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비판>
장하준 교수는 경제현실의 인과관계를 시장만능주의 또는 주주자본주의라는 개념으로 과도하게 단순화해버렸다. 시장만능주의와 주주자본주의를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다룬 셈이다. 그러면서 사실을 자의적으로 왜곡했다. 대중들에 대한 호소력은 커지지만 그건 기만에 가까운 행태다. 모든 것을 좌파 탓으로 돌리는 한국의 한심한 수구적 보수파나, 제국주의의 지배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만사형통이라는 예쩐 종속이론의 오류가 바로 이런 단순논리에 있다. 한국의 진보파들이 신자유주의 반대 타령에 몰두했던 것도 장 교수와 마찬가지 오류였다.
장 교수는 재벌의 총수체제를 개혁하면 재벌이 주주자본주의의 화신인 외국금융자본에 넘어간다고 한다. 적화통일의 위협으로 박정희 독재체제를 옹호하던 것과 비슷한 논법이다. 재벌개혁이란 총수의 소유권을 무조건 박탈하자는 게 아니다. 총수의 부당한 그룹 지배력 부분을 해소하고, 그걸 국민연금 등 한국의 기관투자가를 통해 보완하면 된다. 그러면 재벌을 외국금융자본에 넘기지 않으면서 개혁을 수행할 수 있다.
박정희시대의 개발독재 유산을 극복한다고 해서 시장만능주의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 장 교수는 경제개혁론자들을 시장만능주의로 매도한다. 하지만 이는 박정희 식 개발독재 아니면 시장만능주의 밖에 없다고 하는 편협한 사고의 산물이다. 박정희 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국가가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 복지주의적 국가의 역할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중요하다. 금융, 노동, 환경과 관련된 국가의 규제는 과거에 비해 더욱 강화돼야 한다. 중소중견기업을 보호·육성해야 하고, 기초 인프라 발전 차원에서 국가가 연구개발 투자에 나서야 할 경우도 있고, 구조조정 등을 위한 정책금융의 중요성도 사라지지 않았다.
재벌에 경영권 세습을 인정해주되 그 댓가로 증세하자는 장교수의 제안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재벌들이 콧방귀를 뀌니 가능하지 않다. 또 부당한 경영권 세습마저 인정해 IMF 금융위기 때처럼 경영능력을 검증받지 않은 재벌총수 3, 4세가 기업과 나라 경제를 위태롭게 할 수 있으므로 바람직하지도 않다. 오히려 재벌을 개혁해 재벌의 부당한 사회지배력을 약화시켜, 복지국가를 위한 증세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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