 지난 6월 말 '위안부 강제 동원을 입증할 자료는 없으며 고노 담화는 한·일 교섭의 산물'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것이 오히려 유엔 인권위를 크게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도 지난달 말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87), 강일출(86) 할머니를 만났다. 미국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를 만난 것 자체가 처음이다. 두 할머니는 "우리는 곧 죽는다"며 "죽기 전에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미국 의회는 2007년 채택한 위안부 관련 결의안에서 "20만여명 젊은 아시아 여성에 대한 일본의 위안부 강제 동원은 그 잔인성과 규모에서 전례가 없는 인신매매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 역시 지난 4월 방한(訪韓) 때 박근혜 대통령과 가진 공동 회견에서 "위안부 문제는 끔찍하고 지독한 인권침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엔과 미국 정부의 대일(對日) 압박은 늘 여기까지였고, 일본을 움직일 구체적 조치가 따르지 않았다. 오죽하면 2007년 미국 의회 결의안을 주도했던 일본계 마이클 혼다 의원이 올해 초 미국 예산 법안에 '미국 국무장관이 일본 정부가 2007년 결의안이 제기한 사안들을 해결하도록 독려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겠는가.

아베 내각은 이런 미국과 유엔의 구두 경고와 비판을 크게 개의치 않는 듯한 태도다. 오히려 일본 내부 분위기는 세계 여론과 거꾸로 가고 있다. 아베 내각에 비판적인 아사히신문은 5일 특집 기사에서 "위안부로서 자유를 박탈당하고 여성으로서의 존엄을 짓밟힌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신문이 1982년 자신들이 제주도에서 위안부 강제 동원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던 기사에 대해 "(기사를 뒷받침할)증거나 증언을 찾지 못했다"고 밝히자 일본 내 극단 세력은 "위안부 강제 동원은 날조된 사실임이 입증됐다"고 떠들고 있다.

고노 담화 당시 일본 정부는 위안부 할머니 16명의 증언을 직접 들었다. 이 중 14명이 세상을 떠났고 나머지 2명은 치매 등으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 백악관·국무부를 찾아간 할머니들도 "우리는 곧 죽는다"며 문제 해결에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절규했다. 이제 미국과 유엔이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일본 정부로 하여금 위안부 만행의 책임을 인정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하도록 나서야 할 때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