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이 한 시중은행에 개설한 개인 금고에 들어 있던 1억원 중 3800만원가량을 작년 9월 출판기념회 당시 유치원총연합회 측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신 의원도 17일 기자회견을 갖고 1억원의 출처에 대해 출판기념회(작년 9월)를 통해 받은 축하금과 자녀 결혼식(올해 2월) 축의금 중 일부라고 해명했다.
국회의원이 출판기념회에서 받은 돈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는 이미 '뇌물 모금회'로 전락했다는 말을 들어왔다. 여야 정당 대표나 주요 간부, 국회 상임위원장 등 힘 있는 의원들은 출판기념회를 통해 수억원에서 10억원이 넘는 돈을 '축하금'이라는 이름으로 걷는다는 얘기가 국회 주변에선 정설(定說)처럼 굳어져 있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어떤 법적(法的) 제재도 없다.
신 의원은 "(출판기념회에서 받은 돈을) 다 신고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했다. 본인만 그런 게 아니라 여야 가릴 것 없이 이런 일이 관행처럼 이뤄져 왔다는 얘기다. 올해 초 여야 대표들은 연초 국회 연설 등을 통해 이를 법으로 금지하거나 선관위 신고를 의무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금껏 출판기념회를 제재하는 법을 차일피일 미뤄왔고, 오히려 6·4 지방선거 등을 전후해 여야의 실세 의원들이 앞다퉈 출판기념회를 열기도 했다.
신 의원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던 작년 4월 유치원 경영자의 지위 승계를 쉽게 해주는 쪽으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냈고, 사립 유치원의 차입(借入) 경영을 가능토록 하는 내용의 유아교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로부터 5개월 뒤에 열린 신 의원 출판기념회에서 유치원총연합회가 3800여만원을 회원들 이름으로 쪼개서 축하금 명목으로 냈다. '입법 뇌물'이라고 해도 달리 할 말이 없게 됐다.
신 의원뿐만이 아니다. 신 의원은 같은 당 신계륜·김재윤 의원과 함께 한국종합예술실용학교 측으로부터 학교 이름을 바꾸는 법 개정과 관련해 금품 15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또 야당 의원 10여명이 치과의사협회로부터 '네트워크 병원' 운영 금지를 둘러싼 입법 대가로 후원금을 받았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모든 국민과 이익 단체들은 국회를 포함한 국가기관에 자신의 의견이나 원하는 바를 청원(請願)할 수 있다. 이것은 헌법이 정한 기본권이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이 그 대가로 돈을 받은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 청원권(請願權)을 뇌물 모금 수단으로 악용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국회가 스스로 실효성 있게 자율 규제할 방안을 내놓지 못할 경우 국회의원들의 청원인 또는 단체 접촉을 금지하거나 감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이러다가는 국회의 고유 권한인 입법권까지 강제로 제한당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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