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북전단 살포 보도태도 총평
대북전단 살포에 따른 남북 총격전에 대한 한국일보의 생각
한국일보는 대북전단으로 인한 남북 간 총격전이 있은 다음날 <남북 총격까지 부른 대북전단 살포 자제해야>(10/11, 사설)에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대북전단을 계속 보내야 하는지 동의하기 어렵다는 사설을 썼다.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법적 근거가 없다며 적극적으로 자제시키지 않는 정부에 대해서도 무책임하다며 비판했고 일부 반북단체의 전단 살포에 과잉 대응하는 북측의 처사도 비판했다.
남북 해빙무드에 찬물을 끼얹은 대북전단 살포
<막기도, 놔두기도… 한반도 기류 얼리는 대북전단 딜레마>(10/13, 정승영)에서 대북전단의 효과와 북측의 반응, 이를 바라보는 남측의 여러 시각 등을 다뤘다. 대북전단에는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이 담겨있다고 한다. 이런 내용을 담은 삐라를 수백만 장 싣고 대북전단을 매단 풍선은 북측으로 날아간다. 대북전단 풍선이 총에 맞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명백히 있는 것이다. 위 기사에서는 대북전단 살포가 이를 주도하는 단체의 의도대로 북한 주민들의 민심을 바꾸는데 효과가 있는지 미지수라며 대북전단 살포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한다. 덧붙여 남북 관계 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는데도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게 ‘보수 진영 눈치보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삐라 바람에 날아간 남북대화>(11/4, 이계성 칼럼) 칼럼에서도 박근혜 정부가 지혜로웠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담았다. 대북전단 살포의 북측이 고위급 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내건 대북전단 살포 중단 요청을 생떼를 쓴다며 책임을 돌리고, 삐라를 굳이 뿌리겠다는 반북단체들의 무모함을 못마땅해 하기 앞서 정부가 경색된 남북관계 해빙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덧붙여 지속적으로 남쪽으로 바람이 부는 동절기에는 대북전단을 띄워봐야 북쪽으로 보내기 어렵다며 최근 며칠 대북전단 풍선 날리기를 잘 관리했으면 하면 아쉬움도 드러냈다.
풍선 날리기는 괜찮고, 전단 흩날리기는 안 되는 나라
북한으로 날리는 전단은 남북관계를 급랭시켰고, 세종로에서 흩날린 대통령 풍자 전단은 한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 정부는 북한행 대북전단 풍선은 용인했고, 비오는 세종로 거리에 떨어진 전단은 전량 회수 조치했으며 제작한 예술가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이에 대해 한국일보는 <예술가는 최고 존엄을 풍자할 수 있는가>(10/25, 조은아 교수 칼럼)에서 대북전단 날리기를 용인하고 대통령 풍자에 개입하는 정부를 비판한다. 조 교수의 칼럼에 따르면 여당은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정부는 민간의 일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했단다. 그런데 왜 대통령 풍자 예술가는 체포했는지 궁금하다. 여당의 논리에 따르면 지금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대북 전단 기사에 등장하는 두 명의 전문가
모니터링 기간 동안 한국일보의 북한 관련 기사에는 두 명의 전문가가 등장했다. 한 명은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이고, 한 명은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다. 고유환 교수는 대북전단 갈등으로 인해 남북 관계가 냉랭해지긴 했지만 고위급 인사들이 방문했고 향후 일정까지 제시한 만큼 대화의 판은 깨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을 했다. 대북전단 갈등이 훈풍을 타고 있는 남북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정영태 선임연구위원도 대화가 시급한 쪽은 북한이라며 지속적으로 압박하면서도 나중엔 통 큰 양보를 하는 모양새로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 중지를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워 2차 고위급 접촉을 사실상 무산시키면서 결국 장밋빛 예측이 틀려버렸다. 고 교수는 <남북관계의 비정상>(11/6, 교유환 교수) 칼럼에서 남측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대북 전단 살포를 방치”하고 북측은 “삐라 살포 행위는 최고 존엄에 대한 가장 엄중한 도전”이라며 맞서는 판에 화해 분위기가 완전히 깨져버렸다고 했다. 덧붙여 “초코파이에서 확인했듯이 대북 인도적 지원으로 들어가는 물품들이 훨씬 위력이 큰 ‘또 다른 형태의 대북전단’일 수 있다”고 했다.
대북전단 날리기를 비난하던 비공개 대북전단 살포 단체...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장 이민복씨는 모니터링 기간 동안 2개의 기사에 등장한다. 먼저 등장한 기사에서 이씨는 남북 총격전을 야기한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했다. <파주 주민이 불안해 하는데도… 대북 전단 살포 고집하는 보수단체들>(10/27, 김관진)에서 이씨는 “지역 주민들의 불안을 모른 척하면서까지 공개적으로 전단을 뿌리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흘 후 이씨는 <대북 전단 또 살포… 포천서 100만여장>(11/1, 정승임) 기사의 취재원으로 또 등장하는데 언행불일치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다. 이씨 등 회원 2명은 포천시에서 풍선 24개에 대북전단 102만장을 매달아 공중으로 살포했다. 그리고 전단 살포가 인근 주민에게 위협이 되고 남북 대화의 최대 장애물이 되고 있지만 북한 주민들에게 실상을 알려야 한다며 전단을 계속 날리겠다고 했다. 북한 주민들에게 실상을 알리는 것이 남북대화보다, 인근 주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보다 중요한가. 나흘 전, 공개적 전단 살포에 대해 지역 주민들의 안위를 걱정하며 다른 단체의 전단 날리기를 비난한 이씨, 다른 단체는 안 되고 자기 단체는 되는 이중적 태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한편, 한국일보는 11월 1일 기사에서 취재원의 언행완전불일치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대북전단 말고 ‘북녘하늘 우체통’ 어때?
세월호 1심 판결, APEC 정상회의 등의 사건이 주요기사가 되면서 대북전단을 비롯한 남북관계 기사는 지면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11월 12일 한국일보는 <전할 순 없어도… 국 눌러쓴 그리움 북녘에 닿기를>(11/12, 강주형) 기사를 실어 남북관계 긴장을 고조시키는 대북전단을 대신할 평화통일 운동을 제안한다. 철원 백마고지에 설치한 북녘하늘 우체통은 방문한 관광객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편지들이 북녘에 직접 전해지진 않지만, 실향민들의 애환을 달래고 관광객들에게 한민족 의식을 심어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일보는 남북 간 반목을 야기하는 대북전단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아름다운 통일운동의 한 방편인 ‘북녘하늘 우체통’을 때맞춰 지면에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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