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2일 화요일

한겨레_[사설] ‘청와대 조사 불가’ 본심 드러낸 새누리당

“특검을 피해자 쪽에 달라는 것은 여당이든 청와대든 막 조사하겠다는 것 아니냐.” 만난 지 30분 만에 결렬된 1일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와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대표단의 3차 만남에서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한 말이다. 특별법 협상에 임하는 여권의 ‘본심’이 무엇인지를 이처럼 정확히 보여주는 말도 없다. 세월호 특별법 타결이 왜 이처럼 지지부진한지, 그리고 어느 쪽에 진정으로 책임이 있는지도 이 말 한마디가 웅변해준다.
세월호 특별법 교착상태가 지속되면서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유족들이 너무 지나친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유족들의 과도한 불신을 나무라며 ‘정부·여당을 한번 믿어보라’는 요구도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그 불신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음이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의 입을 통해 확인됐다.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표면적 쟁점은 우리의 법체계 따위의 논란이지만 그 실체적 본질은 ‘청와대와 여당의 조사 회피’ 문제인 것이다.
이 대목에서 새누리당에 묻고 싶다. 과연 ‘여당과 청와대를 조사하면 안 되는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성역 없는 진상규명’은 결코 흔들릴 수 없는 당위적 명제다. 눈앞에서 꽃다운 우리 아들딸들을 속절없이 물속에 수장시켜 버린 원인과 과정을 낱낱이 가려내 다시는 이 땅에 그런 비극이 없도록 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면 이 땅의 국민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새누리당은 성역 없는 진상규명은커녕 오히려 성역의 빗장을 단단히 걸어 잠그겠다는 일념으로 특별법 협상에 임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본심이 그렇다면 최소한 특별법 교착의 원인을 유족들의 불순한 정치적 의도 때문으로 몰아가지는 말아야 한다. 정치적 의도를 따지자면 오히려 청와대와 여권의 정치적 타격만 계산하고 있는 새누리당이야말로 너무 정략적이다.
사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이 혼돈 상황에 마침표를 찍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서 ‘나를 포함해 정부에 몸담고 있는 사건 관계자 모두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조사를 받겠다’고 선언하면 쉽게 끝날 일이다. 모름지기 국가의 최고지도자라면, 그리고 이런 국가적 참사에 죄책감을 느끼는 대통령이라면 그런 정도의 국량을 보여야 마땅하다. 이런 선언은 단순히 세월호 특별법 타결 차원을 넘어서 우리 사회를 화합·단결로 이끌며 한 단계 진전시키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에게 이런 기대를 하는 것부터가 참으로 부질없는 노릇이다. 새누리당에 ‘방탄’ 임무를 맡긴 채 모르쇠로 일관하는 박 대통령은 2일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도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민족의 최대 명절 추석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그렇다고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본심’이 바뀔 조짐은 별로 없어 보인다. 올해 추석은 그 어느 때보다 우울한 추석이 될 것만 같아 벌써 마음이 무겁다.

한겨레_[사설] ‘경기 중 골대를 옮기겠다’는 기후 대책

정부가 2일 저탄소차협력금제도의 시행을 6년간 유보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하되 배출량 감축률을 크게 완화해주기로 했다. 이와 함께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기준이 되는 2020년 배출량 전망치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런 결정은 전임 이명박 정부가 국제사회에 한 온실가스 감축 약속을 박근혜 정부가 뒤집는 것이다. 우리 정부의 국제적 신뢰도 추락이 불가피하게 됐다.
정부의 결정은 또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만든 제도를 시행도 하기 전에 파기하는 꼴이어서 산업계의 압력과 로비에 굴복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저탄소차협력금제 6년 유보 결정이 단적으로 그렇다. 저탄소차협력금제는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대형차를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부담금을 부과하고, 대신 적게 배출하는 소형차와 친환경차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이 제도는 정부·여야·산업계가 오래 머리를 맞대 이끌어낸 제도다. 2012년 법안 논의 때는 자동차업계가 최소한의 준비기간을 달라고 요구해 시행을 1년6개월 연기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번에 똑같은 이유로 시행 넉 달을 앞두고 다시 6년이나 뒤로 미룬 것이다. 사실상 이 제도를 시행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 문제다. 정부는 이 제도를 내년에 시행하되 배출량 감축률을 10% 낮춰 2013~2014년 배출량 수준으로 허용하겠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제도 시행 이전과 아무런 차이가 없게 된다. 배출권 거래제가 껍데기만 남는 것이다.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치(BAU)를 재산정하겠다는 발표도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깨뜨리는 것이라는 점에서 큰 문제다. 전임 이명박 정부는 2020년 배출량 전망치 대비 30%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그 기준치를 바꾸겠다는 것이 정부의 새 방침이다. 이것은 경기 도중에 규칙을 바꾸는 것과 같다. 정부는 국제적 약속과 사회적 합의를 깨뜨리는 결정을 거두고 약속대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실행해야 한다.

한겨레_[사설] 삼척 ‘원전 주민투표’, 막아서 될 문제 아니다

삼척시의 ‘원전 유치 신청 철회 주민투표’ 요구가 끝내 거부당했다. 국가사무는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며 원전은 국가사무에 해당한다고 안전행정부와 삼척시 선관위가 유권해석을 내린 탓이다. 주민참여 확대라는 취지로 만들어진 주민투표법을 휴지 조각으로 만드는 잘못된 결정이다.
우선 안행부와 선관위의 유권해석 자체에 문제가 있다. 삼척시의 주민투표 요구는 원전 건설이 아니라 유치 신청 철회의 찬반을 묻는 내용이다. 유치 신청의 주체가 삼척시이므로 당연히 자치사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신청이 자치사무라면 철회 또한 자치사무임은 너무도 명백하다. 삼척은 아직 원전 터로 확정되지 않았고 후보지 상태에 불과하다. 국가사무가 시작됐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더구나 삼척시의 원전 유치 신청 철회엔 시민 압도적 다수의 뜻이 담겨 있다. 2010년 삼척시의 유치 신청 자체가 주민투표 실시를 전제로 한 ‘조건부 신청’이었다. 최근 삼척시의회는 ‘원전 유치 신청 철회 주민투표 동의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62.4%의 지지율로 당선된 김양호 시장의 제1공약이 ‘원전 백지화’였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안전 문제가 대두하면서 주민 의사가 급변한 것이다.
다른 사업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방폐장을 선정할 때엔 주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방폐장보다 훨씬 위중한 시설인 원전에 대해서만 주민투표를 막는다면 논리적 모순이요 입법 미비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원전 건설에 앞서 반드시 주민투표를 거치도록 한 ‘전원개발촉진법 개정안’도 국회에 제출돼 있다.
설령 원전 문제가 국가사무라 하더라도 중앙정부의 해당 분야 장관이 요구하면 얼마든지 주민투표를 추진할 수가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기를 쓰고 주민투표를 막으려는 이유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주민투표를 시행하면 유치 신청 철회로 결론날 것이 분명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는 부안에서 주민 뜻을 무시하고 방폐장을 밀어붙였지만 엄청난 갈등 끝에 결국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반대로 경주에선 주민투표를 통해 비교적 순조롭게 방폐장 유치를 확정지었다. 원전 유치 같은 민감한 문제를 주민 다수의 뜻을 거슬러 추진하면 반드시 실패한다는 걸 잘 보여주는 사례다.
원전 유치는 지역 주민의 삶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 생명과도 직결된 문제다. 그런데도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주민투표 대상이라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014년 8월 25일 월요일

가난할지라도 인생을 즐기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라, 빈이락(貧而樂 / 논어 )

가난할지라도 인생을 즐기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라,
빈이락(貧而樂 / 논어 )(입술)(입술)


가난이란
실제로 체험한 자가 아니면 알지 못하는 괴로움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양쪽 수레바퀴를 이루고 있는 것이
지위와 경제력일 것이다.



(꽃)가난하면 육친
(肉親,부모,형제,처자)마저 냉정해진다


계자(季子)가 청년시절 형수가 조소하고 밥상도 차려주지 않았다.

계자란
중국 전국시대에 혀 끝 3치의 말 재간만으로 6개국의 재상까지 올라간 소진(蘇秦)을 말한다.

소진이 출세하여 금의 환향했을 때,
형수는 엎드려 기어 다가와 백배사죄하였다.

소진은 부지불식간에 긴 탄식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아,가난하면 육친마저도 모르는 체하고,출세하면 친척까지도 황송해한다.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에는 지위와 돈도 소홀히 하지 못하겠구나."



(꽃) 가난을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아라


주매신(朱買臣)은 가난한 집에 태어나 처와 함께 땔감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면서 독서에 힘썼다.

어느 날 처는 이혼을 요구했다,

"당신에게 너무나 고생을 시켜 미안하오.그러나 앞으로 10년만 참아 주시오.내 반드시 행복하게 해 줄 테니..."

그러나 처는 주매신의 곁을 떠나 버렸다.

수년 후 주매신은 중국 전한 무제에 인정을 받아 회계군의 태수로 임명받아 금의환향을 했다.

지난 날의 처를 재혼한 남편과 함께 관사에 초청하여 이전의 노고에 보답했다.

한 달 후 전처는 자결을 했다.


http://me2.do/xzCACJTe


☆주석 : 매신지처(買臣之妻)

가난한 선비의 아내는 보통 의지로는 견디어내기 어려움의 비유로 일컫는 말이다.



(별) 가난에서 탈출한 이유

소진은
형수의 냉대 속에서도 분발했고,

주매신은 가난한 생활속에서도 면학심을 잃지 않았다.



(삐침)가난에 지지 말고 똑바른 자세로 사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모리야 히로시의 책,중국인의 80가지 지혜에서...

2014년 8월 24일 일요일

제13계 ,가는 길에 양을 끌고 가다 , 순수견양(順手牽羊)

제13계 ,가는 길에 양을 끌고 가다 ,
순수견양(順手牽羊)(삐침)(삐침)


적에게 조금의 헛점이라도 있으면
반드시 기회를 포착해서 이용해야 하고,
적은 이익이라도 있으면
역시 노력해서 획득해야 한다.

적의 조그만 허점이 나의 조그만 승리가 되도록 해야 한다.



(꽃)비지니스 : 라면의 탄생


안도(安藤)는 오사카에서 가공식품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전차역에서 뜨거운 국수를 먹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만약에 뜨거운 물을 붓기만 하면 먹을 수 있고 조미료가 포함된 라면이 있다면 틀림없이 인기가 있을텐데..."

국수기계를 사고,
3년 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편리하고 맛있는 라면이 개발 되었고,
그는 거부로 변신했다.



(꽃)처세 : 샤보나,지혜로 곤경에서 벗어나다


샤보나는 세계적인 극작가였으며,
인격수양이 매우 높은 사람이었다.

<무기와 인간>은 샤보나의 유명한 극작이었는데,
극장에서 1차 공연을 하게 되었다.

결과는 대성공으로 관중들의 박수소리가 우레 같았고 끝날 줄을 몰랐다.

감동받은 관중들은 그에게 무대로 나와 인사토록 하였을 때 한 사람이 고함을 질렀다.

"이게 작품이냐! 그저 엉망진창일 뿐이다."

샤보나는 미소를 지으면서 예의바르게 그에게 인사하며 말했다.

"저의 친구님,저는 친구님의 의견에 왼전히 동의합니다."

이어서 한 번 어깨를 으쓱하고 나서 다시 열렬히 갈채하는 관중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러나,우리 두 사람만이 저렇게 많은 관중들에게 반대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사람들은 샤보나의 문학적 소양뿐만 아니라 고결한 인격적 수양에도 더 많은 박수를 보냈다.



(삐침) 현실생활에서 '순수견양'은 세를 이용해 작은 이익을 취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고,
또 적의 계책을 역이용해 갑자기 닥친 곤란한 경우를 벗어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 중국 유엽편저인 <원전 36계에서 배우는 경영의 지혜>에서...

2014년 8월 20일 수요일

제37법칙 이미지를 앞세워라

제37법칙 이미지를 앞세워라

눈에 띄는 이미지와 상징은 권력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꽃)법칙 준수 사례

1536년에 장차 프랑스의 앙리 2세(1519~1559)가 될 17살의 젊은이는 서른 일곱의 과부인 첫 정부(情婦) '디안 드 푸아티에(1499~1566)'를 만났다.

앙리는 젊은 아내 '카트린 드 메디치'의 침실보다 디안의 침실을 더 찾았다.

1547년 28세에 앙리가 왕위를 계승했고 디안은 48세 였다.

디안의 비밀 병기는 상징과 이미지로서
앙리를 만나던 초기에 두 사람의 이름 첫자를 엮은 디자인 모티프를 만들었고,
이것은 부적과 같은 역할을 했다.앙리는 무엇이나 이것으로 장식했다.
디안이 좋아하는 색은 흑과 백으로 그들의 상징도 이 색깔로 표시했다.

디안은 앙리가 왕위에 오른 후
자신의 이름과 같은 로마의 여신 디아나와 자신을 동일시하기로 했고,
디아나는 앙리가 가장 좋아하는 사냥의 여신이었고,
르네상스 예술에서는 정결을 상징했다.

디안은 이 효과를 위해 아네에 있는 자신의 성을 완전히 개조하고 건물을 로마의 신전식으로 새로 지었다.

아네 성의 장식에 압도당한 앙리는 디안의 모습이 곧 로마 여신 디아나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1559년에 죽을 때까지 앙리는 자신의 유일한 정부에게 충실했고, 온갖 명예와 부를 안겨 주었다.

http://me2.do/F7zQ2TQV



해 석

왕의 정부가 권력과 순결의 상징이 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으나 여신의 후광으로 신비한 힘을 발산해 그 일을 해냈다.



권력의 열쇠

말(言)은 위험한 도구이고,자칫 엇나가기 십상이다.

반면 상징과 이미지는 사람들을 묶어 권력의 핵심적인 도구가 되는 것이며,
시각이 가장 중요하다.


당신을 다른 사람들과 구별짓는 트레이드마크를 찾고,
더 나아가 과거로부터 적당한 이미지와 상징을 찾아내 활용하라.


☆로버트 그린의 권력의 법칙에서...

2014년 8월 19일 화요일

중앙_[사설] 대화 제의에 '불바다' 위협하는 북한

북한이 어제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을 비난하면서 선제타격을 하겠다고 위협했다. 연례 방어훈련인 UFG는 오늘부터 이달 29일까지 진행된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성명에서 UFG를 북침 전쟁연습이라고 하면서 “선제타격이 우리가 선택한 임의의 시각에 무자비하게 개시된다는 것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강력한 물리적 공세가 연속 취해지게 된다”며 ‘불바다’ ‘잿더미’라는 표현도 썼다. 

 북한의 이런 예고는 남한의 대화·교류 제의와 방한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반도 평화 메시지에 찬물을 끼얹는 것으로 한층 더 고립만 부를 뿐이다. 정부는 11일 북측에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19일 갖자고 제의했으며, 박근혜 대통령도 광복절 경축사에서 민생·환경·문화의 3개 통로부터 열자고 했다. 북한은 대남 군사위협을 당장 중단하고 고위급 접촉에 호응해 나와야 한다. 정부가 고위급 접촉의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한 만큼 대화에 나와 현안을 논의하는 것이 순서다. 남북이 서로 실천 가능한 분야에서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 신뢰가 쌓일 때 대규모 경협이나 정치·군사적 문제도 논의할 수 있지 않겠는가.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따른 남한의 대북 제재(5·24 조치) 완화나 해제는 대남 위협을 통해서는 결코 이뤄질 수 없다.

 북한은 화전(和戰) 양면 전술로 남한을 흔들어 보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총참모부가 대남 불바다 위협을 한 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5주기(18일)를 맞아 개성공단에서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 등 대표단에게 화환을 전달했다. 2000년 1차 남북 정상회담 때의 6·15 공동선언을 강조하면서 남남 갈등을 유도해 보려는 의도가 묻어난다. 북한의 이중적 태도는 광복절 하루 전에도 있었다. 동해로 신형 단거리 발사체를 쏘아 올리면서 다음 달의 인천 아시안게임 참가 선수단 명단을 보내 왔다.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응하되 대화에는 인내심을 갖고 신축적인 자세로 임하길 바란다.

중앙_[사설] 이완구·박영선, 오늘 본회의 무조건 열어라

오늘 한국을 떠나는 교황은 4박5일간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숱한 아픔에 시달리는 한국인을 위로하고 축복했다. 하지만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치유하고 소망을 주는 건 교황의 일이지만 결심하고 행동하는 것은 한국인의 몫이다. 세월호에 발목 잡힌 한국이 ‘세월호 이후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일은 지금, 국회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국회는 이 문제를 해결할 가장 많은 권력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가장 적게 일하고 가장 무책임한 상태에 빠져 있다.

 국회가 해야 할 일은 시급성을 기준으로 보면 ①‘세월호 피해 학생 대입특례 입학법안’과 ‘국정감사법안 개정안’ 통과 ② 정부조직법·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유병언법(범죄수익 환수) 등 안전혁신 법안들과 서비스 산업발전기본법·관광진흥법·소득세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들의 조속한 심의와 처리 ③세월호 진상조사와 특별검사 임명 방식을 규정하는 ‘세월호 특별법안’의 합의와 국정조사 청문회에 김기춘 비서실장 등 청와대 인사의 출석 문제 결정이다. ①법안들의 경우, 국회가 오늘 당장 본회의를 열어 통과시키지 않으면 안산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의 대입수시 특례입학 기회는 무산된다. 여야가 말을 안 꺼냈으면 모를까 앞다퉈 주장해 합의한 이 법안마저 정치권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표류하면 국회의원들은 그 죄를 어디서 물을 것인가. 국정감사도 여야가 올해부터 두 번에 나눠 실시하기로 합의해 26일이 국감 시작일로 잡혀 있는데 근거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행정부에 일대 혼란이 벌어질 것이다.

 결국 19대 국회의원들은 임기 개시 3개월이 되도록 단 한 건의 법률안도 처리하지 못한 채 세비만 110억원을 받아갔다. 지난주엔 국회 1, 2당인 새누리당·새정치연합에 3분기 국고보조금 84억원이 지급됐다. 국회와 정당은 일 안 하고 국민 세금만 챙겨가는 낯 두꺼운 짓을 언제까지 거듭할 것인가.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데는 무엇보다 지난 7일 있었던 ‘이완구-박영선 합의’를 새정치연합 의원총회가 일방적으로 깼기 때문이다. 상식과 합리를 무시하고 세월호 특별검사 추천권을 야당이 가져야만 하겠다는 새정치연합의 생떼와 투쟁정치는 또 한번 국민의 심판에 직면할 것이다.

 새정치연합과 박영선 비대위원장은 세월호 특별법안에 대한 합의는 깼지만 다른 법안들에 대한 처리 약속은 지켜야 한다. 다른 법안들의 처리와 특별법안을 연계해선 안 된다. 어차피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구성될 진상조사위는 활동기간이 1년 이상 장기간이 될 것이고 특검의 수사는 그 이후에 있게 되는 만큼 특별법이 그리 화급을 다투는 사안은 아니다. 집권세력으로서 국정운영에 무한책임을 지고 있는 새누리당도 어떻게든 국회를 끌고 가야 한다. 야당이 주장하는 특검 추천권 문제를 더 깊이 세밀하게 검토해 새로운 절충과 협상의 여지가 없는지 찾아보길 바란다. 일단 이완구·박영선 원내대표는 오늘 무조건 본회의를 열어 가장 시급한 2개의 법안부터 처리해야 할 것이다.

중앙_[사설] 악취 물씬 풍기는 출판기념회 손보자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는 그동안 ‘편법으로 돈을 긁어 모으는 사(私)금고’라는 의심을 받아왔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증거가 나왔다. 지난해 9월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한국유치원연합회 회원들이 3000여만원을 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 자금은 유치원 경영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입법을 위해 연합회가 제공한 ‘뇌물’이라는 혐의를 받고 있다. 신 의원은 출판기념회가 열리기 5개월 전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그는 자금을 현금으로 은행 대여금고에 보관했다가 검찰에 압수당했다.

 정치자금법에 따른 후원금과 달리 출판기념회 축의금은 신고의 의무도 없고 액수도 공개되지 않는다. 경조사비와 같다. 그런데 경조사는 원한다고 생기는 게 아니다. 그에 비해 출판기념회는 편의적이다. 아무 때나 책을 출간만 하면 열 수 있다. 일종의 ‘묻지마 후원회’인 셈이다. 그래서 중진·초선 가릴 것 없이 많은 의원이 이 행사를 필수적으로 여겼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는 이름을 알리고 돈을 모으기 위해 의원들은 이 행사를 많이 열었다. 

 출판기념회에는 지인들은 물론 의원이 소속된 상임위와 관계가 있는 기관·공기업·일반기업 관계자들이 봉투를 낸다. 이런 봉투들은 의원과 관계를 잘 맺으려는 음성 후원금이거나 아니면 신 의원 경우처럼 구체적인 대가와 교환하려는 뇌물성 자금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런 규제 없이 이런 수상한 자금이 쌓이는 출판기념회는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여야는 개선을 공약했으나 허언(虛言)으로 그쳤다. 새누리당은 지난 1월 횟수와 참석자를 제한하는 준칙의 검토안을 공개했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2월 수입·지출의 선관위 신고 등을 담은 ‘국회의원윤리실천특별법’을 당론으로 발의했으나 더 이상 진척이 없다.

 만약 의원들의 은행 대여금고를 모두 압수해서 조사한다면 신 의원의 경우처럼 현금 다발이 나오는 사례가 없지 않을 것이다. 그중 상당 부분은 출판기념회 수입일 가능성도 있다. 여야는 입법을 서둘러 음지의 출판기념회를 양지로 끌어내야 한다.

중앙_[사설] 독도경비대 급식비 후려친 한심한 경찰

독도경비대는 우리나라 동쪽 끝 영토인 독도를 지키는 의무경찰부대다. 40여 명으로 구성된 대원들은 한번 들어가면 50일간 육지로 나올 수 없다. 거친 바닷바람과 추위에 맞서야 하는 열악한 환경임에도 독도경비대 선발은 5~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우리 땅을 지키겠다는 사명감을 가진 젊은이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찰청이 지난 7월부터 독도경비대원의 하루 급식비를 현행 1만5000원에서 6650원이나 후려쳐 비난이 일고 있다. 독도경비대원들은 국내 전·의경의 하루 급식비 8350원에 ‘사기 진작 및 특수지역 근무 위로금’ 명목으로 6650원을 더 지원받았다. 섬이라는 특성상 부식 조달 비용이 높은 데다 비상용 생수를 사야 하기 때문이다. 대원들은 독도에 들어갈 때 이 추가 지원금으로 50일간 먹을 생수 1.5L 200병, 라면 30박스 정도를 산다고 한다. 하지만 식비가 삭감되면서 이마저도 힘들어진 것이다.

 독도경비대원들은 일반 전·의경과 똑같은 식비를 적용해도 부식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1개월에 한 번씩 배로 식자재를 수송하는데 신선식품은 냉동해도 품질이 떨어지거나 상하는 경우가 많다. 더 큰 문제는 식수다. 해수 담수화 시설을 이용해 바닷물을 걸러 마시는데 기상여건이 나빠지면 바다에 설치된 물 흡입 배관이 자주 망가진다고 한다. 바닷물을 담수화해도 짠맛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음용수로 생수를 사 가야 한다.

 일본은 방위백서에 독도를 자국 영토로 명시하는 등 호시탐탐 침탈을 노리고 있다. 2006년 독도에서 불과 158㎞ 떨어진 시마네현 오키 공항의 활주로를 길이 2000m, 폭 60m로 확장하기도 했다. 기존 활주로로 충분한데도 이 공항을 확장한 이유는 F-15J 등 일본 항공자위대의 주력 전투기들이 이착륙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일본 전투기가 오키 공항을 이륙하면 독도까지 5분밖에 안 걸린다고 한다.

 독도경비대의 식비를 삭감해 1년에 줄일 수 있는 예산은 겨우 9700만원 정도다. 이를 아끼기 위해 국토의 최전방을 지키는 독도경비대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것은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경향_[사설]북, 고위급 접촉 수용 못할 이유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남북 간 환경·민생·문화 분야 협력을 제안했다. 박 대통령의 제안은 남북 협력의 당위라는 점에서 문제가 없지만, 남북관계 현실을 고려하면 매우 공허한 것이다. 현재 남북관계는 단절되어 있다. 새로운 사업, 행사를 할 분위기가 아니다. 그런데도 “10월 평창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 북측 대표단이 참여하기를 희망”했다. 남북관계를 복원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이 국제회의를 한다며 평창에 올 리가 없다. 박 대통령이 남북관계 회복에 정말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워지는 대목이다. 

그러면서도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에 위협을 가하면 결코 용납되지 않을 것” “국제사회 고립이 계속되고 스스로의 손발을 묶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등 여전히 북한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는 지난 11일 정부의 남북 고위급 접촉 제의와 어울리지 않는 혼란스러운 대북 메시지다.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예상대로 곱지 않았다. 북한은 어제 노동신문을 통해 “북남관계 문제에 대한 똑똑한 해결책은 없고, 실속이 없는 겉치레, 책임 전가로 일관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은 또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한·미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을 “선제타격을 노린 위험천만한 핵전쟁 연습”이라고 공격했다. 이같이 남북 간 서로 비난하고 초점이 다른 제의와 주장을 하는 것을 보면 관계 회복은 요원해 보인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남과 북 모두 최근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 대화론을 잘 살려 실제 대화를 성사시켜야 한다. 그러자면 정부가 좀 더 현실적이고 진지한 자세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북한도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북한은 인천 아시안게임 참가를 계기로 남북 간 화해와 단합을 이루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북한은 화해의 계기가 될 수 있는 2차 남북 고위급 접촉 제의에 대해 일주일째 반응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바라는 것이 5·24 조치 해제라면 대남 적대행위와 대남 비방을 통해서가 아니라 남측과 대화를 해서 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고위급 접촉은 당초 북한이 원했던 대화 방식이기도 하다. 피할 이유가 없다. 지금 우선할 일은 공허한 제의나 상호 비방이 아니라 서로 적대감을 내려놓고 대화하는 것이다. 올해 남북관계를 복원해야 한다. 그래야 내년 광복 70년을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게 맞이할 수 있다.

경향_[사설]군 사법체계의 근본적 개편 필요하다

28사단 윤모 일병 구타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군 사법체계 개편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국회 차원에서 군사법원폐지법률안 등 관련 법안이 발의되고, 시민사회에서도 군 사법체계의 근본적인 개편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 일병 사건이 충격적인 것은 상상을 초월한 가혹행위 때문이지만 국민의 분노가 폭발한 것은 그것이 군 당국에 의해 은폐·축소되고 처벌과 문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라고 할 수 있다. 그 근본적인 이유를 군 사법체계에서 찾는 움직임과 논의는 그래서 의미 있고 주목할 만하다고 하겠다.

현행 군 사법체계가 민주적 통제가 불가능한 구조라는 건 분명하다. 사단장 이상 부대 지휘관이 군 검찰과 군사법원 행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단장·군단장은 군 검찰관과 재판장, 주심 판사를 결정하고 구속이나 기소 여부를 지휘·감독하며 판결이 난 이후에도 형을 깎아줄 수 있다. 부대에서 사고가 나면 지휘 책임을 지는 지휘관이 자신의 진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을 은폐하거나 가급적이면 축소하는 건 당연하다. 이런 구조에서는 진급에 목을 매는 장교나 간부, 통제된 시·공간에서 집단생활을 해야 하는 장병까지 공범이나 방관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수많은 ‘윤 일병 사건’을 의문사로 묻고, 구타 사망 사건으로 군이 발칵 뒤집힌 와중에 남모 상병이 가혹행위를 저지르고, 앞으로도 ‘또 다른 윤 일병’이 나오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게 만드는 근본 원인이라는 얘기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민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들과 ‘민주적 사법개혁 실현을 위한 연석회의’ 등 시민단체의 요구사항 등을 보면 개편 논의의 골자는 이미 나와 있다. 부대 지휘관의 군 검찰관과 판사에 대한 인사권, 일반 장교가 재판 심판관으로 참여하는 심판관제도, 수사 단계에서 재판 결과 확인까지 부대 지휘관의 결재를 받도록 하는 관할관제도, 부대 지휘관이 감경권을 행사하는 관할관확인조치권 등을 폐지하자는 것이다. 85개 사단급 보통군사법원을 폐지하고 군 범죄의 85%에 달하는 일반 형사사건을 민간 사법체계에 편입시키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군 사법체계 개편은 새삼스럽게 대두한 사안이 아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사법개혁위원회가 개혁안을 마련하고 국방부가 입법을 추진했으나 군 지휘부의 반대로 지지부진하다 2008년 17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폐기된 바 있다. 군의 ‘셀프개혁’으로는 병영문화가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은 윤 일병 사건이 밑바닥까지 보여주었다. 군을 위해서도 이제는 근본적인 개혁을 해야 할 때다.

경향_[사설]실망스러운 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제69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남북관계와 국내 현안, 한·일관계 등에 대해 언급했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는 국민에게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하고 북한과 일본 등 주변국에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기회로 활용돼 왔다. 이번 경축사에서도 박 대통령은 대혁신과 경제활성화를 국정 기조로 삼을 것을 밝히고 남북이 서로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작은 통로로 환경·문화 분야의 협력사업을 제안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꼬일 대로 꼬인 지금의 정국 상황과 국정 현안, 남북관계 등을 풀어나가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

우선 세월호 참사에 대한 성찰 의지가 보이지 않는 것이 실망스럽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 ‘올해 들어 잇따라 발생한 사건·사고’의 하나로 지칭하면서 “오랜 기간 쌓이고 방치되어 왔던 잘못된 관행과 적폐를 바로잡는 대혁신을 반드시 이루어내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의 존재 이유에 대해 심각한 질문을 던진 사건이다. 사고 원인뿐 아니라 사고가 참사로 이어진 과정까지 철저히 규명하는 작업이 우선돼야 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세월호 참사가 넉 달 만에 여당 내에서 ‘교통사고’로 격하되는 듯하더니 급기야 이번 경축사에서처럼 대통령의 언어에서 지워지기에 이른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정치권이 국가혁신과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는 식의 ‘정치권 책임론’도 문제다. 박 대통령은 “지금 경제법안들이 발이 묶여서 어렵게 일궈낸 경제활성화의 불씨가 언제 꺼져버릴지 모르는 위기감에 싸여 있다”며 “정치권이 진정 국민을 위하고, 민의를 따르는 정치로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에 앞장서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미 지적한 바 있듯이 야당을 무시하고 국회를 겁박하는 듯한 이런 태도로는 경제활성화와 국가혁신은 고사하고 정국 안정조차 기대하기 어렵다.

대북 메시지 부분도 기대에 못 미친다. 대화와 협력을 강조하고 하천·산림 관리 공동 협력사업, 북한 대표단의 10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 참석, 이산가족 상봉, 민생 인프라 협력, 남북한 광복 70주년 공동기념 문화사업 등 구체적인 제안을 한 것이 그나마 지난해보다 진일보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정책이나 태도 변화도, 북한을 설득할 수단이나 전략도 읽히지 않는다. 신뢰 회복과 단절된 상태를 복구하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조선_[사설] 국회의원 출판기념회 뭉칫돈, '立法 뇌물' 아니면 뭔가

검찰이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이 한 시중은행에 개설한 개인 금고에 들어 있던 1억원 중 3800만원가량을 작년 9월 출판기념회 당시 유치원총연합회 측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신 의원도 17일 기자회견을 갖고 1억원의 출처에 대해 출판기념회(작년 9월)를 통해 받은 축하금과 자녀 결혼식(올해 2월) 축의금 중 일부라고 해명했다.

국회의원이 출판기념회에서 받은 돈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는 이미 '뇌물 모금회'로 전락했다는 말을 들어왔다. 여야 정당 대표나 주요 간부, 국회 상임위원장 등 힘 있는 의원들은 출판기념회를 통해 수억원에서 10억원이 넘는 돈을 '축하금'이라는 이름으로 걷는다는 얘기가 국회 주변에선 정설(定說)처럼 굳어져 있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어떤 법적(法的) 제재도 없다.

신 의원은 "(출판기념회에서 받은 돈을) 다 신고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했다. 본인만 그런 게 아니라 여야 가릴 것 없이 이런 일이 관행처럼 이뤄져 왔다는 얘기다. 올해 초 여야 대표들은 연초 국회 연설 등을 통해 이를 법으로 금지하거나 선관위 신고를 의무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금껏 출판기념회를 제재하는 법을 차일피일 미뤄왔고, 오히려 6·4 지방선거 등을 전후해 여야의 실세 의원들이 앞다퉈 출판기념회를 열기도 했다.

신 의원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던 작년 4월 유치원 경영자의 지위 승계를 쉽게 해주는 쪽으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냈고, 사립 유치원의 차입(借入) 경영을 가능토록 하는 내용의 유아교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로부터 5개월 뒤에 열린 신 의원 출판기념회에서 유치원총연합회가 3800여만원을 회원들 이름으로 쪼개서 축하금 명목으로 냈다. '입법 뇌물'이라고 해도 달리 할 말이 없게 됐다.

신 의원뿐만이 아니다. 신 의원은 같은 당 신계륜·김재윤 의원과 함께 한국종합예술실용학교 측으로부터 학교 이름을 바꾸는 법 개정과 관련해 금품 15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또 야당 의원 10여명이 치과의사협회로부터 '네트워크 병원' 운영 금지를 둘러싼 입법 대가로 후원금을 받았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모든 국민과 이익 단체들은 국회를 포함한 국가기관에 자신의 의견이나 원하는 바를 청원(請願)할 수 있다. 이것은 헌법이 정한 기본권이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이 그 대가로 돈을 받은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 청원권(請願權)을 뇌물 모금 수단으로 악용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국회가 스스로 실효성 있게 자율 규제할 방안을 내놓지 못할 경우 국회의원들의 청원인 또는 단체 접촉을 금지하거나 감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이러다가는 국회의 고유 권한인 입법권까지 강제로 제한당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조선_[사설] 20년 분규 상지大, '김문기씨 복귀'로 또 혼란에 빠지나

강원도 원주시 상지대학교의 이사회가 지난 14일 김문기(82) 전 이사장을 임기 4년의 총장으로 선임했다고 한다. 김씨는 1993년 이사장 시절 부정 편·입학과 공금 횡령 등 혐의로 구속돼 1994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확정판결을 받고 학교 경영에서 손을 뗐다. 상지대 총학생회는 15일 성명을 내고 "사학 비리 전과자를 총장으로 선임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총장실 점거, 수업 거부 등의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상지대는 1993년부터 교육부가 파견한 임시(臨時) 이사 체제가 들어선 이래 대표적인 비리 관련 분규(紛糾) 사학으로 갈등이 계속돼왔다. 3자로선 누구 말이 맞는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갈등 요인이 꼬리를 물고 얽혀버렸다. 김문기씨의 입시 비리 혐의만 해도 김씨 측은 "기부받은 돈을 학교 발전을 위해 썼다"고 하는 반면, 반대파에선 "김씨가 학교를 위해 쓴 돈은 거의 없다"고 주장해왔다. 임시 이사 체제에 대해선 우파 교육 단체들이 '좌파 인맥이 이사·총장직을 장악하면서 상지대가 운동권 해방구가 됐다'고 비판했고, 임시 이사진을 주도한 측은 '학교가 외형적으로도 발전하고 내실을 키웠다'고 주장했다.

상지대는 2010년 사학분쟁조정위원회 결정으로 김문기씨 측이 학교 경영 주도권을 가진 정(正)이사 체제로 복귀했다. 그러나 정이사 체제 복원 후에도 양 세력은 총장 선임, 교수 충원 등을 놓고 마찰을 빚어왔다.

이 상황에서 김문기씨가 덜컥 총장이 된 것은 신중하지 못한 처사다. 김씨 측은 총장 선임 이유로 '학교 발전'을 들고 있지만, 학교 구성원들과 감정적 대립이 갈 데까지 가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지도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학내 갈등이 더 날카로워져 학생들만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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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_[사설] 서로 마주앉지도 못하는 남북한 당국

정부가 제안한 19일 남북 고위급 접촉이 일단 날짜를 넘기게 됐다. 남북 당국이 서로 마주앉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임을 잘 보여준다. 이렇게 된 데는 양쪽 모두 책임이 있다.
북쪽은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5주기를 맞아 북쪽 조화를 전달받으러 방북한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에게 자신의 속내를 내비쳤다.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비서는 ‘한-미 군사훈련, 북한 핵 폐기 요구, 남쪽 언론들의 북쪽 비난 등의 문제를 강하게 얘기했다’고 박 의원은 전했다. 김 부장은 그러면서 “왜 이렇게 전제조건이 많냐, 실천 가능한 것을 지도자가 결단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남쪽 정부가 5·24 조치 완화 해제나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 등에서 먼저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달라는 뜻으로 읽힌다. 북쪽의 이런 요구는 나름대로 일리가 있지만 이것이 고위급 접촉을 피하는 이유는 되지 못한다. 할 말이 있으면 만나서 하면 된다. 5·24 조치와 금강산관광 문제를 완전히 풀기 위해서는 북쪽이 해야 할 일이 있기도 하다.
앞서 정부가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 기간인 19일을 고위급 접촉 날짜로 제안한 것은 문제가 있다. 이번 훈련에는 두 나라가 공동으로 마련한 ‘맞춤형 억제전략’이 처음으로 실행되며, 북쪽은 이를 ‘핵전쟁 선전포고’라고 주장해왔다. 북쪽으로선 훈련 기간에는 남쪽과 만나기 어려운 것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5·24 조치나 금강산관광 문제 등과 관련해 강경한 발언을 해온 것도 대북 제안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박근혜 대통령도 광복절 경축사에서 두 사안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지금 정부는 북쪽이 먼저 굽히고 들어오지 않는 한 관계 개선에 큰 뜻이 없어 보이며, 북쪽은 관계 개선을 바라면서도 공격적인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 멀리 내다보는 결단은 실종되고 일종의 자존심 싸움이 부각되는 상황이다. 이런 식이어서는 고위급 접촉이 이뤄지더라도 성과를 내기 어렵다.
지금처럼 한-미 군사훈련이 시행될 때마다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고 남북관계가 볼모가 되는 상황은 빨리 바뀌어야 한다. 남북이 상대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고 신경전을 하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일도 그만둬야 한다. 양쪽의 결단을 촉구한다.

한겨레_[사설] 세월호 특별법, 대통령 결단에 달렸다

우려했던 세월호 특별법 장기표류가 현실화할 조짐이다. 국회 본회의가 잡힌 18일에도 여야 원내대표는 해법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지난 13일 본회의에 이어 연달아 처리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4개월이 넘었지만 진상규명의 첫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있으니 정치권의 직무유기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야당은 옴짝달싹할 수가 없는 처지다. 정치 부담을 감수하고 여야 원내대표 합의를 파기한 마당에 더는 물러설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야당에 유족의 요구를 외면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새누리당은 핵심 쟁점인 특검 추천권 문제를 두고 ‘전례가 없다’는 등의 핑계를 대는 모양이다. 하지만 기울어진 배 안에서 아이들이 무참히 죽어가고 있는데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건 전례가 있는 일인지 묻고 싶다. 진상을 규명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법안의 세부 내용이야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여당이 완강한 태도를 굽히지 않는 실제 속사정은 청와대를 의식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별법의 핵심 쟁점은 모두 청와대와 연관돼 있는 게 사실이다. 진상조사위가 수사·기소권을 확보하면 칼날이 청와대를 향할 가능성이 있고 특검 추천권도 청와대와 무관하지 않다. ‘친박’으로 분류되는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청와대와 관련된 문제를 청와대의 ‘승인’ 없이 양보하길 기대하긴 어렵다고 봐야 한다. 김무성 대표가 특검 추천권을 야당에 주겠다고 제안했다가 입을 닫고 있는 것도 청와대의 시선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세월호 정국’의 출구는 간단하고 명료하다. 대통령이 나서고 청와대가 서두르면 금방이라도 풀 수 있는 문제다. 수사·기소권이든 특검 추천권이든 청와대가 한 발짝만 물러서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순식간에 타협안을 만들어낼 수 있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나설 명분도 충분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5월19일 담화에서 “필요하다면 특검을 해서 모든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자”며 “여야와 민간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포함한 특별법을 만들 것도 제안한다”고 밝힌 바 있다. 희생자들 이름을 부르며 눈물로 약속했던 일이니 대통령이 나선다고 모양새가 나빠질 이유도 없지 않은가.

한겨레_[사설] 프란치스코 교황의 진심이 부른 감동

4박5일 일정으로 방한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걸음 한걸음이 잔잔한 열광을 불러오고 있다. 권위를 버린 낮은 자세로 눈을 맞추고 자신의 말을 성실히 실천하는 교황의 모습에 천주교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국민까지 감동하고 있다.
교황의 소통 방식은 권위주의와 위선이 판치는 우리 정치문화에서는 놀랍기까지 하다. 교황은 17일 아시아주교단 연설에서 “우리의 대화가 독백이 되지 않으려면 생각과 마음을 열어 다른 사람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황은 진정한 대화를 하려면 “다른 이들의 경험, 희망, 소망, 고난과 걱정도 들을 수 있는”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은 교황이 방한 내내 이 말을 그대로 실천에 옮기는 것을 목격했다.
소탈하고도 겸허한 모습은 신선한 감동이었다. 교황은 방탄이 되지 않은 소박한 차를 이용했으며, 어디를 가든 아이들만 보면 차를 세워 강복해주었다. 음성 꽃동네에서는 장애아 한명 한명을 모두 껴안고 입을 맞췄다. 어린아이에서부터 대통령까지 누구를 대하든 똑같은 모습이었다. 자신을 낮춤으로써 오히려 높아진다는 가르침을 교황은 몸으로 보여주었다.
약속을 지키는 모습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교황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함께해 달라는 요청에 행동으로 응답했다. 15일 세월호 유가족들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 달라는 뜻으로 준 노란 리본을 달고 나와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했으며, 16일에도 역시 리본을 단 채로 광화문 시복식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은 또 시복식에 앞서 광화문에서 한 달 넘도록 단식 중인 김영오씨를 만나 따뜻하게 손을 잡았고, 17일에는 이호진씨에게 직접 세례를 줬다. 모두 세월호 유족들의 요청을 잊지 않은 일이었다. 유족들은 교황의 진심에서 우러나온 위로가 큰 힘이 됐다고 말한다.
이런 진실하고 신뢰 어린 자세로 교황은 인간 존엄성을 모독하는 비인간적인 질서를 거부해야 한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전했다. 시복식에서도 “막대한 부와 풍요 곁에 비참한 가난이 소리없이 자라는 사회”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이 보여주는 이런 경청과 겸손과 진심, 그리고 한결같이 약자를 향하는 마음에 우리 사회가 열광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기득권을 지키려 이웃의 고통에 귀 기울이지 않고, 시늉과 흉내는 있으나 진심은 온데간데없고, 입에 발린 말로 한 약속을 때가 지나면 헌신짝처럼 내버리는 우리 정치인들과 지도자들이 본받아야 할 모습이다.

한겨레_[사설] ‘입법 로비’ 수사, 무리와 의혹 없어야

국회의원들이 금품을 받고 입법권을 행사했다는 ‘입법 로비’ 의혹에 대해 검찰이 여러 방면으로 수사에 나섰다.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의 학교명 입법로비 의혹 수사에 이어,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로비로 사립 유치원 운영에 유리한 법 개정을 시도했다는 의혹, 치과협회 간부들의 후원 대가로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는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했다고 한다.
입법권을 의원 개인의 이익과 맞바꾼 것이 사실이라면 뇌물죄에 해당한다. 정치자금법 위반도 엄하게 처벌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해당 의원들이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데다 전후 사정을 살펴보면 석연찮은 부분도 적지 않다. 아직은 섣불리 비난하기보다 수사 상황을 지켜봐야 할 듯하다.
검찰은 무엇보다 이번 수사가 무리하게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부터 벗어야 한다. 입법로비 수사의 대상은 모두 야당 의원들이다. 그것도 다선 중진 의원들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 마침 검찰은 새누리당의 조현룡, 박상은 두 의원을 각각 철도와 해운 관련 비리 의혹으로 수사중이다. 조·박 의원은 ‘철피아’의 대표적 정치인 또는 해운업계의 이익 대변자로 꼽혀왔다. 억대 뭉칫돈도 확인되고 대가로 뒷배를 봐주는 등의 혐의도 어느 정도 드러났다. 다중이용시설인 철도와 선박의 안전과 관련된 비리인 만큼 비난 가능성도 크다.
반면에, 입법로비 수사에선 의혹 확인도 쉽지 않아 보일뿐더러 법적 처벌로 이어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예컨대 유치원 입법로비의 경우, 출판기념회에서 받은 돈은 뇌물죄로 기소한 전례도 없거니와 정치자금법 규제 대상도 아니다. 대가성 입증 역시 간단치 않다. 로비를 받아 통과시켰거나 발의했다는 법안이 무리한 것이거나 해당 단체의 이익만 앞세운 것인지도 단언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도 검찰은 보란 듯 떠들썩하게 야당 의원 수사에 나섰다. 이러니 여당 쪽과의 ‘균형’을 맞추려는 ‘물타기 수사’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것이다. 권력의 눈치를 본 무리한 수사들로 불신이 심해진 터에 유병언 검거 실패로 더욱 궁지에 몰린 검찰이 정치권 견제로 돌파를 시도한다는 시선도 있다.
가뜩이나 이번 수사에선 검찰 아니면 모를 수사비밀과 혐의사실이 자주 흘러나온다. 당사자들은 허위라거나 피의사실 공표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치적 표적수사란 비판도 이래서 나온다.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사실과 증거에 입각해 수사를 벌여야 한다. 켕기는 게 없다면 무리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2014년 8월 14일 목요일

중앙_[사설] 야당은 7·30 민심 벌써 잊었나

새정치민주연합이 세월호 특별법의 여야 합의를 파기하고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국회의 법안 처리가 다시 막혔다. 정부가 시급한 처리를 요청한 경제활성화·민생·서비스산업 발전·정부조직 개편 등에 관련된 법안 수십 개가 정체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세월호법과 이들 법안의 분리 처리를 주장하나 야당은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국회법에 따라 야당의 동의 없이는 법안 처리가 불가능하다. 법안뿐 아니라 1차 국정감사 등 다른 사안들도 차질이 우려된다.

  노조가 파업을 활용하듯 야당이 정국현안과 법안 통과를 연계시키는 데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야당은 적잖은 경우에 명분과 논리가 약한데도 법안의 발목을 잡곤 했다. 이번 세월호 사태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야당은 원내대표를 통해 상설특별검사법에 따라 특검을 정해 세월호 사태를 조사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이런 합의는 당내 강경파와 ‘외부 개입세력’에 의해 산산이 부서졌다. ‘원탁회의’로 불리는 원로들과 운동가를 포함한 외부세력의 압력은 당내 강경파를 밀고 박영선 원내대표를 포함한 ‘합의 수용파’를 코너로 몰았다.

 이번 사태는 세월호를 넘어 정국 운영에 대한 야당의 자세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야당은 비(非)현실적인 이념이나 명분에 사로잡혀 투쟁 일변도로 치닫곤 한다. 이명박 정권 때 야당은 광우병 파동에 휩쓸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재협상을 요구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자신들의 노무현 정권에서 추진한 것인데도 야당은 재협상을 고집했다. 쇠고기나 FTA 협상은 나중에 합리적이고 국익에 도움이 된 것으로 입증됐다. 결국 ‘재협상 강경투쟁’은 야당이 대선에서 실패하는 데에 주요한 원인 중 하나가 되고 말았다.

  세월호 사태는 검찰의 수사, 감사원의 감사, 국회의 국정조사라는 많은 절차를 거치고 있다. 미진한 부분은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 특검으로 규명하고 국가는 보다 중요한 재발방지책에 주력하는 게 정도(正道)다. 7·30 재·보선에서 세월호 사태를 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삼았던 새정치연합이 참패했다. 7·30 민심은 세월호를 합리적으로 마무리하고 경제 살리기와 국가개조에 매진하라는 뜻이었다.

  선거 직후에는 새정치연합 내에서도 이런 민심을 읽고 당이 변화해야 한다는 자성론이 비등했다. 그래서 박영선 원내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 체제도 구성됐다. 비대위원장의 첫 작품이 세월호 특별법 합의였다. 그런데 채 보름이 지나지 않아 민심에 대한 인식은 사그라지고 당은 다시 과거의 강경 정치투쟁으로 돌아가고 있다. 야당은 향후 20개월 동안 선거가 없다고 안심할지 모르지만 이는 유권자의 기억력에 도전하는 것이다. 합리적인 합의를 뒤엎는 ‘재협상 투쟁’이 과거 선거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야당은 기억해야 한다. 7·30 선거 참패 후 바꿔야겠다고 이를 악물었으면 야당은 조금이라도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